여행

[콜롬비아] 5일차 정말 할 일 없는 콜롬비아 시골 마을 타강가에서 알차게 먹고 자고 먹고 자기

딩동빵 2022. 10. 1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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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은 타강가의 알록달록한 해변


1. 일정

  • 오전 7시-9시) 타강가 카페에서 아침 식사 후 간식
  • 오후 8시-10시) 칵테일 바에서 칵테일 한 잔


2. 사진과 감상

카페 가는 길에 본 경계심 많은 고양이
정겨운 시골 마을 풍경의 타강가
나무가 무성한 골목길이 많다


  일찍 자니 일찍 눈이 뜨인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리몬첼로 초콜릿을 소중하게 옆에 두고 대자로 뻗은 친구가 보여 사진을 찍어서 보내줌. 오늘은 친구가 오후 1시부터 다이빙을 나가 나이트 다이빙까지 하고 돌아오는 날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도 일어났고, 마침 둘 다 배가 고파 근처에 문을 연 가게에서 아침을 먹을까 싶었다. 찾아보니 평점이 좋은 카페가 오전 6시 반부터 연다는데, 지금은 오전 7시! 대충 옷을 챙겨 입고 마을 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처음엔 길을 좀 헤맸는데 그러면서 본 마을 곳곳의 모습이 소박하고 정겹다.


타강가의 골목 거리
아침이라 날씨가 선선하니 좋다


  도로가 하나도 정돈되지 않아 해변가를 등지고 골목길을 올라오는 길이 꽤 험하다. 일반 시골 마을 같은 느낌이면서도, 카리브 해변가에 붙어 우리나라의 시골 마을과는 또 다른 느낌. 개인적으로 알록달록한 건물이 많았으면 했는데 그런 건 도심지로 가야 보일 것 같다.


그나마 타강가 마을에서 제일 스타일리쉬하게 꾸며짐
쿠키라고 쓰여있는데 쿠키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대마초(Canabis)와 금잔화(Calendula)


  스타일리시한 카페에 도착해서 메뉴를 살펴보았는데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 사실 우리가 처음 예상한 콜롬비아 물가에 비해서는 여전히 비싸지만, 다른 타강가 음식점은 전부 한화 7-8천 원이 넘어가고 만 원까지도 넘는 괴랄한 가격이 많은데, 여기는 팬케이크가 인당 4천 원 정도다. 심지어 팬케이크에는 과일 샐러드와 커피 한 잔이 포함되어 있다.

  각각 메뉴를 하나씩 시키고 바깥 테라스 의자에 앉아 있자니 온몸이 가렵기 시작했다. 풀벌레가 무는 건지, 모기가 무는 건지 알 수가 없는데 일단 엄청 가려워서 친구와 나는 발을 마구 떨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뒤에 앉은 어떤 할아버지가 카페에서 쓰라고 올려둔 크림통을 건네며 바르라 한다. 벌레 물린 데에 바르면 좋다고. 크림이 끈적해서 미심쩍었는데, 일단 바르니 향은 좋다. 통에 적힌 카나비스라는 이름이 꽤 친숙해서 무언가 했더니, 대마초였다. 대마초가 모기를 쫓는데 큰 역할을 하나 보다.


에그 스크램블과 토스트, 그리고 과일 샐러드
콜롬비아 커피


  처음 갔던 식당보다 훨씬 빠르게 식사가 나왔고, 양이나 플레이팅도 마음에 들었다. 계란 스크램블과 아메리칸 토스트와 과일 샐러드, 그리고 커피! 콜롬비아 하면 또 커피가 유명하지 않았나? 습한 와중에 뜨거운 음료를 마시니 잘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맛은 있음. 기분 좋게 벌레와 식사를 함께 하고, 날씨가 좋아 해변가로 내려갔다. 식사까지 마쳤는데 아직도 엄청 이른 오전 시간이다. 이곳에서는 할 게 없어 시간이 잘 안 간다.


Café Taganga

Café Taganga · 470001, Taganga, Magdalena, 콜롬비아

★★★★★ · 카페테리아

www.google.com

귀여운 차가 해변가에 한 대 서 있다
초록색 풀숲 배경에 노란색 배 마음에 든다


  매일같이 보는 조그마한 해변인데도 정박한 보트의 모양새가 조금씩 달라져 느낌도 살짝씩 달라진다. 오늘은 귀여운 자동차도 있길래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이런 날씨에 섬 주변을 보트 투어 하면 딱 좋겠더라.


이제 익숙해질 법한 타강가 해변가
푸른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기는 함
펠리컨들 자세히 관찰하기


  다이빙을 하러 나갈 때 쓸 법한 보트가 여러 대 떠 있는데 그 풍경이 좋다. 나는 이제 다이빙을 안 배우지만, 이렇게 멀리서 바다의 풍경을 바라보는 건 항상 좋아해 왔다. 배 위를 자세히 보면 펠리컨들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가운데 녀석을 두고 양 옆의 새들이 균형을 이루고 앉아 있길래 찍었다.


신선한 과일 주스는 언제나 환영이야
아래층에 패션 후르츠가 담겨 있음
이건 덜 익어 보이는 망고(그런데 달다)


  그러고 나서 어제 갔던 곳과는 다른 과일 가게에서 주스를 마셨다. 전날과 같은 가격인 5,000콥에 훨씬 다양한 과일 선택지가 있었다. 나는 망고에 물을 시켜 보았고, 친구는 패션 후르츠에 물을 시켰다. 보라색 껍질의 패션후르츠만 보다가 노랗고 초록초록한 패션후르츠를 보니 신기했다.

엄청 진했던 망고 주스
간식은 늘 푸짐하게


  패션후르츠는 좀 셨지만 상큼해서 맛있었고, 망고는 부드럽고 진했음. 근데 태국에서 먹었던 땡모반처럼 미칠 듯이 시원하고 맛있는 느낌은 아니라 살짝 남겨 숙소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들어오면서 어제 다이빙 배에서 간식으로 줬던 바나나가 맛있었던 게 기억나 바나나 두 개와 과자를 샀다.

  오후 1시가 되자 친구는 늦은 다이빙을 하러 나갔고, 나는 과자를 까먹으며 사설 모의고사 출제 문제를 검토했다. 바나나는 역시 맛있어서 금방 홀랑 먹었음. 다른 과일도 맛있을 것 같은데 이름을 물어봐도 다들 스페인어로 대답해주니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ㅋㅋㅋ


해변가 자갈이 살짝 붉게 물들었다
야자수만 보면 휴양지인데 바닥을 보면 너저분하고...
여전히 알록달록한 배는 내 취향이고...


  오후 5시쯤 되어 친구가 보트에서 돌아왔다. 30분 있다가 나이트 다이빙을 하러 나가야 한다고. 나이트 다이빙은 해가 지고 바다에 들어가는 거라 정확한 입수 시간은 모른다고 한다. 배웅하러 나가는 김에 벌써부터 붉게 물들고 있는 해변가를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물론 해변가는 여전히 5분도 채 안되어 전부 돌아볼 수 있는 크기다.


길거리에서 팔던 아레빠(Arepa)
따뜻한 아레빠를 반으로 갈라 치즈를 듬뿍 넣어준다


  숙소로 돌아가다가 콜롬비아 전통 음식이라는 아레빠(Arepa)를 길거리에서 사 먹어 보았다. 따뜻한 기본 아레빠에 치즈를 듬뿍 넣어 주던데, 한 입 먹으니 너무 느끼해서 칠리소스를 얹어 먹어야 했다. 친구를 배웅하고 숙소로 들어와 마저 먹는데, 칠리소스가 떨어진 맨 아레빠는 너무나 느끼한 것. 결국 두 입 먹고 냉장고 방치행을 당했다.

  친구는 오후 7시 반쯤 일찍 돌아왔다. 나이트 다이빙은 한 번으로 끝난다고. 오픈워터 3일째에는 하루에 다이빙을 총 세 번 한 거다. 피곤할 법도 한데 내가 저녁을 먹으러 나갈까 물으니 칵테일바를 가고 싶다고. 근처에 좋은 바를 봐 두었으니 그쪽으로 가자고 해서 나왔다. 마침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론의 말로는 매년 지금 같은 시기의 타강가는 우기 시즌이라 원체 비가 자주 내린다 했단다. 최근에는 정말 날이 좋았던 거라고.


코코로코(Cocoloco) 칵테일
초코 브라우니와 아이스크림


  칵테일 바는 2층으로,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나는 술 자체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코코로코(Cocoloco)라는 이름의 칵테일이 콜롬비아 지역의 특색을 가진 것 같아 도전해보기로 했다. 코코넛 물과 보드카, 레몬 등을 섞은 맛이라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은 산산조각 났다. 묽고 고운 느낌이 아니라 코코넛 가루를 씹는 듯한 식감이 꼭 건강 케일 주스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라, 반도 못 마시고 내려놓았다.

  브라우니도 한참 기다리다가 주문을 잊은 것 같아 웨이터에게 얘기하니 그제야 나왔다. 물론 브라우니는 시판 브라우니 같은 맛이 났는데, 살짝 탄 것 같기도 한 맛이다. 내가 이곳에서 당장 베이킹을 해서 에그타르트를 구워낼 수 없다는 게 이렇게 슬플 줄 몰랐다.

  그러고는 영수증을 달라 하니, 분명 우리가 시킨 메뉴의 도합 가격은 44,000콥일 텐데 48,000콥이 적힌 종이를 건넨다. 우리가 빤히 쳐다보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그제야 추가된 4,000콥이 팁이라고,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부분이라 한다. 가만 보니 이 사람들 돈 계산 대충 본인들한테 유리하게 해 두고 우리가 꼼꼼하게 보고 컴플레인하면 그제야 정확히 해주는 느낌이다ㅋㅋ난 웨이터가 딱히 해준 것도 없고(엄청 시끄러운 스피커를 우리 쪽으로 밀어주긴 함) 브라우니 주문도 까먹고 있었던 와중에 팁을 요구하다니 어이가 없었지만, 친구가 그냥 47,000콥만 주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Aloha - Bar

Aloha - Bar · Cl. 12 #1-02, Taganga, Santa Marta, Magdalena, 콜롬비아

★★★★★ · 칵테일바

www.google.com


오늘도 어김없이 간식 사냥


  브라우니 하나를 저녁으로 먹자니 배가 영 부르지 않아 길거리 구멍가게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간식을 찾았다. 아쉬운 건, 여기에는 감자칩만 잔뜩 있고 초콜릿 과자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초코에 환장하는 내겐 너무 각박한 가게들이다. 겨우 브라우니와 레몬 머핀을 찾아서 사 왔다. 오늘은 바를 가서 그런지 평소보다 늦게 자게 되었다.


3. 비용

  • 숙소 - 26,000원
  • 식사 - 아침 13,000콥, 아레빠 1,500콥, 주스 5,000콥, 마트 11,000콥, 칵테일 23,500콥
  • 관광 및 투어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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