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8일차 산타마르타로 버스 타고 나들이/산타마르타 센트럴 거리 돌아다니기/와유 부족 모칠라 기념품 구경

1. 일정
- 오전 9시 반-10시) 타강가에서 산타마르타 시내로 버스 타고 이동
- 오전 10시-오후 2시) 산타마르타 시내 구경하다 카페 및 점심 식사
- 오후 2시-4시) 산타마르타 모칠라 기념품 구경
- 오후 4시-4시 반) 산타마르타에서 타강가로 버스 타고 복귀
- 오후 6시-8시) 저녁 먹으면서 갈라파고스 영상 시청
2. 사진과 감상

오늘은 친구가 다이빙을 쉬는 날이라 같이 산타마르타 시내에 나가보기로 했다. 콜롬비아에 왔는데 작은 시골 마을인 타강가에만 있기는 너무 지루했다. 산타마르타도 카르타헤나에 비하면 작은 도시지만 그래도 콜롬비아 도심 거리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영화 <엔칸토>의 알록달록한 마을 느낌을 찾아보고 싶기도 했고.
그제 만난 콜롬비아 친구 아드리아나가 어제 산타마르타로 돌아가며 시내버스 정류장 위치를 알려줬기에 나갈 채비를 하고 그쪽으로 향했다. 타강가 해변을 등지고 올라가는 길인데, 가까워지니 택시 기사가 택시 필요하냐며 호객 행위를 한다. 단호하게 우리는 버스를 탈 거라 하니 또 열정적으로 버스를 어디서 타면 되는지 알려준다. 타강가가 작은 마을이라 더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콜롬비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친절한 것 같다ㅋㅋ
산타마르타행 버스를 타는 곳은 아래 구글 주소를 참고하면 됨.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파란색 버스 한 대를 발견했고, 일단 올라타고 봤다. 인당 2,000콥(대략 700원)이니 2-3만 정도 부르던 택시에 비하면 무척 싼 거다. 버스 요금은 기사한테 바로 내면 되는 것 같아 냈더니 버스 문도 닫지 않고 바로 출발한다! 산타마르타와 타강가를 잇는 도로는 돌로미티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꽤나 굽이졌는데, 그런 도로를 문을 연 채로 속도 내어 달리니 떨어지는 줄 알았다... 계속 기다려도 버스 문은 닫지 않고 주행한다. 덕분에 도로 먼지 다 먹음.
Poseidon Dive Center
Poseidon Dive Center · Cl. 18 #1-69, Taganga, Santa Marta, Magdalena, 콜롬비아
★★★★★ · 다이빙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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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내부 벨을 누르면 어디서든 멈추는 시스템 같았다. 버스 정류장 표시가 따로 없어도 벨을 누르면 멈춰 주고 사람들이 뒷문으로 나간다. 타강가에서 산타마르타까지는 15분도 채 안 걸렸다. 우리는 대충 센트로에서 내리면 되어 사람들이 내리는 걸 쭉 지켜보다가 해변가 근처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보이던 게 사진의 동상. 이곳에서 바다를 등지고 서면 볼리바르 공원으로 가는 방향이다.


일단 해변가를 따라 걷기로 했다. 어제 하루 종일 산타마르타에서 볼거리가 뭐가 있나 찾아봤는데 잘 나오지 않아, 그냥 와서 부딪혀야 했다. 나는 산타마르타에 특출난 게 없어도 시내만 구경할 수 있으면 됐으니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오랜만에 타강가가 아닌 새로운 곳을 걷고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도 신이 났다. 습하고 더운데도 잘만 걸어 다닐 수 있는 건 이런 감정들 덕분이다. 확실히 나는 습관을 벗어나는 걸 두려워하면서도, 하나에 오래 안주하면 금방 질리는 성격 같다.


더 나아가니 저편에 높은 빌딩도 많이 보인다. 카르타헤나도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공존하여 빌딩과 무너져가는 주택을 함께 볼 수 있다 하던데, 이곳도 비슷한 느낌이다. 친구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부산 같다고 하던데, 확실히 그런 느낌. 해변가에서는 사람들이 꽤 많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지저분해서 물놀이를 하고 싶은 해변은 아니었지만 사람들 표정이 행복해 보여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해변가를 어느 정도 다 본 것 같아 시내 중심가로 향했다. 확실히 타강가와 다르게 화려한 벽화가 거는 길마다 여기저기 펼쳐져 있다. 물론 산타마르타 자체도 큰 도시는 아니라 조금 걷다 보면 벽화든 뭐든 구경할 게 동나기는 하더라. 하지만 타강가에 짱 박혀 있다 온 나는 뭐든 시시할 게 없었다!


산타마르타에 온 이유 중 하나는 모칠라 백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콜롬비아의 와유 부족이 생계를 위해 손수 제작한다는 와유 가방, 즉 모칠라 백은 그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나도 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하나 찾으면 기념으로 사 가고 싶었다. 저 벽화를 지나가다 골목에 이런 기념품 가게가 모여 있는 곳이 있길래 들어가서 구경했다. 귀여운 건 많았지만 마음에 딱 드는 건 없길래...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 나왔다.

그러고 나서 중심부로 더 들어가는데 전부 이런 골목은 아니더라도 내가 상상했던 알록달록 골목이 몇 군데 눈에 띄어 신이 났다. 사진 찍을 소재가 많아지는 건 언제나 즐거움! 비록 골목이 좁고 알록달록한 건물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지만 나름 마음에 드는 구도가 여럿 나온다.



걷다 보니 배는 고픈데, 우리가 찜꽁해둔 식당은 오후 12시 반 이후부터 연다. 2시간가량을 더 돌아다녀야 하는 셈. 날이 점점 더워지길래 근처 카페에 가서 열을 좀 식히기로 했다. 카페 외관이 무척 트렌디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내부도 아기자기 귀여웠다.
다만 따뜻한 파인애플 파이는 먹기 좀 힘들었다. 배가 무척 고파서 먹었지... 친구의 평은 하와이안 피자 디저트였는데 그 말이 딱 맞다. 심지어 Explosion de Maracuya는 패션후르츠 탄산음료인 줄 알았는데 스페인에서 먹었던 버블티와 같은 종류였다. 와이파이는 잘 터져서 그건 만족스러웠음.
A´mia(comer, aprender & amar)
A´mia(comer, aprender & amar) · Calle 21 #3-21 centro Histórico de, Santa Marta, Magdalena, 콜롬비아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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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마추픽추 입장권 관련해서 계획을 우다다 짜는데,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가 전부 침수되었다. 예정보다 오랜 시간 카페에 머물면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점심 먹을 식당으로 가기 위해 나왔는데, 메인 스트리트로 나오니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다. 비가 한 번 왔다고 왜 도로까지 침수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여기서는 익숙한 일인 듯했다.
일단 도로 침수를 기회로 삼아 틈새시장을 벌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간이 나무다리를 도로 절반을 가로질러 설치하고 작은 컨테이너 박스로 징검다리를 놓아 돈을 받는 사람이 여기저기 보였다. 길을 못 건너 멀뚱히 서 있는 우리에게 와서 오토바이 타고 건너지 않을래 묻던 사람도 있었다. 오토바이 타고도 바지에 물 다 튀던데 그럴 바엔 걸어가고 말지. 하지만 한참 기다려도 물이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간이 징검다리를 이용했다. 두 명이서 네 개가량의 박스를 착착 옮겨가며 놓는 게 어이없었다. 두 명이서 길 한 번 건너는데 2,000콥. 재미있는 경험 했다 싶었다.

길을 건너고도 물이 흥건한 도로는 여러 번 나타났지만, 열심히 우회해서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타마르타는 타강가보다도 물가가 비싸서, 우리는 간단히 햄버거를 시켰다. 친구는 베지 버거, 나는 코스테뇨 치즈와 고기가 듬뿍 들어간 코스테니타 버거(Costenita Burger)로. 음식이 늦게 나오는 건 이제 익숙하다.
치즈가 생각보다 짰지만 맛있게 먹었다. 배가 고팠던 걸 감안해도 음식 솜씨는 평타 이상! 고기 패티도 무척 두꺼워서 햄버거 크기 자체는 작아 보였는데 다 먹고 나니 배가 더부룩했다.
Casa Papau Resto Bar
Casa Papau Resto Bar · Cl. 26 # 4-100, Santa Marta, Magdalena, 콜롬비아
★★★★★ ·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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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나서는 산타마르타 시내에서 가장 큰 마트라는 Exito에 들러 간식이나 스노클링 장비를 구경하고 싶었는데, 문 앞까지 가서 마스크가 없어 들어가지 못하고 나왔다. 시내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껴지 않는데 마트 내에서만 쓴다고 무슨 소용이겠나 싶었는데, 마트 앞에서 마스크를 잔뜩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마트를 포기했다.
어쨌든 밥도 먹고 배부르니 천천히 모칠라 기념품을 구경하면 좋겠다 싶어 볼리바르 동상이 있다는 볼리바르 공원 쪽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오면서 들르지 않은 골목 위주로 기웃거리며 사진을 좀 찍었다.



그러다가 딱 마음에 드는 분위기의 골목을 찾아 들어갔는데 마침 맛있어 보이는 젤라또 가게를 찾았다. 맛을 궁금해하면 한 번 시식할 수도 있게 해주더라. 컵 모양 콘도 팔았는데 젤라또는 역시 콘이지 하며 2가지 맛을 골라 담았다. 나는 카페라떼와 판나코타(베리) 맛을 담았음. 젤라또 자체는 쫀득하고 맛있었는데 날이 더워서 그런지 금방 녹아서 다 먹은 후에 찐득해진 손을 닦느라 힘들었다.
Gnam Gelato Italiano
Gnam Gelato Italiano · Cra. 3 #17-73, Santa Marta, Magdalena, 콜롬비아
★★★★★ · 아이스크림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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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라또까지 시원하게 먹고 볼리바르 공원에 도착! 공원 쪽으로 쭉 걸어 들어가다 왼쪽을 보니 모칠라 백을 늘어놓고 파는 노점상이 여럿 보인다. 단번에 아, 블로그에서 보았던 곳이 이곳이구나 싶은 느낌이 왔다. 확실히 다른 길거리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질이 좋아 보이는 모칠라 제품이 많았다.
마음에 드는 색 배합의 지갑도 발견하고 멍청하게 생겨서 귀여운 곰돌이 키링도 발견했다. 친구는 타강가에서부터 눈독 들이던 발찌를 구경했다. 옆을 보니 할머니께서 실제로 모칠라 가방을 뜨고 있어 신기했다.



다양한 모칠라 가방을 구경하는 건 재밌다. 장지갑 형태의 가방도 있었는데 개중엔 꽤 마음에 드는 디자인도 많아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한국 와서 이걸 내가 메고 다닐까 고민해보니 아니라는 결론이 단박에 나오고 마는데... 결국 콜롬비아와 별 관련 없지만 귀여운 곰돌이 두 마리를 입양했다. 화려한 색감이 어느 정도 연관 있을 거라 포장하면서ㅋㅋ
그런데 여기는 흥정 되게 잘 될 것 같았는데 값을 절대 안 깎아준다. 저 곰돌이 키링 한 개당 7,000콥인데 4개 살 테니 24,000콥에 해달라 하니 안된다고 함. 그러면 깔끔하게 25,000콥은 어때? 26,000콥은? 하는 내 간청에도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절대 안 깎아줌. 치사해서 두 개만 정가에 사서 왔다. 친구도 팔찌 1,000콥만 깎아달라 했는데 안 된다고 해서 5,000콥에 삼.


대신 곰돌이 키링을 산 가게 주인한테 타강가행 버스는 어디서 타냐고 물으니 친절하게 알려줬다. 사실 스페인어로 뭐라 뭐라 해서 알아들은 건 없는데, 맹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가 걱정됐는지 길 건널 때까지 보다가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 걷다가 골목 시장도 지나쳤는데, 방금 산 곰돌이 키링과 똑같이 생긴 게 걸려 있길래 얼마인지 안 묻고 지나가느라 힘들었다.

타강가행 버스를 어디서 타냐고 묻는 사람들마다 스페인어로만 알려줘서 참 답답했는데, 결국 어떻게든 찾게 되어 있더라. 시내 중심지, 버스가 다니는 길거리 어디서든 버스를 멈춰 세우고 잡아 타면 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창문에 타강가 카드를 건 버스를 금방 만나 올라탔다. 자세히 보니 아침에 우리가 탔던 버스였다. 그렇게 무사히 15분간 또 달려 타강가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가며 저녁놀이 지기 전의 타캉가 해변을 둘러보았다. 아직도 바다에서 물놀이하는 사람이 꽤 많이 남아있다. 며칠간 보이지 않던 요트가 바다를 유유히 떠다니는 게 신기하다. 여기서 보트 투어 해도 시원하니 재밌을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젤라또도 먹어 배가 쉽게 안 꺼졌지만, 씻고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다 보니 또 금세 배가 고파진다. 알리오 올리오를 연속 세 번 저녁으로 해 먹는데, 아직도 안 질린다. 매콤한 페페론치노를 잔뜩 뿌려서 그런가, 아니면 올리브유가 맛있어서 그런가.
그리고 오늘도 얼룩이가 밖에 와 있길래 남은 습식을 긁어서 줬다. 아침에 안 보이길래 저녁에도 안 오나 싶어 커튼을 살짝 걷고 보았는데 녀석의 간절하고 땡그란 눈이랑 마주쳐서 내심 반가웠다. 오늘은 집까지 들어올 기세로 애교 부려서 난처했다.
3. 비용
- 숙소 - 26,000원
- 식사 - 점심 30,000콥, 젤라또 9,000콥, 마트 7,000콥
- 관광 및 투어 - 간이 컨테이너 1,000콥, 산타마르타-타강가 시내버스비 4,000콥, 모칠라 곰돌이 키링 14,000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