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3일차 갈라파고스 발트라 섬으로 입도/푸에르토 아요라 마을에서 게와 바다사자를 만났다

1. 일정
- 오전 8시-9시) 아침 식사
- 오전 10시-오전 11시 반) 공항에서 갈라파고스 입도 수속
- 오전 11시 반-오후 2시) 갈라파고스 발트라 섬 공항 도착
- 오후 2시-3시 반) 발트라 섬에서 산타크루즈 섬 숙소로 이동
- 오후 4시 반-6시) 길거리 구경 및 투어사 돌아다니며 컨택
- 오후 6시 반-7시 반) 저녁 식사
2. 사진과 감상

이틀간 맛있는 한식으로 사육당하고 오늘은 갈라파고스로 넘어가는 날이다! 아침으로는 간단하고 맛있는 햄치즈 샌드위치랑 계란후라이 두 개를 해주셨다. 오늘은 사장님 남편 분이 아침을 대신 챙겨주셨는데, 깍둑 치즈도 챙겨주시고 얼린 로열 젤리 꿀도 먹어보라고 퍼주셨다. 둘 다 엉성한 영어 실력으로 대화해야 했지만 따뜻한 마음은 충분히 전달받았다. 토스트도 두 개씩 구워주셔서 다 먹느라 배 터지는 줄 알았다.
아침을 먹다가 어떤 시끄러운 새소리가 귀를 때리기도 했다. 무슨 새냐고, 느지막이 내려오신 사장님께 물으니 붉은 앵무새 울음소리라며 숙소 주변에 항상 와서 우짖다 간다고 했다. 붉은 앵무새라니! 너무 보고 싶어서 어디로 가면 볼 수 있냐고 하니 이미 날아가버렸을 거라고ㅠㅠ 숙소 주변에는 망고도 널려 있다고 해서, 짐을 챙겨서 나오다가 나무를 둘러보았더니 진짜 초록빛 덜 익은 망고가 드문드문 달려 있어 신기했다.
친절하신 사장님 남편 분이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주셨다. 가면서 갈라파고스는 전부 돈으로 굴러간다고, 이쁜 기념품들도 내륙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어제 나름 저렴하게 산 거북이 친구를 보여주며 자랑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무거운 배낭 두 덩이를 메고 돌아다닐 생각에 한숨을 쉬었는데, 여기 공항은 짐 카트가 무료라는 거다. 유럽에서는 죄다 유료여서 무의식적으로 유료일 거라 생각했는데 무료라고 하니 눈이 뜨이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공항을 조금 더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갈라파고스 입도는 체크인 순서가 조금 달랐다. 보통 항공 수속은 체크인을 하고 짐을 맡긴 후 게이트로 들어가는데, 갈라파고스는 짐 검사 및 TCC(Transit Control Card)를 구매하는 게 우선이라 체크인은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한다.
먼저 셀프 짐 체크인을 하고, 공항 중앙에 있는 짐 검색대에서 짐 검사를 한다. 이때 걸리는 게 없으면 파란색 플라스틱 끈을 채워 주는데, 우리가 직접 풀 수 없게 되어 있다. 이후 여권과 항공권 등을 제시하고 구매할 수 있는 TCC를 20달러 주고 사야 한다. 나와 친구는 짐 검사와 TCC 구입을 각각 맡아서 했는데, 일행이 있다면 이렇게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어디서 들은 말로는 갈라파고스에는 비닐 한 조각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 캐리어 내에 플라스틱이나 비닐은 싹 다 빼야 한다고 하던데, 이건 사실이 아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은 엄격하게 검사하지 않고 대신 가공 식품(잼, 라면, 각종 조미료 등)을 제외한 신선 식품(채소, 과일 등)의 경우 반입 불가이므로 잘 파악하면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다.

짐 검사를 마치고 TCC를 구입하고, 드디어 항공사 체크인 존으로 갔다. 짐 검사는 이미 했으니 짐을 맡기기만 하면 체크인은 간단히 완료다. 과야킬 입국 체크인 때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아웃 티켓을 요구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다행히 넘어갔다. 짐 태그에 붉은색 Priority 스티커도 함께 붙여 준다. 외국인이 갈라파고스로 들어가려면 무조건 가장 높은 등급의 좌석을 구매해야 해서(아니면 체크인 시 걸려서 벌금 150달러 정도를 내야 한다) 우리도 울며 겨자 먹기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샀는데, 아마 그것 때문일 거다.


아직 갈라파고스에 입도하지도 않았는데 공항 내부 기념품 가게에서는 갈라파고스의 생물들을 모티프로 한 굿즈를 팔고 있었다. 갈라파고스의 마스코트 중 하나인 파란발부비새 인형이 정말 귀여웠다. 알에 잡아먹힌 컨셉의 거북이 조각품들도 마음에 쏙 든다. 물론 저걸 다 사려면 갈라파고스 다이빙을 포기해야 한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은 생각보다 편안하고 좋았다. 일단 한 열에 두 명만 앉을 수 있다. 세 개의 좌석 중 가운데는 비워두는 식이다. 그리고 2시간가량의 짧은 비행임에도 간식이 푸짐하게 나온다. 따뜻한 샌드위치와 감자칩과 그래놀라 바, 물 등을 챙겨주는데 이렇게 많은 간식은 처음 받아봐서 신났다. 저 Ruffle 감자칩은 조금 짜기는 해도 무척 맛있다.


방광이 터질 것 같은 걸 참으며 드디어 갈라파고스 발트라 섬 공항에 내렸다. 발트라 섬은 산타크루즈 섬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는 작은 섬인데, 이 때문에 산타크루즈에 숙박을 잡은 사람들은 보통 공항에서 내려 섬을 넘어가야 한다. 우리도 짐을 찾아서 수상 보트를 타고 섬을 넘어갈 계획이다.
우리가 내린 곳에서 공항 입구를 향해 난 길을 쭉 따라 걸어가는데, 친구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손으로 가리킨다. 친구가 모르고 가까이 다가가자 움찔하고 움직이는 그건 쫄보 육지 이구아나였다. 산타크루즈 섬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부터 가까이서 살아 움직이는 갈라파고스의 생물을 보니 들뜨지 않고는 못 배기겠더라.


열심히 걸어 공항에 들어가니 TCC를 검사하곤 두 장 중 한 장을 뜯어갔다. 나갈 때 다른 한 장이 필요하니 잘 챙기라는 말도 해준다. 그러고는 아주 귀여운 입국 도장을 꽝 박는다. 여권에 갈라파고스 도장이 찍히다니!
공항 검색대를 통과해서 보니 사람들 짐을 쭉 늘어놓는 중이다. 늘어놓고 나서 탐지견을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추가 짐 검사를 한다. 수상한 가방은 탐지견이 박박 긁으며 낑낑대던데 신기했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기다려 비운의 짐 주인들이 불려 나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짐을 받을 수 있었다.

짐을 챙겨 바깥으로 나오니 발트라 섬 선착장으로 가는 공항버스가 있고 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공항버스는 아주 짧은 텀으로 계속 오니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지만, 늦게 나오면 줄이 길어 꽤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늦게 나와 한참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그 사이에 참새와 비슷한 새가 뽈뽈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부리만 노란색이라 무척 귀여웠다. 주변에 붙어있는 팻말을 보니 핀치새라고 하더라. 각기 다른 종인 줄 알았는데 하나의 종에서 분화한 거였던 다윈의 핀치새. 참새목과라 참새랑 무척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고 공항버스는 무려 5달러이다. 섬 거주민들에게는 무료인데 관광객은 편도 5달러니 줄 서기 전에 미리 버스표를 사자. 우리는 짐을 싣고 나서야 표가 필요한 걸 알아서 부랴부랴 표를 사 와야 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짐은 홀로 버스 타고 떠나고 우리는 다음 버스를 탔어야 했을 것이다.


무사히 버스를 타서 10분가량 달려 선착장으로 가는데 바다가 보이는 순간 환호성이 나왔다. 타강가나 과야킬의 똥색 물이 아닌 진짜 파아란 바다였다. 버스에서 내려서는 수상 택시를 타고 섬을 건너간다. 수상 택시는 인당 1달러. 짐을 알아서 옮겨주니 이 정도면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수상 택시를 타고 건너면 산타크루즈 섬에 도착한 게 된다. 여기서 파란색 버스를 타면 산타 크루즈 시내인 푸에르토 아요라로 간다. 관광버스 아니면 버스는 보통 한 대뿐이라 찾기 쉽다. 이 버스는 5달러인데, 푸에르토 아요라까지 한 3-40분을 달리며 좌석도 꽤 크고 편해서 나쁘지 않다. 중간에 내리는 건 안 되는 것 같고 시내로 들어서면 정해진 종착역(아래 링크 참고)에 내리더라. 숙소와 가까워서 다행이었다.
City Market
City Market · 7M5M+282, Av. Baltra, Puerto Ayora, 에콰도르
★★★★☆ · 시장
maps.google.com

갈라파고스에서 먹을 것들을 챙겨 오느라 조금 더 무거워진 배낭을 메고 열심히 숙소까지 걸어왔다. 다윈 센터에 가면 볼 수 있는 외로운 조지 거북이에서 따온 듯한 이름의 호스텔이다. 우리는 리셉션 바로 옆 방을 받았는데, 처음엔 먼저 온 다른 손님들 서류 작성할 동안 쉬라고 열어준 줄 알았다. 다시 짐을 챙겨 나와 시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새로운 방을 기다렸는데, 여전히 리셉션 옆 방을 가리키길래 낙담했다. 그래도 리셉션에 사람이 자주 왔다 갔다 하지는 않아 거슬리진 않는다.
그리고 갈라파고스는 숙소 와이파이가 구리다는 평이 많은데, 기대를 안 하고 들어와서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와이파이가 안 되는 걸 안 순간 한숨이 나왔다. 과야킬에서 끌라로 유심을 구입해서 오길 잘한 것 같다.



숙소에 대충 짐을 내려놓고, 앞으로의 산타크루즈 섬 5박 6일 동안 즐길 투어를 찾기 위해 바깥으로 나왔다. 친구가 열심히 찾은 다이빙 샵들을 돌아보려고 시내로 나가는데 중간중간 눈길을 끄는 기념품 가게가 많았다. 파란발 부비새 기념품이 가장 종류가 많고 눈에 띈다. 탐나게 생긴 와펜도 무척 많아서 이 김에 와펜을 사서 모을까 고민 중이다.


그러다가 수산 시장을 발견했는데, 그 아래 더 귀한 녀석을 마주쳤다! 고개를 들고 엉덩이를 좌우로 계속 씰룩거리던데 너무 귀여워서 속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수산시장에 가끔 바다사자와 펠리컨이 찾아와 콩고물 떨어지기를 기다린다곤 했는데, 가판대 위에 생선이 하나도 없는데도 바다사자를 보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산타크루즈 섬은 산크리스토발 섬에 비해 바다사자가 적다는 얘기를 듣고 가서 더 감격스러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Fishing piers
Fishing piers · 7M4Q+H5P, Ave Charles Darwin, Puerto Ayora, 에콰도르
★★★★★ · 바다낚시터
www.google.com

지나가면서 파란발부비새를 마케팅 캐릭터로 쓰는 양말 가게를 보았다. 부비새 발처럼 파란 양말을 하나 사서 부비새 흉내를 내는 사진을 하나 찍고 싶었으나 양말 하나에 8달러가량 해서 고이 접었다. 그나저나 갈라파고스는 기념품 디자인을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전부 구매하고 싶음.



다이빙 샵은 다섯 군데쯤 들렀다.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는 'Macarron'부터 해서 'Travellers', 'Shark Bay' 등을 쭉 돌면서 각 요일마다 어디로 다이빙을 하러 가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등을 물었다. 갈라파고스 다이빙은 다이빙 센터마다 요일별 다이빙을 하러 가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발품 팔아 확인하는 게 좋다. 저 세 군데 외에도 군데군데 다이빙 센터처럼 보이는 곳은 들어가 보았는데, 그 외에는 설명이나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 패스.
다만 친구는 타강가에서 어드밴스드까지 따고 총 11 로그수를 채워 펀 다이빙이 가능하지만, 나는 다이빙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Discovery Diving(체험 다이빙)만을 할 수 있었다. 마카롱에서는 친구가 다이빙을 2회 하는 동안 나는 1회만 가능하며, 강사가 일대일로 케어해준다 했는데 다른 두 샵에서는 1회 체험다이빙, 1회 스노클링이라 했기에 마카롱은 자연스레 제외. 나머지 두 곳을 재다가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다이빙 센터를 돌고 나니 벌써 저녁이 다 되어 있었다. 갈라파고스 시장의 엠빠나다가 유명해서 그걸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주말이라 가게가 열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길거리 가게에서 애플 망고와 바나나, 플랜틴을 각각 하나씩 샀는데 2유로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 나왔다. 갈라파고스 과일은 무척 싸다!
애플 망고를 고르기 전에 잘 익은 애플 망고 고르는 법을 검색해 보았는데 초록색인 것을 피하고 노란색으로 잘 익은 걸 고르며, 껍질에 검은 반점이 있는 걸 피하라고 하더라. 그런데 직접 적용해보려니 뭐가 적당한지 알 수가 없어 일단 그냥 사 왔다. 이런 것도 경험치가 쌓여야 쉽게 고르는데, 아빠의 잘 익은 과일 탐지 능력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저녁으로는 과야킬의 아시안 마트에서 공수해온 감자라면을 먹었다. 개당 2달러로 다른 라면에 비해 싸서 사본 건데, 생각보다 맛있고 얼큰해서 정신없이 먹었다. 후식으로는 아까 사 온 바나나를 먹었는데, 갈라파고스 바나나는 맛있다더니 진짜다. 그리고 나선 씻고 침대에 누워 바로 뻗었다.
3. 비용
- 숙소 - 16.8달러
- 식사 - 과일 1달러
- 관광 및 투어 - 발트라 섬 공항버스 5달러, 수상택시 1달러, 산타크루즈 섬 시내버스 5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