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페루] 6일차 리마 기념품 시장 쇼핑 및 맛있는 비건 식당 탐방/한밤중의 정전 소동/페피노 멜론 맛

딩동빵 2022. 11. 9. 21:57
반응형

1. 일정

  • 오전 11시-오후 1시) 아침 식사
  • 오후 2시-4시) 기념품 시장 구경
  • 오후 4시 반-6시) 늦은 점심 식사


2. 사진과 감상

컵라면과 고추장 볶음밥


  어제 야간 버스를 타고 온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오전 11시까지 한 번도 안 깨고 푹 잤다. 침대에서 빈둥거리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공용 주방에 가 늦은 아침을 만들었다. 나는 감자 볶음밥이 질리지 않는데 친구는 질린다고 해서 슬프다ㅠ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아직 감자 볶음밥밖에 없어 오늘 아침도 똑같은 메뉴. 대신 나는 어제 사 온 컵라면을 곁들여 먹었다. 그리고 와라즈에서 사 온 고추장을 케첩 대신 뿌려먹었는데 평범한 감자 볶음밥이 색다른 맛이 되었다. 왜 다들 한국에서 고추장을 챙겨 오는지 알 것 같았음. 라면 두 봉지보다 고추장 한 통이 나은 것 같다.


알파카 털로 만든 기니피크 인형


  배불리 먹고 오늘 계획대로 리마 구시가지 광장 쪽으로 나가기 전에 어제 친구가 자느라 못 가본 기념품 시장을 한 번 더 돌기로 했다. 근데 신기하게도 어제 한 번 돌아보았던 곳인데 다시 가니 새로운 것들도 눈에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주 귀여운 기니피그 인형도 있었는데 아직 기니피그를 실제로 본 적은 없어 살 마음이 안 든다. 다들 음식으로만 팔잖아...


기념품 메르까도(시장) 풍경


  기념품 시장 풍경도 찍어봤다. 전에 가족과 태국 여행을 갔을 때 시간이 맞지 않아 주말마다 열리는 큰 시장을 가보지 못했는데, 이런 느낌일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물건이 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조금씩 다르고 내 마음에 드는 것들 찾아다니는 게 꽤 재미있다. 콜롬비아나 에콰도르에서는 이런 시장을 가본 적이 없어서 더욱 재미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근데 생각보다 구경하는 사람은 없다. 쿠스코 시장은 사람들이 더 많을지 조금 궁금함.


보자마자 내거다 싶었던 노란 동전 지갑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 알파카 키링


  친구는 알파카 털로 만든 꽤 고급진 스웨터에 꽂혔다. 처음에는 목도리를 선물로 사려고 들른 가게인데 질 좋고 디자인이 이쁜 알파카 스웨터가 있어 구경하다가 결국 샀다. 맨 처음 관심을 가졌던 비니는 스웨터 덕에 잊힌 지 오래다. 스웨터 170솔, 목도리 85솔 도합 255솔을 225솔로 깎았음. 절대 안 깎아주려는 걸 애원해가며 깎았다. 마지막까지 흥정을 놓지 않으면 가망이 있음!

  나는 지나가던 가게에서 내 마음에 쏙 드는 노란 동전 지갑을 발견해서 하나 샀다. 처음엔 6솔을 부르던데 겨우겨우 5솔로 낮춤. 반값 후려치기를 하려 했는데 안 되더라. 여기 진짜 안 깎아준다. 다음에 간 가게에서는 알파카 열쇠고리(머리만 달려있어서 조금 무서운) 하나가 마음에 쏙 들어 흥정을 시도했는데, 여자 주인분은 깎아주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남자 주인분의 냉정한 블로킹에 막혀 15솔에서 겨우 14솔로 깎았다. 그래도 내 엄브로 세컨백에 매달고 다닐 귀엽고 복슬복슬한 키링이 생겨 행복함.


제대로 된 시내 버스 탑승


  그렇게 기념품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흘렀다. 리마 구시가지까지 가려면 시내버스로 편도 50분은 가야 해서 조금 번거로운 상황. 내일 아침 일찍 이카 가는 버스도 타야 해서 고민하다가 오늘은 그냥 이곳 미라 플로레스 근처에서 유유자적 쉬기로 했다. 그런 김에 맛있는 밥을 먹으러 출발! 친구가 가고 싶어 하는 식당까지 거리가 좀 되어 봉고차 버스 대신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시내버스는 인당 1.8솔을 낸다.


콜리플라워로 만든 BBQ 치킨
달달한 가지 탕수육 티파까이(Tipakay)
고소하고 담백한 두부를 올린 볶음밥


  그러고 나서 도착한 리마 비건 맛집. 솔직히 처음에는 그렇게 끌리는 메뉴가 없어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음식을 먹고 나니 가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콜리플라워로 만든 BBQ 치킨이 맛있다는 리뷰를 보고 간 거였는데 진짜 치킨처럼 바삭하고 맛있었고, 내가 시킨 두부튀김 볶음밥(Saltado Oriental)도 담백하니 좋았다. 친구가 시킨 중국과 페루의 퓨전요리 티파까이(Tipakay)는 치킨 튀김 대신 가지 튀김이 올라왔는데 바삭하고 달콤해서 맛있었다! 참고로 치하우까이(Chijaukay)는 티파까이와 다른 점이 짠 소스를 사용한다는 것뿐이란다. 메뉴 이름이 너무 어려워 뭐가 뭔지 찾는데 한참 걸린 게 단점이다.


Seitan Urban Bistro

Seitan Urban Bistro · C. Schell 685, Miraflores 15074 페루

★★★★★ · 비건 채식 레스토랑

www.google.com


케네디 공원 앞 성당을 지나며
Pinkberry 요거트 아이스크림


  숙소로 돌아오면서 요거트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을 했다. Pinkberry라는 가게인데 13.5솔을 내면 원하는 토핑 5개를 고를 수 있게 해 준다. 확실히 기본 아이스크림보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뒷맛이 깔끔한 것 같아 좋다. 나는 치리모야와 딸기가 섞인 맛을 베이스로 했는데 딸기맛이 강해서 치리모야가 무슨 맛인지는 잘 모르겠더라.


Pinkberry
https://maps.app.goo.gl/h4YxX2CRVSWGSjMU6

Pinkberry · Mariscal Oscar Benavides 344, Miraflores 15074 페루

★★★★☆ · 요거트 아이스크림샵

www.google.com


  그리고 숙소에 오니 숙소 호스트가 우리가 점심 먹으며 부탁한 크루즈 델 수르 버스 예매를 완벽하게 마쳐두었다. 결제까지 다 해주고 티켓 출력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동했다. 물론 결제 비용은 들어가자마자 바로 현금으로 드렸음. 덕분에 드디어 크루즈 델 수르를 타 본다! 맨날 우리만 크루즈 델 수르 홈페이지가 먹통에 레드버스 결제는 안 되어 그 유명한 고급 버스를 타볼 일이 없었는데...

  홀가분한 마음에 방으로 들어와 씻고 막 나오는데 갑자기 숙소 전체가 뿌직뿌직거리더니 정전이 되었다! 내가 딱 씻고 빨래하고 나온 그 타이밍에! 갑자기 방이 암흑이 되고 와이파이는 먹통이 되고... 처음에는 금방 고쳐질 거라 생각했는데 조금 있다가 호스트가 방문을 두드리더니 전기공을 불렀는데 내일 아침에야 온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우리는 내일 새벽에 체크아웃을 하는데. 그 말인즉슨 숙소를 떠날 때까지 빛도 없고 와이파이도 없이 남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거다.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소리인지, 심지어 내 유심은 불량이라 예상치 못한 디지털 디톡스를 하게 되어 슬펐다. 푹 쉬며 웹툰이나 좀 보려고 했는데. 게다가 친구는 어둠 속에서 샤워를 해야 한다. 그래서 포기하고 세수만 했음. 웃긴 건 서킷 트래킹을 위해 챙겨 온 작은 손전등이 도움이 되었다는 거다. 쓰잘데기없는 걸 챙겨 온 게 아니라 다행이었다(하지만 삼각대는 좀 쓰잘데기없는 것 같다).

  그 손전등을 챙겨 공용 주방으로 가 어제 사둔 딸기와 페피노 멜론을 잘랐다. 딸기는 빨갛게 잘 익어 보여 산 건데 시고 단단했다. 친구는 인생 최악의 딸기라고 평가함. 페피노 멜론은 속이 정말 멜론같이 생겼는데, 먹었을 때 처음 느껴지는 맛은 단데 끝 맛이 수돗물 맛이 나서 좀 특이하더라. 아, 달다 하고 맛있게 삼키려는 순간 수돗물을 콸콸 들이켜서 기분이 나빠지는 그런 맛이다. 나랑은 안 맞아서 그냥 시고 단단한 딸기를 많이 먹고 누웠다. 그나저나 어두운 데서 누워 있으니 잠이 무척 잘 와서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자 버렸다.

3. 비용

  • 숙소 - 53.5솔
  • 식사 - 점심 45.5솔, 요거트 아이스크림 13.5솔
  • 관광 및 투어 - 알파카 키링 14솔, 지갑 5솔, 리마 - 이카 버스 42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