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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10일차 산크리스토발 플라야 만, 플라야 푼타, 티헤레타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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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10일차 산크리스토발 플라야 만, 플라야 푼타, 티헤레타스

딩동빵 2022. 11. 2.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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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야 푼타의 귀여운 등대


1. 일정

  • 오전 8시-9시 반) 간단한 아침 식사
  • 오전 10시 반-11시 반) 간단한 점심 식사
  • 오후 12시-3시) 플라야 만을 지나 플라야 푼타, 티헤레타스 왕복
  • 오후 6시 반-8시) 저녁 식사


2. 사진과 감상

갈라파고스 빵은 이제 그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제 문을 일찍 닫았던 빵집으로 다시 달려갔다. 왕복 15분 정도 되는 꽤 먼 거리인데도 크게 망설이지 않고 달려간 건 가장 맛있다던 크림빵과 패스츄리류를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글 리뷰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크림빵과 초코롤빵, 그리고 친구가 먹고 싶어 하는 크루아상과 그나마 비슷한 패스츄리빵을 샀는데 도합 2달러 정도로 가성비 좋다. 하지만... 크림빵에 크림이 가득 든 것을 상상했던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빵의 속면에 말라붙은 크림으로는 크림 맛을 느낄 수조차 없었다. 초코롤에는 초코가 과연 있기나 한가 싶었음. 그냥 싼 맛에 먹는 빵들이었다. 디저트를 사랑하는 나는 용납할 수 없었음.


느끼하지 않아 좋았던 새우간장볶음밥
베지테리언 야끼소바는 좀 짰음


  빵을 먹고 숙소에서 뒹굴거리다 나왔다. 오늘은 플라야 만부터 시작해서 플라야 푼타, 티헤레타스까지 구경하기로 한 날이라 본격적으로 걷기 전에 이른 점심으로 배를 채우기로 했다. 느끼한 음식에 질린 우리는 야끼소바 메뉴가 있는 가게를 선택했다. 구글맵에는 영업 종료라고 나와 있었는데 가니까 주문을 받더라. 구글맵은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하다.

  친구는 베지테리언 야끼소바(Yakisoba)를, 나는 새우간장볶음밥(Wok)을 시켰다. 야끼소바는 엄청 짰음. 새우간장볶음밥은 새우, 햄, 파프리카, 계란 등을 넣어 만든 볶음밥이던데 야끼소바보다는 덜 짜서 맛있게 먹었다. 새우가 통통하고 많아서 좋았음. 가격대는 크리스 버거만큼 비싸서 가성비는 떨어지지만 느끼하지 않은 음식을 찾는다면 좋은 곳.


WokByTheSea

WokByTheSea · Española, e, San Cristóbal 200101 에콰도르

★★★★☆ · 음식점

maps.google.com


이런 나무 간판 감수성 좋아한다
오늘도 1달러 소프트콘으로 상쾌하게 입가심


  점심을 배불리 먹어 부푼 배를 꺼뜨릴 겸 열심히 걷다가 1달러 소프트콘을 파는 가게를 지나치지 못하고 멈췄다. 오늘도 나는 초코맛 소프트콘을 골랐다. 하지만 산타크루즈 소프트콘과 비교하면 늘 아쉽다. 산타크루즈에서는 초코 시럽도 뿌려주고 아이스크림 자체도 훨씬 맛있다. 매일 먹고 다닐 걸 후회하는 중.


커다란 몸집에 비해 너무 귀여운 손
나도 저 옆에 누워 여유를 즐기고 싶다


  조그마한 오로 해변을 지나 플라야 만에 가까워지니 바다사자들의 냄새가 강해지기 시작한다. 냄새의 근원은 멀리 찾지 않아도 입구부터 잘 보인다. 꼭 한두 마리가 바깥까지 나와 늘어져서 자고 있더라. 자는 포즈를 보면 참 편안해 보인다.


아침의 플라야 만은 한적하고 조용하다
물 위에 올라와 있는 바다사자들이 별로 없다
일렬로 늘어선 요 친구들이 전부


어제저녁에 왔을 때는 모래밭이 온통 바다사자였는데, 아침에 오니 모래밭에 올라와있는 녀석은 얼마 없었다. 바위더미와 가까운 곳에 늘어져 있는 친구들이 전부였다. 다들 물에 들어가 돌아다니는 듯하다. 아이 두 명이 얕은 물에 들어가 노는 동안 바다사자가 가끔 그 주위를 돌아다니며 장난을 걸기도 하는 게 보였다.


엄청나게 통통한 친구가 귀여워서 한 컷 찰칵
나를 봤는데 귀찮은지 자세만 바꾸고 다시 잔다
개애애액 하고 울며 돌아다니던 아기


  바다사자한테 가까이 다가가면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쫓아낸다 하던데 여기는 생각보다 가까이 가도 애들이 가만히 있는다. 졸리고 귀찮아서 그런지 누운 채로 눈만 껌뻑 껌뻑 거리다 다시 자는 게 태반이다. 아기 바다사자들이 앙탈 부리며 울어대도 다들 크게 신경 쓰지 않기도 함.


푼타 카롤라와 티헤레타스를 가려면 방문록을 작성한다
갈라파고스 국립 공원이라고 거창하게 쓴 표지판


  플라야 만을 지나 푼타 카롤라와 티헤레타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사람이 하나도 없는 길을 지나 구불구불한 다리를 지나니 방명록을 작성하는 곳이 나타났다. 관리인을 보는 순간 설마 이곳도 코로나 이후로 돈을 받는 건가 싶어 긴장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관리인이 보는 앞에서 대표자 이름과 인원 등을 적고 나서 건물을 통과해 쭉 직진했다.


토르투가 베이 길목에 질리도록 있던 선인장
이 친구들은 처음 보는 선인장이었다


  토르투가 베이에서 질리도록 본 선인장도 있었고, 처음 보는 모양의 선인장도 보았다. 길이 양쪽으로도 나 있어서 뭐가 더 있나 기웃거렸는데 왼쪽은 조그마한 간이 공연장인 것 같았고 오른쪽은 간단한 전시관 같았다. 전시관에 들어갔는데 갈라파고스 현지인들의 생태 등을 작성해둔 것 같았다. 우리는 스페인어를 따라 읽다가 머리가 아파져서 그냥 나왔다.


티헤레타스와 푼타 카롤라를 가리키는 노란 표지판
토르투가 베이와 맞먹는 길이 나타난다


  다행히 직선 길이 맞았던 듯 노란색 표지판에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이 적혀 있었다. 그러고 나서 앞을 보니 풍경이 꽤 익숙하다? 마치 토르투가 베이의 입구에 서 있는 듯했다. 토르투가 베이는 쭉 직선 길이었다면 이곳은 구불구불 곡선 길이라는 것만 달랐다. 아참, 오르막길이 좀 있기도 하다. 갈라파고스에서 해변을 가려면 산을 타야 하나보다.

갈림길에서 왼쪽 길은 푼타 카롤라로 향한다


  한참(이라지만 15-20분 정도)을 걸어 갈림길에 도달했다. 왼쪽으로는 푼타 카롤라를 갈 수 있고 오른쪽으로는 티헤레타스를 갈 수 있다. 찾아보니 푼타 카롤라가 티헤레타스보다 가까워서 왼쪽을 먼저 가기로 했다.


벌써 바다사자 내음이 진동을 한다
저 멀리 귀여운 빨간 등대가 보인다


  5분 정도 더 걸어 푼타 카롤라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보인 건 정말 많은 바다사자 무리였다. 산크리스토발 섬의 모든 바다사자가 여기 모여있는 듯했다. 그만큼 냄새도 대박이었다. 이 해변은 해변가에서 여유롭게 쉬며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그런 느낌은 아니고, 바다사자들을 멀리서 지켜보기에 좋은 느낌이다.


Point Carola Beach

Point Carola Beach · 에콰도르

★★★★★ · 해변

www.google.com


산타크루즈와 비교도 안 되게 많은 바다사자들
한 녀석이 우리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사진을 찍는 친구를 향해 돌진하는 녀석


  친구가 열심히 바다사자 사진을 찍는데 한 녀석이 정면으로 돌진을 해온다. 바다사자는 물속에선 무척 빠른데 육지로 올라오기만 하면 몇 발자국 걷다가 풀썩 쓰러지거나 멈추더라. 이 친구도 열심히 돌진하다가 멈추고 다시 돌진하다가 멈춰서 우리도 덩달아 뒤로 조금 물러났다가 멈추기를 반복해야 했다. 결국엔 언덕 위 수풀로 가던데, 우리를 들이받으려던 게 아니라 다행이었다.


얼핏 보면 길이 없는 것 같지만 앞사람이 가길래 따라갔다


  처음엔 저 등대가 있는 곳까지 갈 생각은 없었는데 앞서 가는 사람이 성큼성큼 걸어가길래... 냉큼 따라갔다. 중간중간 길이 있어서 어렵지는 않다. 다만 길목과 수풀에 바다사자가 한 마리씩 쉬고 있어서 깨우지 않고 지나가려고 애를 썼다.


사람이 가기 힘든 곳에서 여유롭게 쉬고 있는 바다사자들
다가가면 분명 무섭게 쫓아오겠지?
돌무더기를 뚫고 솟아오른 동그랗고 귀여운 머리


  산크리스토발 항구를 돌아다니면 바다사자들이 저 바위에 많이들 올라가 쉬는 게 적잖이 보였는데, 이곳에도 모래밭보다는 저 바위를 더 선호하는 녀석들이 꽤 있었다. 등대까지 가는 동안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물에 젖은 바위 위를 잘 뛰어다닐 자신이 없어서...ㅎㅎ


부비새 둥지를 찾다가 저 멀리 어렴풋이 무언가를 봤음
안개 속에 묻힌 섬 하나


  저 멀리 키커락처럼 보이는 섬도 발견했다. 날이 흐려서 선명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멋있는 장관이었다. 다만 지금 다시 보니 키커락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떨어져 있는 두 바위섬이 있어야 하는데 저긴 하나의 바위섬처럼 보이는 걸로 보아 다른 섬 같기도?


무리에서 떨어져 등대에서 혼자 쉬고 있던 애기
저 요망한 작은 눈을 보자


  등대에 도달하니 홀로 자고 있던 아기 바다사자를 만날 수 있었다. 저 조그마한 귀와 배, 팔다리가 너무 귀여워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등대 뒤쪽으로 돌아가려고 가까이 가니 깨서 부모를 부르는 듯 깩깩대더라. 우리가 바로 물러서자 금방 다시 잠에 들었다.


부비새가 있을까 해서 정말 열심히 올라갔지만


  나는 여기서도 부비새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절벽 지형에 새들이 많이들 산다고 해서 절벽만 보이면 눈에 불을 켜고 움직였다. 푼타 카롤라에도 새들의 둥지가 분명해 보이는 똥 범벅된 하얀 절벽이 있어 험한 바위길을 올라 가까이 갔는데 아무것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간간이 활공하며 사냥하는 부비새는 많이 봤지만 가까이서 볼 기회는 더는 없었다.


바다사자 인형도 해변가를 구경시켜줬다
다시 티헤레타스로 가는 길


  야무지게 챙겨 온 베두인 반다나를 깔고 10분 정도 누워 쉬다가, 바다사자들의 천국에 온다고 데려온 내 바다사자 인형을 한 번 찍고 이만 티헤레타스로 이동했다. 푼타 카롤라로 들어온 길을 쭉 돌아 나와 아까의 갈림길로 다시 향했다. 그런데 세 갈래길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직진을 했더니 오르막길이 계속되고... 분명 물이 보이는 곳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눈앞에는 계단까지 나타났다. 티헤레타스 해변이 아닌 티헤레타스 전망대에 도착한 것이다...


어쩌다 보니 전망대를 와버렸는데 경치가 죽인다


  어쩌겠는가, 전망대에 올라왔으니 경치는 보고 가야지. 그런데 마지막 계단을 올라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실수로라도 이곳을 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흑색 암석 지형과 맞닿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너무 아름다웠다. 저 아래 보이는 곳이 스노클링 명소라는 티헤레타스인데, 순간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오지 않은 게 살짝 후회되었다. 이런 천연색의 바닷속엔 볼 게 얼마나 많을까?


Mirador Cerro Tijeretas

Mirador Cerro Tijeretas · 496R+6VM, Isla de San Cristóbal, Puerto Baquerizo Moreno, 에콰도르

★★★★★ ·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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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을 빌려 돌아다닐 수도 있다
저 멀리 보이던 조용한 해변가


  저 아래는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이 꽤 많았고 노란색 카약을 빌려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오른쪽 저편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한적해 보이는 해변가도 있는데, 저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꽤 험난한 바윗길을 지나야 한다.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여유를 즐기기엔 좋아 보이지만 왔다 갔다 힘들 것 같아 깔끔히 포기.


무척 청량했던 바다 빛깔
맞은편 해변가에는 바다사자도 꽤 있는 듯하다


  대신 궁금한 건 못 참아서 어느 길까지 가야 험난한 바위가 나오는지 조금 더 가보았다. 가다가 큰 암컷 군함새도 한 마리 봤다. 군함새 날아다니는 게 무척 자유로워 보인다. 나도 다음 생엔 새로 태어났으면...

  반대편 해안가에 좀 더 가까워지자 바다사자 소리가 들려온다. 저 바위를 멍하니 보고 있으니 바다사자 한 마리가 물속으로 뛰어든 듯 풍덩 하는 시원한 소리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새들의 흔적이 남아 있던 절벽 아래 바위
맑아서 돌아다니기 좋아 보이던 물가


  전망대로 돌아와 다시 티헤레타스로 향했다. 알고 보니 직진을 하다가 중간에 난 샛길로 내려가야 물가에 다다를 수 있는 거더라.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올라갔던 거였음ㅋㅋㅋ 그래도 덕분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물가에 가까이 가니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됐다. 주변에 옷가지나 가방 등을 걸어둘 수 있는 나뭇대도 많아서 물놀이 준비를 해 왔다면 마음 편히 즐기고 가기 좋아 보인다. 나는 생리 중인 데다 감기 기운이 살짝 있어 장비를 챙겨 오지 않았지만, 소지품 도난 걱정 없이 저 청량한 물속에서 헤엄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 동굴에는 바다사자 두어 마리가 쉬고 있다가,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한테로 쏜살같이 헤엄쳐 가기도 했다. 스노클링 포인트 중 가장 좋은 것 같음.


Muelle Tijeretas

Muelle Tijeretas · Baquerizo Moreno, Portoviejo, 에콰도르

★★★★★ · 해변

maps.google.com


멀리서도 보이는 푸른 발
푸른발부비새 한 마리 더 만남


  그러다가 저 멀리 똥칠된 바위 위에 무언가가 움직여서 유심히 보니 푸른발부비새였다. 갤럭시 울트라 22의 프로모드 20배 줌 카메라로도 저 녀석이 선명히 담기지 않아 속상했음ㅠㅠ 그래도 하얀 배와 푸른 발만은 담았으니... 그런데 나는 사진 열심히 찍는 동안에도 부비새가 두 마리 앉아있는 줄 몰랐다. 방금 블로그 글 쓰면서 사진 어루만지다 깨달음. 분명 나는 가운데 바위 녀석만 보고 열심히 사진 찍었는데 옆에 한 녀석이 같이 담겨있다ㅋㅋㅋㅋ


감자볶음밥 너무 맛있음


  돌아오는 길은 힘들었다. 엄청 걸어와서 돌아갈 때도 엄청 걸어야 했기 때문. 가는 길에 녹초가 되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깨끗이 씻고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뒹굴거렸다. 저녁은 저번에 맛있게 먹은 감자볶음밥 재탕. 이제 냄비밥은 도가 텄는데 문제는 밥으로 만들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이라는 거다. 다양한 레시피를 좀 고안해 봐야겠다.

3. 비용

  • 숙소 - 23,000원
  • 식사 - 점심 14달러, 마트 9달러, 소프트콘 1달러
  • 관광 및 투어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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