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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20일차 인생 첫 스카이다이빙을 해내다! 그리고 화제의 쇼 푸에르자 부르타 200% 즐기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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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20일차 인생 첫 스카이다이빙을 해내다! 그리고 화제의 쇼 푸에르자 부르타 200% 즐기기

딩동빵 2023. 1. 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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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스카이다이빙 무사히 성공!

1. 일정

  • 오전 7시-7시 반) 아침 식사
  • 오전 8시-9시 반) 스카이다이빙 센터로 이동
  • 오전 9시 반-11시) 센터 교육 후 대기
  • 오전 11시-오후 12시 반) 스카이다이빙
  • 오후 12시 반-2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센트로행 버스 대기
  • 오후 2시-4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센트로로 이동
  • 오후 4시-6시 반) 저녁 식사
  • 오후 8시-10시 반) 푸에르자 부르타 관람


2. 사진과 감상


  오늘은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날!!! 어릴 적 영화에서나 게임에서나 하늘을 자유로이 누비는 장면을 많이 봐서 어느 순간부터 하늘을 나는 게 내 꿈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아직은 기술의 한계 때문에 내가 새처럼 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탑승용 드론이 나오면 간접 체험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던 도중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서도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가자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그닥 간절하지 않았던 반면 스카이다이빙은 느낌이 좀 달랐다. 이왕 하늘을 날 거면 완전 높이 올라가서 뛰어내리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에서 인상 깊게 본 장면이 있는데 스카이다이빙을 하면 그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스카이다이빙 포즈가 딱 그랬다. 까마득히 높은 공중에서 온몸을 대자로 뻗고 아래 풍경을 마주하는 것!

  하필 내가 스카이다이빙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부에노스의 스카이다이빙 비용이 인상되어 살짝 고민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전 세계에서 부에노스가 가장 저렴하다길래 눈 딱 감고 하기로 했다. 여행은 후회 없이 해야 하니까. 그러려고 이번 여행도 시작한 거니까.


매콤한 열라면으로 아침 후다닥 해결


  친구는 높은 곳을 싫어해서 스카이다이빙을 할지 말지 무척 고민했다. 처음에는 절대 안 한다고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는지 결국 전날 하겠다고 결정했음. 우리보다 일찍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한 EB가 엄청 재미있다고, 수중에 현금만 있었다면 바로 또 탔을 거라고 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ㅋㅋㅋ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선 8시까지 픽업 포인트로 가야 해서, 아침은 어제 사 온 열라면 두 개를 끓여 간단히 먹었다. 열라면 처음 먹어보는데 되게 맵다ㅠㅠ


스카이다이빙 센터에 도착


  픽업 포인트에 갔더니 우리 말고도 외국인이 한 명 더 있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온 에드가라고 하던데 우리처럼 스카이다이빙이 처음이라고. 세 명을 태운 차는 한 시간 반쯤 달려 부에노스 아이레스 중심지를 벗어나 스카이다이빙 센터에 도착했다. 피곤했는지 정말 정신없이 잤는데 일어나 보니 센터였음. 벽에 그려진 저 로고가 이제 곧 우리의 모습이 되겠지...!


Skydive Center - Skydiving in Buenos Aires

Skydive Center - Skydiving in Buenos Aires · Ruta 20 km 2, B7130 Chascomús, Provincia de Buenos Aires, 아르헨티나

★★★★★ · 관광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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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중이라 아쉽게도 타지 못했던 경비행기
아마 우리가 타게 될 작은 경비행기


  널찍한 센터로 들어가니 큰 경비행기가 하나 있고, 바깥에 이어지는 넓은 초원에 작은 경비행기 두 대가 보인다. 아쉽게도 몇 주 전에 큰 경비행기가 고장이 나서 현재 수리 중이라, 우리는 바깥에 주차되어 있는 작은 경비행기를 타야 했다. 이 때문에 내가 하고 싶었던 카메라맨 옵션 스카이다이빙(나와 따로 다이빙을 하는 카메라맨이 내 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핸디캠 옵션(나와 함께 다이빙을 하는 강사가 고프로로 촬영하는 것)으로 바꿔야 했음ㅠㅠ 부에노스 아이레스 스카이다이빙 센터는 단 하나라 다른 선택지도 없더라.

정말 어웨이아웃에서 본 것과 똑같이 생김
평범하게 달았던 밀카 오레오 알파호르헤


  스카이다이빙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센터를 둘러보니 게임 어웨이아웃에서 본 경비행기 이륙 장소와 너무 똑같이 생겨서 속으로 방방 뛰었다ㅋㅋㅋ 한쪽에는 탁구대와 미니 축구 게임이 있고, 벽에 걸린 모니터로는 플스를 할 수 있다. 거기에 중앙에 위치한 큰 경비행기와 옆으로 밀고 닫는 문까지...! 여행 중에 내가 즐겁게 한 게임에서 본 풍경과 닮은 것들을 찾는 건 참 재밌다. 기다리면서 배가 고파서 챙겨 온 알파호르헤도 하나 까 먹었다. 밀카 오레오 맛 알파호르헤는 딱 기성품답게 맛있는 평범한 느낌.

신체포기각서도 하나 작성함ㅋㅋ


  영어가 짧은 에디와 힘겹게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직원이 돌아다니며 종이 한 장씩을 나누어준다. 얼핏 보니 스카이다이빙 하기 전에 다들 작성한다던 신체포기각서! 친구가 읽은 부분에는 '액티비티 특성상 근처에 의료 시설이 없으므로 이에 관해서 동의하라'는 말이 쓰여 있다길래 더 읽는 것을 멈췄다. 어차피 내가 죽으면 나랑 같이 뛰는 강사도 죽는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하다.


두 명분의 스카이다이빙 비용


  신체포기각서 쓰고 빈둥거리다가 직원이 결제해야 한다고 불러 센터 안에 있는 조그만 컨테이너로 들어가 앉았다. 2022년 12월 27일 기준(금액이 인상된 지 얼마 안 됨) 기본은 42,000페소, 핸디캠은 48,000페소, 카메라맨 세트는 64,000페소에 핸디캠과 카메라맨 모두 다 포함한 건 80,000페소다. 우리는 핸디캠을 골랐기 때문에 총 96,000페소를 내야 했는데 전부 200페소짜리로 내느라 가방에서 돈 열심히 꺼내는데 한세월 걸렸다.

하늘에서 뛰어내리는데 이 정도 교육만 받아도 되는 건가요


  그러고 나서는 한쪽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영상 교육을 듣는다. 영상 교육이라고 해 봤자 직원이 영상을 짧게 짧게 스킵해가며 중요한 것들을 속성으로 알려주는 시간이다. 영상에서는 착지할 때 다리를 잘 들어야 부상당하지 않는다는 등 부상 위험에 대해 강조하던데, 교육을 이렇게 속성으로 한 번만 해도 되는지 좀 의심되더라. 일단 뛰어내릴 때 자세와 뛰어내린 후의 자세 변화, 그리고 착지할 때의 주의점을 머릿속에 욱여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교육을 마치면 바로 스카이다이빙 장비를 착용한다. 아무래도 뛰어내리다 죽으면 안 되니까 강사들이 꼼꼼히 착용을 도와준다. 다 착용하고 나니 기저귀 찬 것 같은 꼴이 됨. 그리고 강사들은 헬멧을 쓰던데 우린 싸구려 고글 하나씩을 받았다(왜 나도 헬맷 안 줌?).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온 사람이 많으면 먼저 뛸 사람을 자원받던데, 우리는 세 명뿐이라 두 명인 나와 친구가 자동으로 첫 번째가 되었다.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작은 경비행기에 올라탐. 강사들은 센터에서 나올 때부터 고프로로 영상을 찍기 시작하던데 이름과 각오 말하라는 건 왜 하는 거임. 오글거려!

  친구와 나, 그리고 강사 두 명이 한 번에 한 경비행기를 타니 진짜 좁았다. 파일럿까지 총 다섯 명이 타서 바로 이륙한다. 신기하게도 공항에서 큰 비행기를 탈 때와 달리 경비행기는 이륙할 때 아무런 느낌이 안 든다. 그 와중에 바깥 풍경은 실시간으로 작아지고... 창으로 내리쬐는 햇빛은 뜨겁고... 하지만 여기까지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하나도 안 무서웠음.


친구가 하필 문에 가까이 있어서 먼저 뛰어내림ㅋㅋㅋ


  그런데 준비 자세를 한 뒤에 문을 열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문을 닫은 상태로 경비행기 안에 있을 땐 나름 조용해서 평온했는데, 문을 열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비행기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거기서 나오는 소음이 생각보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했다. 친구랑 눈누난나 여유 부리다가 문 열리자마자 이거 미쳤다고 소리 지름. 해발 3,000미터의 풍경이란. 그리고 친구는 발을 바깥으로 내밀자마자 떨어져 순식간에 점이 되었다. 비명 소리만 남긴 채...


모든 게 작게 보이는 순간


  정말 여기까지 오면서 한 번도 안 떨렸는데 막상 무방비하게 열린 문을 바라보니 심장이 쿵쾅대더라. 하지만 용감하게 두 발을 바깥으로 밀어내고 얌전히 강사가 뛰어내리기를 기다렸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었다, 그냥 어느 순간 떨어지고 있었음...

  막 뛰어내려서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동안 생각했다. 이러다가 진짜 기절하겠다, 떨어지는 감각 너무 싫다... 시속 200킬로로 떨어지는 거라 당연한 거였다ㅠㅠ 다행히 그건 찰나였고, 강사가 어깨를 두드리는 것과 동시에 양팔을 쫙 펴니 속도가 안정되고 아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진짜 짜릿했다. 모든 게 작게 보이고 나는 땅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는 감각. 내가 거대한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 바람이 강해서 얼굴이 좀 아팠지만 이것도 금방 적응된다.


40초 낙하 후 패러글라이딩으로 전환


  40초 정도 낙하한 다음에는 낙하산을 펴고 패러글라이딩 모드로 들어간다. 낙하산 펼 때도 아래로 훅 내려가는 느낌이 있어서 잠깐 눈을 감았으나, 적응하고 나서 풍경을 감상하니 너무 재밌었다. 이건 꼭 배틀그라운드 낙하를 실제로 하는 것 같기도 하고ㅋㅋㅋ

  저 아래 친구 낙하산도 보이던데, 바닥에 가까워지니 빙글빙글 돌며 내려가더라. 그게 어지러워 보여서 난 그냥 내려가고 싶었는데 내 강사는 묻지도 않고 냅따 빙글빙글 돌려버림... 롤러코스터도 어지러워서 잘 못 타는데 공중에서 엄청난 속도로 도니까 힘들었다ㅋㅋㅋㅠㅠ 내리는 것도 엄청 빠른 속도로 끝났다. 다행히 다리를 잘 들고 있다가 뛰랄 때 뛰어서 무사히 착지 완료. 친구는 뛰는 타이밍을 놓쳐서 넘어졌다.


얼떨결에 9살 더 먹은 사람 됨


  빙글빙글 도느라 정신이 없어 내리고 나니 살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고프로를 보며 인사하면 끝난다. 23살에 스카이다이빙 한 걸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양 손바닥에 숫자 큼지막하게 적었는데, 카메라에 찍힌 걸 보니 숫자를 거꾸로 적어서 얼떨결에 32살이 되어버렸다. 나중에 32살 되어서 23이라 적고 다시 찍어야지.


꽤 맛있었던 알파호르헤
낯 엄청 가리고 도도하던 센터 강아지


  이후 센터에서 에디도 스카이다이빙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에디도 무척 떨린다고 하길래 응원해 줬다. 기다리면서 영상과 사진도 바로 받고, 챙겨 온 알파호르헤도 마저 먹었다. 저 알파호르헤는 적당히 달고 부드러워서 맛있었다. 스카이다이빙 센터 옆에 작은 마켓도 있는데 딱히 끌리는 게 없어 부에노스 중심가로 돌아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젠 만테콜과 프루티야에서 벗어날 수 없음


  에디는 금방 돌아왔는데, 막상 뛰고 나니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스카이다이빙 센터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센트로로 돌아가는 건 버스를 통해야 했는데, 버스 정류장까지 드롭해주고 버스 티켓도 무료로 준다. 대신 오후 2시 출발이라 우리에겐 한 시간이 남게 되었다. 좀 앉아서 쉬나 했더니 에디가 바로 앞에 아이스크림 집이 있다며 우리를 그곳에 초대해도 되겠냐고 정중히 묻길래 거절하는 게 미안해 일어섰다.

  근데 에디 이 친구 매너가 무척 좋다. 문 열 때도 무조건 우리 먼저 지나가게 하고, 아이스크림 계산할 때도 본인이 초대했으니 본인이 살 거라고 한다. 우리 몫은 우리가 내겠다고 하니까 돈 넣으라고 막 그럼.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어를 잘 못한다는 거다ㅠㅠ 그래서 대화할 때 거의 다 번역기로 대화했다ㅋㅋㅋ 빨리 실시간 통역기가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Brinato helados & café

Brinato helados & café · Av. P. N. Escribano 176, B7130 Chascomús, Provincia de Buenos Aires, 아르헨티나

★★★★★ · 아이스크림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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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 마데로의 여인의 다리


  그렇게 아이스크림 얻어먹으면서 대화하다 보니 오후 2시가 금방 되어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는 느릿느릿 기어가느라 센트로까지 2시간 정도가 걸렸다. 푸에르토 마데로 근처에 도착하니 배고프고 피곤해서 좀 쉴까 했는데, 에디가 맥주 한 잔 같이 마시자고 해서 쉬는 계획은 실패. 그래도 마데로 항구의 여인의 다리는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리를 보자마자 어이가 없었다. 이게 여인의 다리? 뭐를 봐서... 역시 이런 건 꿈보다 해몽이다. 다리가 우아하고 매끄러워서 멋있긴 했지만 너무 아무 이름이나 가져다 붙인 것 같은 느낌.


Woman's Bridge

Woman's Bridge · Puente de la Mujer, C1113 CABA, 아르헨티나

★★★★★ ·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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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니 나름 맛있던 골든 비어


  나는 배가 고팠지만 에디는 밥을 먹기 전에 맥주를 마시고 싶어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마데로 항구에 쭉 늘어선 야외 펍 중 한 곳에 앉았다. 맥주가 그렇게 땡기진 않아서 달달해 보이는 골든 비어로 하나 주문했음. 이거 마시면서 에디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는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와서 일하며 살게 된 지는 4년 되었다고. 집에 고양이도 두 마리 키운다고 한다. 이 간단한 얘기도 번역기 돌려가며 해야 해서ㅋㅋㅋ 여기서부터 좀 진이 빠졌다. 하지만 착한 에디가 맥주까지 산다고 하길래 우리가 대신 점심 사겠다고 바득바득 우김.


Temple Craft Madero

Temple Craft Madero · Pasaje Peatonal, Juana Manuela Gorriti 867, C1107 CABA, 아르헨티나

★★★★☆ · 양조장 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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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한 스프링롤이 아니었을 뿐더러 맛없음
고기가 엄청 부드럽고 국물이 죽여주는 쌀국수


  점심은 한식을 먹을까 쌀국수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쌀국수가 땡겨서 사이공 누들 바로 결정했다. 푸에르토 마데로에서 근처 사이공 누들 바까지는 거리가 좀 되길래 우버를 불러 갔는데 이 우버까지 에디가 계산함... 그래서 음식을 푸짐하게 시켰다. 베트남 음식을 한 번도 안 먹어봤다는 에디한테는 쌀국수를 추천해 주고, 친구는 볶음면 같은 메뉴를 시켰다. 나도 쌀국수가 끌려서 쌀국수로 결정.

  같이 나눠먹으려고 시킨 과일 스프링 롤은 내가 예상한 것과 달라서 아쉬웠다. 짜조가 나올 줄 알았더니 월남쌈이 나왔는데, 심지어 그렇게 맛있지도 않아서 겨우겨우 먹다가 나름 맛있다는 에디한테 다 떠넘겼다. 하지만 쌀국수는 진짜 맛있었음. 아르헨티나가 저렴하고 질 좋은 소고기로 유명한데, 덕분에 쌀국수에 들어간 소고기도 정말 부드럽고 두꺼워서 속이 든든했다. 쌀국수 면은 일반 쌀국수 면보다 두꺼워서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먹다 보니 씹는 맛이 있어 중독되더라.


Saigón Noodle Bar

Saigón Noodle Bar · Marcelo Torcuato de Alvear 818, C1006 CABA, 아르헨티나

★★★★★ · 베트남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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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알파호르헤도 궁금해서 사 봤던 것
달달하니 느끼한 화이트 알파호르헤


  저녁에 푸에르자 부르타 공연을 보러 가야 하는 우리는 에디와 내일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푸에르자 부르타 공연은 오후 9시 시작이라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아 숙소에서 좀 쉬다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세 번째 알파호르헤도 먹었는데 화이트 알파호르헤는 좀 느끼하다. 원래 화이트 초콜릿 좋아하는 나한테도 과한 느낌.


푸에르자 부르타 공연장 입구에 도착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는 남미사랑 단톡방에서 알게 된 공연인데, 찾아보니 내한까지 했던 유명한 공연이더라. 이번에 아르헨티나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한 달 동안 공연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올라와 바로 예매했다. 한국에서는 티켓 하나에 십만 원이 넘는데 아르헨티나 페소로 결제하니 한화 만 칠천 정도밖에 안 한다ㅎㅎ 후기를 여럿 찾아봤는데 관객이 무대 속으로 들어가 즐길 수 있는 인터랙티브 공연이며 다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스트레스를 마구 풀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칭찬 일색이다.

  공연장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눈앞에 엄청난 대기줄이 보여 놀랐다. 어쩐지 차가 한 곳으로 몰리더니 다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차였나 보다. 그래도 줄은 빨리 줄어들어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QR 코드를 찍고 들어가니 아직 공연장은 닫혀 있고, 그 앞 바에서 술을 살 수 있도록 해 두었다. 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게 거추장스럽대서 술은 패스했음.


Ramón J. Cárcano & Julio Argentino Noble

Ramón J. Cárcano & Julio Argentino Noble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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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부터 심상치 않은 조명이 번쩍거린다


  공연 시작 시간인 오후 9시 5분 전쯤 공연장 커튼이 열렸다. 푸에르자 부르타 공연은 사방이 무대인 만큼 중앙 자리가 좋다고 해서 바글바글대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딱 중앙 자리를 잡고 섰다. 공연이 진행되는 한 시간 내내 서서 즐기는 방식인데 조명도 그렇고 공연 시작 전에 틀어주는 노래도 그렇고 클럽 느낌이다.


멋있고 강렬한 난타 공연으로 시작된 쇼


  지각왕 남미답게 9시가 되었는데도 한참 잠잠했다. 스포도 애매하게 당해서 배우들이 시작부터 사방에서 튀어나올까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는데, 딱 중앙에 다섯 명이 등장하더니 엄청난 성량으로 샤우팅을 하는 거다. 그러면서 난타와 노래를 번갈아가며 하는데, 여기서부터 분위기에 완전 빠짐. 배우들의 몸짓이나 소리가 이목을 한 번에 집중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처음부터 신선한 충격을 줬던 지구본


  중앙 무대 공연에 집중하다 보니 또 사방이 무대라는 걸 까먹고 있다가 친구가 뒤를 보라고 해서 겨우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천장에서부터 큰 구체가 중앙으로 다가오는데, 그 위에 배우들이 매달려 있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 내겐 가장 임팩트가 컸던 무대였다. 지구본이 자전하듯이 막 돌기 시작하는데 그 위를 배우들이 뛰고 날아다니며 표정과 몸짓만으로 연기하는데, 감탄밖에 안 나오더라.

수조 안에 있는 배우의 연기력이 미쳤다
배우들끼리의 교감도 엄청났음


  지구 퍼포먼스가 끝나고 공연 스탭들이 무대를 반으로 가른다. 나중에 왼쪽과 오른쪽 자리를 서로 바꿔서 똑같은 퍼포먼스를 한 번 더 보여주기 때문에 무대를 놓칠 거란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우리가 처음 본 무대는 수족관 퍼포먼스였는데, 수족관 안에 있는 배우의 무언 연기가 엄청났다. 중간에 아래에서 다른 배우가 등장해서 둘이 함께 연기를 주고받는데, 말 한마디 없어도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 싶은지 너무나 잘 표현한다.


원통을 거꾸로 뛰어올라가는 미친 퍼포먼스


  수족관 퍼포먼스가 끝난 후에 우리는 왼쪽으로 옮겨가서 긴 원통 퍼포먼스를 구경했다. 한 명의 배우가 잘게 찢긴 종이가 휘날리는 원통 안에서 거꾸로 매달린 채로 뛰어다닌다. 중간중간 원통이 기울며 배우와의 거리가 무척 가까워지는데, 그때마다 배우의 표정이 잘 보여 그가 표현하는 순간의 감정이 온전히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움직이는 레일 위를 런웨이하는 배우들


  앞선 퍼포먼스의 여운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무대가 금세 바뀌고 움직이는 레일 위를 네 명의 배우가 걷기 시작한다. 네 명 다 헐렁한 색색깔의 정장이 잘 어울리고 표정 연기가 압도적이라 런웨이를 하는 동안 사람들도 조용히 바라만 보더라.


춤과 노래가 너무 잘 어울려서 입 벌리고 봤다
춤이 정말 파워풀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강약 조절이 기가 막힌다


  그러다가 귀엽고 파워풀한 노래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배우들의 표정에도 생동감이 돈다. 그리고 말 그대로 무대 위를 통통 뛰며 온몸으로 춤을 추는데, 다들 춤도 너무 잘 추고 춤 자체도 노래와 잘 어울려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무대 위 아이돌을 왜 선망하게 되는지 이해하게 된 기분이었다.


오브젝트가 팡 하고 터지는 순간의 쾌감이란
전혀 지치지 않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


  한국에서 유명했던 달리는 남자 퍼포먼스는 따로 볼 수 없었지만, 그와 비슷하게 종이 상자를 팡 터뜨리는 장면은 여러 번 등장했다. 배트를 휘두르는 순간, 그리고 상자가 터지고 무대가 전부 종이 조각들로 뒤덮이는 순간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느낌이 뭔지 알겠더라.


바람을 이용한 퍼포먼스도 멋있음


  정말 감탄했던 퍼포먼스 중 하나는 빛을 이용해서 순간순간을 사진처럼 찍어내던 나비 퍼포먼스였다. 원통형의 나비 새장 안에 들어간 한 배우가 온몸을 비틀며 춤을 추는데, 빛이 점멸하면서 이어지는 동작을 하나하나 잘라내도록 한 발상이 너무 천재적이었다.

  바람을 이용한 퍼포먼스도 멋있었다. 처음 등장은 태엽을 감은 인형 같은 느낌이었는데, 바람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의지를 갖고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특히 천장에 달려 거꾸로 퍼포먼스를 펼친 배우는 감탄밖에 안 나왔다.

수중 속 거대 고래가 등장한 순간
천장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고래 손을 잡으려는 사람들


  이후 천장이 천막으로 덮이고 수중 공간을 연상시키는 화면이 뜨더니, 갈라진 틈 사이로 거대한 고래 풍선이 나타났다. 어쨌든 고래를 보긴 보는구나 싶어서 웃겼다ㅋㅋㅋ 이 퍼포먼스는 살짝 아쉬웠던 게, 처음에는 신비롭고 새로워서 즐거운데 질질 끄는 느낌이 좀 있다는 것. 거대한 풍선 고래 안에 배우들이 들어가 고래의 움직임을 조절하던데, 고래가 움직이는 걸 계속 보고 있자면 조금 지루하더라.


마지막 피날레까지 완벽


  여러 퍼포먼스를 보며 계속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중앙에서 멀어져 있게 되었는데, 마지막 피날레로 무대 중앙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기 때문에 물을 맞기 싫다면 미리 피해 있는 게 좋다. 덕분에 우린 사람들이 물 맞는 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 어디선가 배우들이 나타나 와이어를 매단 채로 물이 쏟아지는 구간을 날아다닌다. 이 퍼포먼스를 보고 잠이 싹 달아났음. 마지막까지 제대로 보여주는구나 싶었다.

공연이 끝나고 거대한 미러볼이 등장한다


  저 퍼포먼스가 끝나면 사실상 공연이 끝난 거다. 하지만 공연의 분위기를 이어 더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공연이 끝나고도 디제잉을 해 준다. 무대 중앙에서 마무리 난타 공연이 끝나면 천장에서 미러볼이 등장해 클럽 분위기를 만드는데, 아쉽게도 전부 스페인어 노래라 완전 몰입하기에는 힘들었다. YMCA나 마카레나 같은 고전 명곡도 틀어줬는데 그건 재미있었다ㅋㅋㅋ


너무 달달해서 금방 질리던 맛


  푸에르자 부르타가 생각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 명공연이었어서 오늘 하루는 정말 뿌듯했음. 난생처음 스카이다이빙도 해 보고 재미있는 공연으로 새로운 세상도 알아가고. 알차게 보낸 하루였다. 숙소로 돌아와서 마지막 남은 알파호르헤도 먹었는데, 이 친구는 너무 달아서 금방 질리는 맛이었음. 넷 중엔 그나마 미니토르타 브랜드가 가장 맛있는 것 같다.


3. 비용

  • 숙소 - 3,360페소
  • 식사 - 환타 300페소, 저녁 4,500페소
  • 관광 및 투어 - 스카이다이빙 48,000페소, 푸에르자 부르타 공연 1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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