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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18일차 남미의 잔잔한 크리스마스 길거리 돌아다니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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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18일차 남미의 잔잔한 크리스마스 길거리 돌아다니기

딩동빵 2023. 1. 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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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이는 오벨리스크가 정말 멋있다


1. 일정

  • 오후 3시-4시 반) 점심 식사
  • 오후 4시 반-7시) 산 텔모 시장 및 근처 광장 구경
  • 오후 8시-11시) 저녁 식사


2. 사진과 감상


  어제 밤늦게까지 돌아다녀서 피곤했는지 늦게 일어났다. 크리스마스 당일인데 어제 남미의 크리스마스이브를 겪고 나니 당일은 얼마나 조용할지 가늠이 안 되어 한참 동안 침대에서 뒹굴거리기만 했다.

  그러다가 한인민박에서 묵는 H가 몇몇 한국인들이 산 텔모 시장을 갔다 왔다는 톡을 보냈다. 산 텔모 시장이라 하면 부에노스 아이레스 센트로에서 일요일마다 열리는 길거리 장터인데, 각종 기념품과 현지 물품을 구할 수 있다. 우리는 하필 크리스마스 당일이 일요일이라 시장은 문을 닫을 줄 알았는데, 열었다길래 눈이 번쩍 뜨임! 구글맵에 검색해 보니 시장은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고 떠 있는데 메시지를 받은 시간은 오후 3시여서 정말 빠르게 준비를 하고 나왔다. 산 텔모 시장까지 걸어가는 시간만 30분이라 마음이 촉박했음.


사람 하나 없는 도시와 오벨리스크


  숙소 바깥엔 정말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어제보다 나은 건 날이 밝아서 음침한 분위기는 아니란 점. 산 텔모 시장 쪽으로 내려가는 중간에 선명한 오벨리스크도 봤다. 오벨리스크는 생각보다 도시랑 잘 어울리고 멋있더라. 크리스마스 덕분에 사람 하나도 없는 도로와 오벨리스크 사진을 건졌다.


사람 없는 유럽 거리를 걷는 느낌


  그래도 밝은 대낮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길거리를 걸어 다니며 곳곳을 구경하는 건 재미있었다. 부에노스의 이런 수직적이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보면 유럽 같아서 유럽식 건물을 좋아하는 내겐 즐거운 산책 시간이었다. 페루 쿠스코 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대도시가 될 것 같은 예감.


굳게 닫혀 있던 산 텔모 시장 건물
닫힌 문틈 사이로 보였던 시장 고양이


  그렇게 30분 동안 열심히 걸어 도착한 산 텔모 시장은 굳게 닫혀 있었다. 열었다며! 구경했다며! 알고 보니 사람들이 구경하는 산 텔모 시장은 거리에 널린 노점상과 여러 편집샵까지 포함한 거였는데, 우리는 산 텔모 시장 건물만 보고 닫았다고 생각했던 거였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과거의 우리... 순식간에 할 일이 사라져 무척 실망스러웠다. 그 와중에 제대로 먹은 게 없어 배가 고파 일단 주변에서 밥이라도 해결하기로 했음.


Mercado San Telmo

Mercado San Telmo · Bolívar 970, C1066AAT, C1066AAT CABA, 아르헨티나

★★★★★ ·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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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먹는 눈물겨운 햄버거 세트


  결국 오게 된 모스타짜(Mostaza). 이제 진짜 햄버거는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았는데... 크리스마스 날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게 되었다... 심지어 주변에 연 가게가 없어서 여기만 사람이 미어터진다. 나는 기본 버거를 시켰고 친구는 비건 버거를 시켰는데, 어이없게도 내 버거엔 야채가 있고 친구 버거엔 패티밖에 없음.

  점심을 먹으면서 누군가가 남미 단톡방에서 부에노스에서 한식당 같이 갈 사람을 구하길래 더는 패스트푸드를 먹고 싶지 않았던 우린 냉큼 답장했고, 저녁에 한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외국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한식을 먹고 싶진 않았지만, 영양가 없는 패스트푸드는 더더욱 싫다...


Mostaza

Mostaza · Defensa 982, C1065AAR CABA, 아르헨티나

★★★★☆ ·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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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전통 차인 마테를 마시는 컵과 빨대


  그래도 나름 맛은 있어서 배불리 먹고 나왔다. 나와서 보니 길거리에 가끔 문을 연 가게가 있길래, 시장 구경은 못 해도 거리 구경이라도 하자 싶어서 거리를 쭉 걷기 시작했다. 관광객이 많은 팔레르모 거리 쪽은 크리스마스에도 문 연 가게가 좀 있을 거라던 말이 맞아서 놀랐다. 프랜차이즈 기념품 가게 구경도 했는데 이쁜 엽서가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더라. 친구는 한국으로 편지 보낸다고 엽서 다섯 장을 샀다.


I Love Gifts

I Love Gifts · Defensa 962, C1065 CABA, 아르헨티나

★★★☆☆ · 기념품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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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열리고 있던 산 텔모 시장
탱고의 발상지 라 보카(La Boca) 그림


  그렇게 열린 가게 찾아 길을 걷다 보니 인파가 점점 늘어나고,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 길거리 산 텔모 시장이 열려 있었다. 신나서 쭉 구경했는데 마테 컵과 빨대, 목걸이, 잡동사니 등을 파는 게 전부였고 좌판도 그렇게 많지는 않아 아쉬웠다. 명절은 명절이긴 한가 보다. 좌판이 이어지는 길은 무척 길었으니 평소의 산 텔모 시장이라면 볼거리가 엄청 다양했을 것 같다. 그나마 신기했던 건 와인을 꽂아두는 오벨리스크 모양의 나무 걸이와 몇몇 빈티지 가게 정도.


시장을 벗어나니 사람이 싹 사라졌다


  놀랍게도 시장을 벗어나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시장을 지나다닐 때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어디서 나왔나 싶을 정도로 인산인해였는데 돌아가는 길에는 다시 음습한 아포칼립스 분위기의 도시가 되어 있더라. 그런데 난 이런 분위기가 무척 좋다. 위험하지만 않다면ㅎㅎ


이탈리아 로마 느낌이 나는 마요 광장
광장 중앙엔 작은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다


  시장을 벗어나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마요 광장을 들렀다. 광장은 이탈리아 로마의 느낌이 나던데 무척 내 취향! 일몰 때 여기서 시간을 보내도 참 좋을 것 같다. 여긴 휴일임에도 사람들이 드문드문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런 크고 넓은 광장을 보고 있자면 유럽이나 남미가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마요 광장

마요 광장 · Hipólito Yrigoyen s/n, C1087 CABA, 아르헨티나

★★★★★ · 역사적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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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광장 앞에 있는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Casa Rosada)
햇빛을 받아 더 이쁜 색이 되었다
유럽 광장보다도 이쁜 것 같기도 하고


광장 앞에는 고풍스러운 분홍색 건물이 있다. 구글맵을 찾아보니 대통령궁인 카사 로사다(Casa Rosada)란다. 예전에 베트남으로 패키지 가족여행을 가서 본 분홍색 성당은 그 비주얼이 매우 충격적이었는데, 카사 로사다는 첫눈에 반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색이나 외양이 너무 우아하다. 내부에서 투어도 진행하는 것 같던데 우린 그냥 구경만 했음.


카사 로사다

카사 로사다 · Balcarce 50, C1064 CABA, 아르헨티나

★★★★★ · 연방정부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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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높은 시계탑도 하나 보인다


  광장 주위에는 높은 시계탑도 하나 있고 아르헨티나 월드컵 우승 후 선수들이 퍼레이드할 때 걸어두었던 거대한 국기 현수막도 보인다. 퍼레이드 당시 오벨리스크 근처는 노상방뇨와 폭죽으로 난장판이었다던데 그때 부에노스에 있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함.

연어처럼 돌아온 모스타짜에서 라떼 한 잔


  열심히 걸어 다녔더니 목이 말라서 카페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런데 주변에 문을 연 카페가 모스타짜 빼고 하나도 없다. 거짓말처럼 모스타짜로 돌아왔다... 처음엔 아이스 음료가 먹고 싶었는데 갑자기 따뜻한 라떼가 땡겨 라떼에 크로와상 두 개 주는 세트를 시켰다. 크로와상은 밍밍하니 별로였고 라떼도 맛이 없었지만 갈증을 해소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Mostaza

Mostaza · Av. Pres. Roque Sáenz Peña 572, C1016 AAN, Buenos Aires, 아르헨티나

★★★★☆ · 패스트푸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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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맛있어서 계속 집어 먹은 반찬


  그리고 저녁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 부랴부랴 지하철 타고 한인 타운 쪽으로 갔다. 지하철 타는 것부터 고난이었는데, 분명 구글맵에는 열려 있다고 표시된 지하철 입구가 굳게 닫혀 있어 당황스러웠다. 우리와 만나기로 한 사람은 지하철을 잘만 타고 가고 있대서 다른 입구를 찾아 들어가니 겨우 탈 수 있었다. 도대체 지하철 입구는 왜 열었다 닫았다 하는 건지.

  다행히 지하철을 무사히 타고 40분 정도 달려 한인 타운에 도착했다. 지하철 입구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행 G와 그의 스위스 친구 리오넬을 만나 식당까지 쭉 걸어가는데 간판이 전부 한국어라서 좀 신기했다. 그리고 도착한 식당 입구엔 사람이 엄청 많았음! 그래서 그런지 예약 손님만 들여보내 주던데 다행히 G가 미리 예약을 해 둬서 우린 프리패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하하.

  각자 메인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역시 한식당답게 반찬이 푸짐하게 나온다. 계란 장조림과 콩나물과 김치, 오이무침, 그리고 콩조림이 나왔는데 진짜 모든 반찬이 다 맛있어서 반찬만 한참 집어먹었다. 계란 장조림이랑 김치는 리필까지 받았는데 리필도 왕창 해 줘서 메인 나오기도 전에 배 터짐.


KU:L

KU:L · C1406DGL, Av. Carabobo 1107, C1406DGL CABA, 아르헨티나

★★★★☆ · 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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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서 엄청 맛있는 김치찌개
매콤하긴 한데 살짝 단 오징어볶음
불맛 나는 푸짐한 김치볶음밥


  그리고 메인 메뉴가 나왔는데 G가 왜 여기에서 밥 먹으면 절대 다 못 먹는다고 하는지 알겠더라. 양이 정말 많다. 게다가 엄청 맛있음! 김치가 잘 익은 진한 김치라 김치찌개도 완전 얼큰걸쭉하다. 친구가 시킨 김치볶음밥도 한 입 뺏어먹곤 반해서 더 먹음ㅋㅋㅋ 배가 점점 불러오는데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는 마성의 김치찌개와 김치볶음밥이었다. 근데 너무 양이 많아서 맛있어 더 먹고 싶은데도 터질 것 같아 포기함ㅠㅠ 오징어볶음은 매콤하긴 한데 좀 달아서 내 입맛엔 안 맞았다. 여긴 김치류 메뉴가 짱인 듯.


뽕따까지 있을 줄은 몰랐음


  거의 처음으로 소맥도 먹음. 크리스마스에 김치찌개와 소맥을 먹다니... 부에노스에 한국을 불러오는 매직. 다 먹고 배 팡팡 두드리며 나가려는데 가게에 있던 애들이 뽕따를 꺼내 먹는 걸 보고 눈이 돌아서 우리도 뽕따 하나씩 먹었다. 한국에선 안 먹을 소다맛 뽕따인데 외국에서 보니까 김치찌개 식후땡으로 땡기더라.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니 어느덧 밤이 늦어 먼 길 가야 하는 우리는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인 타운은 치안이 안 좋대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데 좀 쫄렸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깜깜하고 인적 드물기까지 해서...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버스에 타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던 남미에서의 크리스마스. 남미에 짱친이나 가족이 있는 게 아니라면 남미 여행할 때 연말연초는 피하자는 교훈을 얻었다.


3. 비용

  • 숙소 - 3,360페소
  • 식사 - 점심 1,720페소, 저녁 3,400페소, 커피와 크로와상 329페소, 주스 100페소
  • 관광 및 투어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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