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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의 게임/여행라이프
[에콰도르] 2일차 과야킬 말레콘 공원에서 육지 이구아나 만남/산타 아나 힐의 444계단 오르기/갈라파고스 대비 먹거리 쇼핑 본문

1. 일정
- 오전 9시-10시) 아침 식사
- 오전 11시-오후 2시) 말레콘 구경 및 산타 아나 힐의 444계단 전망대 오르기
- 오후 2시-7시) Mall Del Sol에서 갈라파고스 대비 먹거리 쇼핑
- 오후 7시 반-9시) 저녁 식사
2. 사진과 소감

오래간만에 중간에 안 깨고 푹 잘 잤다. 숙소 주변이 조용하기도 하고 침대가 푹신하니 편하기도 했다. 내려가니 아침으로 햄치즈 샌드위치를 준비해 두셨다. 주스와 함께 먹으니 담백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잘 먹는 걸 본 사장님이 하나씩 더 구워주셔서 배 터지도록 먹었다. 심지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 하니 냉장고에 아주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있다며 꺼내 주셨는데 세 가지 맛을 골고루 푸짐히 담아주셔서 행복했다.
아침을 먹으며 오늘 말레콘을 갔다가 산타 아나 힐을 가고 싶다 하니 관광하기 좋은 루트를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말레콘 공원에서 강가 산책로를 쭉 따라 걷다 보면 산타 아나 힐과 444계단이 나온다고. 숙소에서 말레콘까지는 20분 정도가 걸리는데, 원하면 우버를 잡아주겠다 하신다. 덕분에 5달러로 안전하게 말레콘까지 갈 수 있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며 정말 조심하며 다니라고 하셔서 긴장 많이 하고 나갔다. 코로나 시국 전보다 요즘 더 치안이 안 좋다고 하셔서 아무 생각 없다가 쫄았다. 콜롬비아 산타마르타나 타강가는 정말 평화로웠거든...


편하게 택시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말레콘 공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마곡 식물원 주변의 공원처럼 넓은 풍경을 기대하고 들어선 공원은 입구에서부터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아 당황스러웠다. 산책을 하며 돌아다닐 곳도 딱히 없이 스무 발자국이면 공원 끝에서 끝까지 횡단할 수 있는 정도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친구한테 나도 모르게 이게 전부인가?라고 했을 정도. 그런데 막 실망하려는 찰나, 몇 발자국 앞에 가만히 서 있는 이구아나가 딱 눈에 들어왔다.
Parque Seminario
Parque Seminario · Chimborazo, Guayaquil 090313 에콰도르
★★★★★ ·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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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숲을 자세히 보니 이구아나가 그보다 더 많았다! 실망스러웠던 감정이 싹 풀리고 순식간에 무척 들떴다. 육지 이구아나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구아나 떼가 득시글거리는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는 조금 징그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하나도 징그럽지 않았다. 오히려 진짜 귀여웠다.


공원 풀숲뿐 아니라 산책로처럼 깔아 둔 포석에도 이구아나가 포진해 있다. 일광욕을 하는지, 가만히 서서 햇빛을 받으며 꼼짝 않고 있다. 꼬리가 엄청 길고 얇아서 정신 놓고 걸어 다니다간 밟을 것 같다. 우리가 돌이 된 이구아나들과 사진을 찍으니 지나가던 청소부 아저씨가 이구아나 배를 긁는 시늉을 했다. 정말 개한테 하는 것처럼 배를 긁어주라고? 우리가 당황하자 빵 터진다. 실제로 한 아이가 겁 없이 이구아나한테 다가가더니 머리를 긁어주더라. 지켜보던 나도 용기를 얻어 가만히 있는 이구아나한테 다가가 배를 살짝 만져주었는데 너무 까끌까끌해서 부드럽게 긁어줄 수가 없어 힘들었다.


공원 끝자락에 있는 작은 연못에는 작은 거북이들도 많이 있다. 갈라파고스에서 볼 대왕 거북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뽈뽈 헤엄쳐 다니는 게 너무 귀여웠다. 몇 마리는 잉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데 그러다가 잉어가 거북이 머리 쪽으로 몸을 트니 껍데기 속에 머리를 쏙 넣고 숨어버리는 진귀한 광경을 걸 여러 번 봤다. 연못의 큰 돌은 물 밖으로 나와 쉬고 있는 거북이로 빽빽했는데 이구아나보다 이게 더 징그러웠다.


택시를 잡아주는 길에 사장님 남편분이 우리에게 장난스레 머리 위를 조심하라 했던 게 기억나서 나무를 유심히 살펴보니 이구아나의 긴 꼬리가 슬쩍 보인다. 다른 나무를 보니 녀석들이 높은 곳에 바글바글했다. 머리를 조심하라는 게 이구아나 똥을 조심하라는 거였기에 나무 사진만 찍고 그 자리를 금방 피했다. 머리 위에 똥을 맞았다간 그날 온종일 구리구리한 냄새와 함께 다녀야 할 테니까.

그 와중에 몸 색이 오묘하니 이쁜 이구아나를 발견했다. 크기도 다른 녀석들보다 월등히 커서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금세 아이들에게 둘러싸이더라. 귀찮았던지 생각보다 재빠르게 아이들 무리를 빠져나와 연못가로 가던데. 갈라파고스 영상에서 본 바다 이구아나는 물속에서 빠르고 육지에서는 미동도 않던데 이곳 육지 이구아나는 무척 빠르게 걸어 다녀서 놀랐다. 물론 얘네들도 햇빛을 받으며 가만히 멈춰 있기는 한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재빨라서 처음에 조금 놀람.


공원에 나가기 전 다시 나무 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쭉 늘어진 저 긴 꼬리들을 처음에 어떻게 못 봤나 싶고. 나무 위를 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저곳까지 올라간 녀석들은 바닥에 있는 녀석들보다도 꼼짝 앉고 있기에 기다림은 포기해야 했다. 이제 생각보다 더 즐거웠던 작은 말레콘 공원에서 나와 강가 산책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말레콘 근처가 관광객이 붐비는 시내라 그런지 생각보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많아 놀랐다. 말레콘 산책로까지 가는 길에 동상도 많이 봤음. 유럽풍의 엄청나게 큰 건물도 봤는데 시청 건물인 것 같았다. 친구랑 규모나 세련됨에 놀라면서 걸어갔다. 다행히 큰 길가라 음침하거나 위험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을 때, 말레콘 산책로는 우리나라 한강 산책로와 비슷한 느낌이라는 말을 들었다. 직접 걸어보니 맞는 말이다. 강 색이 똥물이라는 것까지 비슷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비교적 안전한 거리를 걸어 다니니 살 것 같았다. 걷다 보면 사이버펑크스러운 디자인의 과야킬 글자가 보이고, 저 멀리 산타 아나 힐과 관람차도 눈에 들어온다.
말레콘 2000 산책로
말레콘 2000 산책로 · Malecón, Av. Vicente Rocafuerte Bejarano, Guayaquil 090313 에콰도르
★★★★★ · 관광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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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를 걷다 보니 금방 관람차에 가까워졌다. 관람차 주변에 가오리 놀이기구나 미니 자이로 드롭 등도 있다. 오는 길에는 쥐라기 공원 테마파크도 봤고. 범퍼카나 수상보트 가격을 보니 1달러던데 재미있어 보이니 나름 가성비 좋을 것 같다. 길목에 길거리 기념품 가게도 쭉 늘어서 있다. 콜롬비아에서부터 질리도록 봐온 팔찌며 원석 목걸이 등이 널려 있는데, 그중 등딱지가 귀여운 거북이 친구를 발견했다. 마음에 들지만 일단 444계단부터 갔다 오기로 한다.


관람차는 걷는 내내 탈까 말까 고민했지만, 산타 아나 힐에 가까워질수록 멋있는 뷰포인트가 보이지 않아 조바심이 생겨 1회 티켓을 끊었다. 친구는 그렇게 타고 싶은 건 아니라 나 홀로 관람차에 탑승했다. 목표는 산타 아나 힐의 전경을 한 화면에 들어오도록 찍는 것. 관람차는 그리 크지 않아 12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도는 데 충분했다. 가격은 5달러.
관람차 절반을 넘어가 산타 아나 힐을 마주 보니 풍경은 참 아름다웠다. 딱 내가 원하는 구도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니 신이 났다. 관람차 내부도 에어컨이 나와 시원했음. 하지만 창문이 굳게 닫혀 있고 그리 깨끗하지 않아서 나중에 카메라로 열심히 찍은 사진을 보니 흐릿하고 더럽더라. 단순히 풍경을 눈으로 감상하기 위해서라면 관람차를 탈 이유가 충분하지만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굳이 싶다.

시네말레콘을 지나고 말레콘 공원의 끝자락에 도착하니 공원을 나가는 문이 보인다. 그곳으로 나가니 산타 아나 힐이 더욱 가까워져 있다. 444계단이 시작되는 길은 찾기 어려웠지만 폰을 꺼내 구글맵을 보면서 걷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에 열심히 걸었다.

그러다가 높이 이어진 골목길과 계단을 발견! 누가 봐도 산타 아나 힐의 444계단이다. 친구가 1번 계단부터 시작하는 걸 찍고 싶다길래 1번 계단을 찾았는데 벌써 7계단쯤 올라온 상태였다. 1번 계단은 정말 바닥에 붙어 있으니 잘 찾아보자. 001 숫자 사진을 찍고 패기롭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Las Peñas
Las Peñas · 과야킬 에콰도르
과야킬 에콰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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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계단이 위치한 라스 페냐스(Las penas)은 원래는 빈민가였다고 한다. 마치 브라질의 파벨라 같은. 그런데 알록달록한 집들이 유명해지면서 현재는 꽤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고. 그래도 여전히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장소라서 구석진 곳을 돌아다니면 위험하다. 계단과 좁은 골목 등이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치기 딱 좋은 환경이라고, 판다 민박 사장님이 연신 조심하라 당부하셨음. 사람들이 많을 때 올라가라고 하셨는데 다행히 우리가 계단을 오를 땐 사람이 드문드문 있었다.


나와 친구는 정직하게 계단만 열심히 올랐다.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한 색감이 눈에 띄는데, 계단을 오르면서 보면 그냥 평범한 집과 골목길 같다. 가끔 이쁜 풍경을 건질 수 있을 법한 샛길과 골목이 눈에 띄었는데, 그런 곳은 사람이 없고 조용해서 깊이 들어가지는 못하겠더라. 얼른 사진만 찍고 돌아와서 메인 계단을 열심히 올라갔다.

이 고양이 사진을 찍다가 문득 눈앞에 있는 문 열린 집을 보게 되었는데 인기척 없는 어두운 방 안에 사람이 가만히 앉아 있어 놀라기도 했다. 다행히 그 골목은 관광객이 너 다섯 명 정도 있어 나름 안전했지만... 쫄은 티를 안 내기 위해 고양이에 집중하는 척하느라 힘들었다.

444계단을 오르는 건 힘들지 않았다. 덥긴 했어도 잘 포장된 규격 계단이라... 요르단 페트라 등에서 경험했던 무식하게 길고 높고 험한 계단보다 훨씬 쉽다. 오르는데 15분 정도 걸린다더니 딱 그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래도 전망대로 나아가기 전에 444계단 인증 사진은 찍어둔다.

전망대에 오르면 노란색 교회와 마주 보고 서 있는 등대가 하나 있다. 등대까지 올라가면 과야킬 시내를 쭉 둘러볼 수 있다. 등대 계단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 한번 올라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멀리 내다보는 것도 재미있다. 여전히 강물 색은 진한 똥물색이지만 뷰 자체는 나쁘지 않다.



산타 아나 힐만을 보고 싶다면 등대에서 내려와 노란색 교회 뒤쪽으로 가면 된다. 그러면 자줏빛 꽃 사이로 빽빽이 들어선 색색깔의 집이 보인다. 바로 뒤편에는 높은 빌딩이 늘어선 도시가 보여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주변에 무료 망원경도 놓여 있어 집들의 생김새를 가까이 볼 수 있다. 관람차 사진으로 속상했던 기분이 이곳에서 사진 몇 번 찍고 나서 순식간에 뒤집혔다.


내려가는 길에 흰색 양말을 신은 검은 고양이를 만나 우연찮게 이쁜 골목도 발견했다. 들어가 보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만...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있던데 귀여워 죽겠다. 골목 계단을 내려가면서 경찰도 몇 명 봤는데 대부분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낄낄대고 있다. 경찰이 있어 안심이 됐다가도 저런 상태로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심이 되니 영 아니꼽다.

중간에 벽에 걸려있던 에콰도르 국기를 보았는데 국기 안의 해 그림 표정이 볼만해서 찍었다. 원래 국기도 이런 표정인지 궁금하다. 무념무상 멍 때리는 표정처럼도 보이고 세상에 환멸이 잔뜩 나서 눈에 초점이 사라진 표정 같기도 하다. 에콰도르 국기 중앙에 있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재미있다.

골목을 전부 내려와서 산타 아나 힐 근처의 스윗 커피를 가려다 길을 잘 모르겠어 말레콘 산책로를 따라 걷다 발견했던 지점으로 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도중 아까 눈독 들였던 거북이를 다시 본 순간 운명이다 싶어 바로 하나 집어 들었다. 1개에 3달러고 3개에 5달러라고 했는데 3개 살 걸 무척 후회 중이다.


거북이 친구도 만들었겠다, 신나는 발걸음으로 걸으니 금방 스윗 앤 커피(Sweet & Coffee)에 도착했다. 콜롬비아에 후안 발데즈(Juan Valdez) 브랜드가 있다면 에콰도르에는 스윗 앤 커피가 있다고 한다. 찾아보니 에콰도르에는 스타벅스가 없던데, 스윗 앤 커피에 들어가 보니 스타벅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에스프레소만 마셔서 스타벅스가 참패했다던 이탈리아에도 스타벅스가 가뭄에 콩 주듯이 있었는데 에콰도르는 아예 찾아볼 수 없으니 스윗 커피의 음료 맛이 기대되었다.
친구는 할로윈 테마 음료를 시켰고 나는 실패할 일 없는 오레오 쉐이크를 시켰다. 치즈 케이크는 부드럽고 꾸덕해 평타 이상이었고, 오레오 쉐이크는 깊은 우유 맛이 나쁘지 않았다. 할로윈 음료는 사과에 체리를 섞은 맛이었는데 꽤 맛있었다.
Sweet & Coffee - Malecón 2000
Sweet & Coffee - Malecón 2000 · Malecón Simón Bolívar S/N y, Luis Urdaneta, Guayaquil 090306 에콰도르
★★★★★ · 커피숍/커피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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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를 마시며 갈라파고스에 가기 전 살 물건 목록을 쭉 정리했다. 한인 마트에서는 간장과 고추장, 부침 가루, 그리고 라면류를 사고, 현지 마트에서는 멀미약과 각종 과자와 조미료, 그리고 잼 등을 사는 게 가장 좋아 보였다. 그래서 말레콘 공원 근처에 있는 아시아 마트로 가서 열정적인 쇼핑을 한바탕 했다.
불닭 2개와 김치라면 2개, 감자라면 2개를 챙겨 넣고 부침가루가 없어 아쉬운 대로 튀김가루를 샀다. 간장까지 구해서 이 정도면 됐다 싶었음. 라면은 하나당 2달러에서 2.5달러 정도였는데 한화로 환전해보니 한국에 비해 엄청 비싸긴 하더라. 피눈물이 났지만 그래도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단 훨씬 저렴하고 맛있으니 됐다.
Supermercado Asiático - ASIA MARKET
Supermercado Asiático - ASIA MARKET · R438+QH7, C. 7 S-E - Gral. Antonio José de Sucre Alcalá, Guayaquil 090313 에콰도르
★★★★★ · 아시아 식료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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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마트에서 열심히 쇼핑하고 나서는 현지 마트인 Mall del Sol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판다 민박 사장님께 에콰도르에서 안전한 택시를 잡는 팁을 물으니 노란색 차에 나이가 좀 있는 기사님이면 괜찮을 거라고. 딱 조건에 맞는 택시가 잡혔고, 몰 데 솔이라 하니 4달러를 부르길래 가격도 괜찮아 바로 오케이 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모두 택시를 타면 지도를 켜 두고 위치를 확인하자...
전날 친구도 Mall del Sol과 Mall del Sur를 헷갈려서 정확히 Sol임을 확인했었다. 그리고 우리도 기사한테 전달할 때 둘을 헷갈릴까 봐 몇 번이고 '수르'가 아닌 '솔'이라고 했다. 그렇게 20분 정도 달렸을까, 큰 마트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불길하게도 Mall Del Sur라는 글자가 함께 보인다. 에이 설마, 여기를 지나쳐서 솔 마트로 가겠지? 했는데 기사가 다 왔단다. 우리가 당황해서 여기 아니고 솔 마트라고 하니 기사는 여기가 솔 맞다고 한다. 결국 타이핑을 쳐서 보여주니 솔 마트는 이곳과 정반대 방향이라 한다. 어이없음.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 원래 가려던 마트는 물론 숙소와도 멀리 떨어진 곳인걸.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비용을 낼 테니 솔 마트로 가달라 했는데 5달러를 더 내야 한다고 한다. 대충격... 기분이 무척 상했다. 본인이 잘못 알아듣고 잘못 온 건데 왜 우리가 돈을 더 내야 하는지. 노이로제가 온 우리는 길 가는 내내 수시로 지도를 보며 맞게 가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솔 마트는 롯데몰 같은 느낌이었다. 의류 브랜드도 많고 내부에 크고 잡다한 마트도 있다. 하나 아쉬웠던 건, 판다 민박 사장님이 추천해준 에콰도르 음식을 맛보고 싶어 간 푸드 코트에서 전통 음식을 찾을 수가 없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단 거다. 천천히 메뉴판을 뜯어보지는 않아 놓쳤을 수도 있지만... 결국 매콤한 생선탕인 Encebollado, 둥근 튀김류인 Caldo de bola 등을 시켜 먹는 상상만 하고 실제론 먹지 못해 슬펐다. 새로운 나라에 가면 그곳만의 음식을 먹는 게 목표인 내게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대신 마트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갈라파고스에서 먹을 군것질거리를 골랐다. 과자류는 쉽게 골랐는데 초콜릿 코너에서 생각이 멈췄다. 어떤 블로그에서 스치듯 본 글 중 하나가 에콰도르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초콜릿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그 초콜릿의 이름은 전혀 기억나지 않아 답답했다. '기존에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는 영단어였다'는 기억을 토대로 Tango라고 적힌 과자를 샀는데 맞았으면 좋겠다. 사장님이 추천하신 Plantain 칩도 하나 샀다.
Mall del Sol
Mall del Sol · 4º Pasaje 1 NE, Guayaquil 090513 에콰도르
★★★★★ ·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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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트 와이파이가 너무 안 먹히고 로밍한 데이터도 거의 안 터지는 수준이어서 인터넷을 쓸 수가 없었다. 심지어 갈라파고스에서는 현금만 취급하는 곳이 많아 섬에 들어가기 전에 달러를 인출해 가야 하는데, 친구가 와이파이 없이는 돈을 옮길 수가 없었다. 급한 대로 근처 베스킨라빈스에 들어가 가장 싼 메뉴(0.99달러)를 시키고 와이파이를 얻어 썼다. 맛은 그닥.


사장님은 ATM 1회 인출 한도가 가장 높은 600달러인 Banco Pichincha(노란색 로고)를 추천해주셨는데, 인출하려고 보니 수수료가 무려 4달러를 넘는다. 이 정도면 밥 한 끼를 그냥 버리는 셈이기에 근처에 있는 Banco Guayaquil(분홍색 로고)로 갔다. 여기는 최대 인출 한도가 500달러인데 수수료는 1.5달러밖에 안 한다.
달러도 뽑았겠다, 와이파이가 무척 구리다는 갈라파고스에서 한국인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유심칩을 구매하러 끌라로 매장에 갔다. 신기하게도 이곳 매장에서는 유심칩이 자동화 기기에서 나온다. 5달러를 주고 유심칩을 구매하고, 30일 12GB짜리 인터넷 요금을 10달러 주고 신청했다. 직원이 유심 설정을 전부 완료하고 내 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틀어 데이터가 잘 터지는 걸 보여주고 싶어 했는데, 유튜브 영상은 끝내 재생되지 않았다. 머쓱...

유심도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트 근처에 있는 KAO 스포츠 매장에서 스노클링 세트를 구경하기로 했다. 저렴하면 하나 장만해서 갈라파고스 해변을 즐기는 것도 좋아 보였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무지하게 비쌌다. 스노클링 대롱만 7달러가 훌쩍 넘고, 마스크까지 있는 건 4-50달러를 왔다 갔다 하더라. 친구가 스노클링 대롱을 사고 수경을 사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아주 기발하지만 코로 잘못 숨 쉬면 패닉이 올 것 같아 보류했다.
솔 마트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라 충분히 걸어갈 만 하지만,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둑어둑해졌다. 걸어갈까 하다가 힙색에 현금도 두둑이 있는 상태고 해서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마트 앞에서 잡아준 택시는 3달러. 인당 1.5달러의 안전 값이라 생각하면 마냥 아깝지만은 않다.
숙소로 돌아오니 사장님께서 비빔밥을 해주셨다. 아침이 친구가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는 비빔밥은 좋아하냐고 물으셔서 둘 다 너무 좋아한다고 바로 답했더니 저녁 메뉴가 바로 비빔밥이 되었던... 심지어 사이드 메뉴는 시래기 대신 시금치를 넣은 얼큰한 된장국이다. 너무 맛있어서 된장국 새 그릇을 먹었다. 비빔밥도 나물 종류가 다양하며 푸짐하고, 온갖 버섯을 넣은 것도 특색 있어 배 터지게 먹었다. 어제보다도 더 힘겨울 정도로 많이 먹음. 방에 올라가서 가누지 못하는 몸을 침대에 뉘이고 있으니 후식이라고 수박을 또 가져다주신다. 이곳에 더 있다가는 진짜 사육당할 것 같다.
3. 비용
- 숙소 - 45달러
- 식사 - 커피 및 간식 5.7달러
- 관광 및 투어 - 끌라로 유심 15달러, 택시비 총합 8.5달러, 멀미약 9.7달러, 기념품 3달러, 관람차 5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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