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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4일차 산타크루즈 섬 수산 시장 구경/다윈 센터 산책로/그렇게 맛있다는 길거리 엠빠나다 먹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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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4일차 산타크루즈 섬 수산 시장 구경/다윈 센터 산책로/그렇게 맛있다는 길거리 엠빠나다 먹기

딩동빵 2022. 10. 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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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바다사자와 아기 바다사자


1. 일정

  • 오전 8시-11시) 아침 수산시장 및 기념품 가게 구경
  • 오전 11시-오후 12시 반) 점심 식사
  • 오후 12시 반-3시) 낮잠
  • 오후 3시 반-5시) 찰스 다윈 센터 산책
  • 오후 6시-8시) 스노클링 투어 확정 및 시장 엠빠나다 찾아 삼만리


2. 사진과 감상

밋밋해 보이는 빵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 중 크루아상을 사 보았다


  어제는 종일 투어사 찾아보려 돌아다녔기 때문에 오늘은 산타크루즈 섬만의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일단 배가 든든해야 돌아다닐 힘이 나니까, 다들 가성비가 좋다고 극찬하는 동네 빵집을 찾았다. 진열대에서 여러 종류의 빵을 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밋밋한 플레인 빵들 뿐이라 살짝 실망했다. 나는 기본 크루아상을 샀는데 잼 없이는 그다지. 친구가 산 초코 롤은 괜찮았는데 역시 초코가 싼 맛이긴 하다. 쿠키까지 해서 도합 2달러도 안 되니, 무척 싸다. 쿠키는 맛있었음. 알갱이가 큰 사브레 느낌.


Panadería El Buen Sabor

Panadería El Buen Sabor · 7M4M+RHX, Puerto Ayora, 에콰도르

★★★★★ · 제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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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조그마한 틈 사이로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는 아기
그 옆에는 부모인지 모를 큰 바다사자가 자고 있다


  수산 시장 쪽으로 구경을 가는데 중간에 항구 쪽으로 나가는 길이 있어 기웃거리다 나가보았다. 큰 바다사자 한 마리가 모래밭에 온몸을 내맡기고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 웃기다. 모든 걸 내던지고 쉬겠다는 의지 하나만 남은 듯한 느낌이다. 그러다가 친구가 엄청 놀라길래 뭔가 했더니 작은 아기 바다사자가 숨어 자고 있었다! 보는 순간 정말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멎을 뻔했다.


마린 이구아나 떼거리


  바다사자 반대편에는 마린 이구아나가 떼로 조용히 쉬고 있다. 말레콘 공원에서 본 이구아나는 거의 다 큰 성체들이었는데 이곳에서 만나는 마린 이구아나는 아기도 많아 색다르다. 조그마한 녀석이 우스꽝스럽게 팔다리를 휘적이며 움직이는 걸 보면 그냥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어느새 아기가 고개를 저런 식으로 틀어 보이고 있다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다


  바다 이구아나를 한참 보다 다시 아기 바다사자를 봤더니 요망하게도 저렇게 목을 꺾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또다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멀리서 봐도 귀엽고 가까이서 봐도 귀여운 바다사자... 더 가까이 가서 막 턱 긁어주고 배 간질이고 싶었는데 겨우 참았다.


파란발 부비새와 빨간발 부비새 인형


  그러고 나서 다시 시작된 길거리 기념품 아이쇼핑. 여기 오니 파란발부비새 기념품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실물 영접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지고 있다. 나도 실제로 파란발 보고 싶다ㅠㅠ 아쉽게도 산타크루즈 섬에는 파란발부비새를 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으며 그나마 하나 있다고 알려진 곳도 발트라 섬 공항에서 수상택시를 타고 건너는 선착장 주변이라 이미 기회를 놓친 셈...

  이사벨라 섬에 가면 널려있다 하던데 우리는 악명 높은 통통배와 루트가 꼬이는 것 때문에 이사벨라 섬을 제외한 상태였고. 노스 세이무어 섬 쪽으로 가면 멀리서나마 부비새를 볼 수 있다고 하던데 나는 가까이서 보고 싶을 뿐이다. 그나마 남은 가능성은 산크리스토발이라 섬을 넘어가서 열심히 찾아봐야 한다.


바다사자와 거북이 인형 키링
파란발 부비새 인형도 있다


  그러다가 이렇게 귀여운 인형 키링을 발견해서 또 한참 고민했다. 1개에 3달러, 2개에 5달러라고 해서 친구와 합쳐 4개에 8달러 해달라 했는데 안된다고 단호히 거절해서 실망하고 나왔는데... 걷다가도 계속 눈에 밟혀 다시 돌아가서 5달러에 2개 사 왔다. 바다사자 인형과 파란발부비새 인형으로 골라왔는데 몸통에 대문짝만 하게 갈라파고스가 영어로 박혀 있지만 너무 귀여워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갈라파고스 생물들로 체스판을 만들어 두었다


  이건 80달러나 하던 체스판이었는데, 갈라파고스 생물들로 체스판 말을 만들어 두었다. 기본 졸병에는 바다사자와 거북이가 있고(그만큼 흔하다는 거겠지ㅋㅋ) 나이트, 비숍, 킹 등에 해마, 돌고래, 군함조 등 보기 어려운 친구들을 두었더라. 체스를 좋아하기도 하고 말 자체가 귀여워서 돈만 있었다면 바로 소장했을 듯한 기념품이다.


수산시장 근처 바다사자 세 마리
다 큰 것 같은 친구가 젖을 먹는다


  기념품 가게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수산시장엔 늦게 도착했다. 그런데 어째 딱 알맞은 시간에 도착한 것 같다.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쯤 갔는데, 사람들이 낚싯배에서 잡은 생선을 막 옮기고 있었다. 그 옆에는 바다사자들이 태평히 누워 있었는데, 거의 다 큰 것 같은 녀석이 젖 먹는 모습이 보여 충격을 받았다. 몸집은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


그날 잡은 생선류가 도마 위에 진열된다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다는 붉은 생선 브루호(Brujo). 맛있어 보이기는 하나 잘 구운 생선 정도만 겨우 먹을 수 있는 내겐 큰 장벽이다. 요리를 비리지 않게 맛있게 해주리라고 기대하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잘 알아서 저 생선을 먹어보는 것은 포기. 나 대신 저 생선에 눈독 들이는 녀석은 무척 많다.


Fishing piers

Fishing piers · 7M4Q+H5P, Ave Charles Darwin, Puerto Ayora, 에콰도르

★★★★★ · 바다낚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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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 시장 근처를 어슬렁대는 펠리컨
한 마리가 위협적으로 날개를 부풀리는 중
그 옆에 여유롭게 기다리는 바다사자


  보통 펠리컨이 떼로 몰려와서 요란법석을 떨며 한 입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그 사이사이 바다사자가 한 마리씩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 몇몇 바다사자는 먹을 것엔 관심이 하나도 없는 듯 그 근처에서 배를 드러내고 벌러덩 누워 잔다. 가끔 새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새들의 구애가 심해지면 시장 사람들이 손을 내저어 쫓아내기도 한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 바다사자
아기 바다사자 너무 귀엽다
곤히 자는 얼굴 표정이 무척 귀엽다


  저 난리가 나는데도 수산 시장 모퉁이에서 곤히 자고 있는 어른 바다사자와 아기 바다사자가 눈에 띄었다. 엄청 귀여워하며 사진을 찍으니 지나가던 현지인이 저 친구는 아주 막 태어난 친구라 한다. 갈라파고스에서는 2주마다 한 마리씩, 새로운 바다사자 아기가 태어난다고도 말해준다. 저렇게 세상 편히 자고 있는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된다.


나무에 앉아 기회만 엿보는 이 친구


  저 친구는 무슨 새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앉아서 수산시장 난리통을 지켜보고 있길래 찍었다. 물고기에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는 표정이다. 눈만 보면 매서운 친구인데 몸통이 둥글둥글해서 그저 귀엽기만 하다.


저 매끄러운 등과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매력
사람들이 귀찮아서 의자로 피신한 바다사자


  수산시장 뒤쪽에 물고기 경쟁은 관심 없어 보이는 친구도 꽤 있다. 하지만 이 친구들도 대부분 본인의 낮잠 시간을 즐기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눈 감고 퍼질러 자는 바다사자들만 만나는 중. 산크리스토발에 가면 발에 채일 정도로 무수히 많은 바다사자가 시내에 있다 하니 그때를 기약해본다.


숨막히는 새들의 경쟁
이 친구도 생선을 기다리는 걸까


  왜가리 같이 생긴 친구도 생선 경쟁에 합류했다. 저 친구가 먼저 와서 기다리던 펠리컨들을 마구 위협하며 구석으로 몰아넣더라. 크기는 서로 비슷한데 무슨 자신감에서 저렇게 달려드는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살벌해서 가상의 팝콘 먹으며 지켜봤다.


뒤뚱뒤뚱 어딘가로 향하는 아기 바다사자
눈망울이 애틋하다


  구석에서 자고 있는 아기 바다사자 말고 다른 아기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수산시장 반대쪽에서 나와 어설픈 움직임으로 아스팔트를 횡단하느라 자꾸만 흐느적흐느적 휘청인다. 바다사자가 수중에서는 우아하고 빠르게 움직인다지만 육지에서는 뒤뚱뒤뚱 웃기게 걸어 다니는데, 이 친구는 아기라서 더 어설픈 게 너무 귀여웠다.


가만히 있다가도 가까이 다가가면 움찔 놀란다


  떠들썩한 수산시장을 벗어나 항구 쪽으로 조금 더 나가보기로 했다. 갈라파고스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갑자기 움직이는 동물을 발견하고 놀라는 경우가 꽤 있는데, 가끔은 가만히 있는 동물을 나중에야 발견하고 놀라기도 한다. 특히 바다 이구아나가 육지에 올라와 있는 경우 대부분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미동도 않기 때문에 어느 순간 발견하고는 앗! 하고 소리치게 되더라.


항구 근처에서 또 배를 드러낸 바다사자를 만났다
바다사자 수영하는 거 처음 보고 신남!


  좀 더 걸어가다 또 다른 바다사자를 발견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바닷속 검은 바위 근처에서 어떤 물체가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 눈을 뜨고 자세히 보니 바다사자가 막 물속에 들어가려고 하는 거다! 바다사자가 물속에서 움직이는 건 처음 봐서 흥분한 채로 항구 난간에 들러붙어 구경했다. 무척 유연하고 빠르게 움직여서 눈으로 따라가려니 힘들었다. 육지에서 뒤뚱거리는 모습이랑 딴판이라 신기함!


친구가 해준 알리오올리오
친구가 잘라준 애플망고


  바다사자도 많이 보고 나서 잠시 숙소에 들러 점심을 만들어 먹고 다시 나와 토르투가 베이와 라스 그리에따스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숙소로 가는 도중 몸에 오한이 돌면서 근육통이 슬슬 오기 시작했다. 숙소에 거의 다 다다라서는 몸이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 아침에 살짝 목이 칼칼하다 싶더니 몸살이 확 와버린 거다. 이 상태로는 오후에 많이 걷기 힘들 것 같아 점심을 먹고 한숨 자면서 컨디션을 회복하기로 했다.

  내가 골골대는 동안 친구가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 주었다. 나는 그동안 노란 담요를 몸에 두르고 덜덜 떨며 앉아 있었는데 담요가 꽤 따뜻해서 좋았다. 다이소 담요 여기까지 힘들게 들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침낭보다 훨씬 더 여러모로 잘 쓰고 있는 아이템이다.

  다행히 밥을 든든히 챙겨 먹고 몸살 약도 먹고 나서 두 시간가량 자고 일어나니 몸이 좀 나아졌다.  내일 핀존 섬 스노클링 투어도 있기 때문에 오늘은 더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그래서 나중에 여유가 되면 가기로 했던 다윈 센터로 가볍게 산책을 나갔다.


다윈 센터로 가는 길 본 이쁜 풍경
찰스 다윈의 두상


  찰스 다윈 하면 대학교 교양에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을 비교하던 게 생각난다. 생존경쟁을 생물 진화의 주요 법칙으로 간주하던 다윈의 논리에 반하여, 오히려 만물이 서로 도우려 하는 게 자연의 본질이라 주장한 내용을 꽤 흥미롭게 읽었다.


검은색 핀치새
노란색 핀치새


  그것과는 별개로 같은 종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게 되면 각기 별개의 종으로 분화한다는 사실은 지구상의 생물들이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는 듯해 언제나 짜릿하다. 갈라파고스에서 서로 다른 색깔을 띤 다윈의 핀치새를 발견할 때마다, 같은 맥락에서 무척 들떴다. 저 검은색 핀치새는 부리가 노란 녀석도 자주 보인다.


갈라파고스 생태 공원 입장


  조금 더 걸어서 갈라파고스 공원 입구 입장! 몸 상태도 훨씬 낫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니 기분도 상쾌해지는 느낌이다. 지도를 간단히 보니 큰 길로 쭉 직진하면 갈라파고스 고유 12종 중 하나의 마지막 개체였던 '외로운 조지' 박제본을 볼 수 있더라. 박제된 거북이를 딱히 보고 싶진 않았지만 일단은 쭉 걸어갔다.


다윈 센터로 가는 길에서 샛길로 빠지면 볼 수 있는 해변가
가는 길목마다 바다 이구아나가 늘어져 있다


  중간에 샛길로 빠지면 해변가가 나온다. 아마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곳일 텐데 오늘은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세서 물놀이는 힘들 것 같다. 물론 나는 물놀이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상관없음... 해변가 가는 길에 바다 이구아나 무더기를 만났다. 동물더러 무더기라고 칭하니 좀 그렇긴 한데 다들 일자로 축 늘어져 있어서ㅋㅋㅋ 심지어 얘네들 길 아무 데나 드러누워 있어 피해서 걷기 참 힘들다.


Estacion 해변가
검은색 화산석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해변


  해변가로 이어지는 길은 금방인데, 그만큼 해변이 조그맣긴 하다. 둘러볼 것도 없이 그냥 한눈에 들어오는 게 전부다. 그럼에도 뻥 뚫린 시야와 시원한 바람은 지친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 날이 흐린데도 에메랄드 물빛이 전혀 칙칙해지지 않아 신기했다.


Playa de la Estacion

Playa de la Estacion · 에콰도르 푸에르토 아요라

★★★★☆ ·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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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이미는 곳엔 항상 바다사자가 있더라


  가만히 해변가 바람을 맞다가 내 뒤의 사람이 무언가를 열심히 찍고 있는 걸 뒤늦게 발견했는데, 뭘 찍고 있나 했더니 바다사자였다! 모래색과 비슷한 털색에다가 너무 조용히 누워 있어서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곧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드는데도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곤히 자고 있어 귀여웠다. 조금 있으면 눈을 뜨고 움직이지 않을까 해서 기다려 보았는데 깰 기미가 안 보여 아쉬움을 뒤로하고 해변을 돌아 나왔다.

  아까 해변으로 빠져나왔던 큰길로 다시 돌아가 조금 더 가니 국립공원이라는 팻말이 앞에 박힌 덩굴 터널 같은 게 보여 기웃거렸다. 이곳으로 가면 다윈 센터의 거북이 도장도 받을 수 있고 외로운 조지까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한 현지인이 우리를 불러 세운다. 그러면서 여기서부터는 입장 시 가이드가 필요하고, 가이드 비용은 인당 10달러라는 거다. 도합 10달러도 아니고 인당 10달러!

  분명 2019년도 글에는 무료로 외로운 조지까지 보고 왔다고 했는데. 코로나로 인한 혼란이 한풀 꺾이고 다시 여행객이 늘어나기 시작한  2022년부터는 입장료를 받나 보다.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외로운 조지를 보기 위해 인당 10달러라는 거금을 내야 할까? 결론은 '굳이'였다.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더 사 먹고 말지. 그냥 무료로 걸을 수 있는 큰길로 다시 돌아가 산책이나 할 겸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향유고래 유골도 보았다
갈라파고스 거북의 등껍질


  정처 없이 앞으로만 가다가 어떤 전시관을 발견했다. 이곳은 아직 무료로 열려 있는 듯해서 들어가 보니 갈라파고스의 다양한 생물과 관련한 전시관 같았다. 몇 년 전에 자연사한 고래와 향유고래의 뼈 등을 전시해 놓았다. 갈라파고스의 고유 식물 및 벌레와 관련한 연구 일지도 간단히 살펴볼 수 있고, 거북이 등껍질도 구경할 수 있다. 인조 거북이 등껍질과 사진도 찍을 수 있는데, 몇몇의 용감한 사람들은 껍질 아래에 들어가 거북이처럼 사진을 남겼더라. 나는... 그렇게까지 거북이가 되고 싶진 않았다.


찰스 다윈 연구소

찰스 다윈 연구소 · Ave Charles Darwin 854, Puerto Ayora 200350 에콰도르

★★★★★ ·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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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에서 더 나아가면 나오는 갈래길
Ratonera 해변가


  찰스 다윈 연구소에서 나와 좀 더 걸어가니 갈래길이 나와 해변가를 먼저 가보기로 했다. 솔직히 먼젓번에 간 estacion 해변가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여전히 바닷바람을 맞는 건 좋다. 바다가 보이기 전부터 다른 냄새가 흘러오고 바람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시야가 탁 트였을 때 저 먼 수평선에 간간이 배 한 척이 떠다니는 걸 보는 것도, 전부 좋다.


다들 뻗어있는데 이 친구만 벌떡 서 있다
의외로 가까이서 보면 더 귀엽다


  여기에서는 뻗어있지 않고 깨어 움직이는 바다 이구아나를 만났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니 저 상태로 굳은 모습이 웃겼다. 머리에는 또 뭘 묻히고 다니는 건지, 험상궂게 생긴 얼굴에 하는 행동은 엉성해서 클로즈업해서 볼수록 더 귀여운 녀석이다.


수풀 속에서 쉬고 있는 육지 거북이
겁이 많아 작은 소리라도 들리면 숨어버리던 친구


  저 해변에서 나와 다시 팻말을 보는데 'Giant Tortoise Breeding Center'가 있어 가보기로 했다. 해변 반대편 길로 쭉 올라가면 된다. 얼마 걷지 않아 작은 공터가 나타났는데, 처음에는 거북이들을 보지 못하고 이게 전부냐고 실망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미동도 않고 가만히 있는 육지 거북이들이 보인다. 거북이들은 겁이 많아 가까이 다가가면 등껍질 속으로 쏙 숨어버린다던데 과연... 엄청난 속도로 움츠러들더라. 그러면서 지키고 선 자리에서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얘네들이 언젠가는 움직일까 싶어 기다려 보려다가 씨알도 안 먹히리란 걸 깨달았다. 빠르게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핀존 섬 투어 확정 완료


  숙소로 돌아가서 왓츠앱으로 Macarron에 연락해 내일의 핀존 섬 스노클링 투어를 확정하려 하니 투어비를 내야 확정이 된다고... 귀찮지만 투어가 무산되면 안 되니 다시 수산시장 근처로 나와 투어비를 냈다. 인당 130달러인데 싸바싸바해서 짧은 웻슈트를 포함시켜달라 했다. 2인 도합 260달러가 순식간에 증발했지만 갈라파고스에 와서 바다 생물들은 한 번쯤 봐야 하니까!


길거리 가게에서 자두를 사 봤다


  숙소로 돌아가다가 길거리에서 본 과일 중 자두가 맛있어 보여서 두 개 사 왔다. 직접 만져보니 그렇게 물렁하지는 않은데 색이 진해서 맛있을 거라 믿는다. 한국에 돌아가면 과일 보는 눈 좀 많이 길러야겠다. 어떻게 보면 여행 와서 가장 좋은 능력은 맛있고 신선한 먹거리를 파악하는 능력 같다.


키오스크 거리를 지나가다 본 랍스터


  해산물 요리의 중심가인 키오스크 거리를 지나가다 갈라파고스 랍스터 실물도 영접했다. 갈라파고스 랍스터는 진짜 싸다고들 하던데, 해산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 내게는 크게 와닿지 않은 소리다. 그래도 랍스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거의 처음 봐서 신기했다.


Kiosko de Renato

Kiosko de Renato · 7M3P+H4H, Charles Binford, Puerto Ayora, 에콰도르

★★★★☆ · 에콰도르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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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달러라고 소문이 자자한 소프트콘


  키오스크 거리를 쭉 따라 Mercado Municipal 방향으로 걸어가면 중간에 소프트콘을 1달러에 파는 가게가 나온다. 산타크루즈 섬을 돌아다니면 1달러 소프트콘 가게를 여럿 볼 수 있다던데 우리는 아직까지는 이 가게밖에 보지 못했다. 진짜 1달러만으로 꽤나 푸짐한 양의 소프트콘을 먹을 수 있는데, 군것질거리가 비싸고 귀한 갈라파고스 섬에서 몇 안 되는 보물이다.


그렇게 맛있다던 엠빠나다 치킨맛


  섬에 도착한 첫날이 하필 주말이라 엠빠나다 길거리 가게가 열지 않아 낭패를 보고 월요일인 오늘 다시 찾아간 가게. Mercado Municipal을 찾아가도 엠빠나다 파는 곳이 보이지 않아 한참 헤매다가 오늘도 허탕 친 거 아닌가 걱정했다.

  다행히 골목으로 쭉 들어가면 엠빠나다 파는 집이 두 곳 보인다. 두 가게가 서로 마주 보고 가까이 붙어 있어 서로 주문을 받아가려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메뉴를 좀 천천히 읽고 결정하고 싶었는데 왼쪽 가게 아주머니가 계속 우리에게 메뉴? 메뉴? 하고 불러서 급한 대로 맛있다고 들은 치킨 엠빠나다를 시켰다. 친구는 치즈 엠빠나다. 주문을 받자마자 만들어 둔 엠빠나다를 바로 건네주는데, 큰 튀김 만두 같은 느낌으로 맛있다. 먹다 보면 살짝 느끼하고 물리는데, 가게에 있는 살사 소스를 뿌려 먹으면 매콤하니 좋다. 개당 1.5달러라 싼 맛에 가볍고 맛있게 먹기 좋은 듯.

Mercado Municipal

Mercado Municipal · 7M5M+282, Gral. Rodriguez Lara, Puerto Ayora, 에콰도르

★★★★☆ ·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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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불닭 2인분 투하!
토치 없이 시도해본 바나나 브륄레


  숙소로 돌아와서는 본격적인 저녁을 준비해 먹었다. 밥을 해 먹어보려고 쌀을 사 두었는데 친구와 나 둘 다 한 번도 밥을 해본 적이 없어 누구든 선뜻 냄비밥에 도전하길 꺼려했다. 그래서 오늘 저녁도 라면이 되었고... 남은 김치라면과 불닭 중 엠빠나다로 느끼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 불닭이 선택되었다. 불닭만 먹으면 너무 매우니 남은 바나나로 바나나 브륄레 흉내를 낸 디저트도 만들어 보았다. 겉면의 설탕이 제대로 굳진 않았지만 달달하니 맛은 있었다. 남은 바나나 브륄레는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내일 아침 먹기로 함.


3. 비용

  • 숙소 - 16.8달러
  • 식사 - 소프트콘 1달러, 엠빠나다 1.5달러
  • 관광 및 투어 - 핀존 섬 스노클링 투어 13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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