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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의 게임/여행라이프
[칠레] 7일차 O 트래킹 둘쨋날, 세론에서 딕슨까지 19km 비 맞으며 걷기 본문

1. 일정
- 오전 6시 반-8시) 아침 식사
- 오전 8시-오후 2시) 세론에서 딕슨까지 이동
- 오후 3시-4시) 저녁 식사
2. 사진과 감상
새벽에 추워서 잠이 깼다. 시간을 확인하니 오전 5시밖에 안 됐더라. 가만히 바깥소리를 들어보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는 듯했다. 당연하겠지만, 조금 더 기다려봐도 추운 게 나아지지 않아 최대한 침낭 안으로 기어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추위를 견뎠다. 몽골 여행 때도 이랬던 것 같은데, 추우면 뭘 꺼내 입으면 될 텐데 자다가 일어나는 게 더 귀찮아서 추운 채로 버팅기는 버릇ㅋㅋㅋ
그러다 어느 순간 또 잠이 들었다. 추운데 어떻게 또 잠이 든 건지는 모르겠다. 다시 깨니 6시였고, 친구는 벌써 침낭을 다 말아 정리해두었다. 한쪽으로 돌아 누워 자서 그런지 왼쪽 엉덩이가 욱신거린다. 아직도 춥길래 텐트 밖으로 나가기가 너무 싫었다. 10분 정도 더 버팅기다가 밥 먹자는 소리에 겨우 일어났다.

바깥에서 먹기엔 추워서 캠핑장 내 취식 공간인 흰 텐트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오늘 아침은 옥수수 스프에 빵 두 장씩이다. E와 B가 빌려준 냄비를 소중히 들고 장비 대여점에서 빌려온 가스와 스토브를 연결했다. J가 알려준 방법을 대충 떠올려서 열심히 버튼을 누르는데 불이 안 붙는 거다. 자세히 보니 마찰을 일으키는 부분이 맛이 간 듯했다.
다급한 마음에 앞 테이블에서 밥을 해 먹고 있는 외국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외국인도 우리의 스토브를 건드려 보더니 맛이 갔다는 걸 알아채곤 본인의 스토브에 붙은 불을 옮겨줬다. 덕분에 따뜻한 불이 생겨서 신나게 스프를 끓이는데, 우리가 산 스프는 찬물에 가루를 푼 다음 불 위에 올려야 하는 형태였다. 그것도 모르고 불 생겼다고 신나서 바로 끓여버린 우리는 한참 동안 스프 덩어리를 풀고 나서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물만 넣고 끓인 것치고는 맛있었고 일단 따뜻해서 좋았다.



아침을 다 먹고 텐트 안에서 짐을 좀 정리할 때까지도 비가 그치지 않는다. 오늘 트래킹은 아무래도 부슬비와 함께할 운명인 것 같다. 우리가 트래킹 채비를 마치는 사이 한 커플이 먼저 길을 떠났다. 우리도 금방 그들 뒤를 따라 세론 캠핑장을 나섰다. 출발 시간은 오전 8시가 살짝 넘은, 비는 점점 굵어지고 캠핑장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은 시간이었다. 다음 캠핑장인 딕슨(Dickson)까지는 19km가 남았다.



어제는 멀리서만 보이던 하늘색 호수가 바로 옆에 보이기 시작했다. 비는 계속 오지만 아주 점점이 내려서 걸을 만하다. 내가 걸으면서 계속 사진을 찍으니 친구가 '울 땐 숨죽여 울기' 규칙 외에 '사진을 찍을 거면 뛰어가서 찍기'라는 새로운 규칙을 추가했다. 걷다가 자주 멈추면 페이스가 흐트러진다나. 맞는 말이라 앞으로는 뛰어가서 찍기로 함.


어제 많이 본 하얀 들꽃 풀밭이 또 나왔다. 비가 오고 해가 아직 쨍하지 않아서 화사했던 어제와 달리 우중충한 느낌이 강하다. 우리는 걸음이 빨라서 앞서 출발한 사람들을 금방 따라잡았다. 그래서 우리가 선두일 줄 알았는데, 앞에 열심히 걸어가는 외국인 두 명이 보였다. 한참 걸어가는 동안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통성명도 하고 간단한 대화도 나눴다. 하도 오랫동안 같이 걸어가서 나중에 가니 안 보이면 서운할 정도가 되었다.



높은 언덕을 힘겹게 오르면 보상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건 당연함! 비가 그치지 않아 하늘은 계속 우중충한데도 멀리서 내려다보는 호수들은 색이 여전히 이쁘다. 저런 호수를 배 타고 쭉 흘러가도 재미있겠다 싶고.



하늘색 호수가 거의 끝나갈 즈음, 험난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돌로미티를 여행하기 전에는 저런 산길을 가까이서 봐도 트래킹 길인지조차 몰랐을 텐데, 이제는 멀리서 봐도 감이 온다. 저 언덕을 넘어야 하겠고 저 얇고 좁은 길이 우리가 곧 올라갈 길이 되겠구나 하는 걸. 가브리엘과 제임스는 저만치 앞에서 이미 열심히 오르고 있었다.



비도 점점 그쳐 가고, 열심히 걷다 보니 금방 더워지더라. 아침에 엄청 추웠던 건 또 금방 잊힌다. 친구는 너무 더워서 중간에 환복도 했다. 가브리엘과 제임스가 언덕을 올라가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 아래서 사람들이 올라오기 전에 갈아입어야 해서 무척 스릴 넘쳤다ㅋㅋㅋ



가벼워진 복장으로 열심히 언덕을 넘고, 몽글몽글한 풀밭을 걸으니 탁 트인 전경이 펼쳐졌다. 엄청 넓은 파이네 호수가 눈앞에 보이고,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가브리엘이 언질해주길 저 멀리 있는 호수의 끝이 아마 오늘의 포인트인 딕슨 캠핑장이라고. E의 블로그에서 봤던 협곡 사진이 떠오르는 그림이었지만,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딕슨 캠핑장이 어디쯤인지도 모르고 걷다가 목적지가 확실해지니 오히려 힘이 생기더라.



이제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능선을 타고 저 물줄기 방향으로 걸어갈 일만 남았다. 능선길은 좁아서 생각보다 아찔했는데, 땅바닥만 보고 열심히 걸으니 괜찮았다. 중간에 아마 토레스 델 파이네 파업으로 산산조각이 나버린 듯한 팻말 더미도 보고, 이끼 맛 물도 처음으로 봤다! 이끼 맛이 가장 맛있다 하던데 세론 캠핑장 물이 남아 있어서 일단은 패스. O 트래킹 일정은 한참 남았으니 더 볼 수 있겠지.



평지는 아주 한순간이고 또 언덕을 넘기 시작했다. 어제 워밍업 좀 했다고 오르막이 끝도 없이 나오는데 어제저녁을 또 푸짐하게 먹어서 그 밥심으로 열심히 버티며 오른다. 중간에 반대로 딕슨에서 세론으로 넘어오는 외국인도 만났는데 반대 방향이 되는 거였어? 그 친구가 저 새 이름이 칭콜(Chincol)이라고 알려줬다. 남미에서 무척 많이 보이던데 참새과인 듯하다. 빵 부스러기 주우려고 기웃대는 게 귀여움.



세론 캠핑장까지의 길은 노란 막대기로 표시되어 있던데, 딕슨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은 빨간 막대기인 게 신기하다. 로스 페로스 캠핑장은 다른 색일지 궁금함. 또 다른 언덕을 한참 넘다가 아까부터 놓쳤던 두 외국인 친구가 다음 언덕 정상에서 쉬고 있는 걸 봤다. 뷰가 좋아보이길래 우리도 열심히 걸어 올라가서 옆에 앉았다. 제임스는 미국에서 왔고, 가브리엘은 칠레에서 왔다고. 가브리엘이 우리의 스페인어 인사 발음을 듣고 놀랐다고 해서 웃겼다. 다른 외국인들은 다들 할로, 홀라 이런 식으로 발음한다며...



쉬면서 열량 높은 초콜릿 견과류를 쏟아붓고 다시 출발! 팻말에 코이론(Coiron)이라 쓰여 있어 뭔가 했더니, 중간 쉼터 같은 느낌이다. 쉼터로 가는 길에 화장실도 있어서 너무 좋았다. 오늘은 어제보다 긴 루트라 마냥 참을 수만은 없다. 다만 우리를 앞서 간 가브리엘이 똥이 마려웠는지 먼저 들어가서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아 모기와 싸우면서 견뎌야 했다. 화장실 안은 들여다보지 않는 게 좋음.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어 모든 배설물이 바로 떨어지는 형태다.



코이론에 있는 표지판으로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딕슨까지는 한참 남았고 남은 길의 대부분이 완만한 오르막길이라 살짝 실망함. 이어지는 길도 계속되는 풀밭과 숲길이라 다른 특별한 뷰가 없다. 저 멀리 구름에 가려 얼핏 얼핏 보이는 큰 설산이 하나 있던데, 날씨가 좋았다면 뭔가 더 많은 걸 볼 수 있었을지도.


그래도 코이론을 지나며 들판에 놓인 작은 팻말들 읽는 건 재밌었다. 칼라파테 열매가 열리는 수풀도 있나 보던데 아직은 열매가 맺히지 않았는지 볼 순 없었다. 중간에 작고 귀여운 호수 하나도 발견했다. 앞만 보며 걷다가 옆을 돌아본 순간 저 호수가 보이는데 들판에 혼자 덩그러니 있어서 귀여웠다.


그리고 계속되는 오르막길. 풀밭을 열심히 오르다 오른쪽을 돌아봤는데 저 멀리 하얀 게 보여 눈을 찌푸렸다. 구름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아 설산인지, 빙하인지 잘 모르겠다. 대강 확대해봤을 땐 거대한 빙하 같았는데, 친구는 벌써부터 빙하가 보일 리 없다고 함. 하지만 색이나 모양새는 딱 빙하였는데...



오늘의 주스는 복숭아 맛이 걸렸다. 복숭아는 오렌지보다 훨씬 맛있었다. 다들 복숭아 맛 가루를 챙겨가자. 그리고 빠르게 걸으니 빠르게 지쳐서, 중간에 간식 보충 타임도 가졌다. 스니커즈는 밀도가 높아서 한 개를 다 먹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 시리얼바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맛이 특출나게 있지는 않은데 딸기맛이 달달하니 괜찮다.

이제는 저 멀리 내다봐도 가브리엘과 제임스가 보이지 않는다. 또다시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팻말을 만났다. 이제는 코이론 쉼터에서부터 얼만큼 왔는지를 보여준다. 3km만 남아서 행복했는데 마지막 구간에 높은 봉우리가 있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거리도 얼마 안 남았겠다, 딱히 지치지도 않으니 쉬지 않고 이동! 중간에 습지 위를 걷는 긴 다리도 있다. 대충 걸어도 안 빠질 모양새이지만 꽤 긴 다리라 나는 바닥만 보고 걸어갔다. 습지 다리가 끝나면 또 숲과 풀길이 반복된다. 역시 토레스 델 파이네여도 트래킹 풍경의 대부분은 이런 느낌인가 보다. 하지만 이 넓디넓은 자연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한 두 명이고, 들리는 거라곤 빗소리에 시원한 풀냄새뿐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걷다가 지치면 크게 숨 한 번 들이쉬고 나무 내음을 맡아 주의를 환기했다. 힘들긴 하지만 이렇게 넓고 사람이 드문 자연을 걸어 다닌다는 게 참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 거의 다 오지 않았을까 하는 시점에서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다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더라. 친구더러 먼저 올라가라 하고 천천히 주변 풍경을 찍으며 걸어가는데, 풍경 사진을 자주 찍지 않는 친구가 언덕에서 사진을 찍길래 뭔가 싶어 얼른 따라갔다. 언덕의 정상에 서니 보이는 건 저 멀리 있는 딕슨 캠핑장이었다. 이제 진짜 언덕 하나만 넘으면 저 아기자기한 캠핑장에 도착해 쉴 수가 있는 거다!



언덕은 다행히 높이만 높을 뿐 길지 않아 올라갈 만했다. 오른쪽 아래에 아찔한 절벽이 보이는 좁은 길을 걷는 동안은 좀 힘들었지만 눈앞에 오늘의 최종 목적지가 계속 보이니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걷게 된다.



얼마 걷지 않아 금세 아래로 이어지는 길이 나타나고 우리는 거의 달리다시피 걸어 내려갔다. 캠핑장까지 이어지는 작은 길이 보이고 곧 딕슨 캠핑장의 문이 나타났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엄청 뿌듯하더라. 장장 6시간 만의 성과였다.


세론 캠핑장보다 훨씬 넓고 깔끔해 보여 신이 난 우리. 가브리엘과 제임스가 도착한 우리를 보고 어땠냐고 묻길래 괜찮았다고 답하고 신나게 리셉션 데스크로 향했다. 그런데 체크인을 하려니 우리 이름이 예약자 명단에 없단다. 이미 결제도 하고 이메일로 예약 내역까지 받은 우리는 어이가 없었다. 다행히 이메일로 받은 예약 내역을 확인하고는 무사히 캠핑 사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 딕슨에서는 PDI와 여권을 꼼꼼히 확인하더라.


우리의 텐트는 1번. 이곳도 다행히 캠핑장에 설치가 완료된 텐트라 우리가 따로 텐트를 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세론은 덱 위에 텐트를 설치했다면, 이곳은 맨바닥에 설치함. 매트가 없었다면 등 배기고 춥고 난리였을 것 같다.


오늘은 걸어오면서 따로 점심을 먹지 않고 간식거리만 이것저것 챙겨 먹었기에, 체크인을 한 후에 바로 점심 겸 저녁을 준비했다. 쌀을 불릴 동안 간단히 세수도 했다. 스토브는 또 말썽일 게 뻔했는데, 다행히 오늘 아침 우리를 도와줬던 외국인이 바로 옆에 있어 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인같이 하고 돌아다니는 외국인한테서 스토브 크기 조절법도 배웠다ㅋㅋㅋ...
우리 왼쪽에는 가브리엘과 제임스, 그리고 캐나다에서 온 다른 외국인이 있어 밥 먹으면서 간간히 대화했다. 우리는 제임스가 더 활발한 줄 알았는데 가브리엘이 대화의 대부분을 주도하더라. 그리고 칠레 고춧가루라며 나눠준 건 라면 스프 향이 나서 신기했다. 토마토 스프에 넣었더니 부대찌개 국물 맛이 나서 맛있게 먹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칠레산 훈제 칠리 가루라 알려줬다. 우리도 E가 준 소고기볶음 고추장 한 번 맛보라고 줬더니 신기해했다.
밥을 다 먹으니 후식이라고 간식도 나눠주던데, 땅콩 등이 들어간 과자가 너무 맛있어서 또 이름을 물어봤다. 간식 봉투를 뒤져도 없으니 옆에 있던 제임스가 쓰레기통에서 포장지를 건져 보여줬다ㅋㅋㅋ 어이없어서 너무 고맙다고 하니 너무나도 괜찮다는 억양으로 대답한 게 충격이라 아직도 기억난다. 과자 이름은 만테콜(Mantecol)인데 트래킹 끝나고 꼭 다시 사 먹어보고 싶은 과자 1순위이다.
밥은... 소중한 냄비를 태워먹은 거 치고는 나쁘지 않게 됐다. 열심히 수습하려고 했는데 탄 자국이 아주 흉하게 남았다. 이제 개딸들이라고 해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밥에 E가 준 소고기볶음 고추장만 올려 먹어도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들이마셨다. 어디에선가 사라진 고추장이 너무 그리운 순간... 그리고 맥주가 너무 땡겨서 맥주도 한 병 샀다. 오늘은 파타고니아 맥주 라거로 선택. 어제 세론 캠핑장은 7,000페소였는데 여기는 6,000페소로 살짝 더 저렴하다.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다 먹어가니 다른 트래커들이 하나 둘 산장에 도착해 짐을 풀고 밥을 하러 주방에 들어왔다. 밥을 다 먹은 우리가 계속 자리 잡고 있으면 미안하니 바깥으로 피신했다. 나는 텐트로 들어가기 전 텐트 근처에서 본 해변가 팻말이 궁금해 팻말을 따라가 봤다. 캠핑장 아래로 길이 쭉 나 있던데, 내려가 보니 정말 해변가가 있더라. 날이 좋으면 수영도 할 수 있나 보던데 오늘은 날이 좋지 않아 수영은 못 한다.


대신 이곳에서 저 멀리 빙하가 아주 잘 보인다. 아까 길을 걸으며 봤던 그 빙하가 맞다. 호수에는 빙하 조각도 몇 개 떠다니고 있고, 구름이 살짝 걷힌 저편에는 정말 거대한 빙하가 펼쳐져 있다. 저게 그레이 빙하일까 궁금한데, 만약 그레이 빙하라면 내일모레 가게 될 빙하 전망대가 기대된다. 저 정도 규모라면 멋있을 수밖에 없다.
해변가에서 다시 텐트 자리로 올라오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래서 그냥 텐트로 들어갔다. 오랜 시간 쉬지 않고 트래킹을 하고 나서 텐트로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쉽지 않다. 그러니 보통 그대로 자는 수밖에. 바깥에는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밥을 먹으며 떠드는 소리가 빗소리와 겹쳐 들린다. 빗소리는 그칠 기미는커녕 점점 거세지고 있고... 내일은 따뜻한 햇살에서 걷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3. 비용
- 숙소 - 35달러
- 식사 - 맥주 6,000페소, 파워에이드 4,000페소
- 관광 및 투어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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