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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의 게임/여행라이프
[칠레] 8일차 O 트래킹 셋째날, 본격적으로 파타고니아 풍경 즐기며 딕슨에서 로스 페로스까지 9km 걷기 본문

1. 일정
- 오전 7시-7시 반) 아침 식사
- 오전 8시-오후 1시 10분) 딕슨에서 로스 페로스까지 이동
- 오후 2시-3시 반) 점심 식사
- 오후 4시 반) 취침
2. 사진과 감상


침낭을 어제보다 바짝 당겨 머리까지 덮고 자니 생각보다 따뜻해서 좋았다. 매트는 세론 캠핑장보다 푹신해서 괜찮았고, 중간에 추워서 두 번 정도 깼는데 자세만 바꾸니 덜 추워서 편하게 잔 듯. 다리가 부서질 줄 알았는데 멀쩡히 붙어 있더라. 오전 6시 15분에 친구 알람 소리 듣고 깼는데 가만히 누워 있다 보니 텐트 안이 꽤 따뜻하고 어제 트래킹 내내 함께하던 빗소리가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친구가 먼저 텐트를 나섰는데, 텐트 문 사이로 파란 하늘과 파릇파릇한 풀밭이 보였다. 단순히 날씨가 정말 좋다고만 생각하다가, 저 멀리 어제는 보지 못한 산이 눈에 띄었다. 놀라서 텐트를 뛰쳐나갔다. 분명 저쪽엔 저렇게 생긴 산이 없었는데? 그 옆을 보니 군데군데 눈이 덜 녹은 산군이 펼쳐져 있다. 뒤로는 숲에 묻힌 또 다른 산이 하나 더 있다. 너무 감격스러워서 근육통도 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딕슨 캠핑장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모르고 떠났다면 너무 아쉬웠을 듯.

아침은 어제와 똑같이 식빵 두 장과 옥수수 스프로 때웠다. 스토브와 가스통을 들고 가니 세론 캠핑장에서 스토브 불을 켜준 외국인이 아침을 먹다가 또 도와줬다.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밥을 먹다 말고 안절부절못하며 우리가 스토브를 세팅하는 걸 다 지켜보던 게 고맙고 미안했다ㅋㅋㅋ 어제 가브리엘의 조언에 따라 찬 물에 옥수수 스프 가루를 풀었더니 꽤 그럴듯한 스프가 완성됐다.



아침을 먹고 나서는 텐트 안을 대충 정리하고 어제 내려가 보았던 해안가 쪽을 다시 가보았다. 날이 이렇게 좋아졌다면 내가 어제 봤던 해안가 풍경도 완전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다. 걸을 때마다 왼쪽 다리 무릎 뒤 근육이 무시무시하게 거슬렸지만 파타고니아 풍경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며 꾸역꾸역 내려갔다. 그리고 확실히 어제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제는 빙하만 겨우 볼 수 있었다면 오늘은 호수를 둘러싼 모든 산자락을 선명히 볼 수 있더라. 드디어 다들 왜 파타고니아를 부르짖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 기분이다.

슬슬 오늘의 트래킹이 기대된다. 날씨는 여전히 좋고, 하늘은 먹구름 하나 없이 파랗다. 더욱 놀라운 건, 오전 8시밖에 안 됐는데 햇볕이 따뜻하다는 거다. 첫날과 둘째 날은 아침에 이런 햇살을 느껴본 적 없다. 오늘은 다음 캠핑장까지 이동하는 동안 비도 안 올 것 같아 배낭의 레인커버도 벗겨서 넣었다. 배낭이 간식거리를 이것저것 꺼내 먹기 편한 모양이 되었다ㅎㅎ

오늘은 날이 좋아 캠핑장의 몇몇 사람들은 다음 구간으로 늦게 떠날 모양이었다. 우리가 배낭을 메고 다음 구간 시작점으로 걸어갈 때까지도 다들 텐트 안에서 여유를 즐기는 듯했다. 물론 우리는 일어났으니 지체하지 않고 걷는다! 오늘의 목표 지점은 로스 페로스 산장으로, 어제의 절반인 9km 정도를 걸어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6시간 정도로 비슷하다. 그 말인즉슨 길이 꽤 힘들 거란 것.



계속 뒤를 돌아보며 딕슨 캠핑장의 풍경을 눈에 최대한 담고 떠났다. 오늘 세론에서 딕슨으로 오는 길이 무척 이쁠 것 같다. 길을 나서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나무가 빽빽한 숲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평탄한 숲길이다 싶었더니 어느 정도 경사진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다리 뒤쪽은 여전히 아팠지만 걷기 시작하니 또 걸어진다. 왜 아픈지는 모르겠다. 잘 때 평소와 달리 옆으로 자서 그런지, 아니면 유난히 왼쪽 다리에 힘을 많이 줘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트래킹 루트를 잘 걸을 수 있나 걱정했는데 또 걷다 보니 아픈 걸 까먹기도 한다. 아직 죽을 만큼 아프진 않나 보다. 중간중간 나무들 사이로 딕슨 산장에서 본 산군의 일부가 보여 그 풍경을 보며 힘을 냈다. 하루 종일 비가 자욱해서 겨우 코앞의 숲길과 언덕만 볼 수 있던 어제와 너무나도 달라 신이 난다.



다행히 오르막길 뒤에는 평지길도 나왔다. 인적이 드물고 미로 같은 숲길을 걷다 보니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여러 숲들이 떠올랐다. 원령공주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같은 것들. 개인적으로 지브리 영화의 모티브가 된 숲을 걸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반쯤 이룬 것 같기도 하다.

또다시 오르막이 나와 힘겹게 올라갔는데, 우리가 어디쯤 왔는지 알려주는 표지판이 보였다. 1시간 반쯤 걸어서 총 3km를 왔더라. 남은 길은 7.5km에 대부분 오르막길이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걸어야 하는 셈.



갈 길이 멀다는 걸 알려준 건 쓸데없지만, 내내 숲길을 걷다가 뷰가 탁 트인 언덕 꼭대기에 올라오니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좋았다. 딕슨 산장에서 봤던 빙하는 저 뒤편에 있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산군은 더 가까워졌다. 이 숲을 통과하며 산군이 뻗은 길을 따라가는 느낌이다.
돌로미티의 산군이 떠오를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사진에 전부 담고 싶은데 그러지를 못해서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몇 발자국 내려갔다가 뒤돌아보고, 멈춰서 사진을 더 찍는 걸 몇 번 반복하다가 겨우 출발했다. 그 사이 친구는 숲길 저 멀리 걸어가 있었음ㅋㅋㅋ



전망대에서 겨우 내려오니 또 숲길이 계속된다. 계곡 위에 놓인 다리도 몇 개 건너고, 조금씩 느낌이 달라지는 숲길을 걷고 또 걸었다. 오르막길과 평지가 계속되어서 과연 우리가 열심히 올라가고 있구나 싶었다. 중간중간 나무에 빨간 표시가 되어 있어 길도 잘 찾아갈 수 있다.


부실하게 먹은 아침의 영향으로 시작부터 배가 고팠는데, 결국 숲길 중간에 초코바 하나를 뜯었다. 간식을 많이 챙겨 온다고 챙겨 온 건데도 부족해서 하루에 초코바 하나밖에 못 먹는 우리... 배고프면 결국 산장에 가서 사 먹게 되니 아깝다 생각 말고 나탈레스에서 털어오는 게 좋다. 이 땅콩 맛 초코바는 평범한 에너지바였는데 오늘따라 꿀맛이다.



중간에 깊은 협곡을 따라 걷나 싶더니 옆으로 시원한 계곡이 나타났다. 계속되는 나무와 풀숲에 질렸는데 파란 풍경이 나타나니 힘이 좀 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금방 또 숲으로 들어가야 했다. 정말 쉬지 않고 계속 걸아왔는데(물론 난 사진 찍느라 자주 멈추긴 함) 색다른 풍경도 안 보이니 조금 지치더라. 걸으면서 제발 숲에서 벗어나고 싶다 염불을 외웠다. 숲이 끝나고 탁 트인 곳이 나오면 거기서 점심을 먹자 했는데 풍경이 바뀔 기미가 안 보여 숲 중간에 있던 쓰러진 나무 위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점심도 큰 이변 없이 누텔라와 식빵 두 장. 그런데 누텔라를 펴바를 친구의 숟가락이 보이지 않는다. 숟가락 통을 찾느라 한참 난리를 피웠지만 정말 보이지 않아서 패닉. 일단 급한 대로 컵라면에서 나온 일회용 포크로 긁어서 먹었는데, 누텔라를 많이 바르지 않았는데도 맛있었다ㅠㅠ 다리에 불이 나기 직전이어서 그랬을지도.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힘내서 이동!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나무판을 발견했다. 이제 딕슨에서부터 8.5km 정도 왔고 2km 더 가면 로스 페로스 산장이라는데, 남은 구간도 끝없는 오르막길이다.
이쯤 되니 한 명도 안 보이던 사람들이 하나 둘 우리를 지나쳐가기 시작했다. 아마 중간중간 사진 찍고 자주 멈춰서 따라 잡힌 듯함. 길 중간에 따끈따끈한 말똥도 자주 보였는데, 볼 때마다 말의 튼실한 근육과 사족보행 스킬이 너무 부러웠다. 어쩌면 스틱을 이용해서 걷는 것도 사족보행과 다름없을지도?


그리고 드디어 한 명만 건너갈 수 있는 다리가 나타났다! 이 다리는 다행히 짧아서 무섭진 않았는데, 앞으로 이보다 더한 하늘다리를 여러 개 건너야 한다는 게 생각나서 좀 슬퍼졌다. 다리를 건너니 왼편으로 계곡이 흐르는 구간이 나타났는데, 여기서 저 멀리 빙하가 무척 잘 보인다. 어떤 빙하인지는 여전히 모르지만 멋있어서 여기서도 한참 멈춰 사진 찍고 감.

또 다른 다리가 나타났는데 이 친구는 앞선 다리보다 더 무시무시하게 생겨서 나도 좀 무서웠다. 어떤 연유로 다리가 휜 건지는 모르겠는데 조치랍시고 가운데 판때기 하나만 달아둔 게 열받는다. 지나가는데 진짜 왼쪽으로 미끄러지려 해서 식은땀 흘렀다. 하지만 다리를 건너고 나서 마주한 뷰를 보고 열받은 게 싹 내려감.

아까 멀리서 보이던 빙하가 더 가까워졌다! 앞에 보이는 빙하를 마주하고 엄청난 오르막이 계속되는데,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장관이라 올라가는 게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다. 걷다가 힘들면 빙하 한 번 보고 다시 힘내서 올라가면 된다. 어느 정도 올라가서 빙하가 안 보이게 되었을 때 너무 아쉬웠다.



다시 숲으로 들어가 이제는 무지막지한 오르막길을 올랐다. 돌길을 오르면서 와일드했던 요르단 여행이 떠올랐다. 하지만 돌길이 끝이 아니었으니... 자갈 언덕이 나옴. 먼저 올라간 친구가 환호성을 지르더니 한참 사진을 찍길래 호기심의 힘으로 달려 올라갔다. 그리고 정말 상상하지 못한 풍경을 맞닥뜨렸다.


아까 봤던 빙하가 더 가까이서 보이나 싶었는데, 빙하 아래로 넓게 펼쳐진 호수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와 하고 감탄했다. 호수가 있으리라곤 정말 생각도 못했다! 언덕 꼭대기로 향하는 마지막 발을 딛는 순간 극적으로 호수가 나타나서 더 감동적이었다. 69 호수 필요 없고, 피츠로이 필요 없다! 를 연신 외쳤다.

언덕 위에는 피츠로이 뺨칠 만큼 바람이 강해서 버티기 힘들었는데도 우리는 한참 거기 서서 풍경을 감상했다. 중간에 외국인들도 몇 명 지나갔으니 정말 한참 있었다. 그러다가 운 좋게 빙하 일부가 부서져 내려 우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얼음 폭포가 쏟아지는 것도 구경했다! 저 멀리서 쏟아지는 건데도 소리가 엄청 웅장해서 멋있었다.



한참 동안 사진 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빙하에서 내려왔다. 이런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땐 항상 직접 보는 것보다 덜 아름답게 나와 아쉽더라. 사진을 꾸준히 찍고 공부하다 보면 풍경 그대로의 느낌을 살릴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돌길을 내려와 걷다 보니 바로 옆에 작은 호수도 있던데 색이 영롱해서 또 한참 멈춰서 구경했다.


이후 빙하 전망대와 로스 페로스 캠핑장을 가리키는 팻말을 발견했는데, 캠핑장에 짐을 두고 전망대로 다시 올까 고민하다 그냥 근처에 짐을 두고 전망대를 갔다 오기로 했다. 피곤하고 지친 트래커들은 쓸데없이 짐을 훔치지 않을 거라고 믿으며...



높이 올라가야만 할 거라는 나의 예상을 깨고 빙하 전망대는 아래에 있었다. 심지어 전망대 표지판 있는 곳에서 5분도 안 걸린다. 호숫가에서 바라보는 빙하는 아까 언덕 위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음. 그래도 해변가 느낌이 나서 잠시 쉬었다 가도 좋은 장소 같다.



경치가 좋아서 좀 쉬었다 갈까 했는데 막상 바람이 부니 추워서 오래 있기 힘들었다. 우리보다 앞서 온 어떤 커플은 점심까지 알차게 먹었던데 우리는 추위에 약해서 사진 몇 번 찍고 금방 돌아옴. 짐은 다행히 놔둔 곳에 그대로 잘 있었다. 역시 트래커들은 다들 착하다.



빙하 전망대에서 내려와 5분에서 10분쯤 더 걸어 캠핑장에 도착했다. 앞선 세론과 딕슨 캠핑장은 탁 트인 넓은 평지에 위치해 있었는데, 로스 페로스는 계곡길을 따라가다가 안쪽으로 휘어지는 숲 속에 있더라. 텐트는 전부 키 큰 나무들 사이에 놓여 있다. 산장마다 분위기도 달라지니 재미있다.



그런데 이 버티스(Vertice) 파타고니아 회사가 우리의 주문을 잘못 처리했는지, 체크인을 하려는데 어제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다행히 여기 직원은 누락된 우리의 예약을 찾아내 주었는데, 중간에 트래커들이 무더기로 도착해서 텐트를 배정받기까지 한참 기다려야 했다(춤추며 미안하다고 해서 더 따지지도 못함).
그렇게 배정받은 우리의 텐트는 햇살이 들어오는 아늑한 곳에 있는 23번. 텐트로 데려다주며 침낭도 줬다. 침낭은 주문한 적 없는데 왜 줬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침낭의 두 배 정도 크기라 엄청 따뜻할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텐트에 짐 대충 두고 굶주린 배부터 채우러 주방으로 갔다. 그곳에서 우리의 불을 켜준 외국인을 또 만나... 또 불을 빌렸다. 정말 고마운데 이제 슬슬 미안하다ㅋㅋㅋㅠㅠ 밥을 할 때까지 못 기다리겠어서 마지막 컵라면을 뜯어 순식간에 국물까지 전부 마시고, 밥이 되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오늘은 밥을 안 태우려고 계속 뒤적였더니 밥이 완전 설익어서 맛이 없었다. 회심의 짜장 분말도 꺼내 콩고기를 넣어 먹었는데 밥이 맛없으니 짜장도 그저 그럼. 메인이 맛없어서 정말 슬펐다...

그 와중에 캠핑장에 도착한 사람이 한둘 늘어나고... 한참을 걸어도 우리가 안 보여서 궁금했다던 가브리엘과 제임스도 만났다. 우리보다 한참 늦게 출발했으니 당연하지! 한쪽에서는 어떤 사람이 밀가루를 가지고 빵을 만들고 있었는데, 여기까지 밀가루를 짊어지고 와서 빵을 만드는 이유가 뭔지 너무 궁금하다. 무엇이 그를 빵을 사 오는 대신 만들게 한 걸까... 밀가루 반죽부터 제대로라 구경하다가 사진 한 번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수줍어하더라.

오늘은 정말 씻으려 했는데 샤워실에 들어가는 순간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찬물도 견딜 수는 있는데 샤워실 바닥이 더러운 건 견딜 수 없다(로스 페로스 산장은 빙하 물이라 찬물밖에 없단다). 누가 샤워를 신발을 신고 한 건지 욕조 바닥도 흙탕물인 걸 보고는 씻을 마음이 싹 사라짐. 내일 도착할 그레이 산장에서 꼭 씻겠어. 여기는... 안돼.
2,000페소짜리 초콜릿 과자를 하나 사서 텐트로 향했다. 텐트에 들어가기 전 근처 풍경 좀 감상하고, 매트 위에 침낭 두 개를 깔고 잘 준비를 마쳤다. 초콜릿 과자는 맛있었지만 실망스러웠음. 도넛이라고 하면 보통 폭신폭신한 빵을 생각하지 않나, 여기는 도넛이라고 해 놓고 딱딱한 도넛 모양 쿠키를 넣어 놓는다. 이것은 도넛에 대한 모욕임.
내일은 O 트래킹 일정 중 가장 빡센 로스 페로스 - 그레이 구간이다. 중간에 무료 캠핑장이 있던 예전에도 빡센 구간이었는데, 올해는 무료 캠핑장이 운영을 하지 않아서 보통은 이틀에 걸쳐 이동할 거리를 하루 만에 가야 하기 때문. 15km를 걷는데 이동 시간은 총 10-12시간이니 말 다했다. 그래서 로스 페로스 캠핑장에서도 체크 아웃 마지노선을 오전 7시로 정해두었다. 7시 이후에 떠나면 산장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나. 내일도 오늘만큼 날이 좋으면 좋겠다(와중에 돌로미티에서 Y한테 배운 패딩 수납법으로 베개 만드니까 편하다! 고마워요 Y!)
3. 비용
- 숙소 - 35달러
- 식사 - 초코 도넛 과자 2,000페소
- 관광 및 투어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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