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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의 게임/여행라이프
[칠레] 11일차 O 트래킹 6일차 그레이에서 파이네 그란데까지 11km 근육통에 허덕이며 걷기 본문

1. 일정
- 오전 8시 반-9시 반) 아침 식사
- 오전 10시-오후 1시 20분) 그레이에서 파이네 그란데까지 이동
- 오후 2시 반-3시) 점심 식사
- 오후 3시-4시) 페호 호수 구경
- 오후 7시 반-9시 반) 저녁 식사
2. 사진과 감상
밤새 추워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처음 깬 시각은 새벽 1시쯤이었는데, 그 이후로도 춥거나 다리가 저려서 계속 자세 바꾸며 자느라 제대로 자질 못함. 어제 친구가 이런 느낌이었나 싶고. 그래도 계속 자려고 노력은 해서 오전 7시쯤 다시 깼을 때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오늘의 일정은 그레이 산장에서 파이네 그란데 산장까지 열심히 가는 것으로, 거리는 총 11km에 평균적으로 3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그제의 로스 페로스에서 그레이까지 온 코스에 비하면 장난 수준의 시간과 거리라, 느긋하게 출발하기로 했다. 하루 푹 쉬었는데도 텐트를 나서는 다리는 후들거렸다. 어제는 심심해서 그냥 바로 파이네 그란데로 갔어야 했나 싶었는데 다리 상태를 보니 쉬는 게 맞는 판단이었던 듯하다.

아침으로 먹을 스프와 빵을 꺼내 가려는데, 빵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어제 친구가 텐트에 잠시 들렀을 때 갈기갈기 찢긴 봉투를 발견하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아마 야생 여우가 우리의 빵을 봉지째로 가져간 듯하다. 텐트장 근처에 가방을 나무 위에 걸어 둔 사람을 보고 웃었는데 웃을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EB가 준 맥심 커피가 담긴 봉지도 어제 잃어버린 것 같다. 그렇게 소중히 들고 다니며 힘들 때 달달하게 타먹으려 했는데 결국 맛도 못본 채 잃어버림ㅠㅠ
결국 아침은 빵 없이 카라콜리토스 스프만 왕창 들이켰다. 퀴노아 스프랑 비슷한 느낌인데 스프에 밀가루 알갱이가 들어 있어 씹는 맛이 좀 다르다. 이렇게만 먹으면 배고프겠지만 오늘 트래킹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으니 어떻게든 버텨볼 생각이다.

그레이 산장을 떠날 준비를 하는데 중간에 소나기가 내렸다. 하필 어제 확인한 구글 일기예보에서 다음 10일 동안의 파타고니아 날씨가 내내 우중충할 거라고 해서 좀 불안한 상태였는데, 하늘을 올려다 보니 먹구름이 가득하다. 맑은 날의 토델파를 이미 알아버린 뒤로는 흐린 날의 토델파는 영 재미없기 때문에, 오늘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는데...



그레이 산장을 나서자마자 오르막길이 우리를 반긴다. 이제는 초반부터 오르막길이 안 나오면 섭섭할 지경. 그리고 트래킹 단골 풍경인 숲길을 한참 동안 걸었다. 걷다가 옆을 보면 어제 빙하 전망대에서 봤던 호수와 빙하 조각들이 선명히 보인다.



지겨운 숲길을 걷다 보면 가끔 땅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걷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예상치 못하게 작고 이쁜 것들이 눈에 띄면 또 힘이 난다. 원래 노란색을 좋아하는데 이쁜 민들레꽃과 꽃밭을 발견해서 기분 좋아짐ㅎㅎ

하지만 금방 죽은 나무들 숲길로 들어섰다. 나무들이 전부 죽어 있거나 휑해서 풍경이 그리 아름답진 않았다. 나는 주변 풍경에 집중하면 힘든 걸 잊는 편인데 이러면 걷는 행위에 집중해야 해서 힘들다. 숲에서는 불을 피우지 말자...


걷다가 처음 보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O 트래킹 위쪽 트레일을 걸을 땐 보지 못한 섬세한 표지판이다. 역시 W 트래킹은 많은 사람들이 즐기니 트래킹 구간도 자세하게 나눠둔 듯함. 그레이에서 파이네 그란데까지 구간을 총 7개로 나눠뒀으며 우리는 이제 1.4km쯤 온 거다. 이쯤 오니 저 멀리 그레이 빙하가 작게 보이고 그마저도 산에 가려진다.

날씨는 여전히 좋지 않아서, 비는 내리다 말다 하는데 하늘을 뒤덮은 구름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맑은 날에 본 그레이 호수 색은 정말 영롱했는데 지금은 칙칙해서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첫 번째 언덕을 올라 둘러보는 풍경은 시원하니 멋지다!

그리고 절망스러운 표지판을 발견했다. 열심히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걸으며 많이 왔다 생각했는데 그레이에서부터 얼마 안 왔더라. 게다가 중간에 위치한 봉우리 높이로 봐서는 한참 동안 계속되는 오르막을 올라야 하고, 오르막을 오른 뒤에는 산장까지 쭉 이어지는 내리막을 가야 한다. 그저께의 트래킹으로 한 가지 경사가 계속될 때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힘들다는 걸 깨달은 참이라 내리막이 두렵다.



길이 확실히 로스 페로스 - 그레이 구간보다는 평탄하지만 군데군데 길이 맞나 싶은 구간도 좀 있었다. 경사도 높은 오르막도 꽤 있어서 좀 힘들기도 함. 두 번째 언덕을 오르고 나니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대충 예상이 간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O 트래킹 6일째가 되니 어느 지점을 넘어야 산장이 있을 법한 곳이 나타날지 대충 알 것 같다.



중간에 깨끗한 계곡에서 시원한 물도 수급했다. 그레이 산장 주방에서 받은 물은 조금 뿌연 색이라 좀 꺼려져서... 이후 숲길과 돌길을 반복하다 세 번째 구간에 도달했다. 이쯤 되니 바람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한다. B가 말한 토델파의 바람이 뭔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올라가고 싶은데 바람에 떠밀리듯 이리저리 휘청거려서 그럴 수가 없다. 처음에는 오르막 쉽게 올라간다고 좋아했는데 내가 가는 방향이랑 묘하게 어긋나자 순식간에 걷는 게 힘들어져 폴대에 열심히 기대며 올라갔다.



오르막 하나를 오르면 눈앞에 더 높은 오르막이 나타나는 건 이제 당연하다. 돌길을 개척하며 걷고 폴대로 기어가며 열심히 올랐다. 한 언덕을 오를 때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색다른 풍경들이 나타날 것을 생각하면 끊임없는 봉우리를 오르는 게 조금은 견딜 만하다. 중간에 시리얼 바로 체력도 채웠다.



다음 봉우리에 오르니 저 멀리 그레이 빙하가 보이고 우리가 쭉 걸어온 길의 모양새가 대강 보인다. 처음에 걷기 시작했을 때는 까마득히 멀어 보였는데 어느새 저만치 걸어온 걸 보니 또 뿌듯하다... 는 무슨 또 언덕을 힘겹게 오른다.



그 다음 봉우리로 올라가는데 바람이 미친듯이 분다. 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려서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힘겹게 올라간 언덕에서는 사람들이 겁없이 절벽을 등지고 뒤로 눕는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직접 절벽 끝자락으로 가보니 바람이 너무 강해서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더라. 물론 무서워서 누워 보지는 않았다. 바람을 버티며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었음.


언덕에서 내려오니 우리가 오늘 루트 중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왔던 거였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는데 내려갈 길이 너무 길다... 그 와중에 저 먼 곳의 하늘은 먹구름 없는 새파란 색이라 우리 뒤를 쫓고 있는 비구름이 도달하기 전에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음.



넓은 빙하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으로 올라가니 4번째 구간에 도착했다는 표지판이 있다. 구름이 좀 끼어 호수 색이 완전히 선명하진 않아 좀 아쉽다. 가끔 햇빛이 구름 사이로 비치면 반짝반짝 빛나서 이쁘긴 하다. 바람은 여전히 상상 이상으로 강해 언덕에 오래 있기는 어려웠음.



숲길과 돌길을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걷다 보니 금세 5번째 구간에 도착했다. 길 옆으론 죽은 나무들이 많이 보이는데, 나무들 사이로 물색이 심상치 않은 호수가 보인다. 지금껏 보아 온 빙하 호수 색이 아닌 좀 더 진한 색으로, 여기서는 오히려 드문 빛깔이라 신기했다.



로스 파토스 호수(Laguna Los Patos)로, 빙하 호수들과는 조금 다른 진한 청색이더라. 바로 옆에는 얼마나 걸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표지판도 있다. 볼 때마다 확인하고는 있지만 사실 얼마나 걸었는지 정도는 모르고 걷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한참을 더 걷다 보니 앙상한 하얀 나무들 사이로 저 멀리 비현실적인 색의 호수가 살짝 보인다. 조금 더 걸으니 호수가 골짜기에 가려 안 보이는데, 저 골짜기를 끝까지 가야 산장이 나오리란 걸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면 설마 산장이 호수 바로 옆에 있는 걸까? 미친 뷰 맛집일까?



오늘은 분명 쉬운 트래킹인데 그동안의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다리가 벌써 후들거린다. 그래도 바닥만 보며 아무 생각 없이 걸으니 금세 골짜기 끝에 다다라 호수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6번째 구간에 도착했다는 표지판도 확인하고 나니 끝이 보이는 것 같다.



골짜기를 벗어나니 엄청나게 넓은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색도 미침! 그 옆에는 지금까지 본 그 어느 산장보다도 크고 시설 좋은 파이네 그란데 산장이 보였다. 거의 호텔 급으로 규모가 커서 놀람. 토델파에서 이런 것도 되는 거였냐고.


캠핑장에 설치되어 있는 텐트도 매우 많다. 이 구간부터 바람이 무척 강해서 그런지 각각 바람막이 칸도 쳐져 있다. 신나서 바로 체크인 하러 들어가려고 가방을 바깥에 두는데 성냥 소년 세바스찬을 다시 만났다. 새로운 얼굴들 사이에 익숙한 얼굴이라 반갑게 인사함.
체크인은 시간이 꽤 걸렸는데, 파이네 그란데 산장이 다른 곳보다 깐깐하게 굴어서 어려웠다. 우리가 처음 O 트래킹 산장을 예약할 때 구성을 잘못 고른 적이 있어 한 번 취소하고 다시 예약을 했었는데, 다시 예약한 내역에 대해 결제가 안 됐으니 현장에서 다시 결제를 하라는 거다. 버티스 예약을 담당한 친구는 환불 받은 내역이 없다며 어이없어 했다. 결국 리셉션 와이파이를 잠깐 빌려 결제 내역과 환불 내역을 확인시켜주니 그제서야 텐트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 텐트는 16번으로 식당 및 미니 마켓, 그리고 리셉션 건물 바로 앞이다. 체크인이 오래 걸려 짜증이 났던 건 금방 잊고 위치가 좋다며 좋아하던 친구ㅋㅋㅋ 체크인이 무사히 해결되었으니 이제 배고픔을 해결하러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식당이 오후 3시부터 영업한다는 거다ㅠㅠ 어쩔 수 없이 미니 마켓에서 군것질을 하며 버티기로 했다. 친구는 프로틴 음료와 가브리엘이 나눠줬던 맛있는 초코칩 빵을, 나는 치킨마요 샌드위치와 코카콜라를 골랐다. 치킨마요 샌드위치는 먹지 말자... 고양이 밥 먹는 느낌이었다.



배가 부르니 이제 호수 쪽으로 산책 갈 힘이 좀 생긴다. 가까이 가는데 호수 표면이 계속 반짝거려서 정말 이뻤다. 둘이서 감탄하다가 미코노스 해변과 거의 동급으로 이쁘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호수 이름은 라고 페호(Lago Pehoe)라고. 카메라에 물빛이 완전히 담기지 않아 슬펐다.



그리고 해변 왼쪽에 쭉 뻗은 웅장한 산군이 장난 아니다. 자세히 보면 파타고니아 트래킹의 하이라이트라는 삼봉 엉덩이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함. 마침 호수 쪽 언덕에 길이 하나 보여서 조금 올라가 보기로 했다. 베낭 없이 올라가니 날아갈 것 같았다. 바람이 강해서 끝까지 가지는 않고 중간에 완만한 곳을 찾아 한참 앉아있었는데, 구름 사이로 햇빛이 살짝 비칠 때마다 호수가 반짝거리고 풀숲이 진한 연둣빛으로 변하는 게 마법 같았다.



친구랑 진심으로 감탄하면서 한참 동안 풍경만 바라봤다. 바람만 덜 분다면 점심이라도 싸 들고 나가 그 위에서 먹었겠는데, 모래바람까지 불 정도로 바람이 강해서 금방 내려와야 했던 게 큰 아쉬우. 내려와서도 리셉션 건물 근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데 날이 좋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바스찬 말로는 어제는 구름이 흐려서 이런 풍경이 안 보였다던데 타이밍 운도 참 좋다.
산장으로 돌아가 우리 텐트 앞 테이블에 앉아 쉬는데, 아까 친구가 얻은 리셉션 와이파이가 될랑말랑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엄청 잘 되기 시작했다! 밀린 블로그도 두 개나 올리고 SNS도 이것저것 구경함. 졸지에 공짜 와이파이 쓰게 된 셈ㅋㅋㅋ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지만 버티면서 열심히 인터넷을 썼다.

그 사이에 전화한다고 사라졌던 친구가 한참 안 보이길래 어디갔나 했더니, 주방에 갔다가 세바스찬 무리를 만나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게임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나도 솔깃해서 따라갔다. 세바스찬과 바스티안, 그리고 이그나시오 세 명과 함께 깔리까까(진 사람이 닭똥)라는 카드게임을 했다. 원카드가 변형된 느낌이던데 꽤 재미있어서 세 판 정도 연달아 했음! 초반 두 판은 내가 계속 좋은 패를 받아서 럭키걸이라고도 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널리 퍼트려달라 하던데 재미있어서 진짜 널리 전파할듯.


카드게임을 하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되어 바에 가서 맥주와 피자를 먹기로 했다. 친구가 세바스찬 무리한테도 같이 맥주 마시지 않을래 하니 내일 일정이 빡세다 하면서 고민하다가 한 병쯤은 괜찮겠지! 하며 따라 나왔다. 바는 식당 건물 2층에 있는데, 2층으로 올라가면서 산장 식사권을 산 사람들이 뷔페식을 즐기는 걸 보니 살짝 눈물이 났다...
우리는 대신 20,000페소짜리 피자와 맥주 세트에 맥주 하나를 더 시켰다. 피자는 치즈 맛이 강하고 바삭해서 맛이 나쁘진 않았는데 맛있다고는 할 수 없는 맛임. 오늘의 맥주는 파타고니아 페일 에일인데 나 빼고 다들 칼라파테 시키더라? 그런데 그들이 맞았음. 페일 에일 별로임...
맥주 마시면서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명경기 재방송도 같이 보고, 칠레에는 피스콜라가 있다면 한국에는 소맥이란 게 있다는 것도 알려줬다. 세바스찬은 엄청난 인싸고 바스티안은 약간 진중한 성격에다가 이그나시오는 어린아이 같았다ㅋㅋㅋ 그리고 칠레 치과의사 자격증을 얻기 위한 시스템도 들었는데 자격증 발급이 너무 비싸서 대부분은 장학제도를 들어 일정 기간 근무 후에 학교로 복학한다고 하더라. 그럼 무려 10년 정도를 계속해서 학교에 있어야 하는 건데 그게 낫다고 하는 걸 보면 도대체 얼마나 비싼걸까 자격증...
그리고 드디어 그 빵 도우부터 만들던 사람의 정체를 알았다. 그레이까지 내려오는 내리막길에서 그 사람 포함한 4명이 정말 말 달리는 것처럼 우다다 뛰어내려가던데, 산을 달리면서 사람들한테 돈 받고 짐을 옮겨주는 직업인 보더라는 게 있다고 한다. 어쩐지 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처럼 움직이고 모여 다니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더라니ㅋㅋㅋ
얘기를 하던 도중 바깥 날씨가 계속해서 바뀌더니 무지개가 떴다. 다들 얘기하다 말고 무지개 찍는다고 창문에 핸드폰 대고 찰칵찰칵거림. 무지개가 몇 번 사라졌다가도 계속 나타나던데 안에서 술 마시느라 밖에 나가서 못 찍은 게 아쉽다.

오후 9시 반쯤 되어 다들 미니마켓에 들렀다 각자 텐트로 헤어졌다. 셋은 내일 브리타니코 전망대까지 갈 예정이라 일찍 일어나서 오전 8시쯤 출발한다 하던데, 우리에게도 브리타니코까지 오라 했지만 인터넷을 찾아본 결과 그렇게 만족스러운 풍경을 보진 못한 우리는 딱히 갈 생각이 없다. 체력 아껴서 삼봉 일출이나 보러 가야지.
텐트 속에 자려고 누웠는데 친구가 고등학교 지리쌤이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수업 자료 사진으로 주면 청년다방 떡볶이를 쏘겠다고 해서 엄청 웃었다. 하긴 친구 사진을 보여주며 옛 학생이 직접 여행 가서 찍은 사진들이라 하면 애들이 좋아할 것 같긴 하다. 심지어 교과서에 토레스 델 파이네가 그림 설명으로 나와 있더라! 그 그림을 보니 새삼 내가 토델파에 와 있다는 게 안 믿겼다. 이제 이틀 뒤면 저 삼봉을 직접 보게 될 텐데!
3. 비용
- 숙소 - 35달러
- 식사 - 샌드위치 5,000페소, 코카콜라 3,000페소, 피자와 맥주 13,000페소, 탄산 3,000페소, 스니커즈 2개 4,000페소
- 관광 및 투어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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