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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10일차 O 트래킹 5일차 그레이에서 하루 쉬기/빙하 전망대 구경, 피스콜라 도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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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10일차 O 트래킹 5일차 그레이에서 하루 쉬기/빙하 전망대 구경, 피스콜라 도전

딩동빵 2022. 12. 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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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보면 또 색다른 느낌의 그레이 빙하


1. 일정

  • 오전 10시 반-오후 12시) 아침 식사
  • 오후 1시-2시 반) 모레노 빙하 전망대 산책
  • 오후 3시-6시) 그레이 산장 와이파이 3시간 사용
  • 오후 5시 반-7시) 저녁 식사
  • 오후 7시 반-8시 반) 바에서 피스콜라 도전


2. 사진과 감상

아침의 그레이 산장 캠핑장 풍경


  텐트에서 자면 늦게까지 자고 싶어도 일찍 깨게 되는 듯. 날도 따뜻하고 구름도 없어 자는 동안 춥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자리가 불편하다 보니 자주 깨긴 한다. 그래도 일어났을 때 피곤하다는 느낌은 없어 다행.

  오늘은 O 트래킹 일정 중 쉬어가는 날이라 할 게 정말 아무것도 없다. 오늘 파이네 그란데 산장으로 넘어가는 루트도 어제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라, 다른 사람들도 여유 있게 일어나 이동하는 것 같다. 대신 제임스와 가브리엘은 오늘 아침 7시부터 빅풋이라는 단체에서 진행하는 그레이 빙하 트래킹을 해서 우리가 나갔을 땐 사라지고 없었다.

  친구는 어제 내가 자는 사이 산장 펍에 가서 외국인들과 놀다가 와이파이를 사서 쓰고 들어왔다는데, 밤새 추워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며 오전에 깼다가 2시간 정도를 더 잤다. 나도 일어났을 때의 근육통을 최대한 미루고 싶어서 노래나 들으며 누워서 좀 쉬었다.


O 트래킹 중 처음으로 본 프리 푸드


  오전 10시 반쯤 느지막이 일어나서 미니 마켓에서 라면이나 사서 먹을까 싶었는데, 주방에 들어가니 우리가 여태껏 본 적 없던 프리 푸드 박스가 있었다. 그 안에 쓰다 만 가스통도 있고, 무엇보다 우리가 까먹고 가져오지 못했던 파스타 면도 있었다! 마침 파스타용 소스 팩을 사서 들고 온 게 기억나 아침은 파스타를 해 먹기로 했다.


양송이 파스타를 만들고 싶었으나


  야심 차게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면은 성공적이었으나 소스가 30분쯤 끓여도 절대 걸쭉해지지 않아 한참을 기다렸다. 결국 2번에 걸쳐 나눠먹으려고 소분해 둔 소스 가루를 다 털어 넣었는데도 완성된 소스가 묽고 밍밍해서 몇 입 먹고 나자 금방 물렸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은 파스타라 처음엔 맛있었으니 됐다!

  아침을 다 먹고 설거지까지 해서 텐트로 돌아가려는데, 마침 빙하 트래킹을 끝내고 돌아온 가브리엘과 제임스와 마주쳤다. 둘은 이제 점심을 먹고 파이네 그란데 산장으로 간다고. 그러고는 빙하 트래킹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했는데, 모레노 빙하 미니 트래킹보다 훨씬 알찼다. 심지어 얘네는 벨트와 곡괭이까지 주고 빙하 속 작은 틈을 지나거나 동굴 속에 들어가 보는 액티비티까지 했더라.

  파이네 그란데부터는 일정이 엇갈려 헤어져야 했는데, 그전에 좀 더 대화하고 싶어 둘이 점심 먹는 사이에 꼈다. 이것저것 대화하다가 가브리엘이 북한에 대해서 다큐멘터리를 봤다며 큰 흥미를 보였다. 김정일, 김정은 이름까지 다 알던데 대박 신기했음. 제임스의 할아버지는 남북한 전쟁 때 한국으로 와서 참전했다고도 하더라. 그리고 우리나라 나이 시스템에 대해서 알려주니 무척 재미있어했다. 12월 31일에 태어난 아기가 다음 날에 2살이 된다는 건 내가 봐도 좀 어이없긴 함.

  주방에서 죽치고 앉아있다 보니 4일간 O 트래킹을 같이 하며 나름 정이 든 다른 외국인들도 전부 짐을 싸서 다음 산장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젠 얼굴이 전부 익숙해져서 또 다른 사람들 무리를 만나도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막상 헤어지게 되니 아쉽더라. 이제 우리 불 누가 켜주냐. 스토브 아저씨... 성냥 친구... 떠나기 전에 가브리엘과 제임스와 셀카도 같이 찍었는데 나중에 보면 참 그리울 듯.


그레이 산장 근처에 그레이 빙하 전망대가 있다
가는 길은 그냥 산책로 같음
전망대에 가면서부터도 빙하가 아주 잘 보인다


  우리도 자리를 정리하고 나와 그레이 빙하 전망대로 갈 준비를 마쳤다. 오랜만에 배낭 없이 걸으니 살 것 같은데 또 양쪽 허벅지 근육통이 장난 아니라 내리막길에서는 너무 아프다ㅠㅠ 그래도 빙하 전망대는 거의 산책로 수준에 거리도 멀지 않아 갈 만함.


우리 옆을 바로 날아간 콘도르
그레이 빙하 전망대에 끝자락에서
빙하에 와인 부어 마시는 간지


  전망대 가는 길에 바로 옆으로 스쳐 날아간 콘도르도 봤다. 놀라서 사진도 못 찍었는데 날개를 편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그리고 전망대 아랫길 끝까지 가다가 한국인 아저씨 세 분도 만났다. 바릴로체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셨다고 하던데 솔깃해서 도로가 괜찮냐고 물어보니 돌길이 장난 아니라고 하셔서 바로 포기. 가까이까지 떠내려온 빙하 조각을 깨서 와인을 부어 마시던데 간죽간살 어르신들이다. 한분은 브라질에서 30년을 사셨다더라...

  오랜만에 또 한국어로 대화 좀 하니 신난다. 세 분은 빙하 와인을 맛본 뒤 파이네 그란데로 돌아가기 위해 빠르게 떠났다. W 트래킹을 쉬운 버전으로 변형해서 여행 중이라던데 우리의 O 트래킹 일정을 듣고는 사람들은 왜 본인을 학대하지 못해 안달이 났냐고 하셨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자전거 여행이 더 가학적인걸.


그레이 빙하와 작은 페리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큰 조각들
조각 하나하나도 무척 크다


우리는 전망대에 조금 더 남아 쉬다가 돌아가기로 했다. 여유롭게 풍경 감상하다가 저 멀리 빙하 근처를 왔다 갔다 하는 페리를 봤는데 어제 하늘다리를 건너며 봤던 페리 같아 한참을 눈여겨봤다. 제임스와 가브리엘의 사진을 보니 모레노 빙하 말고 그레이 빙하에서 빙하 트래킹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모레노 빙하보다 저렴하고 체험 트래킹 퀄리티가 훨씬 좋은 것 같음.


귀여운 새 친구도 보고
그레이 빙하를 뒤로 하고 돌아간다
춥고 배고파서 빨리 산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친구


  나는 빙하 뷰가 너무 좋아서 할 일 없이 더 오래 있어도 좋은데, 친구는 춥고 배고파서 빨리 따뜻한 산장 주방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나도 따로 피크닉할 것들을 챙겨 오지 못해서 일단은 같이 돌아가기로 했다. 아마 점심거리를 따로 챙겨 왔다면 하루 종일 전망대에 죽치고 앉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도 많지 않아 조용하고 좋다.

언덕 위로 난 좁은 길
측면에서 보는 거랑은 또 다른 느낌
뒤로는 빙하 호수와 풀숲과 푸른 산군이 펼쳐져 있음


  그런데 마침 텐트로 돌아가는 길에 절벽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풍경 탐험에 그다지 관심 없는 친구는 먼저 산장으로 떠남. 올라가는 길은 높이에 비해 안전했는데, 끝까지 가서 보니 탁 트인 풍경이 멋있어서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레이 빙하를 정면으로, 그레이 빙하호를 왼쪽으로, 저 멀리 뒤편으로는 파릇파릇한 산과 숲이 보여 파타고니아 3종 세트였음. H가 어제 찍었다며 보여준 빙하가 갈라지는 것도 이곳에서 본 것 같더라.

돌아가는 길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가끔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도 있음
그냥 둘러본 풍경만으로도 멋있다


  돌아가는 길은 사람이 없고 조용해서 더 좋았다. 이 넓은 파타고니아 부지를 내가 다 전세낸 느낌으로 느긋하게 걸어 다니니 재밌더라. 그레이 산장부터는 O 트래킹과 W 트래킹 인원이 합쳐져서 사람이 늘어나는데도 북적이지 않는 걸 보면 타이밍을 잘 맞춰 온 것 같기도 하고.


열심히 걸어 숙소로 돌아오니 허벅지가 터질 듯함
류나티비가 준 휴족시간 벼려뒀다 사용했다
와이파이 사서 본 처참한 구글 일기예보


  산장으로 돌아오니 허벅지가 상상 이상으로 아프길래 류나티비가 준 휴족시간도 두 개나 붙였다. 그러고 따뜻한 식당으로 피신해 있는 친구와 함께 산장 와이파이를 사서 쉬었다. 3시간에 11,400페소라는 괴랄한 가격이라 그동안 못 올린 블로그를 전부 올리고 싶었으나, 와이파이가 느려서 겨우 하나 올리고 끝남. 그 와중에 구글 일기예보로 남은 O 트래킹 일정이 어떨지 확인해봤는데 처참하다. 내일부터 비 줄줄 내리면 어떻게 걷지.


국물이 일품인 야채 라면


  슬슬 배가 고파서 미니 마켓에서 라면 하나 사 먹었다. 어제 치킨 라면은 먹어봤으니 야채 라면 맛도 궁금해서 야채맛 사봄. 포크가 안에 들어있을까 하고 두근두근 열었는데 면밖에 없어서 마트에 놓여 있던 커피 스틱 두 개로 열심히 먹었다. 이럴 땐 젓가락의 민족이라 참 좋음. 그리고 라면은 역시나 꿀맛. 트래킹 시작하고 나서는 컵라면 국물을 단 한 번도 남긴 적 없다.

오늘도 실패한 짜장밥


  라면 먹고 나서도 배가 덜 찬 느낌이라, 2시간쯤 이따 바로 저녁을 해 먹었다. 오늘은 남은 짜장밥을 해 먹었는데 저번에 밥을 한 번 태워먹은 후에 마음가짐이 좀 소심해졌는지 밥이 계속 설익는다. 그리고 짜장밥은 소스만 먹어도 맛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야채나 고기가 없으니 별로임...


피스코와 콜라를 따로 줘서 신기했다
원하는 비율로 섞으면 피스콜라 완성!


  불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끝내고 어제 친구가 먹고 맛있어서 감탄했다던 피스콜라를 마시러 갔다. 외국인들이 말하는 걸 들어보면 우리나라 소맥 느낌이던데 술 느낌이 하나도 안 난다고, 음료 같다고 해서 엄청 기대했다. 바에 가서 피스콜라 두 잔 달라했더니 피스코에 곁들일 탄산음료는 스프라이트와 코카콜라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해 준다. 친구는 스프라이트를, 나는 코카콜라를 골랐다.

  결론은 맛없음ㅡㅡ 음료 같다더니 술을 원체 잘 안 마시고 소주보다 맥주를 좋아하는 내겐 하나도 달지 않았다. 피스코가 마실수록 어디서 먹어본 맛인데 싶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레노 빙하에서 마신 싸구려 위스키와 비슷하더라. 그 와중에 도수는 높아 한 잔 다 마시니 너무 졸렸다.

  맛은 없는 대신 근육통을 잊고 잘 잘 수 있겠다 싶어 텐트로 직행했다. 진짜 걸어가는 내내 빨리 따뜻하게 자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음. 친구는 식당에서 12시간짜리 와이파이를 더 쓰다 들어간다길래 헐레벌떡 텐트로 들어와 침낭 속에 파묻혔는데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나는 영원히 어린이 할래. 피스콜라 맛없어. 콜라만 맛있다.


3. 비용

  • 숙소 - 35달러
  • 식사 - 환타 3,000페소, 컵라면 2,000페소, 과자 3,000페소, 과자 1,500페소, 피스콜라 6,000페소
  • 관광 및 투어 - 산장 와이파이 3시간 11,400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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