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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의 게임/여행라이프
[아르헨티나] 14일차 푼타 톰보에서 평생 볼 마젤린 펭귄 다 본 날 본문

1. 일정
- 오전 7시 반-10시) 푸에르토 마드린에서 푼타 톰보로 이동
- 오전 10시-11시 40분) 푼타 톰보 펭귄 서식지 산책
- 오전 11시 40분-오후 12시 반) 점심 식사
- 오후 12시 반-1시 반) 푼타 톰보에서 이슬라 에스콘디다 해변가로 이동
- 오후 1시 반-오후 2시 10분) 바다코끼리 서식지에서 산책
- 오후 2시 10분-4시 20분) 푸에르토 마드린으로 복귀
- 오후 8시-9시 반) 저녁 식사
2. 사진과 감상

푼타 톰보 펭귄 투어 픽업이 오전 7시 반이라길래 6시 반에 일어나 대충 씻고 밥부터 챙겼다. 조식 포함 숙박이니 조식은 절대 놓치면 안 됨. 게다가 푸에르토 마드린에서 푼타 톰보까지는 무려 2-3시간이라 아침도 안 먹고 출발하면 가다가 무척 배고플 게 뻔하다. 요거트가 질릴 뻔했는데 오늘은 새로운 초코볼이 나와서 다행이다. 케이크 종류는 여전히 동일하지만 아침마다 하나씩 먹으면 버틸 만은 하더라.
그렇게 열심히 아침 먹고 있는데 누군가가 공용 식당으로 내 이름을 부르며 들어오길래 봤더니 오늘 우리의 투어를 맡은 가이드 파비앙이었다. 시간을 보니 딱 7시 반이던데, 이렇게 시간 잘 맞춰 온 남미 투어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우리가 아침을 먹는 중인 걸 본 파비앙은 천천히 먹고 나오라고 배려도 해줬다.



그렇게 짐을 챙겨서 호스텔 밖으로 나갔는데, 앞에 주차된 차가 생각보다 작아서 2차 당황. 나는 여태껏 남미 투어들이 그랬던 것처럼 투어 인원이 꽤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차는 기껏해야 4명 정도가 탈 수 있는 크기였다. 그리고 우리가 타고 나서 한두 명 정도 더 탈 줄 알았더니, 그대로 푸에르토 마드린 시내를 벗어나 쭉 달렸다. 프라이빗 투어라는 말이 없었어서 어안이 벙벙했음. 그리고 영어를 잘한다던 파비앙은 잘 하긴 하는데 어딘가 좀 부족한 느낌이었다(본인이 하고자 하는 말은 잘하는데 듣기가 잘 안 되더라).
그래도 프라이빗 나름의 장점이 있으니 오늘 제대로 즐기기로 했다. 차는 마드린 시내를 벗어나 트렐레우로 쭉 달렸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중간에 큰 브라키오사우루스 조형물이 있는 곳에 잠깐 멈춰 사진 찍을 시간을 주길래, 여기에 왜 뚱딴지같이 공룡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이곳 트렐레우에서 브라키오사우루스 화석이 발견됐다고 말해줬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The Largest Dinosaur in the World - Patagotitan mayorum
The Largest Dinosaur in the World - Patagotitan mayorum · RN3, Chubut, 아르헨티나
★★★★★ ·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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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2시간 정도를 더 달리고 나서야 푼타 톰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원래라면 바다코끼리 서식지를 먼저 갔다가 푼타 톰보에 갈 텐데, 가이드가 오늘은 크루즈가 정박하는 날이라 늦으면 사람들이 몰릴 거라고 푼타 톰보부터 가자고 했다. 우리야 바다코끼리보단 펭귄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니 좋았다.
잠이 모자라서 그런지 가는 동안 풍경이고 뭐고 다 잊고 기절하듯 잤다. 푼타 톰보 근처에 도착해 차가 멈추자마자 귀신같이 깼음. 파비앙은 펭귄 서식지에 들어가기 전 좀 떨어진 곳에서 표를 사야 한다고 했다. 티켓 가격은 2,300페소. 투어에 포함되지 않은 비용이라 우리가 내야 했다. 크고 좋은 화장실도 있음.
Centro de Visitantes "Luigi La Regina"
Centro de Visitantes "Luigi La Regina" · Acceso A Punta Tombo, Chubut, 아르헨티나
★★★★★ · 역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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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을 사고 나서 10분 정도 더 달려 마젤란 펭귄 서식지 입구로 간다! 입구에서 티켓 검사를 간단히 한 후, 열려 있는 산책로로 들어가면 된다. 산책로 입구를 걷다 보면 펭귄과의 적정 거리, 펭귄에게 하면 안 되는 행동 등이 팻말로 쓰여 있다. 펭귄 서식지이다 보니 펭귄을 최우선으로 존중해야 하는 점! 다행히 파비앙의 계획대로 트레일을 걷는 관광객은 거의 우리뿐이었다. 파비앙도 조용한 트레일을 보더니 크루즈 사람들이 오기 전에 와서 다행이라고 좋아했다.
Punta Tombo
Punta Tombo · 추부트 아르헨티나
★★★★★ · Vi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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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동안 파비앙이 이곳의 과나코들은 다른 구역 과나코보다 사람을 덜 무서워한다며 과나코도 가까이 볼 수 있을 거라 하길래 엄청 기대했다. 실제로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울타리 바로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과나코를 볼 수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멀리 도망가긴 하지만 터벅터벅 느릿느릿 걸어가기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어제 과나코를 찍겠다고 쌩쇼를 하던 게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트레일을 따라 걷는데 파비앙이 땅바닥을 가리키며 이게 과나코 발자국이란다. 놀라서 과나코들이 울타리를 넘어올 수도 있냐고 물으니 긴 다리로 뛰어넘어 다닌다고. 이럴 거면 울타리를 왜 만들어둔 건지 모르겠지만, 진흙 위에 새겨진 과나코 발자국이 귀엽다.


과나코 발자국을 지나 트레일을 쭉 걷는데 처음엔 아무것도 안 보여서 실망할 뻔했다. 사진을 보면 정말 발 내딛는 곳마다 마젤란 펭귄이 득시글거리던데, 우리 눈앞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음. 울타리 아래로 돌아다니는 마젤란 펭귄 한 마리가 전부였다. 그런데 걸으면서 가이드가 수풀밖에 없어 보이는 곳을 여기저기 자꾸 가리키길래 자세히 보았더니 펭귄이 숨어 있었다!


트레일을 깊이 들어갈수록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펭귄이 늘어났다. 몇 마리는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 위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졸던데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크기도 무척 작아서 뒤뚱거리는 모양새가 너무 하찮다. 마드린에서 펭귄 투어를 가장 기대했는데 기대할 만했다ㅠㅠ



낮은 언덕을 지나가는 중에 떼로 몰려다니는 과나코 무리도 봤다. 겅중겅중 달리는 걸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한 마리는 사람이 지나가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풀을 뜯어먹던데 덕분에 그렇게 소원하던 과나코 얼굴 근접샷을 얻었다! 눈이 무척 크고 이쁘다.



여태 펭귄이라 하면 눈이 소복이 쌓인 추운 지방에서 사는 모습을 상상했어서, 마젤란 펭귄의 최대 서식지가 있다는 푸에르토 마드린도 무척 추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마드린에 오니 적당히 선선한 날씨고, 푼타 톰보에 오니 펭귄들은 수풀 사이에 숨어 햇빛을 피하고 있어 웃기다. 북극곰이 사막에 사는 걸 발견한 것 같은 느낌.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다른 관광객도 거의 없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펭귄들도 다들 아직 자는 시간인 것 같았다. 수풀이나 땅굴 속에서 자고 있는 녀석들만 엄청나게 많이 봤다. 일단 펭귄이 엄청나게 많은 건 알겠는데 녀석들이 나와서 돌아다니질 않으니 수가 많은 걸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간간히 아침형 펭귄인 녀석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 녀석들도 졸린지 제자리에 서서 눈만 꿈뻑꿈뻑한다. 저 자그마한 눈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걸 보니 햇빛 아래 앉아서 조는 요모가 생각나더라. 가끔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는 것처럼 부리를 벌린 채 있는 펭귄도 보이던데, 파비앙한테 물어보니 그건 체온 유지를 위한 거라고 한다. 내게는 저 모습이 꼭 밥 달라고 시위하는 것만 같다ㅋㅋㅋ


길을 걷다가 파비앙이 저 멀리 가리키길래 뭐가 있나 봤다가 심장이 멎을 뻔했다. 바다 쪽으로 뒤뚱뒤뚱 걸어가는 펭귄 두 마리가 너무 귀여움ㅋㅋㅋㅠㅠ 다리가 짧아서 열심히 걷는데도 한참 동안 지평선 위로 잘만 보였다. 아침부터 엄청 부지런한 친구들인 것 같다. 그 와중에 바다도 무척 이쁨.



자갈길 트레일 중간중간에는 나무다리도 있는데, 여길 걷다 보면 나무 바닥 틈새 사이로 펭귄들이 보인다. 다들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다리 밑 그늘로 모여드는 것 같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굴욕적인 앵글샷에도 전혀 기죽지 않는 깜찍함...



돌아다니는 펭귄을 더 많이 보고 싶던 찰나에 우리가 향하는 길 한편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펭귄 하나가 보였다. 우리가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으니 우리의 행동이 신기했는지 녀석도 막 고개를 꺾어 우리를 구경하던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확실히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해서 펭귄들도 사람들에 대해 무감각해진 듯.


지나가다 굴에서 밖으로 나올지 말지 고민하는 녀석도 보고, 그늘 없는 뜨거운 평지 한가운데서 일광욕하는 녀석도 봤다. 트레일 깊이 들어갈수록 펭귄이 더 많이 보여서 기대가 조금 살아났다. 아니면 이른 아침 시간이 좀 지나 펭귄들이 활동할 시간이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때부터 확실히 주변을 돌아다니는 펭귄이 늘어남. 초반에 펭귄들이 다들 굴에 들어가서 자고 있길래 크루즈 때문에 너무 일찍 와서 펭귄들 활동 시간대를 놓쳤나 걱정했지만, 그냥 트레일 바깥과 안쪽의 차이인 것 같다.


조금 더 들어가니 이젠 진짜 펭귄이 바글바글했다. 다들 어느 한 방향으로 뒤뚱뒤뚱 걸어가길래 어디로 가나 했더니 바다가 있는 방향이다! 파비앙이 말하길 이곳 해안가는 먹을 것이 없어 펭귄들은 3-4일이 걸리는 먼바다까지 나가 영양분을 보충하고 온다고 한다. 지금은 번식기가 지나고 새끼를 낳은 시기라 암컷과 수컷이 교대로 둥지에서 벗어나 나갔다 온다고.


해안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로 향하는 다리에서 펭귄 두 마리가 길을 가로지르고 있길래 잠시 사진 찍으며 기다려줬다. 그랬더니 갑자기 나한테 훅 다가와서 막 머리를 들이댔다 말았다 하는 바람에 심장이 멈출 뻔함. 얘도 사람이 신기했나 보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펭귄이 다가오면 어쩔 수 없지ㅎㅎ



다리를 건너고 나자 초록초록한 초반의 수풀 지역에서 칙칙한 갈색 나무뿌리가 무성한 곳으로 바뀌었다. 나무뿌리 아래에도 곳곳에 펭귄이 있었는데, 파비앙이 아기 펭귄을 보라며 손가락으로 뿌리 아래를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아직 뽀송뽀송해 보이는 아기가 있다. 크기는 다 큰 마젤란 펭귄의 절반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너무 귀여워서 충격받음.



아기 마젤란 펭귄은 부모의 짙은 검은색 깃털에 비해 연한 회색 깃털을 가지고 있고 목 부분의 줄무늬도 아직 덜 발달되었다. 언뜻 보면 황제펭귄 아기와도 살짝 비슷한 느낌이고. 신기한 건 새끼 펭귄이 둥지에 있음에도 부모 펭귄이 사람들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는 거다. 우리가 아기 펭귄을 살펴보든지 말든지 뚤래뚤래 가만히 서 있더라.



마젤란 펭귄은 한 둥지에 두 마리의 새끼를 키우는데, 만약 둥지에 새끼가 한 마리밖에 없다면 나머지 새끼는 죽은 거라더라. 보통은 바다갈매기한테 당해 죽는다고 한다. 바다갈매기가 아기 펭귄을 먹는 줄은 꿈에도 몰라서 충격받았다. 갈매기도 그렇게 큰 조류는 아니지 않나? 어쩐지 트레일을 걷는 중간중간 갈매기 울음소리가 살벌하게 들린다 했다.



몇몇 둥지는 다행히 새끼가 두 마리 다 무사히 있다. 갈매기를 조심해야 하는 것치곤 너무 휑한 곳에 드러나 있어 어리둥절했지만, 이 정도 자라면 갈매기도 더는 사냥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딱 알과 작은 아기들만 사냥하고 성체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트레일 끝에 가까워질수록 펭귄이 더 많이 보인다. 바다로 향하는 펭귄도 늘어나고 집에서 쉬고 있는 펭귄도 늘어난다. 초반에는 구덩이 하나에 한 두 마리 정도 들어간 핵가족 형태가 많이 보였다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하나의 큰 나무뿌리에 여러 마리가 모여있는 대가족 형태가 많이 보인다ㅋㅋㅋ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너무 궁금하다.



전망대에 가까워질수록 귀여운 아기 펭귄이 많이 보여 사진 찍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마젤란 펭귄 자체도 사람에 비해 무척 작아 귀여운데 아기는 보통의 귀여움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 아쉬운 건 아기들이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건 보지 못했다는 것. 바다갈매기가 먹기 부담스러운 크기가 되었어도 아직은 둥지 바깥을 나갈 시기는 아닌가 보다.



다리 옆에 떡하니 누워 버티고 있는 펭귄 한 마리를 지나자 트레일의 끝이 보인다. 전망대는 바람이 좀 강하던데 푼타 노르떼의 바람을 경험한 우리는 버틸 만했다. 난간에 가까이 가서 보니 저 아래 해안가에 바다로 나가거나 돌아오는 펭귄들이 바글바글했다. 저 멀리 수풀 쪽에서는 여전히 많은 펭귄들이 열심히 걸어오고 있다. 바다로 들어가려는 펭귄은 찰박찰박 걸어가서 바로 수영 모드로 돌입하던데, 잠시 펭귄이 바닷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까먹고 있었던 터라 신기했다.


저 멀리 우리가 지나온 다리를 보니 그 아래 펭귄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다ㅋㅋㅋ 바다로 가다가 더우면 그늘에서 잠시 쉬는 듯함. 이쯤 되면 저 다리는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펭귄을 위한 것 같다.


청량한 바다 위에서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나는 바다갈매기 무리도 감상하고... 바닷가로 가야 하는데 길을 잃어 엉뚱한 절벽 위 다리에 도착해버린 펭귄 두 마리도 만났다. 저 친구들은 우리를 무서워하길래 거리를 더 벌리고 지나갈 때까지 한참 기다려줘야 했다.



오른쪽 전망대에도 펭귄이 무척 많다. 여긴 바다갈매기와 다 큰 펭귄들이 같이 돌아다녀서 신기했다. 아니면 펭귄 무리에 갈매기가 껴서 깽판을 놓는 것일지도. 큰 펭귄은 잡아먹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펭귄이 갈매기 가까이 스쳐 지나갈 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망대에서 한참 펭귄을 관찰하다 입구로 돌아가기로 했다. 펭귄들은 멀리서 보면 뽀송뽀송해 보여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을 것만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무척 까끌까끌할 것만 같은 깃털이 무성하다. 너무 쓰다듬어 보고 싶었으나... 겨우 참았다.




쉬는 것도 어떻게 저렇게 귀엽게 쉴 수가 있는지... 핑구 동생 핑가가 떠오르는 포즈ㅠㅠ 다들 제각기 다른 포즈로 자는데 한결같이 바보 같다. 그런데 아기들도 확대해서 찍으면 안 뽀송뽀송해서 신기했다. 만지면 갓 면도한 수염 만지는 느낌이 들 것 같이 생겼다.

돌아가는 중에 다리 중앙을 점거 중인 펭귄 한 마리를 만났는데, 사람들이 다 기다려주는 와중에 열심히 다리를 가로지르다가 한눈팔고는 철푸덕 넘어졌다. 보는 내가 다 아프게 꽈당 넘어져서 놀랐는데 자기도 놀랐는지 정신이 없어 보임ㅋㅋㅋ 다른 녀석들은 턱에서 한 번 멈추고 점프해서 내려가던데 어쩐지 안 멈추고 직진한다 했다.

돌아가는 길에 파타고니아 소도 봤다. 난 저렇게 얼굴만 하얀 소가 좀 무섭다. 달걀귀신 얼굴 같다고 해야 하나. 누가 키우는지 아니면 야생인지는 모르겠음. 다만 저 소들을 보며 사람들이 그렇게 극찬하는 아르헨티나 소고기가 떠올랐다. 난 아직 제대로 먹어보지 못함.



입구에 다다랐는데 파비앙이 저 앞에 있는 과나코가 다리를 뛰어넘을 거라고 알려준다. 보니까 과나코 한 마리가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을 서성이다가 꽤 높은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렇게 힘들이지 않으면서 우아하게 뛰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러더니 풀숲 바닥에 누워 고양이처럼 뒹굴뒹굴하던데 반전매력이라 귀여웠다ㅋㅋㅋ

우리가 처음 들어갔던 입구로 돌아오니 파비앙이 점심 먹을 시간을 준다. 트레일 입구에 식당이 딱 하나 있는데 거기서 먹어야 했음. 아니면 돌아가는 길에 배고파 죽을 거다. 대부분의 메뉴가 비싸서 나는 저렴하고 맛있어 보이는 초리조(Chorizo) 샌드위치를 골랐다. 주문이 들어가자 숯불 화덕에서 굽고 있던 초리조 소세지를 꺼내 빵 위에 올려주고 끝! 아르헨티나 아사도에 올려먹는 치미추리(Chimichurri) 소스와 매콤한 살사 소스를 뿌려먹을 수 있게 비치해 두었다.
초리조는 적당히 짭짤하니 괜찮았다. 관광지에서 800페소에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 난 이제 케첩과 마요네즈 외에 다른 소스도 준다는 것에 감동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땡기는 게 없어 커피와 알파호르헤를 선택한 친구는 밑바닥이 구멍 난 컵을 받아서 커피의 반절을 버려야 했다.
Punta Tombo Delistore
Punta Tombo Delistore · Acceso A Punta Tombo, Chubut, 아르헨티나
★★★★☆ ·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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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나서 이젠 바다코끼리 서식지라는 이슬라 에스콘디다 해변(Playa Isla Escondida)로 달렸다. 푼타 톰보와는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고. 달리는 도중에 갑자기 앞에서 달리던 다른 투어 차량이 길가에 한참 멈춰 있는 걸 발견했다. 뭘 보고 있나 싶어 왼쪽을 샅샅이 살폈는데 저 멀리 파타고니아 타조인 초이케(Choique)가 있었다! 발데스 반도에서 몇 번 보긴 했지만 이렇게 멀리서 관찰할 수 있는 건 처음이었다. 다들 도망가기 바쁘니까.
심지어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이동하는 초이케도 봤다! 초이케는 사람만큼 크고 빠른데 새끼들은 똥덩어리처럼 조그마해서 너무 신기하고 귀여웠다. 파타고니아에선 동물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니 안전 운전이 필수인 듯하다.



그렇게 한 시간쯤 달려 해변가에 도착했다. 그런데 분명 바다코끼리가 우글거릴 거라던 말과는 다르게 동물이 하나도 안 보였다. 파비앙이 바닷가를 가리키며 저기 세 마리가 있다고는 했는데, 가까이 다가가고 나서야 좀 보이더라. 중간에 바다코끼리가 탈피한 껍질도 주워 보여줬다. 까끌까끌 신기하다.
Playa Isla Escondida
Playa Isla Escondida · 아르헨티나 추부트 라우손
★★★★★ ·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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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코끼리하면 바다사자와 대비되는 뭉툭하고 큼직한 하마 코를 상상했는데, 이 친구들은 몸집만 큰 바다사자같이 생겨 실망했다. 그러니 파비앙이 설명해 주기를, 그런 코를 가진 바다코끼리는 알파 수컷뿐이며 이 녀석들은 청소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런 특징이 없다더라. 대신 여기서 볼 수 있는 바다코끼리는 Southern Elephant Seal로 현존하는 바다코끼리 중 가장 큰 종이라 한다.



나는 멀리서만 관찰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파비앙이 우리는 돌아서 저들 가까이 갈 거라며 따라오라 해서 당황했다. 바다코끼리들한테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조용히 천천히 빙 둘러 돌아가야 했는데, 그럼에도 우리가 지나가는 순간 늘어져 있던 바다코끼리가 눈을 뜨고 지켜봐서 쫄았다. 눈이 진짜 커서 빨려 들어가는 줄 알았다. 깊은 바닷속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눈이 저렇게 크다고.
가까이 가고 나서는 돌바닥에 조용히 앉았다. 바다코끼리들은 사람들이 서 있으면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우호적으로 보이려면 앉아서 편안한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난 앉는 와중에도 저 녀석들이 왕왕거리며 우리를 쫓아오지 않을까 걱정했음. 덩치가 정말 크다...



바다코끼리도 별 미동이 없고... 슬슬 지루해졌다. 바다가 이뻐서 망정이지, 바다도 칙칙하고 좁았으면 실망했을 듯. 1주 전만 해도 여기 바다코끼리가 스무 마리는 되었다던데 서식지를 옮겼나 싶다.



파비앙이 여기저기 둘러보다 신기한 새들을 발견했다. 한 무리는 물에 젖은 듯 바위에서 몸을 말리고 있는 작은 새들이었는데, 파란 눈 코모란트(Comoran Imperial)라는 새의 아기일 거라고 하더라. 다른 한 마리는 오스트레로 어스트랄(Ostrero Austral)로 붉은 눈과 부리가 인상적이었다.

바다코끼리도 보고 신기한 새들도 봤겠다, 우린 애초에 초기의 목적인 펭귄을 원 없이 봤기 때문에 마드린으로 빨리 돌아가도 좋았다. 그런데 파비앙은 파타고니아 야생 동물들에 진심인 듯 2시간 정도 이 해안가에서 동물들을 관찰하고 싶다 하더라. 바닥에 난 저 긴 길자국은 바다코끼리들이 지나간 자리라며 더 많은 바다코끼리를 찾고 싶어 했다.
아쉽게도 흔적을 따라가도 아무것도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렸다. 소나기면 모르겠는데 우박 크기의 빗방울이 마구 떨어지는 바람에 셋이 차로 달려가야 했다. 결국 파비앙도 버티는 걸 포기하고 마드린으로 돌아가기로 했음.


돌아가는 길에 정신을 잃었다가 차가 멈추길래 눈을 뜨니, 파비앙이 체리 사러 잠시 나갔다 온다고 한다. 우리도 구경할 겸 내려서 길거리 체리 가게로 갔다. 파비앙은 12월 초부터 셋째 주까지의 체리 시즌에는 매번 이곳에 들러 체리를 3kg 사 간다고 했다. 1kg은 본인 거, 1kg은 가족 거, 나머지 1kg은 에이전시 거라고. 우리는 파비앙이 산 것보다 더 크고 좋은 체리를 하나씩 받아 시식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1kg을 샀다.

체리를 한아름 받아 품에 안고 다시 두 시간여를 달렸다. 저 멀리 푸에르토 마드린이 보이는데 버스로 들어올 때는 자느라 바깥을 내다보지 못했어서 풍경이 생소했다. 정겨운 시골 마을 같기도 하고...

파비앙은 우리 숙소 앞까지 운전해 내려줬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까 고래를 못 봐서 속상했다는 얘기를 기억했는지 내 왓츠앱 번호로 고래 사진을 좀 보내주겠다고 했다. 친절한 파비앙... 하지만 난 직접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사진을 보면 볼수록 아쉽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어쨌든 파비앙과는 훈훈하게 헤어졌다. 좋은 투어였음!



친구는 숙소로 먼저 들어갔고 나는 바로 길모퉁이만 돌면 있는 맛있는 빵집에서 어제 먹었던 빵을 또 사 왔다. 사실 내일 아침 일찍 공항에 가는 동안 먹으려고 많이 사 온 건데 맛있어서 다 먹어버림... 아까 산 체리와 어제 산 만테콜도 같이 먹으며 좀 쉬었다. 만테콜은 역시 어떤 걸 먹어도 다 맛있는 듯.


하지만 저 정도로 저녁이 되지는 않기에, 주변에 봐둔 엠빠나다 튀김 집에서 엠빠나다를 포장해 왔다. 푸에르토 마드린에 이 엠빠나다 집은 많은데 그중 Fritas(튀김)이 붙은 곳은 단 한 곳뿐이라 그곳으로 갔다. 맛을 골라 주문하면 그걸 즉석에서 튀겨준다.
나는 MD, PH, CS를 골랐는데 그중 고기가 들어간 MD와 CS가 생각보다 덜 느끼해서 무척 맛있게 먹었다. 리뷰에는 기름지고 눅눅하다는 평이 많아 좀 걱정했는데 괜찮은 듯하다. 무엇보다도 배가 부른데 가격은 저렴하다. 이 집을 미리 알았다면 괜찮은 간식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Empanada House (Fritas)
Empanada House (Fritas) · Gral. Mosconi 46, U9120 Puerto Madryn, Chubut, 아르헨티나
★★★★☆ · 패스트푸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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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용
- 숙소 - 4,000페소
- 식사 - 체리 400페소, 빵 400페소, 점심 1200페소, 저녁 675페소
- 관광 및 투어 - 푼타 톰보 입장권 2,300페소, 쪼리 2,290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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