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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12일차 푸에르토 마드린의 발데스 반도 국립공원에 고래 보러 갔다가 과나코만 실컷 봤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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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12일차 푸에르토 마드린의 발데스 반도 국립공원에 고래 보러 갔다가 과나코만 실컷 봤다

딩동빵 2022. 12. 2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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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대신 실컷 본 과나코 친구들

1. 일정

  • 오전 9시-9시 반) 아침 식사
  • 오전 9시 반-10시) 웨스턴 유니온 현금 찾기
  • 오전 10시-11시) 푸에르토 마드린에서 발데즈 반도 국립공원 웰컴센터 이동
  • 오전 11시 반-오후 1시) 점심 식사
  • 오후 1시-5시 반) 국립공원 내 전망대 돌아다니기
  • 오후 5시 반-7시 반) 푼타 노르떼에서 범고래 기다리기
  • 오후 8시-11시) 발데즈 반도에서 푸에르토 마드린 이동
  • 오후 11시-12시) 저녁 식사


2. 사진과 감상


  어제 피곤했던 탓에 늦잠을 자버렸다. 조지와 오전 9시 반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일어난 게 9시였던 것... 오늘은 발데스 반도 국립공원에 가기 전에 웨스턴 유니온에서 현금도 찾고 맡겨 둔 빨래도 받아올 계획이었어서 급히 약속을 10시로 미뤘다.

  어제와 똑같은 호스텔 조식을 빠르게 먹고, 웨스턴 유니온으로 가니 사람들이 벌써 줄을 서 있었다. 그래도 다른 지점에 비해 일처리 속도는 좀 빠른 듯 친구가 금방 페소를 받아 나왔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빨래까지 받아 할 일을 일사천리로 해결했다.


조지가 콜롬비아에서 산 차
국립공원 입구에서 입장 티켓을 산다


  그렇게 조지의 차를 타고 발데스 반도 국립공원으로 출발! 콜롬비아에서 산 조지의 차는 수동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달려서 국립공원 입장 티켓 사는 곳에 도착했다. 인당 2,800페소씩을 내고 산 비싼 티켓에는 고래 꼬리가 그려져 있어 곧 고래를 볼 수 있을까 두근거렸다. 여기서 푼타 노르떼에 범고래가 출몰할 만한 시간도 물어봤는데, 오늘 만조가 되는 시간은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라는 정보를 얻었다. 그래서 5시까지 푼타 노르떼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중간중간 전망대를 쭉 돌기로 결정!

이쁜 발데즈 반도 국립공원 도장
전시되어 있는 거대한 고래 뼈
달달한 알파호르헤 과자 하나 샀다


  전망대에 들르기 전에, 웰컴 센터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나를 제외한 두 명은 아침을 안 먹고 와서 배가 고프다고 했는데 나는 아침을 먹었음에도 배가 고팠다... 해외에 와서 가장 적응하기 힘든 건 아침을 빵 조각과 요거트, 커피 등으로만 때운다는 점. 내게는 빵은 간식일 뿐이고 메인 디쉬가 꼭 필요한데ㅠㅠ

  국립공원 웰컴 센터로 들어가니 안에는 공원 내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에 대한 설명과 국립공원 역사가 쭉 나열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읽는 그런 설명은 그렇게 지루하더니 이런 곳에 와서 읽는 글들은 좀 재밌다. 거대한 고래 뼈도 봤는데 그저께 본 아바타 2의 기이한 수중 생물이 떠올라 흥미로웠다. 그리고 배가 고파서 알파호르헤 하나 삼. 너무 달달해서 한 입 먹고 아껴뒀다.


administracion area natural protegida peninsula valdes

administracion area natural protegida peninsula valdes · cercana a, ruta provincial Nº2 a 77 km desde cruce con ruta nac. Nº

★★★★☆ ·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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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마을 환영 표지
고래 꼬리 조형물이 바닷가 바로 앞에 있다
완전 부드럽고 쫄깃한 라바스(Rabas)


  웰컴 센터에서 조금 더 달려 푸에르토 피라미데스(Puerto Piramides) 환영 표지판을 지나 먼저 근처 마을로 들어갔다. 전망대를 보기 전에 배고픔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았다. 확실히 고래 시즌이 아니라 그런지 마을에 온 관광객은 우리밖에 없었다. 황량하고 텅 비어 있었음.

  고래 꼬리 조형물이 보이는 곳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일단 앉았다. 배가 고플 땐 이것저것 재지 않고 일단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니까ㅋㅋㅋ 바닷가 근처라 그런지 해산물 요리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이제 피자를 쳐다보고 싶지도 않아서 한참 고민하다가 맛있고 비싼 라바스를 다시 시켰다. 그리고 이 식당 라바스에 푹 빠졌다. 오징어가 진짜 쫄깃하고 부드러워서 내가 여태 먹어 본 라바스(혹은 깔라마리) 중에 최고인 듯.


Mar & Meseta

Mar & Meseta · Av. 25 de Septiembre, Puerto Piramides, Chubut, 아르헨티나

★★★★☆ ·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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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색과 모양의 국립공원 지형
저 멀리 넓은 바다도 보인다


  배가 적당히 부르고 음식이 맛있어서 기분 좋게 식당을 나섰다. 그리고 아까 지나쳤던 고래 표지판을 다시 돌아가 푸에르토 피라미데스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에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계단을 따라 쭉 걷는 코스가 있는데, 오른쪽과 왼쪽 두 코스 전부 끄트머리에서 바다사자와 갈매기를 볼 수 있다.


오른쪽 전망대에서 본 바다사자 몇 마리
왼쪽 전망대에는 더 많이 있었지만
갈라파고스에 비하면 너무 적다


  하지만 바다사자는 갈라파고스에서 질리도록 봤고 또 갈라파고스에 비해 바다사자의 수도 너무 적어 별 감흥이 없었다. 그만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 줌을 열심히 땡겨 찍은 게 저 정도니 눈으로 보이는 건 그냥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다. 내게는 그보다 국립공원의 지형이 더 특이하게 다가왔다. 메마른 색깔과 엉성한 수풀 때문에 사막 같아 보인다.


바다사자보다도 많이 보이던 바다갈매기
저 하얗고 뽀얀 몸통이 너무 귀엽다
사람 웃는 소리처럼 들림


  재밌었던 건 바다갈매기도 많이 있었는데, 한꺼번에 우는 소리가 사람 웃는 소리 같았다는 거다. 중간에 한 번씩 텀을 두고 단체로 소리를 내는데 그때마다 빵빵 터지는 걸 참기 힘들었다. 역시 새는 귀여운 동물인 듯.


끊임없이 이런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


  전망대를 돌아 나와 다시 차에 탔다. 이제 우리의 목적지는 다음 전망대인 푼타 델가다(Punta Delgada). 푸에르토 피라미데스부터 40여 킬로를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데, 국립공원 내 도로는 대부분 비포장도로에 전망대에 가까워지는 순간 인정사정없는 과격한 돌밭으로 변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가까운 거리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기 과나코 보다가 부모와 눈 마주침
이 친구들도 엉덩이만 종일 보여준다


  그래도 풍경이 심심하다고 자는 건 아쉽다. 중간중간 볼 수 있는 파타고니아 야생동물들을 놓치기 쉽기 때문. 물론 과나코 친구들은 경계심이 강해서 차가 다가가는 순간 뒤돌아 꽁무니를 내빼지만, 무리가 우르르 달리는 모습은 멋있다. 가끔 아기 과나코도 무리에 껴 있는 게 보이는데 너무 귀엽다...

보기 힘들다는 마라(Mara)도 봤다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열심히 도망치던 엉덩이
도망치다 말고 풀을 뜯던 친구


  동물들이 도로를 점거하다가 차가 달려오자 도망가는 풍경을 정말 많이 봤다. 과나코는 물론이고 양이나 작은 새들, 그리고 한 무리의 파타고니아 타조도 봤다. 엄밀히 말하면 타조는 아니고 타조처럼 생긴 큰 새지만, 그 친구들을 봤을 땐 이미 도망가고 있는 중이라 제대로 관찰할 수 없어 너무 아쉬웠다.

  그러다가 신기하게 생긴 동물 두 마리를 발견! 이 친구들도 도로에 있다가 차가 다가가자 후다닥 튀어나오는 바람에 우리 눈에 띄었는데, 수풀로 도망가다 말고 멈추길래 차에서 내려 슬며시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토끼를 닮았는데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좀 괴상하다. 나중에 푼타 노르떼 직원에게 들은 바로는 유럽발 토끼들이 파타고니아를 점령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마라(Mara)라는 종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운이 좋았던 거란다.


첫 번째 전망대와 비슷한 바다 풍경
아르헨티나 국기와 추부트(Chubut) 지방 국기


  신기한 동물을 잔뜩 보며 푼타 델가다에 도착한 우리는 그대로 차를 돌려 다음 전망대로 향해야 했다. 웰컴 센터에서 전망대가 닫혀 있단 건 봤지만, 해변가나 산책로마저도 싹 다 닫아버릴 줄은 몰랐다. 발데즈 반도 국립공원의 전망대가 닫혀 있다면 아예 접근조차 하지 말자... 시간 낭비다.

  그렇게 다음 전망대인 칼레타 발데즈(Caleta Valdes)로 달렸다. 도로를 또 달리면서 과나코와 양 떼를 질리도록 봤다. 그렇게 도착해서 내린 전망대는 바람이 무척 강했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모래가 계속 입에 들어와 힘들었다. 여기는 관광객들도 꽤 보였는데, 정작 볼 만한 건 별로 없었다. 바다코끼리 서식지인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볼 수가 없으니 바다사자와 다른 점도 잘 모르겠고.


Mirador Elefantes Marinos

Mirador Elefantes Marinos · Peninsula Valdes, Puerto Madryn, Chubut, 아르헨티나

★★★★★ · 자연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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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밖에 볼 수 없는 바다코끼리들
귀여움 그 자체였던 고양이


  저렇게 멀리 떨어져서 쉬고 있는 바다코끼리들을 구경하는 게 전부였다. 바다코끼리는 애초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신기하게 생긴 코 모양은 궁금했는데, 그냥 모래만 잔뜩 먹다가 전망대를 돌아 나왔다. 그나마 턱을 긁어주니 머리를 홀랑 뒤집던 귀여운 고양이가 있어 행복했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양
다리가 무척 근육진 느낌이다


  조지가 전망대를 마저 돌아볼 동안 나는 차로 돌아오다가 양을 발견했다. 차에 타면 매번 달려가는 동물들의 모습만 볼 수 있으니 도망치지 않는 모습도 좀 찍고 싶은 내게는 기회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내가 알던 양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털이 근육지게 뭉친 느낌ㅋㅋㅋ 귀엽기보다는 좀 무서워서 금방 차로 돌아왔다.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멈춰 서는 과나코 무리
귀여운 아기 두 마리도 봤다


  이제는 범고래를 볼 수 있는 포인트인 푼타 노르떼(Punta Norte)로 출발! 여기서부터 푼타 노르떼까지는 90km 정도 되어 한참 걸리니 열심히 달려야 한다. 와중에 또 과나코 무리를 발견. 이번에는 쌩하니 지나치지 말고 잠시 멈춰달라고 부탁해서 조지가 근처에 차를 세워줬다. 하지만 내가 문을 여는 순간 쏜살같이 도망가는 과나코 무리... 문을 열고 발을 내딛지도 않았는데 진짜 문을 연 순간 달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열심히 줌을 당겨서 저 귀여운 아기 과나코 두 마리를 담았는데 만족스럽다.


푼타 노르떼(Punta Norte) 직원 초소
이 긴 해변가를 따라 바다사자와 바다코끼리가 보인다
왼쪽으로 가는 전망대 포인트도 있음


  거친 비포장 도로에서 시간은 하염없이 가고... 오후 5시 반이 되어서야 푼타 노르떼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전망대로 향하는 길을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너무 강했다. 얇은 바람막이를 하나 입었는데도 속에 반팔을 입어서 그런지 너무 추웠다.

  국립공원 직원들이 머무는 초소를 두고 양쪽으로 전망대 길이 나 있는데, 오른쪽 전망대에서 해안가를 내다보니 바다사자인지 바다코끼리인지 모를 녀석들이 모래사장 위에 드문드문 누워 있다. 오른쪽에서 조금 버티다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 왼쪽 전망대로 걸어갔는데 그곳도 별다를 바 없었다. 오늘 바람이 강하다더니 상상초월이었다.


Lobería Punta Norte

Lobería Punta Norte · Nte., Estancia Punta Nte., Chubut, 아르헨티나

★★★★★ · 관광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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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 머리를 파묻고 태평히 쉬는 녀석


  이곳 푼타 노르떼는 단순히 범고래를 볼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한 게 아니다. 물이 가장 많이 차오르는 시간인 만조 때 범고래가 이를 이용해 해안가에 있는 바다사자와 바다코끼리를 사냥하는데, 운이 좋으면 그 순간을 직접 볼 수가 있다는 게 포인트다.

  우리도 한참 동안 추위를 견디며 해안가를 노려보았다. 설상가상으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내려 견딜 수 없이 추워졌지만, 범고래의 사냥은 길어봤자 5분 정도라기에 해안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한눈을 파는 사이에 범고래가 나타나는 순간을 놓치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런데 오후 6시쯤 초소 직원이 우리에게 얘기해 주길, 만조가 절정인 오후 7시쯤에 범고래가 나타날 확률이 가장 높으니 근처 카페에서 몸 좀 녹이고 오라고... 이러다 감기 걸리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던 찰나에 그런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혹했다. 그래서 바깥에서 기다리겠다는 조지를 놔두고 친구와 함께 근처 카페로 얼른 피신했다.

푼타 노르떼 전망대 근처 카페
따뜻하고 맛있던 커피


  카페는 5분도 안 되는 거리였는데도 걸어가는 동안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 카페에 들어가니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고, 카운터를 서성이니 할머니 한 분이 나와 주문을 받으셨다. 따뜻한 커피 두 잔과 딸기잼 쿠키 과자 한 봉지를 사서 앉았다. 엄청 추운데 따뜻한 커피가 들어가니 좀 살 것 같았다. 기대 안 했는데 여기 커피가 무척 맛있기도 함.


Cafe Punta Norte

Cafe Punta Norte · Nte.,, Estancia Punta Nte., Chubut, 아르헨티나

★★★★☆ ·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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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그쳤다 해서 핀 무지개


  카페에서 한 삼십 분쯤 몸을 녹이고, 6시 반이 되어 더 쉬겠다는 친구를 두고 먼저 전망대로 돌아갔다. 범고래의 등장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내 마음... 직원이 범고래가 나타나면 알려주겠다 했지만 도대체 어떻게 알려줄 건지 믿음이 안 갔던 난 그냥 추위를 견디기로 했다. 하지만 날씨는 더 악화되고... 비바람이 몰아쳤다.

  오후 7시가 되니 우리 외에도 사람들이 몇 그룹 왔는데 다들 비 쫄딱 맞으며 초소 주변에 붙어 있어야 했다. 뒤늦게 온 친구가 카페 할머니한테 오늘은 범고래가 올 날씨가 아니란 말을 들었다고 전해줬다. 내가 생각해도 이런 궂은 날씨에서 이 정도 기다렸는데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면 가망이 없어 보였다. 푸에르토 마드린을 온 이유가 펭귄 투어 때문이라 다행이지, 고래 투어가 1순위였다면 정말 슬펐을 것 같다.


국립공원 범고래 카탈로그
꽤 많은 수의 범고래의 사진과 설명이 기록되어 있다


  결국 범고래 보는 걸 포기하고 돌아가기 전 잠시 추위를 피하러 들어간 초소에서 범고래 사진만 실컷 봤다. 이것 국립공원에서는 발데스 반도 근처에 서식하는 범고래들을 구분하고 이름 붙여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기록에 호기심을 가지니 직원이 범고래의 지느러미로 성별을 구분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사진과 같이 매끄러운 곡선은 암컷이고 수컷은 직선적이라고. 저 책에는 범고래들의 특징도 적혀 있어 나름 재미있고 귀엽다. 누가 누구랑 해안가에 자주 놀러 오는지, 사냥 연습은 누구랑 하는지 등이 쓰여 있다.


모형으로나마 만난 범고래


  원래 고래 보트 투어도 하려고 했는데 고래 시즌이 지나 보트 투어도 못하고, 범고래 보는 것도 실패하니 돌아가는 길이 씁쓸하다. 그래도 하나 좋은 건 드디어 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차로 돌아가며 전망대 입구에서 범고래 모형이라도 한 장 찍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과나코 엉덩이
비쿠냐보다 더 귀엽게 생긴 듯


  돌아가는 길에 푼타 노르떼에서 만난 미국 여행객들이 알려준 펭귄 서식지에 들렀는데 아쉽게도 오후 5시가 마지막 투어였다는 말을 들었다. 이곳은 따로 입장료가 없는 대신 꼭 가이드와 동반해야 하므로 우리는 들어갈 수 없었음... 가는 길이 움푹 패이고 막히고 물이 흥건하는 둥 엄청 험했는데 그 길을 지나온 소득 없이 돌아가야 해서 아쉬웠다. 돌아가면서 과나코도 몇 번 더 만났다. 오늘은 과나코와 양만 엄청 보고 가는 듯.

너무 양이 많고 헤비했던 타코 세트


  돌아가는 길은 길고 지루했다. 우리가 늦게 출발해서인지 금방 날이 어두워졌고 달리는 도중 푸에르토 마드린 쪽을 보니 비 내리고 번개 치고 난리가 아니었다. 깜깜한 하늘에 여기저기서 번개가 번쩍번쩍 치는 건 장관이었는데, 마드린 쪽에 비가 많이 오는 건 싫다.

  3시간여쯤 달렸을까, 오후 11시가 되어서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푸에르토 마드린에 도착했다. 다들 배가 너무 고프고 지쳐서, 숙소 근처에 차를 대고 가까운 멕시칸 식당으로 걸어가는 것도 힘들어했다. 밤이 늦어서 그런지 식당엔 사람이 거의 없더라.

  내가 시킨 건 스페셜 타코 세트 중 고기 타코 2장과 감자튀김이 나오는 Tacos Enchilados였는데, 비싼 만큼 양이 많아서 다 못 먹었다. 무려 타코 하나를 통째로 남김ㅠㅠ 나는 싱싱한 야채가 많이 들어갔으리라 기대했는데 고기와 양파와 땅콩밖에 없어서 금방 물렸다. 그리고 남미 멕시칸 식당의 타코는 바삭한 타코가 아니라 부리또에 더 가까워서 그냥 고기 부리또를 먹는 느낌이었다. 타코와 부리또, 퀘사디아의 차이점은 그저 또르띠야를 어떤 모양으로 만드느냐에 있는 것 같았다. 싱싱한 야채가 듬뿍 들어간 음식이 너무 그리워지는 맛이었다... 별로 추천하지는 않음.


Lupita

Lupita · 9 de Julio 146, U9120 Puerto Madryn, Chubut, 아르헨티나

★★★★☆ · 멕시코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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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로 돌아가서는 바로 뻗었다. 발데즈 반도 국립공원을 한 바퀴 돌려면 반나절은 너무 시간이 부족하고, 아침 일찍 들어가서 여유롭게 다니면 좋을 듯하다. 시간을 못 맞춰 펭귄 서식지를 제대로 못 본 것도 아쉽고. 대신 다음날 푼타 톰보로 가서 마젤란 펭귄을 가까이서 보는 투어를 예약하기로 했다. 고래는 놓쳐도 펭귄은 놓칠 수 없음!


3. 비용

  • 숙소 - 4,000페소
  • 식사 - 점심 3,150페소, 간식 450페소, 커피 480페소, 저녁 4,640페소
  • 관광 및 투어 - 발데스 반도 국립공원 입장 티켓 2,800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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