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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2일차 로마 관광지 하루만에 전부 돌고 피자/파스타/젤라또/티라미수 맛집 탐방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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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2일차 로마 관광지 하루만에 전부 돌고 피자/파스타/젤라또/티라미수 맛집 탐방

딩동빵 2022. 9. 26.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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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초 언덕에서 포폴로 광장의 석양을 기다리며


1. 일정

  • 오전 8시 반-9시 반) 숙소 조식 여유롭게 먹기
  • 오전 10시 반-오후 1시) 콜로세움 보고 근처에서 점심
  • 오후 1시-2시 반) 조국의 제단,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보고 폼피 티라미수 먹기
  • 오후 2시 반-5시) 안티 그레코에서 비 그치기 기다리기
  • 오후 5시-8시) 포폴로 광장에서 일몰 보고 저녁 먹기


2. 사진과 감상

빵으로 배를 채우는 이탈리아인들


차마 손빨래를 할 수 없는 빨래가 쌓여 오늘 아침 조식먹기 전에 근처 빨래방에 맡기고 오려 했으나 일요일인 것을 까먹었다! 덕분에 아침 산책 30분을 마치고 산뜻하게 숙소 조식을 먹으러 갔다. 간단한 빵류와 주스, 요거트 등이 나왔는데 이 정도만 되어도 이젠 행복하다.

이후 간단히 준비하고 콜로세움을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다행히 아침 일찍 빨래방을 가는 길은 먹구름이 왕창 끼어 있었으나 지하철로 가는 길은 맑게 갠 푸른 하늘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지금은 쨍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탈리아의 특이한 표 구매 시스템


숙소 근처 가까이 지하철 역이 있어 콜로세움까지는 총 30분 정도가 걸린다. 지하철 15분 정도, 도보 15분 정도. 그런데 지하철 들어가는 입구가 마치 폐쇄된 것처럼 으슥하더니, 내부마저 삭막하고 광고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이탈리아 지하철은 원래 이런 건가?

표 사는 것도 꽤 고전했다. 이탈리아는 터치 스크린으로 작동하는 기계가 거의 없고 대부분 스크린에 나오는 버튼의 위치에 따라 기계에 있는 실제 버튼을 눌러야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그냥 터치 스크린으로 교체 좀 하지. 우리 옆에 있던 여행객 한 무리가 헤매더니 우리를 흘끔 보고 따라한다. 그 와중에 지폐는 10유로까지만 넣을 수 있는 걸 모르고 있던 우리는 한참 뒤에 겨우 표를 뽑았다. 대중교통을 많이 타지 않을 거라 100분짜리 티켓을 뽑았고, 돌아올 때를 대비하여 미리 4장을 샀다.


티켓 펀칭은 잊지 않기


100분짜리 티켓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한 후로 100분 안에 지하철 1회, 버스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탈리아는 꼭 대중교통 이용 전에 티켓을 펀칭해야 한다. 펀칭하지 않고 탈 경우 벌금이 세다고 하니 주의! 펀칭 기계는 간단하다. 지하철 타러 내려가기 전 표를 기계에 넣고, 지나가기 전에 펀칭되어 나온 표를 다시 받아 들고 지나가기. 그러면 표 아래에 조그맣게 펀칭이 된 것을 볼 수 있다.


지하철 타러 왔는데 너무 음산하다
로마 지하철 처음 타보는 티 팍팍 내기(펀칭 구멍이 손에 가려져 있음)


그렇게 표를 펀칭하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음산하다. 그리스도 안전문이 없긴 했지만 역에 사람도 많았고 밝은 느낌이라 칙칙하진 않았는데, 이탈리아 지하철은 마치 들어오면 안 될 곳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게임 갱비스트 지하철 맵이 이렇게 생겼던 것 같던데 옛날에 볼 땐 맵 참 대충 만들었다 싶었더니 실은 현실 고증이 잘 되었던 것...!


벌써부터 로마 느낌이 나기 시작


지하철에서 내려 올라오니 공원이 하나 있다. 찾아보니 Vittorrio Emanuele II Square 라는데, 자세한 건 잘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높은 야자수가 있어 신기했다. 그리고 고대 예술의 도시 로마답게 공원 한가운데에 저런 조각이 있다. 숙소 근처는 그냥 주택가라 잘 몰랐는데 이제 진짜 로마에 왔구나 싶다.

사람이 무척 많은 콜로세움
콜로세움 내부에는 식당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걷다 보니 저 앞에 콜로세움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 풍경 자체는 매우 비현실적이었다. 고대 유적지가 길거리 걷다가 보이기 시작하는 그 느낌이란. 아크로폴리스와는 또 달랐다. 파르테논 신전은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아야 해서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콜로세움은 내 눈높이에서 바로 보이니 무척 가깝게 느껴진다. 반면 콜로세움의 잔혹한 역사를 떠올리니 저 거대한 몸집이 그리 아름답게 보이진 않았다. 다들 콜로세움에 와서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떠올리던데 그걸 한 번 보고 왔더라면 싶기도 하고.


콜로세움 한눈에 담기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나와 친구는 콜로세움의 내부에 크게 관심이 없어 겉돌기만 하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여러 리뷰에서도 굳이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말이 많았는데, 내부에까지 빽빽히 들어선 사람들을 보니 잘한 결정이다 싶었다. 9유로 아껴서 맛난 거 먹자고~ 그리고 콜로세움 사진을 잘 찍고 싶어서 두 바퀴나 돌았는데 정말 이쁘게 찍기 힘들다. 계속 걸으면서 '아 정말 별로다... 어디가 그렇게 멋있다는 거야...' 만 되풀이하던 둘. 팔을 있는 힘껏 뻗어 전체샷을 하나 찍고 점심 먹으러 미련없이 떠났다.


식당으로 떠날 때의 뷰가 훨씬 아름다웠던 콜로세움


식당으로 떠나는 언덕에서 콜로세움을 보니 더 볼만했다. 언덕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사진 찍던데 아래 인파에 지쳤다면 위에 올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아란치니 한 알
속을 까보면 치즈 주먹밥처럼 생김
Salt and Pepper 스파게티(Sal e pepe)
아마트리치아나 스파게티


다들 파스타와 피자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음식은 실패할 일 없다기에 큰 기대를 안고 찾아간 평점 좋은 식당. 일단 자리가 무척 협소했으나 서버가 유쾌하고 평이 좋기에 기분 좋게 앉았다. 그리고 먼저 테이블에 덩그러니 나온 아란치니. 치즈가 느끼하긴 했으나 바삭하고 따뜻해서 맛있게 먹었다. 문제는 파스타였다.

친구는 솔트 앤 페퍼 파스타를, 나는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를 시켰는데 한 입 먹자마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짤 수가! 맛 자체는 있으나 너어무 짜서 맛을 온전히 느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이 정도면 남기지 않을 순 있겠다 하며 먹었는데, 반 정도 먹고 나니 짜서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느끼했던 아란치니가 그리워지는 순간. 우리는 반 이상을 남기고 나와 근처 편의점에서 물 한 통으로 긴급 수분 보충을 해야만 했다.

Ce Stamo A Pensà
https://maps.app.goo.gl/ApXiB9WN9QdcXodA8

Ce Stamo A Pensà · Via Leonina, 81, 00184 Roma RM, 이탈리아

★★★★★ · 남부 이탈리아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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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야누스(Trajan) 일대를 지나며
아우구스티누스 동상이 두 개나 있다


그렇게 첫 로마 음식에 충격을 받고 나온 우리는 티라미수로 입을 달래기 위해 한국인에게 매우 유명한 폼피 티라미수 집으로 향했다. 티라미수 집이 콜로세움과는 거리가 꽤 있어, 지나가는 도중에 유명힌 유적지가 많았다. 가는 길이라 하나씩 들르면서 갔는데, 친구와 나 둘 다 로마 역사를 잘 몰라서 단순히 건축물의 웅장함에 감탄만 하며 지나갔다. 넓게 펼쳐진 임페리알리(Imperiali) 거리를 지나가며 왼쪽 오른쪽을 둘러보면 보는 곳마다 관광지가 하나씩 있어 편하다.


공중 화장실이 쓸데없이 깜찍하다


로마 길거리 공중 화장실은 디자인이 쓸데없이 깜찍하다. 어떤 남자가 저 빨간 부스에서 나오길래 뭔가 했더니 진짜 화장실이어서 놀랐다. I love Sebach를 치니까 똥 모양이 나오더라...

조국의 제단 정면에서 한 컷
조각상의 자세 무척 따라하고 싶었으나 참음
조각상이 참 멋있긴 하다
꼭대기 위에 전차 조각상이 눈에 띄는 건축물


이탈리아 초대 왕과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를 기리는 곳인 조국의 제단. 트라야누스를 지나 바로 나온다. 로마는 가는 곳마다 사람이 진짜 많다. 뭔 풍경 사진을 멋있게 찍을 수가 없다. 그래서 무척 슬펐음. 사진을 찍으려 하면 사람이 득시글거려서 내가 군중을 찍는 건지 풍경을 찍는 건지...

Piazza de San Marco 건물


그래도 고전적이고 우아한 건축물이 길 가는 곳마다 있어서 눈이 심심하지 않다. 저렇게 정교한 건물을 어떻게 고대 사람들이 지어 올렸는지는 여전히 의문. 오히려 효율과 빠름을 추구하는 풍토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렇게 공들여 만든 예술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저 건물은 조국의 제단 옆에 있던 건데, 로마는 하도 관광지가 많고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 이름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


엄청난 인파를 뚫고 팔을 뻗어 겨우 건져낸 사진
로마 조각상들은 전부 자세가 요염한 편


그리고 인파가 몰리는 관광지의 최고봉인 트레비 분수에 도착! 진짜로 분수 코앞에 도착할 때까지 사람들 머리 때문에 분수 자체가 보이지를 않았다. 그렇게 힘겹게 인파를 뚫고 분수에 다가갔음! 분수 물빛이 에메랄드빛으로 오묘하니 이쁘다. 앞서 콜로세움과 조국의 제단에서 큰 감동을 받지 못하다가 트레비 분수에서는 친구와 나 둘 다 이쁘다고 연신 감탄했다. 결국 분수 중앙에 서서 사람들 머리 안 나오게 팔 뻗어 사진 하나 건져갔다.


파스타 한 묶음 기념품


로마 기념품도 중간중간 구경했는데, 파스타 관련 상품이 많다. 다만 그리스의 기념품은 아기자기하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널려 있었는데 이탈리아는 그렇게 특색 있는 물건은 없었다. 파스타는 먹을 때 맛있는 거지 자석으로 붙여둘 때 좋은 게 아니니까! 물론 점심의 악몽 때문에 이탈리아 파스타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인 상태이기도 했다.


실망하지 않았던 폼피 티라미수 클래식


콜로세움, 조국의 제단, 트레비 분수, 그리고 스페인 광장을 거쳐 힘겹게 도착한 폼피 티라미수! 우리가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을 때 흐릿하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해 아쉽게도 광장 사진은 없다(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서 광장을 빠르게 지나치긴 함).

폼피 티라미수는 이탈리아 로마 하면 맨날 언급되는 티라미수 맛집인데, 조그만 크기 하나에 5유로나 하는 기염을 토한다(맛에 따른 가격 차이는 없음). 그러나 한 입 먹고 나서 맛있다고 한 이유를 알겠다고 소리쳤다. 적당히 달달하고 부드러워 물리지 않고 끝없이 들어가는 티라미수!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실제로 폼피 집에 들어가면 한국어가 심심치 않게 들리며, 티라미수 주문 받는 직원이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등의 한국어도 잘 한다.

Pompi Tiramisù

Pompi Tiramisù · Via della Croce, 88, 00187 Roma RM, 이탈리아

★★★★☆ · 디저트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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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코 카페 그레코의 에스프레소


1760년에 그리스 사람이 열었다는 유명한 로마 에스프레소 맛집 안티코 카페 그레코! 티라미수를 먹다 말고 친구가 유명한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마시며 같이 먹자고 해서 부랴부랴 이동했다. 우산이 있었지만 펼치기 귀찮아 티라미수를 소중히 안고 바로 옆 블록으로 이동했다.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카페 안에 자리를 잡고 쉬고 가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보통 테이크아웃과 자리잡고 먹는 가격이 다르다. 안티코의 에스프레소는 테이크아웃이 2.5유로로, 다른 카페보다 비싼 편이지만 안쪽에 자리를 잡고 시키는 경우 상상을 초월할 가격으로 변모한다. 무려 에스프레소 조그마한 한 잔에 7유로. 한국 돈으로 만원 정도 하는 값이다. 심지어 티라미수는 안에서 먹을 수 없단다. 테이크 아웃 가격의 두 배도 아니고 세 배나 하는 가격에 놀라 내가 그냥 나가서 먹자고 했으나, 친구가 밖에 비도 오는데 앉아서 쉬다 가자고 해서 곰곰히 생각하다 설득당했다.

에스프레소 맛은 쓰디 썼다. 한국에서도 커피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내게 커피 원액 그자체인 에스프레소는 너무나 벽이 컸다. 폼피 티라미수를 몰래 한두 입 먹고 에스프레소 반의 반 모금을 마시는 방식으로 겨우 반 잔 비웠으나, 호기심에 설탕을 추가한 이후 이상하게도 소금맛 에스프레소가 되어버려 아예 포기했다. 커피를 사랑하면 테이크 아웃 한 번 경험해보는 건 괜찮을 것 같다.


안티코 카페 그레코

안티코 카페 그레코 · Via dei Condotti, 86, 00187 Roma RM, 이탈리아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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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다양한데 다들 수박맛과 리소맛을 추천한다
중간 크기인데 빅 사이즈만큼 담아주신 점원 아저씨
비둘기도 반한 지올라띠의 생크림


그렇게 2시간 정도 카페 그레코에서 7유로치 자릿세를 탕진한 우리는 비도 그쳤겠다, 쓴 에스프레소 맛을 씻어내기 위해 로마 3대 젤라또 중 하나인 지올리띠(Giolatti)로 향했다. 젤라또 크기를 골라 영수증을 받고, 젤라또를 퍼 주는 직원에게 영수증을 내밀며 맛을 고르면 금방 담아준다. 나는 4.5유로짜리 중간 크기(2-3가지 맛 고를 수 있음)를 선택해 수박맛, 패션후르츠맛, 그리고 리소 맛(Lizzo)을 골랐다. 다들 여기에서는 수박과 리소맛을 추천하더라고. 젤라또 퍼 주는 아저씨가 유쾌했다. 양도 엄청 많이 줌.

그동안 그리스에서도 젤라또 집은 많이 갔으나 거긴 전부 평범한 아이스크림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진짜 젤라또 느낌이었다. 수박맛은 초코칩이 같이 있어 시원하고 달달했으며, 패션 후르츠는 씨가 같이 씹혀 진짜 상큼했다. 리소 맛은 이대 근처 솔리드웍스가 훨씬 맛있긴 하다. 여긴 살짝 크리미하고 느끼하며 쌀이 무른 편이지만 솔리드웍스는 담백하고 쌀 씹히는 식감이 생생했기 때문. 그래도 여긴 추천할 만한 맛집이다.

대신 가게 앞에서 젤라또를 다 먹고 가는 걸 추천하는데, 가게 화장실에서 손을 닦아야 할 만큼 젤라또가 빠르게 녹기 때문이다. 양을 많이 담아줘서 흘러 내리는 것도 있다. 사진 찍는 와중에도 몇 방울 녹아 떨어지더니 나중에는 손이랑 콘이 일체가 될 정도로 흠뻑 젖었다. 그 와중에 비둘기 한 마리는 사람들이 떨어뜨리고 간 생크림에 중독되어 떠날 줄을 모르더라.


지올리띠

지올리띠 · Via degli Uffici del Vicario, 40, 00186 Roma RM, 이탈리아

★★★★☆ · 아이스크림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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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여기저기 있던 식수대(여긴 판테온의 식수대)


그렇게 디저트로 허기진 배를 치유하고, 로마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집을 친구의 친구에게 추천받아 가기로 했다. 가는 길이 도보로 20분 넘기는 했지만, 날도 좋고 간식도 많이 먹었으니 배도 꺼트릴 겸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가며 도중에 판테온을 보았는데, 여기도 사람들이 왕창 몰려 있어 사진을 잘 찍을 수가 없었다. 판테온 사진은 과감하게 패스. 그렇게 웅장하지도 않고... 로마의 단점은 유적지와 쇼핑 및 식당 거리가 구분이 되지 않아 웅장함이 반감된다는 점 같다. 우리는 로마 거리를 걸으며 경복궁이 왜 아름다운지 알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쩌다 나보나 광장
열심히 포즈를 따라했던 조각상 중 하나


걷다가 보니 나보나 광장에 도착했고, 넓은 광장이긴 했으나 똑같은 분수와 똑같은 건물들에 다른 점을 느낄 수가 없었다. 대신 아까 트레비 분수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조각상 포즈 따라하기는 시도해 보았다. 한 할아버지가 포즈를 열심히 따라하는 나를 보곤 웃어가지고 민망해서 오래 서 있진 못했다. 대신 할아버지가 안 보이는 다른 동상에 가서도 한 번 더 시도했다. 내 바람막이가 아주 유용하게 쓰였던 순간.


포폴로 광장에 노을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기도 조각상이 아주 많다


  나보나 광장에서 열심히 포폴로 광장까지 걸어왔다. 추천받은 식당이 이 근처였기 때문. 하지만 많이 걷다 보니(벌써 2만 보가 넘었다) 생리통과 목감기가 합작을 해 약한 몸살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석양 지는 전경을 보겠다고 열심히 보르게세 공원의 핀초 언덕까지 걸어 올라갔다. 포폴로 광장에서 보는 풍경도 참 이쁘지만 공원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장 및 시내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석양빛이 건물을 비추는 순간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과 로마 시내


  여기도 다들 석양 지기 몇십 분 전에 좋은 자리를 잡아두고 기다리던데, 키가 큰 내 친구는 열심히 팔을 들어 멋있는 풍경을 잘만 찍었다. 역시 키 큰 게 최고다. 아래에서 보는 포폴로 광장은 그저 그런 광장 중 하나였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석양 시간의 포폴로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트레비 분수 이후로 연신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다.


스탑 버튼을 누르면 눌렀다고 표시가 뜬다


  그리고 식당까지 걸어갈 힘이 없어 버스를 타기로 함. 그런데 이탈리아 버스는 표를 어디다가 내는 건지... 일단 눈앞의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는 40분이나 뒤에 오기에 헐레벌떡 올라탔는데, 아무리 봐도 표를 찍는 곳이 없다. 우리는 한참 현지인들은 어떻게 행동하나 구경했는데 현지인들도 아무도 표를 꺼내거나 찍거나 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도 식당 근처 역에 도착했을 때 그냥 내림! 어쨌든 표는 사둔 게 있으니...


까르보나라 파스타... 이젠 절대 안 먹어
특제 D.O.P 소스를 얹은 노란 토마토 피자
친구의 친구가 극찬한 티라미수(무려 6유로)


  사실 우리는 이탈리아(특히 로마)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무척 낮아진 상태여서 저녁은 마켓에서 사 먹을까 했지만, 친구의 친구가 어느 식당의 티라미수를 인생 티라미수라 추천해주었기 때문에 딱 한 번만 더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야심차게 'less salty'를 외쳤다. 그리고 대망의 음식이 나왔는데...

  여전히 너무 짰다... 그리고 너무 느끼했다. 눈물이 핑 돌고 한국의 김치보다도 그리스 음식이 그리워졌다. 그리스 음식은 실패라도 안 했는데... 기로스는 어떤 조합이든 맛있고 그릭 샐러드도 참 상큼했는데... 로마는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길래 음식이 이렇게 죄다 짠 건지. 대신 티라미수는 참 맛있었다. 묘하게 내가 예전에 즐겨먹던 편의점 3천원짜리 도시락 티라미수가 떠오르는 맛이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결론! 로마 음식은 맛없음! 하지만 디저트는 맛있음! 밥 말고 빵을 먹자.


Al Forno della Soffitta

Al Forno della Soffitta · Via Piave, 62, 00187 Roma RM, 이탈리아

★★★★★ · 이탈리아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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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루 비용

  • 숙소 - 37.5유로
  • 식사 - 점심 10.75유로, 티라미수 5유로, 에스프레소 7유로, 젤라또 4.5유로, 저녁 14.75유로
  • 투어 및 관광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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