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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5일차 푸른 동굴만을 바라보고 간 카프리 섬인데 얻은 건 멀미뿐/마르게리따 원조인 브란디와 소르빌로 튀긴 피자 도장깨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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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5일차 푸른 동굴만을 바라보고 간 카프리 섬인데 얻은 건 멀미뿐/마르게리따 원조인 브란디와 소르빌로 튀긴 피자 도장깨기

딩동빵 2022. 9. 29.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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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 섬에 도착하기 직전 보이는 풍경


1. 일정

  • 오전 8시-9시 10분) 페리 탑승 항구까지 이동
  • 오전 9시 10분-10시) 나폴리에서 카프리 섬으로 이동
  • 오전 10시-오후 5시) 카프리 섬 구경
  • 오후 5시 10분- 6시 10분) 카프리 섬에서 나폴리로 이동
  • 오후 7시 반-9시) 즉석 동행과 저녁


2. 사진과 감상

결국 1.7유로에 구매한 셈이 되는 151번 버스표


  오늘은 오전 9시 10분 카프리 섬으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산타 루치아 항구 근처로 가야 한다. 항구에서 SNAV 회사의 왕복 페리 티켓을 실물로도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넉넉히 잡고 움직였다. 항구 쪽으로 가는 버스는 151번으로, 나폴리 중앙역 근처에서 탈 수 있다. 티켓도 중앙역 근처에서 사면 되는데, 티켓에는 1.2유로라고 적혀 있던데 우리는 거스름돈을 1유로 덜 줬다. 조금이라도 불친절하면 밑장 빼기 의심하고 거스름돈 받자마자 꼼꼼히 세자...


나폴리에서 카프리 섬으로 가는 페리 티켓


  그리고 나폴리 시내버스는 급하면 타지 않는 게 좋다는 걸 몸소 경험한 시간이었다.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았고, 교통체증도 심해서 예정된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려 도착했다. 덕분에 스릴 넘치는 티켓 교환을 해야 했다. 9시 10분 페리인데 9시 6분에 티켓 교환 후 탑승 위치에 도착! 아침에 일기예보를 봤을 땐 하루 종일 구름이 끼고 비가 와서 페리가 안 뜨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예정대로 출발했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선원들이 돌아다니며 나눠준 그 봉투


  그런데 다행히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날이 안 좋아서 파도도 높아 배가 엄청 흔들렸다. 자이로드롭에 탄 것마냥 위로 솟구쳤다 아래로 곤두박칠치는 건 기본이고, 좌우로 무한대 기호를 그리며 흔들리는 건 덤이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배가 마구 흔들리니 무언가를 직감한 선원들이 초록색 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모두에게 나눠줬다. 보자마자 딱 뱃멀미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봉투다 싶었다. 사람들은 처음에 배가 요동치기 시작하자 추임새도 넣으면서 재밌어하다가, 곧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는지 조용해졌다.

  문제는 나도 뱃멀미를 좀 하는 편이라 눈 감고 심호흡을 하고 있었는데, 중간쯤 가니 주변에서 서라운드로 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려서 미칠 것 같았다.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여기서는 기침을 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쉴 새 없이 뱃멀미하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그래서 저 멀리 카프리 섬이 가까워지는 것을 보았을 때 정말 살 것만 같았다. 내리고 나서 보니 우리가 탄 배가 미코노스에서 산토리니로 갈 때 탔던 페리보다 훨씬 작은 배라 더 심하게 흔들렸나 싶었다. 거기다가 날씨도 평소보다 험악해서, 정말 지옥 같은 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카프리 섬의 항구


  내리면서 본 카프리 섬은 구름이 좀 많아 흐렸지만 알록달록하니 귀여웠다. 일단 육지에 내리니 멀미도 좀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래도 조금 더 쉴 겸, 식당과 카페가 있는 곳으로 가 콘을 직접 굽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젤라또를 먹기로 했다.

  카프리 섬은 보통의 페리가 정박하는 아래쪽의 카프리와 더 위로 올라가야 하는 아나카프리로 나뉘어 있다. 섬에서 볼 만한 곳은 아나카프리(현지인 마을 느낌), 몬테솔라레 전망대(카프리 섬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로, 위태로운 1인용 케이블 체어를 타고 가야 함), 그리고 카프리 지구(쇼핑 및 먹자골목) 이렇게 세 군데인데, 우리는 섬 내 구경보다 카프리 섬을 넓게 돌며 보트 위에서 풍경을 보는 보트 투어와 카프리 섬의 푸른 동굴을 가는 투어를 기대하고 왔다. 그래서 카프리 섬에서 할 것들을 미리 찾아보지 않고 와서 처음에 허둥대다가, 주변에 다들 푸니쿨라 티켓을 사서 타길래 일단 따라갔다.

푸니쿨라 편도 티켓; 2.2유로


  푸니쿨라 티켓을 구매하는 곳과 타는 곳은 전부 카프리 섬 항구 근처 가까이 있다. 카프리 내 대중교통 수단은 전부 편도 2.2유로로 고정이다. 올라오며 카프리 섬 명물이라는 오픈 택시(오픈카를 타고 섬을 편안히 돌아다니는 것)도 보았는데 너무 비싸서 패스. 푸니쿨라는 작은 열차 같은 건데, 탑승 시간은 무척 짧고 이동 중에 볼 만한 풍경도 딱히 없다. 다만 걸어서 올라가는 건 꽤 고역이라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기엔 좋다.


저 멀리 거대한 바위산과 카프리 마을
카프리 마을과 바다; 흐려서 수평선이 안 보임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면 카프리 시내 중심 초입에 내린다. 여기서 보는 섬의 풍경도 멋있다. 다만 산토리니나 미코노스 섬의 하얀 풍경을 먼저 접하고 온 터라 그렇게 감동스럽진 않았다. 날씨도 여전히 흐렸기에... 대신 거대하고 큼직한 바위 지형물이 많아 외국 섬이라기보다 우리나라 산지 느낌이 많이 났다. 크게 특별할 것은 없는 풍경이었다.


딸기맛과 판나 코타맛, 그리고 따뜻한 콘


  푸니쿨라 정거장에서 조금 더 들어오면 카프리 시내가 바로 보인다. 카페와 식당이 널려 있고 길거리에 명품 가게도 많아 쇼핑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 나와 친구는 젤라또 집부터 찾아갔지만!

  기본 젤라또는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 직접 굽는 콘에 담아주는 젤라또는 5유로에 2-3가지 맛으로 고정되어 있다. 구글 리뷰에서는 딸기맛이 가장 맛있대서, 딸기맛이랑 판나 코타 맛으로 골랐다. 젤라또 맛 자체는 평범하게 맛있는 맛이었지만 콘이 따뜻해서 과자 먹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로마에서 비싼 편이라는 지올라띠 젤라또가 엄청난 양에 4.5유로였던 걸 생각해보면 그렇게 많은 양도 아닌데 5유로나 되는 건 비싼 게 맞다... 카프리 물가...


Buonocore Gelateria Pasticceria Gastronomia e Tavola Calda

Buonocore Gelateria Pasticceria Gastronomia e Tavola Calda · Via Vittorio Emanuele, 35, 80073 Capri NA, 이탈리아

★★★★★ · 아이스크림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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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입구에서 찍는 사진이 훨씬 이쁘다


  젤라또를 손에 들고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니 근처에 정원이 하나 있어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향수 가게가 많던데, 카프리 섬에서 나는 식물로 만드는 특별한 레시피 같은 게 있는 것 같았다. 엄청 오래된 향수 가게도 하나 봤는데 다들 사진을 엄청 찍어가더라.

  그렇게 정원 입구에 도착했는데 입장료가 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입장료는 1유로로 싼 편이지만 척 보기에 마곡 식물원보다도 작아 보이는데 돈을 받는 게 괘씸해서 갈 마음이 사라졌다. 정원 안에서 보는 카프리 뷰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고. 정원이 잘 관리되어 있다고는 하던데 크게 관심이 없어 돌아 나왔다.


아치로 향하는 길목의 풍경


  그래서... 이제 카프리 섬에서 무얼 하나. 푸른 동굴 투어를 좀 찾아볼까. 하지만 예감이 좋지 않았다. 이미 페리를 타고 섬에 들어올 때부터 파도가 엄청나게 거친 것을 몸소 겪었는데, 작은 통통배를 타고 들어가는 푸른 동굴 투어가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심지어 찾아보니 날이 안 좋은 경우 동굴로 들어가는 낮은 입구가 물에 잠기기도 한다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푸른 동굴 투어가 열리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역시나, 오늘은 투어를 열지 않는다는 표시가 떠 있다. 이제 정말 카프리 섬에 온 이유가 사라진 셈이었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그 영롱한 푸른빛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카프리 섬에서 나가는 배편이 오후 5시 10분이라 아직 섬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한참 남았다. 고민하다가 주변에 있다는 아치형 전망대를 가기로 했다.


Natural Arch

Natural Arch · plattl, 7c, 39054 Renon BZ, 이탈리아

★★★★★ · 관광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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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 맞은편의 장관도 멋있음
직접 보는 게 더 웅장한 아치


  카프리 시내에서 20분 정도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면 이런 자연경관이 나온다. 지리교육과 깨비에게 물어보니 파도가 약한 부분부터 침식해서 이런 모양이 나온다 한다. 언젠가는 아치도 완전히 무너질 거라고. 신기하다! 역시 사람은 지식이 있어야 재밌다.

  아쉽게도 전체 풍경을 사진에 다 담을 수 있는 구도가 없었다. 런던에서 왔다는 외국인도 만나 서로 사진을 찍어줬는데, 아무리 구도를 요리조리 돌려봐도 마음에 들게 나오지가 않는 거다... 진짜 멋있기는 하니 카프리 섬에 갔다가 시간이 나면 한 번쯤 올라가도 좋을 풍경. 그런데 묘하게 우리나라 어딘가에도 있을 법하다. 그래서 섬의 특색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하다.


돌아가는 길에 본 고양이 두 마리
치킨 1/4마리인데 가장 평범해서 좋았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들어오면서 봐 두었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비싼 물가를 자랑한다는 카프리에서 그나마 싼 것 같아 들어왔는데, 생선 요리는 전부 비싸고 파스타는 물려 닭 요리(Pollo)를 시켜보았다. 처음에는 1/4 조각이라 쓰여 있어 양이 적을 줄 알았는데, 양도 많다. 그리고 정말 평범한 닭 전기구이 맛이라 너무 좋았다. 이탈리아 와서 처음으로 만족한 음식이라고 해야 하나. 친구는 그토록 원하던 평범한 맛의 알리오 올리오(심지어 싱거웠음)를 먹으면서 행복해했다.

  그런데 계산서를 보니 10유로가 추가되어 있다! 확인해보니 무려 자릿세. 자릿세가 인당 5유로나 책정되어 거의 메뉴 한 개만큼의 돈이 추가된 거였다. 바다가 보이긴 했지만 완전히 열린 뷰도 아니었고 심지어 파리와 모기가 많아 밥 먹는 내내 다리를 떨면서 먹어야 했는데 자릿세가 5라고... 고작 2-3유로 정도 예상했던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다.


Le Grottelle

Le Grottelle · Via Arco Naturale, 13, 80073 Capri NA, 이탈리아

★★★★☆ · 이탈리아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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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람들은 왜 빵을 술에 적셔 먹을까
역시 레몬 소르베는 실패하지 않음


  친구가 어제 포지타노에서 먹은 레몬 소르베를 잊지 못해 레몬 소르베를 먹으러 다시 시내로 내려왔다. 괜찮은 디저트 집을 발견했는데 그곳에서 나폴리 특유의 길거리 간식인 바바(baba)도 판다길래 그것도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레몬 소르베는 포지타노보다 작은 크기에 포지타노보다 1유로 비싼 7유로였다. 맛도 개인적으로 포지타노가 더 맛있음.

  그리고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는데, 우리가 먹은 바바는 빵만 있는 일반적인 바바랑은 다르게 빵과 크림과 리몬첼로를 티라미수처럼 겹겹이 쌓은 모양이다. 처음에 따로 찾아보지 않은 건 바바를 먹은 모두가 물에 젖은 티슈를 씹는 것 같은 괴상한 식감이라는 평을 남겼기 때문인데, 막상 구할 수 있으니 한 번 먹어는 보고 싶었다. 결론은 앞선 사람들의 평이 정확했다. 도대체 빵을 왜 술에 절여 먹는 건지, 나는 이 사람들의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그냥 술과 빵 각자의 식감을 존중해주면 안 될까?


BGA in Piazzetta

BGA in Piazzetta · Via Roma, 59, 80073 Capri NA, 이탈리아

★★★★★ · 아이스크림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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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 지구 버스 정거장
카프리 대중교통 표 디자인 너무 구리다


  레몬 소르베까지 싹 비우고 나니 또 할 일이 없어졌다. 아직 돌아가는 배편 시간도 남은 상황이라, 다시 항구 쪽으로 내려가 마리나 해변(Marina Grande)을 가 보기로 했다. 카프리 지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가기 위해 편도 티켓을 또 끊었다. 그리고 푸니쿨라에서는 아무 말 없었는데 버스에서는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달라 하더라. 하필 천 마스크를 숙소에 두고 와서 울며 겨자 먹기로 주변 상점에서 1.5유로짜리 마스크를 구매해서 착용했다.


마리나 그란데 해변
물 색이 정말 영롱하다; 0.7 오르노스 해변


마리나 해변은 우리가 내린 항구 바로 옆에 있었다. 하지만 해변에서 여유롭게 해수욕을 즐길 수는 없었다. 물이 너무 찼고 파도가 엄청 거셌다. 중간에 빗방울 굵은 소나기까지 내려 수영을 즐기거나 할 환경이 아니었다. 심지어 물에 잠기지 않는 해변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저 절벽 아래 땅까지 갈 수조차 없었다. 이게 해변이 맞나 싶더라.

그런데 구글맵 사진을 보니 날이 좋을 때는 정말 해변처럼 넓은 모래사장과 자갈밭이 펼쳐져 있다. 우리가 갔던 날의 날씨 운이 매우 안 좋았던 것으로ㅠㅠ 물 색은 미코노스 섬의 오르노스 해변처럼 정말 영롱해서 좋았다.

Spiaggia Marina Grande

Spiaggia Marina Grande · Via Marina Grande, 270, 80076 Capri NA, 이탈리아

★★★★☆ ·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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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새의 일종으로 추정되는 친구
갈매기임이 확실한 친구


물속에서 놀지를 못하니 그 근처에 앉아 파도가 치는 소리를 들으며 한숨 돌렸다. 바람이 거세니 파도 소리도 우박 소리처럼 많이 요란했다. 그 와중에 이상하게 생긴 새와 갈매기가 해변가로 날아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돌아다녔다. 어떤 아주머니가 과자를 주니까 덩치에 맞지 않게 아기처럼 울면서 그분 주위를 맴돌던데 너무 웃겨 죽는 줄 알았다.


다시는 지옥 같은 멀미를 겪고 싶지 않았던 나


그리고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지자 죽을 것 같았던 멀미 시간이 다시 두려워져 항구 근처 약국에 들러 멀미약을 샀다. 얼마인지도 모르고 무슨 멀미약인지도 모르지만 약사님을 믿고 일단 샀더니 9.8유로나 하는 비싼 약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다행히도 평이 좋은 이탈리아 약이다. 한 시간 반 정도 전에 한 알 미리 먹어두면 효과가 좋다는 듯.


레몬 슬러쉬까지 레몬 음식 도장깨기 완료!


그리고 남은 한 시간은 레몬 슬러쉬를 먹으며 카페에 앉아 쉬었다. 원래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저렴한 레몬 슬러쉬 하나 맛볼 생각이었는데 정신없는 호객 행위에 이끌려 카페에 들어가니 본격적으로 플레이팅한 레몬 슬러쉬를 하나씩 먹고 있었다. 맛은 그냥 평범하고 상큼한 레몬 슬러쉬 맛이었다. 그래도 이탈리아 남부에 와서 레몬 사탕과 레몬 소르베, 그리고 레몬 슬러쉬까지 전부 도장깨기 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ㅎㅎ

그리고 여기서 한국인 여행객 두 분을 우연히 만나 남은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다. 둘은 자매라던데 카프리 섬에는 한국인이 하나도 없어 너무 반가웠다고 하셨다. 친구가 친화력 좋게 저녁을 마르게리따 피자 원조집에서 같이 먹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그렇게 즉석에서 저녁 동행이 만들어졌다. 아쉽게도 우리는 5시 페리였고 그분들은 6시 페리여서 따로 나폴리로 돌아가야 했지만 우리가 미리 피자집에 가서 웨이팅을 하고 있기로 했다! 페리를 타러 나오면서 왜 이렇게 신이 났나 곰곰이 생각해보았더니, 타지에서 새로운 한국인과의 대화라는 게 생각보다 큰 힘을 주는 것 같다.


나폴리 항구도 만만찮게 알록달록하다
내리면서 다시 만난 누오보 성


올 때는 페리 탑승을 늦게 했더니 1층에는 자리가 없어 2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2층에도 자리가 없던데, 중간에 짐을 의자에 올려둔 사람도 있어 그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써도 되겠느냐고 묻고 다녀야 했다.

내게 자리를 비켜준 사람은 본인이 뱃멀미를 심하게 하니 주의하라고 했다. 실제로 엄청난 뱃멀미를 하셨다... 나는 약기운 덕분에 몽롱해서 잠을 잘락 말락 하는 중이었는데 옆에서 뭔가 쫘악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 화들짝 깼다. 그 이후로는 별 기억이 없는데, 친구가 나를 흔들어 깨우고 나서 보니 나폴리 항구에 다다라 있었다. 약이 진짜 효과가 좋았던 거였다. 아무래도 잠을 자게 만들어 멀미를 느끼지도 못하게 하는 듯.

저녁의 톨레도 거리(Via Toledo)
소르빌로의 피자 튀김


내려서 보니 우리가 가려고 했던 브란디 피자는 오후 7시 반부터 다시 오픈이고, 동행 도착까지도 한 시간 정도 남아서 소르빌로 피자집에서 피자 하나 시켜 나눠먹기로 했다. 소르빌로는 친구가 나폴리 피자를 검색하다 찾은 곳인데, 어떤 사람이 매일 가서 먹었다고 써놓곤 가게명을 적어놓지 않아 사진 옆에 있던 KIKO 매장으로 힘겹게 찾은 곳이다. 나폴리 3대 피자는 적어두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으니 우리는 마음대로 소르빌로(Sorbillo), 다미켈레(DaMichele), 브란디(Brandi) 세 개를 3대 피자라 생각하기로 했음.

소르빌로는 나폴리의 쇼핑 거리라는 톨레도 거리 중심에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땐 사람이 없어 놀랐다. 그리고 그냥 마르게리따 피자는 질려서, 피자를 튀겨달라고 부탁했다. 피자 종류를 고르고 Pizza Frita라고 말하면 해준다(가격은 기본보다 1유로 더 비싸다). 메뉴에는 따로 안 쓰여 있지만 벽 광고판에 잘 보면 튀김도 가능하다 적혀있다. 받아보니 엠빠나다 같은 모양. 엄청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나폴리 피자 중 가장 맛있었던 곳.

Sorbillo Piccolina - Gino e Toto

Sorbillo Piccolina - Gino e Toto · Via Toledo, 249, 80132 Napoli NA, 이탈리아

★★★★☆ · 피자 테이크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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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거리는 저녁이 정말 이쁘다
짙은 푸른색 하늘도 보기 좋았음


소르빌로 튀긴 피자 한 판 금방 먹고 톨레도 거리를 쭉 구경했는데, 사실 구경할 만한 가게는 딱히 없었지만 거리의 분위기는 좋았다. 저녁 즈음에 가서 상점가에 불이 켜져 있고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해 복작복작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나폴리에 오기 전에는 마피아의 동네라서 치안이 안 좋다, 소매치기가 많다 등등의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접했는데, 오히려 더 조용한 느낌이다. 물론 길거리에 노숙자는 많고 숙소를 잘못 고르면 위험하겠지만 우리가 이틀간 오후 11시까지 돌아다니며 느낀 바로는 별 위험이 없었다.


미니 바바들; 보기만 해도 맛이 없다 하지만 귀여움
초콜릿 사기를 당한 걸 깨달은 순간


의류 매장 사이를 걷다가 기념품 가게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소렌토에서 사 먹었던 비싼 리몬첼로 초콜릿이 정말 맛있었는데, 길거리에서 파는 저런 싸구려틱한 초콜릿과 맛이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아 모험이나 해볼까서였다. 우리가 비싸게 샀던 건 만 원에 12알 정도였는데, 저건 무려 6천 원 정도에 훨씬 많은 양이다. 그리고 사서 한 알 먹었는데, 우리가 호구였다는 것을 깨달음. 저런 거 남부 쪽 가면 주변 가게에서 많이들 파니 소렌토에서 굳이 비싸게 사지 맙시다...


아페롤 스프리츠(Aperol Spritz)
브란디의 마르게리따 피자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어 이제 브란디에 올라가 기다리고 있으면 될 것 같아 미리 갔다. 명성에 비해 오픈런을 기다리는 웨이팅은 많이 없었다. 2층에 올라가서 기다려도 되냐는 물음에 직원들의 대답이 영 불친절했지만 바깥에 비도 오고 그래서 일단은 올라갔다.

나폴리에서의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니 이탈리아 국민 식전주인 아페롤 스프리츠가 당겼다. 밍밍한 오렌지 탄산음료 맛 같지만 시원하니 잘 들어간다. 브란디는 마르게리따 피자의 원조 집이기에 당연히 피자는 각자 마르게리따 한 판씩! 동행과 이것저것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피자도 다미켈레보다 괜찮았음. 개인적으로 나폴리에서 먹은 3개 피자 순위를 매기자면, 소르빌로 > 브란디 > 다미켈레 정도.

Pizzeria Brandi

Pizzeria Brandi · Salita S. Anna di Palazzo, 1/2, 80132 Napoli NA, 이탈리아

★★★★☆ · 피자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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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루 비용

  • 숙소 - 39.5유로
  • 식사 - 저녁 소르빌로 2.15유로, 젤라또 5유로, 레몬 소르베 및 바바 10유로, 저녁 브란디 17,700원, 레몬 슬러시 5.5유로, 레몬 초콜릿 5유로
  • 투어 및 관광 - 카프리 대중교통 편도 2장 4.4유로, 멀미약 9.8유로, 현금 인출 4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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