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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의 게임/여행라이프
[이탈리아] 12일차 돌로미티 여행의 메인인 세체다에서 점심 먹고 산타 막달레나 일몰까지 본문

1. 일정
- 오전 9시-오전 10시) 카페에서 간단히 아침 먹고 세체다 케이블카 앞에서 동행과 만남
- 오전 10시-오후 3시) 세체다 정상 즐기기
- 오후 3시-4시) 젤라또 먹고 동행과 헤어짐
- 오후 4시-5시 반) 오르티세이 기념품 가게 구경 및 마트 장보기
- 오후 5시 반-8시) 산타 막달레나 일몰 감상
- 오후 8시-12시) 저녁 식사
2. 사진과 감상



오르티세이 일정의 정수인 세체다를 가는 날이다. 친퀘토리나 트레치메 같은 투박한 지형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예리하고 날카로운 풍경을 보면 또 색다른 느낌일 것 같았다. 다행히 오르티세이의 숙소는 오르티세이 마을 안에 있어 세체다와 알페 디 시우시를 갈 수 있는 케이블카까지 걸어서 5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어제 만난 동행 S와 세체다 케이블카 입구에서 오전 10시까지 만나기로 해서, 그전에 카페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가기로 했다. 오르티세이의 마트는 늦으면 오후 7시 반, 빠르면 오후 7시에 닫아서 어제 미처 아침거리를 사지 못한 탓.
근처 카페에서 간단히 샌드위치와 디저트로 입가심을 했다. 나는 밤 케이크를 시켰고 동행은 슈트루델(Strudel)을 시켰는데,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때 먹는 슈톨렌과 비슷한가 싶었더니 맛은 더 가벼운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슈톨렌이 훨씬 깊고 맛있다. 그리고 이제 따뜻한 카푸치노에 익숙해진 듯.
Café Konditirei Demetz
Café Konditirei Demetz · Strada Rezia, 44, 39046 Ortisei BZ, 이탈리아
★★★★☆ · 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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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체다는 고민 않고 케이블카 왕복권으로 끊었다. 인당 38유로로 결제하는데 후덜덜했다. 대신 돌로미티 케이블카는 전부 결제하는 당시에는 손이 떨리지만, 타서 올라가는 동안에 아까운 기분이 싹 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올라가서 경치를 보면 이 정도는 충분히 지불할 만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Funivie Seceda Spa
Funivie Seceda Spa · Str. Val d'Anna, 2, 39046 Ortisei BZ, 이탈리아
★★★★☆ · 산악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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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체다 케이블카는 중간에 한 번 환승한다. 처음에는 일반 케이블카로 동행과 함께 오손도손 타지만, 두 번째 케이블카는 15분마다 운행되는 큰 케이블카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타게 된다. 세체다에 내리기 전 마지막 구간이 무척 가파른데, 케이블카가 용케 돌에 부딪히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어떻게 저런 설계를 실행에 옮기고 성공했을까.


기나긴 케이블카 탑승을 마치고 올라가서 건물을 나서자마자 세체다의 날카롭게 솟은 봉우리들을 보게 된다. 거대한 돌이 양쪽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다 충돌해 삐죽빼죽 솟아오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기묘한 모양이지만, 그 규모 때문에 웅장하다. 그 아래로는 까마득히 넓고 굴곡진 언덕과 마을 군집이 보인다.


세체다에서 멋진 사진을 건지려면 조금은 아슬아슬한 길을 내려가야 한다(아래 링크의 예수상 위치까지 가면 내려가는 길이 하나 보인다). 길을 무사히 내려갔다면 절벽 끝자락까지 걸어가야 멋있는 인물 사진이 나온다. 다행히 요르단 와디럼에서 바위길을 경험했기에 조심하며 내려갈 수 있었다. 동행 Y와 J는 점프샷을 시도하거나 낭떠러지 끝까지 올라가 앉아 사진을 찍더라. 담력만 충분하면 정말 멋진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물론 내려오기만 해도 세체다의 멋있는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고.
Croce del Seceda
Croce del Seceda · 39040 Villnöß, Autonomous Province of Bolzano – South Tyrol, 이탈리아
★★★★★ ·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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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이 다섯이나 되니 사진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많이 찍게 된다. 절벽 쪽에서 거의 한 시간 가량을 사진만 찍어댄 것 같다ㅋㅋㅋ 다양한 포즈와 구도를 시도하고 다른 여행객들과 서로 사진 찍어주기도 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더라.


그러다 슬슬 배가 고파져서 길을 돌아 올라왔다. 내려가기 전 원통형 구조물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 들어가면 세체다를 둘러싼 산군의 이름이 전부 나와있다. 뒤의 배경을 확인하며 이름을 찾아볼 수 있어 재미있다. 물론 이탈리아어 지명이라 읽기도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세체다의 주요 포인트 봉우리 생김새와 이름만 대조해보아도 재밌다.


그리고 대망의 세체다 점심 시간! 돌로미티 일정을 세우며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하나 눈에 들어온 게 바로 세체다에 있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었다. Baita Sofie Hütte라고, 뻥 뚫린 시원한 들판을 보며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야외 레스토랑이란 말을 보자마자 이곳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점심 시간이 되어 사람이 몰리기 전에 부랴부랴 내려가본다.


그런데 참 웃긴 게, 이미 앞선 담페초 지역에서 돌로미티의 장관을 많이 봐서 그런지 레스토랑에 도착해서 전망을 확인해도 맨 처음 일정을 짤 때 느꼈던 그런 설렘은 없었다. 구글맵 사진상에서 나오는 것처럼 야외에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은 딱 한 군대인데, 그곳에 이미 사람이 있다면 레스토랑에 붙은 야외 테이블에서 먹어야 한다(아마 미리 예약을 받을 듯). 성수기라면 야외 테이블조차도 사람이 꽉 차고 내부로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경치 좋은 메인 테이블은 놓쳤지만 대신 외부 테이블을 잡을 수 있었다.
Baita Sofie Hütte
Baita Sofie Hütte · Strada Mastle, 64, 39047 Santa Cristina Valgardena BZ, 이탈리아
★★★★★ ·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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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가격은 조금 비싸다. 그리스의 미코노스나 산토리니 물가와 비슷한 느낌. 하지만 여러 명의 동행이 있다면 좋은 점이 다양한 메뉴를 시켜 나눠먹어볼 수 있다는 거다. 이 레스토랑은 슈니첼에 대한 평이 좋길래, 다섯이서 슈니첼 하나와 소세지 하나, 그리고 뽀모도로 두 개, 까르보나라 파스타 하나를 시켰다. 생맥주 각각 500cc도 함께 시켰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떤 분위기에서는 기꺼이 마시고 싶을 때가 있는데, 세체다의 뷰를 앞에 두니 맥주가 땡겼다.




이탈리아 음식은 이제 별 기대가 없었는데, 여기 음식은 전부 맛있었다! 슈니첼은 평범하게 부드러운 얇은 돈까스 맛이었는데, 까르보나라 파스타가 꾸덕꾸덕하니 짜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아 입맛에 딱 맞다. 감자튀김도 맛있고. 여기 와서 감자튀김에 마요네즈 소스도 잘 어울린다는 걸 깨닫고 간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다 먹은 후에는 레스토랑 앞에 있는 간이의자에 다들 누워 햇살과 풍경을 즐겼다. 햇빛이 세서 겉옷을 얼굴에 올려 두어야 편하게 쉴 수 있기는 했는데, 배가 부른 상태에서 따스함을 만끽하며 누워 있자니 천국이 따로 없다 싶었다. 주변의 사람들도 전부 짜증 하나 없이 맑은 얼굴로 여유를 누리는 걸 보니 이래서 여행을 오나 싶었다.


넓은 평지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소가 풀을 뜯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곳의 소들은 전부 털이 풍성해서 얼굴까지 덮는 것 같던데, 눈이 보이지 않아 귀엽기만 하다. 소가 돌아다니는 곳에는 전기줄이 쳐져 있어 가까이 갈 순 없고 사진만 찍을 수 있다. 처음에 줄에 살이 닿으니 따끔해서 뭔가 했다.


다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출근길이 케이블카일 거라며 부러워하다가, 이런 풍경을 매일같이 보면 금방 지겨워질 거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그래도 한번쯤은 이런 풍경이 지겨워져 보고 싶다는 데에도 다들 동의했다.


더 나른해지기 전에 세체다에서 내려와 동행 S가 볼차노 가는 걸 배웅하기로 했다. 세체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는 중 동행 S의 mbti 궁예 내기를 했었는데, 나와 친구가 져서 젤라또를 쏘기로 했기에 그것도 먹고 가려면 시간이 조금 빠듯해서 몽롱해진 정신을 붙잡고 일어났다. 젤라또는 지나가다 눈길을 끈 카페에서! 개인적으로 젤라또 가게로는 로마의 지올라띠가 가장 맛있고 그 다음이 돌로미티의 이 가게 같다.
Caffè Corso des Senoner Moritz KG
Caffè Corso des Senoner Moritz KG · Strada Rezia, 74, 39046 Ortisei BZ, 이탈리아
★★★★☆ · 에스프레소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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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볼차노로 가는 버스를 타는 동행 S를 배웅하고, 남은 네 명은 오르티세이에 있는 기념품 가게를 좀 구경하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일몰 시간에 맞춰 산타 막달레나로 향하기로 했다. 지금껏 돌로미티의 수많은 명소를 다니면서 딱 내거다 싶게 마음에 드는 기념품을 찾지 못해 다들 기념품 사냥에 굶주린 상태였다.
Y는 전부터 카라비너를 사고 싶어했는데(틈만 나면 수영과 암벽등반과 보드를 얘기함) 스포츠 용품점에서 마음에 드는 중형 카라비너를 하나 골랐다. 나머지 세 명은 키링이나 마그넷을 사고 싶어해서 다른 가게로 갔는데, 그곳에서 딱 눈에 차는 물건을 하나 발견했다. 오르티세이가 쓰여 있는 나무로 된 미니 럼주 키링! 심지어 뚜껑도 열린다. 한 개가 7.9유로로 비쌌지만 다음에 산다고 넘겨서 못 산 게 몇 개인가 싶어서 바로 샀다. J도 이쁜 마그넷 하나를 샀다.
그러고 나니 오후 5시쯤 되었더라. 오르티세이 중심부에서 산타 막달레나 뷰포인트까지는 대략 4-50분 정도. 산군에 둘러싸인 산타 막달레나 뷰포인트에서는 석양이 더 일찍 지기 때문에 일몰 시간보다 여유롭게 가서 봐야만 한다. 하지만 미리 장을 보고 가야 일몰을 보고 와서 저녁을 먹을 수 있어 마트는 꼭 들렸다 가야 했다.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마트를 후다닥 해치우고 숙소에 가서 대충 맥주만 냉장고에 넣어둔 채 차를 탔다. 출발한 시간이 5시 20분 정도.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쉽고 빠른 길 중간중간 공사 중이라, 산길로 빙 둘러 돌아가야 했다. 처음에는 빠르게 달리던 J도 앞서 다섯 대의 차량이 느릿느릿 가니 막막한 표정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몰 시간이 한참 지나 도착할 것 같았다.
원래대로라면 산타막달레나 뷰포인트에 가기 전 마을 주차장에 차를 대고 1.3km 정도 걸어 올라가는 게 맞지만, 우리는 마음이 급해 뷰포인트까지 차로 올라가기로 했다. 블로그에서 이탈리아 농부한테 온갖 욕을 얻어먹고 차를 뺐다는 후기를 봤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오르막길 1.3km를 5분 내로 올라가는 건 불가능했다.
일단 뷰포인트까지 올라가는 길도 고역이었다. 운전 경력이 많은 J가 운전해서 망정이지,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까 싶은 좁은 길이 나왔을 때는 꼼짝없이 걸어가야하는 줄 알았다. J의 진기명기 후진 실력으로 겨우 난관을 한 번 통과하고, 좁은 시골길을 올라가는데 카메라를 들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은 뷰포인트까지 쭉 올라가서, 최대한 구석진 곳에다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그래도 뷰포인트까지는 5분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 오르막길을 열심히 올라 높은 곳에서 붉게 물들어가는 산타 막달레나를 마주했다. 작은 교회 뒤에 거대한 산이 비현실적인 색감으로 물드는 걸 보니 놓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일몰 장관을 놓쳤으리라.
하지만 일몰이 끝나기 무섭게 이탈리아 농부가 나타났다. J가 급하게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내려가길래 따라갔더니, 농부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차 빼라고 욕을 하고 있었다. 잘못한 게 맞으니 바로 빼겠다고 했다(하지만 언제 돌로미티에 또 와서 산타 막달레나 일몰을 보려나). 친구와 Y는 아직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어 J에게 먼저 차로 내려가고 있으면 다 같이 걸어 내려가겠다고 했다. J가 차를 빼서 눈치보며 우리를 조금 기다려주었는데, 뒤에서 또 다른 차가 내려오는 바람에 한바탕 추격전을 벌여야 했다. 정말 정신없이 차를 타서 보니 숨이 차더라.




이탈리아 농부한테 욕도 먹고 하루종일 운전도 해서 J가 너무 피곤할 것 같아 오늘의 저녁은 나머지 세 명이 도맡기로 했다. J가 우리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며 불안해하다가 결국 화장실로 피신했다. 그것도 그럴게 Y가 정말 요리 생초보였기 때문ㅋㅋㅋ

그래도 내가 한 토마토 파스타와 친구가 한 카프레제와 돼지고기 구이, Y가 한 소세지와 에그마요 또띠아를 모아두니 나름 그림이 나온다. 그리고 이탈리아 메론이 싸고 맛있다길래 마트에서 반 통을 사보았는데, 그렇게 부드럽진 않아도 달기는 정말 달았다. 그렇게 나를 제외하고 세 명이서 맥주 7병을 해치우더라... 다들 체력이 대단하다.
3. 하루 비용
- 숙소 - 41,000원
- 식사, 투어 및 관광 - 동행과 함께 계산해서 정확하지 않음(세체다 리프트 왕복 티켓 37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