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산크리스토발 섬
- 미국 여행
- la 여행
- 쿠스코 여행
- 남미 여행
- 이탈리아 여행
- 파타고니아 트래킹
- 콜롬비아 여행
- 요르단여행
- 푸에르토 나탈레스 여행
- 갈라파고스 여행
- 아르헨티나 여행
- O 트래킹
- 페루 여행
- 타강가 맛집
- 이탈리아여행
- 돌로미티 여행
- 서킷 트래킹
- 그리스 여행
- 타강가 여행
- 푸에르토 마드린
- 바다사자
- 타강가
- 엘칼라파테 맛집
- 갈라파고스 산타크루즈 섬
- 볼리비아 여행
- 칠레 여행
- 볼리비아 우유니
- 에콰도르 여행
- 라스베가스 여행
- Today
- Total
딩동댕의 게임/여행라이프
[페루] 11일차 비싸고 예약하기도 어려운 세계 7대 불가사의 마추픽추를 드디어 탐방했다/가이드 없이 마추픽추 즐기기(feat. 페루레일) 본문
[페루] 11일차 비싸고 예약하기도 어려운 세계 7대 불가사의 마추픽추를 드디어 탐방했다/가이드 없이 마추픽추 즐기기(feat. 페루레일)
딩동빵 2022. 11. 15. 12:33
1. 일정
- 오전 6시 반-7시) 산 페드로 시장에서 아침 식사
- 오전 7시 반-오후 12시) 페루 레일 탑승해서 마추픽추 마을역 도착
- 오후 12시 반-1시 반) 점심 식사
- 오후 1시 반-2시) 마추픽추행 버스 탑승
- 오후 2시 반-4시 반) 마추픽추 탐방
- 오후 4시 반-5시 반) 마을까지 걸어서 내려오기
- 오후 6시-8시 반) 페루 레일로 오얀따이땀보 역 도착해서 버스 환승
- 오후 8시 반-10시 반) 쿠스코 완차크 역에 도착
- 오후 10시 반-11시 반) 늦은 저녁
2. 사진과 감상


오늘은 드디어!! 마추픽추를 간다. 토레스 델 파이네 서킷 트래킹과 더불어 가장 예약하기 어렵고 비쌌던 마추픽추... 페루 물가를 보면 알겠지만 입장권이 한화로 5만 원이 넘는다는 건 정말 괴랄할 정도로 비싼 거다. 심지어 입장권이 이렇게 비싸고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꽤 긴데 몇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아예 들어갈 수조차 없게 되니 인기는 말 다했다.
우리는 남미 와서 일정이 너무 유동적으로 변해 마추픽추를 예약하지 못하다가, 10월 입장권이 매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12일 오후 2시권으로 샀다. 투어를 통해 가는 게 아니라서 마추픽추 마을까지 왔다 갔다 하는 기차표도 함께 끊었어야 했는데, 마추픽추 입장권은 오후 2시, 돌아오는 기차 편은 6시 20분 출발행이라 사실상 마추픽추를 후딱 보고 돌아와야 하는... 그런 촉박한 일정이 되었다. 게다가 마추픽추는 보통 오전에 올라 기다리며 안개가 걷히는 장관을 보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는 남은 시간대가 오후 2시밖에 없었던 관계로 오후의 마추픽추만을 볼 수 있다. 친구의 말로는 오후 시간대가 훨씬 이쁘다는 글을 보았다던데, 그 말이 맞길 바란다.


마추픽추행 페루 레일은 오전 7시 반에 출발인데, 일찍 나와 페루 레일 역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6시 45분쯤이었다. 산 페드로 시장 근처에 온 김에 전날 동행 S가 추천해준 시장 안의 닭국수(치킨 스파게티라 하더라)를 아침으로 먹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S가 보여준 사진과는 다른 가게에 앉았지만, 맛은 아마 똑같았을 듯. 삼계탕 국물에 면 말아먹은 것 같은 맛이었는데 아침에 잠이 덜 깬 상태로 먹으니 속이 뜨끈한 게 꼭 해장하는 것 같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닭이 질겼다는 거지만... 단돈 8솔이니 이해함.
친구는 내가 닭국수를 먹는 사이 시장을 돌아다니다 초콜릿을 사 왔다. 다양한 맛의 초콜릿이 있는데 직접 먹어보게도 해 줬다고. 닭국수 먹느라 같이 못 간 게 아쉬웠다. 루쿠마 맛과 코카 맛, 그리고 다크 맛을 사 와서 코카 맛 초콜릿을 함께 나눠먹어 봤는데 다크 함유량이 75퍼센트라 그런지 코카 맛이 많이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포장지 디자인이 이뻐서 마음에 든다. 난 기념품 개발에 열정적인 나라가 좋아.

시간이 되어 페루 레일을 타러 가는데 직원들이 수학여행 인솔자같이 사람들을 칸별로 나눠 데리고 가서 웃겼다. 페루 레일은 마추픽추를 가는 가장 비싼 수단인데, 내부 좌석이 넓거나 편하지는 않더라. 심지어 마주 보는 좌석이라 4시간 내내 모르는 사람 두 명과 마주하며 가야 한다. 그리고 내가 안내 방송을 잘 들은 건지 모르겠는데 110km를 4시간 동안 간다고 들어서 당황스러웠다. 이럴 거면 도로 개발해서 버스나 차가 쌩쌩 달리게 하면 안 될까?
심지어 페루 레일의 첫인상은 우당탕탕 쿵쾅이었다. 앞으로 잘 가다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멈추고 다시 뒤로 가기를 반복하던데 처음에는 고장이 났거나 길이 막혔나 싶었다. 우리 앞의 사람들도 당황스러워하던데 승무원들은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돌아다녀서 큰일은 아니구나 했음.
기차가 가는 길은 구경할 게 딱히 없다. 그 와중에 창문은 엄청 크고 머리 위에까지 구멍이 뚫려 있어 자외선을 조심해야 한다. 가끔 기차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와 마추픽추 가는 길에 있는 유적지나 볼거리 등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 준다. 그래도 지루한 건 어쩔 수 없다.


4시간 정도가 걸릴 거라고 했던 여정은 5시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마추픽추를 오르기 위해 들르는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도착! 보통 마추픽추를 1박 2일로 오면 중간에 성스러운 계곡 투어도 하고 아구아스 마을에서 1박 묵은 후 다음날 일찍 마추픽추를 오르는데, 우리는 성스러운 계곡에 큰 관심이 없고 이 마을에서 할 것도 없을 것 같아 당일치기를 계획했더랬다. 그런데 기차역에서 나와 마을을 딱 보는데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시장에는 쿠스코에서 보지 못한 기념품도 많았고(물론 비쌈), 길거리에는 번듯한 식당도 늘어서 있었다.

마추픽추 입장 시간도 한참 남아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길거리에 있는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고급진 식당이었다. 나는 여기서 알파카 스테이크를 시켜 보았음. 생각해보니 내가 여행을 즐기는 방식 중 하나는 그 나라만의 음식을 먹어보는 건데, 남미 첫 나라였던 콜롬비아가 고유 음식이랄 게 없어 한동안 새로운 음식 먹는 즐거움을 잊고 지냈더라.
알파카 스테이크는 다들 소고기 스테이크랑 구분이 달 안 된다고 하던데 맞는 말인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스테이크를 즐겨 먹지도 않으니 더 구분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식당 자체가 맛집이다. 고기가 무척 부드럽고 쫄깃하고, 와인 소스도 달짝지근해서 맛있고, 옆에 곁들인 퀴노아도 조화로웠다. 배가 엄청 고픈 것도 아니었는데 진짜 맛있다! 하며 싹싹 긁어먹었다.
Mesa 7 Restaurante
Mesa 7 Restaurante · Puente Sinchi Roca, Aguas Calientes 08681 페루
★★★★☆ · 음식점
www.google.com

밥을 다 먹고 나니 오후 1시 반쯤 되었길래 딱 버스 티켓 사고 올라가면 좋을 시간이다 싶어 근처에 보이는 아무 버스 회사에 들어갔다. 마추픽추 버스 티켓은 편도 12달러, 솔로는 46솔 정도로 엄청 비싼 편이다. 왕복으로 하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12달러가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우리는 일단 올라가는 편도 티켓만 끊고 시간 봐서 걸어 내려오기로 했다.
마추픽추 올라가는 버스는 무척 자주 오니까 늦을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버스 줄이 길고 단체 관광객이 좀 있으므로 주의. 그리고 새치기도 좀 있다. 다리 아래 문양 하나 찍으려고 좀 멈춰 서 있다 보니 우리 앞에 한 다섯 명 정도가 새치기를 해서 들어와 있어 어이없었다.
마추픽추 버스는 위험하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마추픽추로 올라가던 버스가 추락해 사고가 났다는 글도 봤다. 화산섬 절벽을 오르는 산토리니 버스도 타 봤고 아슬아슬한 산길을 오르는 와라즈의 여러 고산 투어도 했기에 그렇게 무섭진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탑승해서 가니 좀 아찔했다. 버스 두 대가 코너에서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순간마다 심장이 철렁했다. 마추픽추를 오르는 버스는 20-25분쯤 걸린다.
Consettur Bus Ticket
Consettur Bus Ticket · Puente Sinchi Roca 111, Aguas Calientes 08681 페루
★★★☆☆ · 버스표 발매소
www.google.com

원래 마추픽추 티켓은 서킷 1, 2, 3, 4가 구분되는데, 우리가 산 건 서킷을 구분하지 않는 일반 티켓이었다. 옛날과 정책이 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마추픽추에는 물리면 엄청난 가려움증과 긴 후유증을 유발하는 모기가 많다기에 긴 팔과 긴 바지를 입고 갔다. 딱 오후 2시쯤 도착했는데 입장 줄이 꽤 길어 실제로 입장한 건 오후 2시 반쯤이었다.
그렇게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들어갔는데, 문제는 우리가 망지기의 집이 정확히 어디인지, 가장 멋진 사진 스팟 장소가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투어 없이 가면 시간 분배가 자유롭지만 유명한 장소의 정확한 위치를 알기 어렵다는 양면성이 있는데 우리의 상황이 딱 그랬다. 사진 많이 찍으려고 파비앙이 빌려준 무거운 판초도 힘들게 들고 올라갔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더라. 무언가 집 모양이 보이긴 하는데 저게 망지기의 집이 맞는지 알 수 없었다.


기차에서 부랴부랴 찾아본 블로그에서는 마추픽추 길 중 로우 뷰보다 탑 뷰가 더 이쁘다고, 무조건 탑으로 가라고 하길래 우리도 무작정 계단을 올랐다. 마추픽추는 쿠스코보다도 낮은 고도라 얕봤는데 계단 오르는 건 고도 불문 다 힘든 것 같다. 체력 안 키워갔으면 어쩔 뻔...


한 10분쯤 걸어 올라갔을까, 탁 트인 곳이 나오면서 우리가 처음에 봤던 작은 집이 멀리서 보였다. 마추픽추가 보일랑 말랑 하길래 신나서 얼른 달려 나가니 사람들이 드문드문 모여 사진을 찍으며 감탄하고 있더라. 그리고 고대하던 마추픽추가 눈앞에 펼쳐졌다.
마추픽추는 가 본 사람들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편이다. 거대한 고대 문명의 결정체를 기대하고 갔다가 너무 작아서 실망했다는 평이 꽤 많기도 하다. 실제로 마추픽추를 직접 보니 작아서 실망했다는 감상이 이해는 되더라. 하지만 산꼭대기에 걸린 비밀스러운 도시라는 게 주는 신비한 분위기는 확실히 감탄스럽다. 운이 좋게 날씨도 무척 좋아서 마추픽추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오후의 햇살을 받으니 저 아래 도시가 파릇파릇한 초록빛으로 빛나 더 인상적이었다.


멀리서 아래 도시를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없는 곳에 라마가 뛰어다니며 풀을 뜯어먹는 게 보였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며, 동물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사람이 살지 않는 대신 로봇과 동물이 번성한 공중 도시 '천공의 성 라퓨타'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곳을 두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문제는, 다 좋은데 도대체 사람들이 어디에서 사진을 찍었는지 아무리 돌아봐도 모르겠다는 거다. 우리가 처음 마추픽추를 마주한 곳에는 아무도 판초를 입고 사진 찍지 않아서 더욱 헷갈렸다. 코로나 이후로 길이 막히거나 바뀌었는지 여기저기 펜스가 쳐져 있었고, 일방통행이라 돌아가서 여기저기 둘러볼 수도 없었다. 로우 뷰보다 좋다던 탑 뷰는 생각보다 높지 않아 마추픽추를 더 높이서 내려다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아쉬웠다.
더 올라가면 완전한 탑 뷰가 있을까 싶어 계단을 계속 올라갔는데 어느 순간 잉카 다리라는 곳이 나타났다. 영 이상해서 그곳을 지키고 있는 관리인에게 우리가 받은 마추픽추 지도 사진을 가지고 물어보니 이쪽으로 쭉 가면 잉카 다리가 나오며 우리가 원하는 곳은 이미 지나쳐왔다고 하더라. 아까 맨 처음 마추픽추를 본 곳이 모두에게 인기 있던 스팟이었다. 한참 고민하던 우리는 계단을 돌아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관리인이 뭐라 하지 않았고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잉카 다리에서 뒤돌아 내려가더라.


무사히 아까의 스팟으로 돌아가 붉은색 판초를 입고 레게머리를 자랑한 후, 더 이상 탑 뷰에서 볼 건 없을 것 같아 미로 같은 아래 도시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내려가는 중간중간의 풍경이 탑 뷰보다 이쁜 건 당황스러웠다. 시간이 흐르며 해가 떨어지는 동안 마추픽추가 시시각각 모습을 바꿔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내려가면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더 많이 건졌다.


내려가다 말고 알파카를 열심히 챙겨 왔으면서 까먹고 있던 걸 깨달았다. 바로 꺼내 근처에 있는 돌에 세워두고 열심히 인생 샷을 찍고 있는데, 뒤에 오던 외국인이 자기도 똑같이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서 뿌듯했다. 바람이 좀 불어서 바위 위에 세우는 게 어려웠지만 멋있는 사진 건지려고 열심히 노력했음.

내려갈수록 더 이쁜 마추픽추. 오후의 햇살을 받아 색이 더욱 진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시간만 널널했다면 일몰까지 보고 갔을 텐데 쿠스코로 돌아가는 기차 편이 정해져 있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너무 작다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멋있고 신비로워 눈을 뗄 수 없는 곳이다.



계속해서 내려가면 거주 단지로 들어가는 문이 나온다.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갈래의 길이 나오는데, 우리는 시간이 부족할까 봐 쭉 직진했다. 아까 위에서 라마들이 뛰어노는 걸 봐서 라마를 가까이서 볼 수 있을까 좀 기대했는데 우리가 가는 길에는 보이지 않더라. 사실 이 거주단지는 가이드와 함께 돌아봐야 재미있을 것 같다. 마추픽추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그냥 벽돌 건물들뿐이기 때문.


그나마 사람이 닿을 수 없는 건물 위나 절벽 근처에서 라마 몇 마리를 볼 수 있었다. 다들 풀 뜯어먹기에 여념이 없어서 고개를 드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라마는 가까이 가면 침을 뱉어 경고를 하기도 한다던데, 침을 맞을 기대를 하고 갔음에도 그 기대를 이룰 수 없었다... 돌아 나가는 길에 보니 라마들과 길이 엇갈렸더라. 운이 좋아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 같다.



조금 걷다 보니 거주 단지도 일방통행으로 쭉 지나가도록 되어 있더라. 중간에 이곳으로 수학여행을 온 듯한 아이들 무리도 만났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한 곳에 단체로 견학을 올 수 있다는 게 무척 부러웠다. 하지만 저 친구들에게는 이곳이 경주와도 비슷한 느낌일지도ㅋㅋ 출구 쪽으로 걸어가며 중간에 수로도 보고 계단을 따라 늘어선 집도 보았다. 마지막으로 노란빛을 받아가는 마추픽추와 작별 인사를 하고 들어왔던 입구로 나왔다.


입구로 나온 시간도 딱 알맞겠다, 돈도 아낄 겸 버스 대신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보통 마추픽추에서 걸어 내려가면 마을까지 1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마추픽추에서 나오면 친절하게 트래킹 길이라고 쓰인 팻말이 있는데, 그곳으로 쭉 내려가면 구불구불 돌아가는 버스 길보다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 내려가는 길은 어렵지 않은데 들쭉날쭉한 돌계단이라 무릎이 좀 아프다. 우리는 현지인 학생 같아 보이는 친구 두 명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내려와서 심심하지는 않았다.


한참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버스 길이 나타나면 또 다른 돌계단을 찾아 내려가고 하는 게 반복되다가 드디어 출구라고 쓰인 팻말을 만났다. 그런데 저 팻말이 끝이 아니었다. 20분 정도 평지를 더 걸어야 마을이 나타난다. 이 트래킹 길을 따라 마추픽추까지 올라오는 사람도 있던데 내려가는 게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올라올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또다시 한참을 걸어 저 다리도 건너고... 마추픽추 로고도 지나쳤다. 저 로고를 처음 봤을 때 우린 걸어서 내려온 사람들만 볼 수 있는 특권이다! 하며 좋아했는데 나중에 보니 마을에도 있었다. 그래도 저 사진을 찍을 땐 행복했으니 됐다. 결국 마을까지 내려오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생각보다 빨리 내려와서 기차 탑승 시간까지는 여유가 넘쳤다.

마을 구경을 하다가 또 알파카를 보고 가게로 끌려 들어갔다. 이렇게 등에 양탄자를 얹은 앙증맞은 알파카는 처음 봐서 얼마냐고 물었는데 이 자그마한 녀석이 30솔인가 하더라. 그만큼 퀄리티가 좋아 가격이 이해는 되었는데 살 엄두는 안 나서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저런 디자인의 알파카는 한 마리도 못 봤다는 슬픈 얘기...
그리고 근처 멀티레드에서 현금 인출하는데 맞은편에 K-Food라고 떡하니 쓰인 한인마트에서 오픈 광고를 하길래 궁금해서 들어가 봤다. 마트 앞에서는 빼빼로를 하나씩 나눠주고 있더라. 고추장도 있고 심지어 된장까지 있던데, 봉지 불닭볶음면이 3개에 12솔이라는 파격 할인 행사를 하고 있기에 덥석 사 왔다.

마추픽추에서 쿠스코로 돌아가는 방법은 좀 복잡했다. 페루 레일을 타고 오얀따이땀보로 가서, 버스로 갈아탄 후 쿠스코까지 달리는 건데 왜 이런 루트로 가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저녁 시간 마지막 열차라고 중간에 간식 박스도 줬다. 페루 사람들은 퀴노아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간식도 퀴노아 쿠키와 퀴노아 바였다.


게다가 중간에 갑자기 요란한 복장을 입은 사람이 정신 사나운 노래와 함께 나타나 열차 안을 왔다 갔다 하며 분위기를 띄우더니, 승무원들이 각자 알파카 털로 만든 옷을 입고 흔들리는 열차에서 런웨이를 시작한다. 옷은 딱 봐도 고급지고 비싸 보이던데 종류도 많아서 런웨이만 한 30분은 한 것 같다. 그동안 내내 박수 치면서 호응하느라 힘들었다. 나중에는 제발 그만... 조용히 가게 해줘... 하고 외치고 싶었음.
오얀따이땀보에서 갈아탄 버스는 작고 불편했다. 하지만 마추픽추 하산과 장시간 이동으로 지친 나는 졸도하듯이 잤다. 그러다 보니 금방 쿠스코 완차크 역(Estacion Wanchaq)에 도착했다. 완차크 역은 아르마스 광장이랑 가까워 우리 숙소까지도 20분 정도 걸리는데, 오후 10시 정도로 늦은 밤이라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여 택시를 탔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보니 역이 무척 조용하길래 택시 잡기 힘들면 어떡하지 싶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도 역 출구부터 호객 행위하는 기사들이 득시글거리더라. 피곤해서 흥정도 별로 안 했다.

아늑한 숙소에 돌아오니 배가 고파서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리고 이 숙소에 묵은 지 처음으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그동안은 매번 찬물만 나와 머리를 뒤로 감아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행복하게 씻을 수 있어 좋았다... 다만 내일 있는 우만따이 호수 투어가 새벽 5시에 시작하는데, 이 피로를 풀지도 못하고 잠도 얼마 자지 못한 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찔하다. 이틀 연속 하루 종일 바깥에 나가 움직일 수 있다고 믿었던 과거의 내가 옳았기를 바라며...
3. 비용
- 숙소 - 7.5달러
- 식사 - 아침 8솔, 점심 47솔, 물 4솔, 게토레이 2.5솔, 불닭볶음면 1.5봉지 6솔
- 관광 및 투어 - 와펜 10솔, 마추픽추행 버스 46솔, 택시 7.5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루] 13일차 알파카 한국으로 택배 보내기/기니피그 고기 먹어봤다 (0) | 2022.11.18 |
---|---|
[페루] 12일차 왕복 7km 우만따이 호수를 오르다/고산지대 트래킹이 얼마나 무서운지 직접 경험하기 (0) | 2022.11.16 |
[페루] 10일차 페루 쿠스코에서 그 악명높은 볼리비아 무료 비자 받고 삥 뜯기기/레게머리 도전 (2) | 2022.11.14 |
[페루] 9일차 즉석 쿠스코 시내 2층버스 투어/아순타에서 쿠스코 냉장고 바지 득템/쿠스코에 리마보다 귀여운 알파카는 없는 걸로 (2) | 2022.11.13 |
[페루] 8일차 이카에서 리마로, 리마에서 쿠스코로 이동하기 (0) | 2022.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