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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10일차 페루 쿠스코에서 그 악명높은 볼리비아 무료 비자 받고 삥 뜯기기/레게머리 도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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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10일차 페루 쿠스코에서 그 악명높은 볼리비아 무료 비자 받고 삥 뜯기기/레게머리 도전

딩동빵 2022. 11. 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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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정

  • 오전 7시-8시 반) 아침 식사
  • 오전 8시 반-오후 12시 반) 볼리비아 비자 받기
  • 오후 1시-3시) 기념품 쇼핑
  • 오후 4시-6시 반) 쿠스코 미용실에서 레게머리 하기


2. 사진과 감상

아침 일찍 한산한 쿠스코 골목 거리
계란 사다가 에그타르트도 샀다


  아침 일찍 겨우 눈을 떠서 샤워를 하려고 들어갔는데 찬물밖에 안 나와서 잠 다 깼다. 이 호스텔이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은데 뜨거운 물이 잘 안 나온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쿠스코에 단수 시간이 있다던데 오전 6시 반까지도 찬물밖에 안 나오나 보다. 찬물 샤워를 하며 잠을 다 깨고 나니 배가 고프다. 친구는 아직 자고 있길래 밥 물 안쳐놓고(?) 근처 슈퍼에 계란 사러 나갔다 왔다. 계란 사는 김에 카운터에 있던 1솔짜리 에그타르트도 두 개 사 왔다.

  남미는 대부분 토치나 성냥으로 불을 켜는 방식이던데, 토치나 성냥이나 둘 다 무서워하는 나는 가스불 켜는 게 참 어렵다. 그래도 밥을 먹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성냥불을 켜 밥도 하고 스크램블드 에그도 만들었다. 친구도 일어나서 밥을 같이 먹고, 마지막으로 볼리비아 비자 서류를 꼼꼼히 챙겨 1층으로 내려갔다.

  쿠스코 볼리비아 영사관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 구글맵에는 표시되지 않고, 다른 블로그에도 딱히 자세히 나와있지 않길래 호스텔 직원한테 물어봤다. 직원은 스페인어와 영어를 섞어 무언가 열심히 알려줬는데, 알아들은 건 버스 색이 붉은색이라는 것과 우리가 내려야 할 역 이름 정도였다. 택시는 8솔 정도고 버스는 인당 1솔이라길래 쉽고 비싼 길로 갈까 살짝 고민하다가 일단 버스가 선다는 아르마스 광장 근처로 가보기로 했다.

  광장 쪽으로 터덜터덜 내려가는데 거짓말처럼 눈앞에 빨간 버스가 보였다. 광장을 쭉 돌아 그대로 우리를 스쳐 지나가나 했더니 저 앞 정류장에 멈추는 게 아닌가.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쪼리 신은 발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볼리비아 영사관까지 가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해서 냉큼 탑승했다. 시작은 순조로워서 좋다.


볼리비아 비자 서류 프린트 완료


  나는 한국에서 증명사진과 여권 사본만 프린트해왔기에 볼리비아 여행 일정과 카드 앞뒷면, 숙박 예약증, 비자 신청서 등의 나머지 서류는 따로 프린트해야 했다. 다행히 볼리비아 영사관 근처에 프린트를 해주는 구멍가게(아래 링크 주소 근처)가 있어 장당 0.5솔을 내고 필요한 서류를 다 뽑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스페인에서부터 그랬는데 외국 키보드는 골뱅이 누르기가 너무 까다로워서 메일 주소를 입력하기도 어렵다. 한참 애를 먹다가 가게 주인한테 부탁했는데 주인도 키보드를 못 다뤄서 힘들었다ㅋㅋ 결국 친구가 필요한 기호명 구글에 검색해 기호 자체를 복붙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Beso Andino

Beso Andino · Av. Jose Gabriel Cosio 205, Cusco 08003 페루

★★★★★ · 커피숍/커피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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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높은 쿠스코 볼리비아 영사관


  열심히 서류를 뽑아 오전 9시 반 영사관 앞으로 가 진행 중인 업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업무가 끝나니 영사가 문은 열어주지 않고 철창이 달린 창문으로 우리가 내민 서류를 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이렇게 처음부터 막힐 줄은 몰라서 당황한 우리가 뭐가 문제냐고 하니 비자 신청서를 가리키며 우리가 뽑아온 신청서는 확정된 게 아니라며, 신청서 위에 신청 알파벳 및 번호가 적혀 있어야 한다고 하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알고 보니 우리가 비자 신청을 완료하기 전 다운받은 예비 신청서를 프린트해 온 거였다. 비자 신청을 다 마치고 뜨는 창에서 다시 신청서를 다운받아야 했던 건데. 어디서도 이런 실수로 비자 신청을 거부당했다는 얘기를 못 봐서 처음엔 엄청 답답했는데 우리 실수가 맞았다...


와이파이 값으로 주스 마셨다

  

  결국 근처 식당에 가서 와이파이 값으로 음료를 시키고 확정된 신청서를 다운받아 프린트해서 다시 영사관으로 갔다. 이번에는 다행히 신청서를 잘 프린트해갔는지, 우리가 내민 서류를 간단히 검토한 후에 여권과 증명사진을 달라 하더니 1시간 뒤에 돌아오라고 한다. 나는 바로 영사관에 들어가서 비자 심사를 할 줄 알았는데, 굳게 걸어 닫힌 영사관 문 참 열기 어렵다. 결국 1시간 동안 근처에 있는 큰 몰에서 시간을 때우다 오후 12시쯤 다시 갔다. 안에서 뭔 축구 영상을 보고 있는 영사를 부르니 드디어 문을 열어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들어가서 앉으니 우리가 무료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영사가 우리 왼쪽에 놓인 모금통을 가리키며, 무료 비자를 받게 되었으니 볼리비아 아이들을 위한 기부금을 내라는 거다. 이것까지는 카페나 블로그 후기에서 많이 봐 온 패턴이라 당황하지 않고 '우리는 한국인이므로 무료 비자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리고 기부금은 공식이 아닌 옵션 아닌가?'하고 물었다. 그런데 영사가 말이 안 통한다. 영어를 잘 못하긴 하지만 애초에 우리가 하는 말을 듣지 않아서 언어 장벽이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꽉 막혔더라. 우리가 계속 버티니까 결국엔 기부금을 내지 않으면 무료 비자를 받을 수 없다고 횡포를 놓는 게 아닌가. 나는 이렇게 대놓고 협박을 할 줄은 몰라서 당황했다. 총만 안 들었지 순 강도가 하는 짓을 골라하더라.

  어이가 없었지만 비자를 발행해주는 영사가 갑이고 비자를 받은 우리는 을이었다. 어쩔 수 없이 지갑을 꺼냈다. 영사가 인당 10솔씩 내면 된다고 하는데 우리 지갑에는 50솔짜리밖에 없었다. 꺼내서 보여주니 동전이라도 다 긁어서 내면 된단다. 결국 각자 6솔씩 뜯기고 비자를 받아 영사관을 나왔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누가 봐도 기부금은 영사 턱살 밑으로 들어가는 게 확실해서 더 기분이 나빴다. 그래도 비자 대행을 해주겠다며 온갖 트집을 잡아 45솔씩 뜯기는 경우도 있으니 우리는 최악은 아니었다. 하루빨리 이런 식으로 뒷돈 챙기는 방식이 막혔으면.


  그나저나 영사관 근처를 돌아다니다 한인마트를 발견했는데, 우리가 짜파게티와 너구리, 그리고 짜장 및 카레분말을 사고 김도 살까 한참 고민하다 비싸다고 내려놓았는데 한국인 주인분이 서비스라고 김 하나를 쥐여주셨다. 너무 친절해서 감동 받음... 영사관에 볼리비아 비자 받으러 가는 김에 한국 식재료 털어오기 좋을 것 같다.

Pink Store - Tienda Coreana

Pink Store - Tienda Coreana (잡화상-한국마트 - 쿠스코) · Av. de La Cultura 2005, Cusco 08004 페루

★★★★★ · 동양물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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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큼하게 생겨서 꽂힌 비쿠냐


  어찌 되었든 볼리비아 비자를 무사히 받았으니 다시 버스를 타고 아르마스 광장으로 돌아가는데, 친구가 창문으로 거리를 구경하다 어느 블로그에서 찾은 시장이 막 스쳐 지나가는 발견 했다. 무려 알파카가 귀엽고 싸다는 시장이었다. 위치는 아르마스 광장과 20분 거리라서 숙소로 돌아갔다 나중에 다시 내려오는 게 더 힘들었다. 결국 우리는 빠른 결간을 내리고 바로 앞 정류장에서 내려 시장으로 향했다. 귀엽고 이쁜 알파카를 단돈 10솔쯤에 구할 수 있는 곳이라니! 쿠스코의 온갖 시장을 다 돌아다녔는데도 이쁘고 저렴한 알파카 인형을 찾을 수 없어 속상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여기도 딱히 이쁜 알파카는 없었거니와 저렴하지도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나가려는데 입구 쪽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비쿠냐 인형을 발견했다. 알파카는 하나 있으니 생김새가 마음에 드는 비쿠냐를 하나 사고 싶었는데, 비쿠냐 인형은 작은 게 없고 대부분 큰 데다가 보통 100솔이 넘어서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여기에서도 혹시나 싶어 얼마냐고 물어본 건데 60솔이라기에 눈이 뜨였다. 바로 40솔에 해달라고 흥정을 시작해서 50솔로 합의 보고 샀다!


Feria artesanal de producciones qoricancha

Feria artesanal de producciones qoricancha · Av. El Sol 608, Cusco 08002 페루

수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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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복슬복슬하게 털찐 친구로 가져옴


  아직 알파카에 대한 아쉬움이 있던 우리는 아르마스 광장에서 많이 내려온 김에 근처에 있는 다른 수공예 시장도 들르기로 했다. 이곳도 산 페드로 시장과 비슷한 느낌으로,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그래도 리마 신시가지 쪽 기념품 시장에 비해 투박하고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건 똑같다.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노란색 헤어밴드 하나와 작은 알파카 두 마리를 건졌다. 원래 23솔 부르는 걸 3개에 50솔로 흥정해서 샀다. 한 녀석은 친구에게로 갔음.


Handicraft Center Cusco

Handicraft Center Cusco · Av Tullumayo 28, Cusco 08000 페루

★★★★☆ · 수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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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이 말을 안 들어서 끌라로 매장에 왔다


  원하는 개수만큼의 알파카 인형을 사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친구들을 건져 숙소에 돌아가던 길에 큰 끌라로 매장을 봤다. 치클라요 몰에서 산 내 페루 끌라로 유심이 어느 순간부터 말을 안 듣기 시작해서 데이터를 하나도 못 쓰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이카 버기 투어에서 핸드폰으로 영상과 사진을 마구 찍어대서 핸드폰이 어딘가 망가진 게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 잘 교체해준 유심도 금방 망가졌기 때문이다.


파랗고 푸릇푸릇하고 화려한 코리칸차
버스비를 아껴 2솔짜리 소프트콘을 먹기
오늘 산 짜파게티와 너구리로 짜파구리


  이제 쿠스코에 와서 할 위시리스트였던 레게머리를 하러 갈 차례인데, 배가 고파서 숙소에 들러 점심을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숙소까지는 거리가 좀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갈까 걸어갈까 고민했는데, 그냥 산책할 겸 걷기로 했다. 버스비 1솔씩 아껴 2솔씩 하는 소프트콘을 하나 먹으며 숙소로 올라가 영사관 근처 한인마트에서 사 온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조합해 짜파구리를 먹었다. 이 메뉴는 피시방에서 먹어야 제맛인데...


  그리고 숙소를 다시 나서 주변에 있는 미용실을 샅샅이 뒤지며 레게머리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 다녔다. 모 블로그에서 본 글로는 단돈 7,000원에 레게머리를 했다던데,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외국인 바가지를 적용해서 그런지 기본 50솔 이상이더라. 그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그나마 싼 곳으로 갔다(아래 링크 근처 참고). 나는 짧은 머리라 여섯 줄로 땋는데 30분밖에 안 걸렸고, 친구는 긴 머리라 2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남미에 와서 레게머리를 처음 해본 건 재미있었지만 결과가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아 사진은 없다. 생각보다 비싸기도 했고... 머리는 시원하긴 하더라. 바람이 머리 위로 불어올 때 오소소한 느낌이 드는 게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할 생각은 딱히 없다.


Terra Sagrada Cusco

Terra Sagrada Cusco · Quera 282, Cusco 08002 페루

★★★★★ · 생활형 숙박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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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앙 투어사에서 투어 예약 완료


  레게머리를 하고 나니 딱 좋게 오후 6시 반이 되었다. 쿠스코에서 우만따이 호수와 비니쿤카 투어를 할 생각이었는데, 한국인에게 유명한 파비앙 투어사가 오후 7시까지 연다고 해서 늦지 않게 바로 달려갔다. 그전에 카톡으로 투어도 여러 개 할 거고 사람도 두 명이니 조금 깎아달라 했었어서, 면대면으로 만나 간절함을 더욱 어필했더니 파비앙이 한참 고민하다 오케이했다. 결국 각 70솔인 투어를 각 60솔로 예약 성공! 심지어 우리가 내일 마추픽추를 간다니까 판초를 무료로 먼저 빌려주겠다고도 해서 너무 고맙다 하고 판초를 받아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노랗게 반짝이는 아르마스 광장에서 판초 입고 난리를 쳤다.


Round Trip Travel

Round Trip Travel · Portal de Panes 109, Cusco 08002 페루

★★★★★ · 관광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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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당의 반찬은 언제나 두근거린다
김치찌개는 실패할 수가 없는 메뉴


  친구가 쿠스코에서 피어싱도 하고 싶어 해서 평이 좋은 타투 및 피어싱샵에 갔는데, 예약제에다가 코 피어싱 하나에 150솔이라는 거다. 한국에서보다 비싼 가격에 놀라 다른 가게를 찾아갔는데 그곳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런데 바로 옆에 쿠스코 한식당으로 유명한 사랑채가 있어서 온 김에 한식이나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매우 즉흥적... 사실 우리는 P가 아닐까?

  쿠스코 한인 민박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던데, 한식당에는 한국인이 무척 많았다. 나는 늘 김밥이 그리워서 한식당을 찾는데, 막상 식당에 들어가면 김치찌개에 한눈이 팔려 김밥을 버리고 찌개를 먹는다. 오늘도 그랬음. 김치찌개 자체도 건더기가 푸짐하고 맛있어서 좋았는데, 반찬도 종류가 다양하고 맛나서 행복했다. 하지만 스페인 한식당보다는 깊은 맛이 살짝 부족하더라. 여행을 다니면서 유명한 한식당 도장깨기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듯.


사랑채 Sarangche

사랑채 Sarangche · Procuradores 341, Cusco 08002 페루

★★★★☆ · 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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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용

  • 숙소 - 7.5달러
  • 식사 - 계란 2개 0.2솔, 주스 10솔, 한인마트 12솔, 간식 10솔, 저녁 35솔
  • 관광 및 투어 - 레게 머리 45솔, 비쿠냐 인형 50솔, 소형 알파카 인형 2개 33솔, 시내버스 1솔, 프린트비 5솔, 헤어밴드 10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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