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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의 게임/여행라이프
[볼리비아] 4일차 인생 목표 우유니 사막을 밟다/우유니 숙소 추천/아리엘 선셋+스타라이트 투어 강추 본문

1. 일정
- 오전 12시-5시 반) 우유니 마을 도착
- 오전 5시 반-8시 반) 호스텔 로비에서 휴식
- 오전 9시-10시) 동행과 만나서 투어사 컨택
- 오후 1시-2시 반) 체크인 후 점심 식사
- 오후 4시-9시 반) 아리엘 매직 투어에서 선셋+스타라이트 투어 진행
- 오후 10시-11시) 저녁 식사
2. 사진과 감상

다행히 탈 없이 우유니에 무사히 도착했다. 중간중간 버스가 자주 멈춘 것만 빼면 괜찮았고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잘 자서 편하게 왔다. 와라즈행 버스에서 얼어 죽을 뻔한 기억이 있어 담요를 챙겨갔는데 이 버스는 난방까지 되는 좋은 버스였다. 어쩐지 덥더라. 심지어 예정된 도착 시간보다 30분 일찍 왔다.
버스가 우릴 내려준 곳은 호스텔과 꽤 가까워서 무거운 가방을 들고 비몽사몽 간에도 잘 걸어갈 수 있었다. 엄청난 얼리 체크인임에도 호스텔 벨을 누르니 관리인이 바로 나와 열어주었다. 현재 방이 다 차 있어 체크인을 하려면 예정된 오후 1시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로비에서 쉴 수 있다고 해서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늘어졌다. 오전 9시에 우유니 2박 3일 투어를 함께 하기로 한 동행과 만나 투어사를 돌아야 하니 그전까지 체력이나 보충해둘 생각이었다.
우유니에서 동행 구하기도 참 다사다난했는데, 지금이 비수기라서 우유니에 모이는 사람도 적을뿐더러 남미사랑 카톡방에 올라오는 동행 모집 글은 전부 우리의 일정과 하루 이틀 어긋났다. 당일 투어는 우유니에 가서 외국인들과 함께 해도 괜찮지만, 아타카마로 넘어가는 2박 3일 투어는 숙소도 불편하고 투어 기간도 꽤 길어 되도록이면 한국 사람과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짧게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현재 사람이 없어 메이저 투어사들은 1박 2일 투어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2박 3일 일정으로 변경했는데, 우유니에 오기 한 4일 전 우리와 일정이 비슷한 E와 B를 발견해서 겨우겨우 동행이 성사되었다(물론 두 분은 일정을 하루 앞당겨야 했고 우리는 조금 여유를 두어야 했다)! 그리고 우유니 도착 하루 전에는 한 명이 더 추가되어 아타카마행 2박 3일 투어 동행이 완성되었다.

야간 버스를 타고 오느라 아침도 안 먹은 터라 투어사와 가까운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먼저 가서 밥을 먹고 있기로 했다. 그런데 우유니 마을은 아침 일찍 여는 식당이 적은 지 가는 곳마다 전부 닫은 상태였다. 겨우 열려있는 곳을 찾은 게 아래의 식당. 나는 숙소에서 전날 사 온 김밥을 먹었는데 먹고 나서 속이 안 좋아 간단히 파인애플 주스만 시켰다. 김밥이 맛없어서 슬펐다. 어묵, 계란, 그리고 당근만 있더라. 친구는 간단히 빵과 주스를 시켰음.
먹고 있으니 어느새 오전 9시가 다 되어 가게 바깥을 기웃거리니 한국인 두 명이 눈에 띄었다. 우유니에 하도 한국인이 많다는 소리를 들어 동행인가 아닌가 긴가민가했는데 동행이 맞았다! 만나기 전에 서로 신뢰를 위해 교환한 블로그를 열심히 정독한 우리는 블로그로는 채 알지 못한 것들을 물어보며 얘기를 텄다ㅋㅋㅋ
Breakfast Nonis
Breakfast Nonis · G5PG+CM2, Uyuni, 볼리비아
★★★★☆ · 아침식사 전문 식당
www.google.com

얘기를 하며 서로 원하는 우유니 당일 투어도 겹치길래 당일 투어도 함께 하기로 했다. 이제 문제는 우유니 투어를 어느 투어사에서 진행하냐는 건데... 기존에 한국인에게 유명한 우유니 투어사는 오아시스, 브리사, 그리고 호다카 이 셋이다. 그런데 브리사는 남미사랑 카페에만 가도 안 좋은 평이 여럿 있고, 여러 투어 차량이 한데 모여 스타라이트 사진을 찍기 때문에 사진이 잘 안 나온다는 소리가 있다.
그래서 가장 유명한 오아시스로 갈까 했는데, 우유니 당일 투어 관련해서 연락하던 한국인 한 분이 오아시스에서 투어를 하고 너무 실망했다는 따끈따끈한 정보를 주는 게 아닌가. 대충 가이드가 말도 없이 사라졌다 돌아오는 경우가 잦았고 사진마저 다른 팀 먼저 찍어주었다는 거다. 그래도 2박 3일 견적이라도 받아볼까 싶어 오아시스로 갔는데, 딱 문 앞에서 나와 카톡을 하던 분을 만났다. 어제 불만족스러웠던 투어 관련해서 환불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오아시스가 시끌시끌할 동안 일본에 유명한 투어사인 호다카에 먼저 가서 2박 3일 견적을 받았는데, 가격이 꽤 세더라. 일단 다른 곳을 둘러보고 오겠다고 하고 다시 오아시스로 갔는데 오아시스 안에서 가이드와 한국인 무리가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내가 봐도 가이드가 미숙해서 발생한 불만이 맞는데 가이드 표정으로 봐서는 절대 굽힐 것 같지 않았다(참고로 가이드 이름은 루이스, 창문 밖에도 최고의 가이드라고 적힌 종이가 있다). 아주 잠깐 문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우리는 동시에 오아시스는 가지 말자... 하고 돌아 나왔다. 그 길로 오아시스 맞은편에 있는 아리엘 투어사로 향했다. 아리엘 투어사는 쿠스코에서 함께했던 S가 추천해 준 곳인데, 찾아보니 오아시스에서 일하다가 최근에 나와서 개인 투어사를 차린 거라고. S가 보여준 사진이 전부 마음에 들어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린 결국 아리엘 매직 투어에서 선셋+스타라이트 투어와 스타라이트+선라이즈 투어, 그리고 2박 3일 투어를 전부 하기로 결정했다. 설명도 친절했고, 2박 3일 투어 가격도 꽤 저렴하고, 무엇보다 당일 투어를 전부 4인 프라이빗 투어로 진행해주면서 각각 150볼밖에 안 받겠다는 파격 할인을 해줬기 때문이다. 우유니 당일 투어는 보통 최대 7인이며 최대 인원을 채우는 경우 각자 150볼을 내기 때문에 4인 총 600볼은 정말 저렴한 거다(아마 신생 투어사라 그런 듯하다)! 게다가 가이드가 사용하는 카메라는 세미 프로가 아닌 프로 카메라라고 하는 부분에서 착 감겼다. 그렇게 오늘 오후 4시 선셋+스타라이트 투어가 결성되었다.
ArielMagic Tours
ArielMagic Tours · Uyuni, 볼리비아
★★★★★ · 여행사
www.google.com


만족스러운 투어 예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투어가 시작되기 전까지 푹 쉬었다. 야간 버스에서 내리 잤다고 해도 숙소에서 잔 것에 비해 피곤할 수밖에 없다. 점심으로 마지막 남은 불닭볶음면 두 개를 끓여 먹고, 체크인을 한 다음 씻고 침대에 누워 한참 뒹굴거렸다. 호스텔 방은 꽤 넓고 침대는 편안했다. 샤워기에서는 뜨거운 물이 잘 나와서 좋았다(그런데 물이 뭉쳐 나와서 지압 마사지를 받는 느낌이었다). 숙소 평이 좋은 덴 이유가 있는 법.
Eucalyptus Uyuni
Eucalyptus Uyuni · G5RG+PM4, Uyuni, 볼리비아
★★★★★ · 호텔
www.google.com
핑핑 쉬다 보니 어느덧 오후 4시가 다 되어 부랴부랴 옷을 껴입었다. 우유니 사막은 해가 지면 무척 춥고 장화 신은 발이 엄청 시리다는 말을 들어서 추위에 약한 나는 양말 세 겹, 상하의 각각 세 겹을 입고 투어사로 갔다. 투어사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가 타고 갈 차를 몰고 아리엘 가이드가 도착했다. 투어사를 운영하는 건 아리엘의 부인이고 우리의 가이드는 아리엘인 듯했다. 무료로 빌린 네 명분의 판초를 들고 차에 올라타니 이제 진짜로 우유니 사막을 보게 된다는 게 실감이 났다.


숙소와 식당이 모여있는 마을에서 우유니 사막까지는 30분 정도 칙칙하고 건조한 도로를 달려야 한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저 멀리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산이 보이는데, 우유니 사막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 같아 들뜬다. 가는 도중에 간간히 라마가 보이는데, 어느 웅덩이 근처에서는 온갖 색의 털을 가진 라마 무리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도 보았다. 그리고 내가 정말 궁금해했던 야생 비쿠냐도 만났다! 마치 고상한 사슴처럼 생겼던데 우리가 차 속도를 늦추니 지레 겁먹고 도망가려 하더라.


그 이후로도 계속 황색 사막 지형을 지나다가, 콜차니라는 마을 길을 거쳐 까끌까끌한 하얀 사막 지형에 도착했다. 물이 하나도 없는 우유니 사막의 바닥은 새하얗다기보다는 회색깔의 모래사장을 연상한다. 그래도 아직 실망은 이르다. 여기서부터 장화로 갈아 신고 물이 고인 우유니 사막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물론 우리는 여기서부터도 신났다. 신생 투어사이다보니 장화도 새것처럼 깔끔한 것들로 준다. 외국형 발 사이즈를 잘 몰라도 아리엘이 눈대중으로 각자에게 딱 맞는 신발을 줘서 감탄했다. 친구는 파란색 장화를, 나는 보라색 장화를 신었다. 장화를 신고 갓 태어난 아기마냥 아장거리며 신나 돌아다니는 우리를 보더니 아리엘이 큰 소금 결정을 하나 떼어 주었다. 다들 해보는 것처럼 살짝 맛을 봤는데 역시나 짜다!
사실 나는 우유니 투어 하면 자주 등장하는 원근 사진(공룡과 프링글스 등)과 요상한 의자 단체 사진은 좋아하지 않았는데, 막상 흰 사막 바닥을 밟으니 이것저것 많이 찍어가고 싶어지더라. 그래서 친구와 재미난 원근 사진도 몇 개 찍으면서 한참을 놀았다.



정신없이 사진 찍으며 놀다가 아리엘이 물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해서 차를 탔다. 희고 까끌한 바닥을 지나며 저 먼 앞을 바라보니 회색빛 바닥과 다른 하얀빛 지평선이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한다. 콜차니 마을 입구에서부터 보였던 떠 있는 듯이 보이는 산도 더 선명히 보인다. 어느 순간 우리는 물이 찬 우유니 사막에 들어와 있더라.



아리엘은 조심스럽지만 능숙하게 물이 고인 바닥을 쭉 가로질러 나아갔다. 일단 이 건기 시즌에 물이 고여 바닥에 하늘이 비치는 걸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너무나 들떴다. 이만하면 괜찮은 것 같은데 아리엘은 계속해서 더 좋은 스팟을 찾아 차를 몰았다. 물이 고인 곳이 넓어질수록 우리의 환호성은 더 높아졌다.



조금 더 사막을 돌아다니고 나서야 아리엘의 눈에 차는 스팟에 도착한 듯했다. 이제 내려서 돌아다녀도 된다는 말에 다들 즉각 문을 열고 내려섰다. 까칠하고 건조해서 딱딱했던 아까의 회색 바닥과는 다르게 발을 내리자마자 물이 첨벙 하고 튄다. 찰박거리며 사막을 걸어 다니다 보면 얇은 소금층이 깨져 발이 푹 빠지기도 하는데, 층을 깨뜨리는 게 재미있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우리가 소금사막을 돌아다니며 너무 좋아하니까 아리엘이 자기는 차를 끌고 따라갈 테니 우리는 걸어서 저쪽까지 가면 된다고 해준다. 소금사막까지 왔는데 무슨 차야, 무조건 걸어야지! 아리엘이 가리킨 방향으로 걸어가니 물이 아까보다 더 많이 고인 게 한눈에 보인다. 바닥에 반영된 하늘도 조금 더 부드럽게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말고도 다른 투어사에서 온 팀이 여럿 보인다. 그들이 타고 온 지프차를 피사체 삼아 우유니 사막을 찍는 것도 재미있다. 옛날에 몽골 여행을 갔을 때 건물이 하나도 없는 길을 달리며 하늘이 이렇게 높고 넓을 수 있었나 감탄했던 기억이 있는데, 우유니를 보니 몽골은 비교도 안 되는 것 같다.



열심히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던 중 E가 힘들어서 쭈그려 앉자 아리엘이 차 위에 올려 두었던 의자를 내려주었다. B왈 힘든 내색을 해야 뭘 해준다고ㅋㅋㅋ 의자에 앉아 편하게 근황 및 여행 관련 토크를 하다가 소품을 꺼낸 김에 사진이라도 좀 찍을까 싶어 하나 둘 핸드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 멀리에서는 아까 오아시스에서 인사했던 한국인 무리가 의자를 가지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 듯 시끌시끌하더라. 우리도 사진을 찍기 시작하니 아리엘이 우리 폰으로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포즈를 몇 개 지정해 주었다.
포즈가 자주 고갈되는 우리 일행은 누군가가 포즈를 정해주는 게 더 편했지만, 생각보다 포즈를 취하고 가만히 있기가 어려웠다. 남이 포즈를 취하며 끙끙대는 걸 구경하는 건 재미있는데 막상 내가 포즈를 취해야 하니 힘들었다. 의자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 건 약과다. 사진 찍다가 필라테스 하는 줄 알았음. 다행히 우리는 의자 사진에 크게 진심은 아니라 간단히만 찍고 끝났다.



파란 하늘 아래서 열심히 사진혼을 불태우고 나니 해가 천천히 지고 있었다. 주변에서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으며 왁자지껄 떠들던 다른 투어 팀도 석양이 지는 걸 보며 차분해졌다.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는 도중에 사막의 바닥에는 진한 푸른빛이 번져가는 게 장관이었다.

우리가 가만히 서서 풍경에 감탄하고 있으니 아리엘이 파노라마 동영상을 찍어줄까, 하고 묻는다. 파노라마 동영상이 뭔가 했지만 일단 아리엘이 말하는 걸 들었다. 생각나는 포즈가 한 6-7개 정도 있냐고 묻는데 아무리 열심히 머리를 굴려도 한 3개 정도만 떠오른다. 결국 아리엘이 도와줘서 서로 비슷한 6개의 포즈가 겨우겨우 완성되었다.
그래서 힘들게 고안한 포즈가 어디에 쓰이느냐. 아리엘이 차를 타고 돌면서 우리를 영상으로 찍으니, 6개의 포즈를 기억하고 있다가 신호를 주면 다음 포즈로 넘어가야 하는 거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상이 어떻게 나올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프로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열심히 구령 맞춰가며 팔도 흔들고 다리도 들었다. 그리고 받은 결과물은... 상상 이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때부터 우리의 텐션이 폭발했다.

저렇게 영상을 찍고 나니 아리엘이 원하는 석양 시간대가 딱 되었나 보다. 주위를 열심히 돌아다니더니 우리를 원하는 스팟에 서게 하고 사진을 열심히 찍어준다(내 갤럭시 프로모드로 사진을 잘 찍어서 부러웠음... 정작 주인은ㅋㅋㅋㅠ). 석양을 배경으로 각자 반영 사진을 엄청 많이 찍고, 다 같이 찍는 단체 사진도 여러 장 건졌다. 단체 사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포즈였는데, 겨우 진화 컨셉을 생각해내어 재밌는 사진 하나 건졌다.
사진을 찍고 나서 아리엘은 또 원하는 게 있는지 우리를 둘로 갈라서 양끝에 보내 놓았다. 서로를 마주 보고 천천히 걸어오라길래 이번에도 구령을 외치며(구령은 가장 키 큰 사람이!) 큼직한 동작으로 걸었다. 처음에는 구령이 잘 안 맞지만 나중에 가서 나름 괜찮았다ㅋㅋㅋ 그리고 영상 결과물을 바로 봤는데 충격... 기대를 안 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리엘 실력이 너무 좋아서 항상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았다. 모두가 엄청 만족해했다. 나는 점점 아리엘한테 사진 기술을 배우고 싶어졌다.

선셋 사진도 충분히 찍은 후 이제 남은 건 스타라이트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점점 추워지고 하늘은 까맣게 물들어가더라. 물에 오래 있으니 장화 신은 발도 차가워진다. 이미 앞에 찍은 사진과 영상이 너무 만족스럽고 추운 건 싫어서 스타라이트를 빨리 끝내고 돌아가면 안 되나 싶었다. 하지만 아리엘은 햇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별이 많이 뜰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차 안에서 기다릴 수 있어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따뜻한 히터를 틀고 창문을 연 채로 차 안에서 기다리는데, 별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정말 한 두 개 정도로 느릿느릿 늘어나더니, 어느새 하늘을 빼곡히 메운 별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미친 풍경이었다. 내가 처음 우유니를 인생의 목적지로 삼은 계기는 파란 낮 시간의 호수 같은 사진이었기에 밤 시간의 우유니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땅의 끝에서 하늘의 끝까지 온통 별이 수놓아져 있는 걸 보니 숨이 턱 막혔다.
천문대에 가야만 볼 수 있던, 인조적으로 꾸며진 플라네타리움이 내 눈앞에 실재하여 나타난 것 같았다. 살면서 별이 이렇게 나를 감싸듯 떨어지는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기에 더 벅찼다... 심지어 우리 주위에는 다른 차들도 없었다. 오로지 아리엘과 우리 일행뿐이었다. 그 적막이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아리엘은 조금 더 좋은 자리로 이동해서 여태껏 감추어 둔 카메라를 꺼냈다. 우리가 아주 운이 좋은 거라고, 이 카메라는 일주일 전에 사서 지금 첫 개시를 하는 거라고 하던데 가격을 듣고 전부 다 입이 벌어졌다. 무려 6천 달러란다. 정말 별 사진을 찍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싶다.
그리고 아리엘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개인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 차 위에 올라간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스킬이 엄청나더라. 깜깜한 우유니에서 별과 사람을 어떻게 같이 찍나 했더니, 일단 사진을 오래 노출하고 그 사이에 색을 칠할 사람과 차를 작은 손전등으로 꼼꼼하게 비추더라. 그러면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함께 색이 입혀진 사람이 사진에 이쁘게 나온다.


비록 바람이 불어서 우유니 사막에 반영된 별이 흔들리게 나왔지만, 이런 사진은 가이드가 정말 잘 걸려야 얻을 수 있는 천운의 사진이기에 너무 행복했다. E와 B도 같은 생각인지 계속해서 가이드가 미친넘이라며 최고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리엘의 코칭대로 돌아가며 사진을 찍으니 그렇게 춥지도 않았고. 껴 입으려고 가져간 파카의 존재는 잊은 지 오래였다.
아리엘이 끝까지 열심히 찍어줘서 정말 고마웠다. 좋은 후기가 많은 이유를 확실히 알았음. 돌아오면서 아무한테나 추천하고 싶은데 또 나만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약간 나만 알고 싶은 맛집 같은 느낌.

사진에 온 힘을 불태우고 투어사에 돌아와 연신 무이 비엥을 외쳤다. 그리고 힘이 빠져 배가 고픈 우리는 처음에 일식집으로 갔다가, 가능한 메뉴가 너무 한정적이라 E와 B가 어제 갔다던 중식당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이 식당은 아리엘 투어사 옆에 있어 엄청 가까웠다. 그래서 아리엘이 사진 옮기는 동안 중식당에서 메뉴 고르고 있다가 사진 받아가래서 투어사 다시 잠깐 들렀다ㅋㅋㅋ 결국 사진은 무사히 잘 받았다.
중식당은 구글 지도에 영업 종료 시간이 오후 10시로 적혀있던데 오후 9시 40분쯤 간 우리는 설마 내쫓기나 싶어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주인이 메뉴판을 주더라. 나는 라파즈 커리집부터 속이 안 좋아 간단한 만두를 시켰고, 친구는 토마토 달걀 볶음밥을 시켰다. 내가 한국에서 만두 처돌이 었는데, 여행 와서 거의 처음으로 만두를 먹으니 정말 살 것 같았다. 육즙이 풍부하고 고추기름 소스도 담백해서 맛있었다. B는 라마 우육면을 시켰는데 고기의 부드러움이 장난 아니었다. 아마 속이 괜찮았으면 나도 우육면 시켜 먹었을 듯.
中華園 Asian Taste
中華園 Asian Taste · Av. Ferroviaria No.14, Uyuni, 볼리비아
★★★★☆ ·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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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고산 지대 트래킹이나 반나절 걷는 것보다도 우유니 투어 하나 하는 게 더 피곤한 느낌. 한 것이라곤 사진 찍은 것 밖에 없는데도 그렇다. 그래서 마음 놓고 뻗고 싶었는데 그 와중에 옷 파우치에 넣어둔 올리브유를 잊고 파우치를 바닥에 던져 일부 옷이 올리브유에 절여지는 비상사태도 발생했다. 직접 빨아보려다가 이건 내 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깨닫고 대충 비닐봉지에 넣고 잠을 청했다. 귀찮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빨래방에 맡기면 알아서 잘해주지 않을까? 오늘은 꿈속에서 우유니의 여운을 곱씹기에도 바쁘다...
3. 비용
- 숙소 - 15달러
- 식사 - 점심 48볼
- 관광 및 투어 - 선셋+스타라이트 투어 22달러(150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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