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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의 게임/여행라이프
[볼리비아] 7일차 우유니 2박 3일 투어 이틀차, 질리도록 많은 호수를 보고 수천 마리의 플라밍고와 만나다/사막 속 온천 즐기기 본문

1. 일정
- 오전 6시 반-7시) 아침 식사
- 오전 7시-오후 12시 반) 기찻길과 화산, 그리고 호수 두 개 구경
- 오후 12시 반-1시 반) 점심 식사
- 오후 1시 반-오후 6시) 호수 두 개와 암석 구경
- 오후 6시 반-7시 반) 숙소 도착 후 온천 즐기기
- 오후 7시 반-9시 반) 저녁 식사
2. 사진과 감상

분명 사막의 밤은 춥다고 하던데, 우리가 묵은 숙소는 너무 따뜻해서 밤새 깨지도 않고 잘 잤다. 와이파이도 미약하게나마 돼서 정말 나무랄 데 없는 숙소였다. 오늘은 오전 7시에 출발한다고 해서 6시 반에 눈곱만 떼고 나가 아침을 먹었다. 완전 새것인 버터랑 딸기잼, 둘세(카라멜 잼 비슷함)가 있었고 요거트와 티, 그리고 빵과 햄치즈가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밤새 목이 부어오른 M은 아침 대신 잠을 선택했고, 우리는 오늘 길이 고될 걸 알아서 열심히 배를 채웠다.


로날드가 우리 짐을 싣고 다시 차에 타니 이튿날 일정이 시작됐다는 게 실감 난다. 투어를 예약하며 일정을 딱히 궁금해하지 않아서 오늘 호수 몇 개를 보고 바위 하나쯤 본다는 것만 알고 출발했다. 공식 가이드 외에 한국인 가이드도 한 명 있어 나름 든든하기도 했고.
첫 번째로 내린 곳은 기찻길이었다. 차에 타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변 풍경을 구경하느라 졸릴 틈이 없었지만, 2시간쯤을 내리 달리고 풍경은 비슷비슷하니 어느새 졸게 되더라. 그런데 딱 기분 좋게 잠이 들려고 할 때쯤 로널드가 차를 멈추고 간단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 기찻길은 소금사막에서 소금을 채취해 칠레로 옮기는 길이며 일주일에 두 번쯤 운행한다고. 과연 지형을 잘 타고나면 이렇게 풍부한 자원으로 돈을 벌 수도 있구나 싶었다. 물론 볼리비아가 잘 사는 나라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천연자원 불모지에 가까우니.


기찻길에서 찬바람에 잠 좀 깨고 다시 출발해 한 시간 달려 내린 곳은 올라구에 화산(Volcan Ollague). 현재 활동은 하지 않지만 활화산이라고 한다. 화산이라고는 백두산밖에 보지 못했었고, 더군다나 활화산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라 무척 신기했다. 하지만 우리의 동행은 무려 필리핀에서 가까운 곳의 화산이 폭발하는 걸 직관한 사람들이었고... 화장실이 먼저일 수밖에 없었다.
오야궤
오야궤 · Ollague, 안토파가스타 칠레
Ollague, 안토파가스타 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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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투어를 시작하며 들르는 모든 곳에서는 화장실이 유료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려 한 번 이용에 5볼리비아노.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1,000원 정도인 셈이다. 차 근처에 저런 노상방뇨 금지 표지판도 있던데, 자연 훼손을 염려했다기보다는 돈이 새어나가는 걸 더 걱정한 듯하다. 그래도 뒤를 돌아보면 이런 시시콜콜한 것들은 금방 잊히는 풍경이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좋다.

화산은 빠르게 넘기고 다시 달리기 시작. 이제 진짜로 하얀 사막을 벗어난 듯 우리가 익히 알던 모래사막만이 펼쳐진다. 기찻길과 화산을 보았으니 이제 호수 하나쯤 볼 차례인데, 2박 3일 투어에서 가는 호수는 플라밍고의 천국이라는 소문을 들었어서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과연 갈라파고스에서 보지 못한 홍학보다 많은 친구를 볼 수 있을까?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멍하니 바깥 풍경을 쫓고 있는데, 저 멀리 하얗고 파란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호수의 규모가 꽤 크다고 생각하는 순간, 동행들이 저기 플라밍고가 미친 듯이 많다고 소리를 질렀다. 자세히 보니 호수 위에 보이는 핑크색 점들이 전부 플라밍고였던 것. 오늘 플라밍고 백 마리만 보면 충분하다, 이러면서 차에 탔던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갈라파고스에서 플라밍고를 찾을 필요가 없었던 거다!
Laguna de Canapa
Laguna de Canapa · 볼리비아
★★★★★ ·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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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차가 멈추기만을 기다리다 우와아아 하고 괴성을 지르며 내려 달려갔다. 카나파 호수(Laguna Canapa)는 꽤 컸는데, 물이 얕은 가장자리 부근 어디에나 플라밍고가 즐비했다. 멀리서 보았을 땐 온통 분홍색이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가까이 가서 보니 꽤 희여멀건한 색이어서 신기했다. B가 말하길 플라밍고도 원래는 하얀색인데 어떤 먹이를 먹느냐에 따라 몸이 저렇게 분홍빛으로 물든다고. 그러니까 얼마나 핑크핑크한지로 저 친구가 얼마나 잘 먹고 다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거다.



플라밍고 사진을 수천 장 찍고, 호수 주변을 돌아다니며 풍경 감상을 하니 시간이 훅 갔다. 플라밍고와 더 가까이서 사진을 찍고 싶어 저 멀리 보이는 하얀 지형까지 걸어가 보았는데, 내가 걸어가자 플라밍고들이 일순 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포기했다. 로날드에게 물어보니 저 하얀 땅은 전부 소금이라 하더라.



플라밍고를 보고 들뜬 마음을 안고 다시 출발하는 도중에 우리 앞을 막은 비쿠냐 떼를 발견했다. 어제 숙소까지 가면서도 비쿠냐를 자주 만났는데, 야생 비쿠냐들은 경계심이 무척 강해서 차가 멀리서 달려오는 기색만 보여도 걸음아 나 살려라 내뺀다. 급하게 로날드한테 차 멈춰달라고 해서 사진 찍으려 했는데 노력이 무색하게도 전부 사라져 버리는 그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비쿠냐 엉덩이만 잔뜩 보고 끝났다.



또다시 한참을 달리다가 저 멀리 초록빛 영롱한 호수가 보였다. 여기는 에디온다 호수(Hedionda)로, 이전의 호수보다도 많은 플라밍고가 산더미처럼 모여 있었다. 가까이 가니 유황 냄새가 살짝 나던데, 화산의 영향으로 호수 색이 이런 연둣빛을 띠는 것 같다. 가이드는 또 우리를 호수 가까이 내려주고 혼자 먼저 저 건물로 간다. 점심을 차리고 있을 테니 15분 정도 있다가 오라고.
Laguna Hedionda
Laguna Hedionda · 볼리비아
★★★★★ ·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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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오른편은 푸른빛이고 왼편은 초록빛이던데, 어디를 둘러봐도 전부 플라밍고라 또다시 신난 우리. 호수 두 개만으로도 플라밍고는 질리게 보는 것 같다. 이곳에는 갈라파고스에서 봤던 동그란 느낌의 갈매기도 많이 있더라. 여기도 어김없이 물속에 고개를 박고 먹을 것만 찾아다니는 수많은 플라밍고들...



호수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쉬기도 하고, 색이 진한 플라밍고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슬슬 배도 고프고, 로날드가 말한 15분이 지난 것 같아 점심 장소로 가는 도중에도 계속 호수를 돌아봤다. 호수가 넓어서 둘레를 걷다 보면 다양한 모습이 나타나는데, 그 모습을 전부 사진 속에 담느라 한 발짝 걷고 멈추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호수 위쪽에 야외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설마 저기에서 먹나 다들 걱정했는데, 다행히 건물 안에 식탁이 차려져 있었다. 솔직히 첫날 음식이 그렇게 맛있는 편은 아니어서(퀴노아 밥 제외) 기대를 안 했는데, 점심 메뉴를 보고 감탄이 나왔다. 비건을 위한 야채 튀김(플랜틴, 콜리플라워 등)과 닭 요리, 그리고 파스타가 나왔는데 전부 다 맛있었다. 진짜 맛있어서 정신없이 두세 그릇 먹었음. 그리고 콜라와 물도 준다. 첫날만 주는 줄 알았는데!

점심에 콜라를 반 통 정도 마시고 나자 이제 화장실을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여기도 화장실 이용료는 5볼리비아노. 너무 비싸다고 깎아달라 해봤지만 직원은 철통이었다. 그래도 돈을 받으니 관리가 잘 되어서 화장실은 깨끗했음. 화장실 티켓을 사고 나서도 화장실 입구에서도 한 번 더 검사를 해서 몰래 들어가는 건 힘들겠더라.
그러고 나서 화장실 티켓을 팔던 매점에서 당 떨어지면 먹을 초콜릿 한 봉도 샀다. 엠엔엠 조그마한 거 한 봉지가 15볼이라던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대형 초코볼 한 봉지도 15볼이래서 큰 걸로 구매! 맛은 민트향이 섞인 듯 묘했지만 역시 초코는 뭐든 좋다.


차를 타고 또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데 로날드가 갑자기 폭스 폭스 이러면서 차를 멈춘다. 멍 때리고 있다가 놀라서 창밖을 내다보니 진짜 야생 여우가 차 쪽으로 쫄쫄 뛰어오는 중. 우리가 사진을 막 찍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먹을 걸 기다리며 얌전히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다행히 우리가 먹다 남은 또띠아가 생각나서 또띠아 두 장을 찢어서 던져 주었더니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행동이 영락없는 강아지였다.

이 여우 친구를 본 다음에는 타조 두 마리도 봤다. 차가 달려가니 도로를 점거하다가 말 그대로 헐레벌떡 도망가던데, 뛰는 모습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양이라 우리가 되려 미안해졌다. 그리고 중간에는 또 비스카차(Viscacha)도 봤다. 바위 군락 위에 미어캣처럼 서서 망을 보고 있던데 토끼를 닮아 귀여웠다.


또다시 차를 타고 달리기. 2박 3일 투어가 왜 힘든지 알 것 같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연속인데 보통은 6명 최대로 차를 낑겨 타니... 그래도 우리는 5명이라 나름 편하게 이동하는 셈이다. 다음으로 멈춘 호수는 하트 모양으로 유명한 혼다 호수(Laguna Honda). 로날드가 전망대에 주차를 해 줘서 하트 모양을 감상할 수 있었으나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아 나누어 찍었다. 나름 낭만적인 호수.
Laguna Honda
Laguna Honda · 볼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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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호수에서는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사진만 찍고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갔다. 가는 동안 하도 심심하니 이것저것 이야기 주제를 바꾸다가 전직 스쿠버 다이빙 강사였던 B가 다이빙 중에 똥을 싸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해서 다들 자세를 고쳐 앉고 집중했다. 일단 BCD 조끼를 벗어 바닥에 가라앉은 다음, 웨이트 벨트를 풀고 수평으로 앉은 뒤 조류의 방향을 확인하고 발사... 언젠가 써먹을 수도 있느니 적어둔다ㅎㅎ 일단 다이빙 자격증을 따야겠지만.



그렇게 좀 더러운 얘기를 하다 보니 다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설명판이 엄청나게 부식되어 있어 '나무 바위' 정도의 글씨만 겨우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한때는 거대한 바위산이었을 곳이 침식되어 잘게 흩뿌려져 있는 모습은 시간과 자연의 강함을 납득하게 한다. 언젠가는 위태로운 저 아랫부분도 사라지겠지?
Árbol de Piedra
Árbol de Piedra · 볼리비아
★★★★★ ·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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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바위에서는 바람이 세게 불어 오래 있지 못했다. 그래서 빠르게 다음 포인트로 이동. 아마 오늘의 마지막 포인트로, 우리가 볼 호수 중 가장 아름다운 붉은빛 호수다. 콜로라다 호수(Laguna Colorada)를 보기 위해서는 국립공원 티켓을 끊어야 하는데, 인당 150볼로 투어 중 들르는 장소로는 가장 비싸다. 다행히 우리는 투어비에 전부 포함을 한 상태라 공짜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티켓 사진을 찍었는데 이게 나중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티켓은 꼭 사진으로도 남기자.
Laguna Colorada
Laguna Colorada · 볼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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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티켓을 받고 나서도 조금 더 이동해 콜로라다 호수 전망대로 올라간다.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 땐 하늘에 구름이 많이 껴 호수의 선명한 붉은빛을 보기 힘들었다. 흐린 분홍빛의 느낌. 그래도 가끔 구름이 걷히는 부분에서 진한 분홍빛이 보여서 그 정도로도 만족했다. 이곳에도 플라밍고는 징그러울 정도로 많았는데, 앞의 호수에서 질리도록 보고 오니 이젠 별 감흥이 없더라. 대신 저 멀리 비쿠냐 떼가 보여 후다닥 달려갔다.



과연 내내 엉덩이만 보이던 비쿠냐를 정면으로 만날 수 있을지! 모래 언덕도 과감히 내려가서 비쿠냐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확실히 본인들이 안전하다 생각하니 누군가 다가가도 후다닥 도망치지는 않는다. 대신 내가 신기한 듯 자꾸 눈이 마주치는 녀석이 몇 있었다. 그래서 더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카메라 줌을 당겨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비쿠냐도 볼 만큼 보고 나니 행복했다. 페루에서 비쿠냐 인형을 살 때만 해도 내가 과연 이 친구들을 한 마리라도 만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알파카와 라마보다 훨씬 고상하게 생겼는데, 하는 짓을 보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몇몇 녀석은 알파카들이 다리를 집어넣고 쉬는 것처럼 몸뚱이에 목만 덜렁 나와 있어서 너무 귀여웠다. 물 마시러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한 녀석은 내가 다가갈 때마다 나를 빤히 응시하더니, 내가 돌아가고 나서야 마음 놓고 물을 마신다.


비쿠냐를 원하는 만큼 찍고 나서 차로 돌아가는데, 호수에서 분수처럼 물이 솟구치는 게 보였다. 몇몇 군데에서 가끔 저런 현상이 보이던데, 워낙 색부터 특이한 호수라 저런 신기한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간헐천과 같은 느낌의 분수일지 원리가 무척 궁금한데 가이드한테 물어볼 수 없어 아쉬웠다.



드디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하루 종일 엄청난 수의 플라밍고와 비쿠냐를 보고 정말 다양한 호수를 보느라 지쳤다. 재미는 있었지만 비슷한 것들을 계속해서 보니 조금 질리기도 했다. 그래도 다들 간헐천 이야기가 나오자 눈이 다시 반짝였다.
한 시간 반 정도 달려 간헐천에 내리자 매서운 바람이 온몸을 강타했다. 날씨 자체는 안 추운데 바람 때문에 온몸이 오들오들 떨리는 느낌... 토레스 델 파이네에 가서 트래킹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어쨌든 그 유명한 솔 데 마냐냐(Sol de Manana), 혹은 게이사르(Geyser)라고 부르는 간헐천에서 물이 솟구치기를 한참 기다렸다. 그런데 아쉽게도 간헐천에서 물기둥이 오르는 건 이른 아침 시간에만 볼 수 있다고ㅠㅠ 그래서 다들 새벽 4시에 일어나 나오다 보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숙소 가기 전에 간헐천 보겠다고 했으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들 추위를 견디며 기다리다가 물기둥을 못 본다 하자마자 차에 후다닥 올랐다.
Sol de Mañana
Sol de Mañana · 볼리비아
★★★★★ · 간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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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숙소로 달리면 오늘 일정은 끝이다. 그런데 숙소까지 한 10분 정도 남았을 때 갑자기 타이어가 터져버렸다. 오늘 달린 비포장도로 길이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우리는 갑자기 도로 한가운데로 쫓겨나 로날드가 타이어를 갈 동안 추위를 견뎌야 했다.
하필 도로도 지형지물 없이 뻥 뚫린 곳이고 호수 근처라 바람이 장난 아니었다. 다들 차 뒤에 모여 조금이나마 따뜻해지려고 아등바등했다. 그 와중에 B는 그동안 참고 있던 생리현상이 터지기 직전이었고... 잔인하게도 그를 가려줄 단 하나의 바위도 없었다. 그래도 한 10분 정도 걸려 타이어를 뚝딱 갈아낸 로날드. 타이어를 무사히 교체한 걸 확인하자마자 다들 날렵하게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어제의 숙소가 예상외로 너무 좋았던 탓에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 있던 우리는 숙소 바로 앞에 온천이 붙어있는 걸 확인하고는 숨이 넘어갈 뻔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 숙소는 구렸다. 방은 어제처럼 2인실과 3인실로 나눠주긴 했는데, 남자들이 쓰는 방에는 화장실이 있지만 냄새가 무척 이상했고, 여자들이 쓰는 방은 화장실이 없었다. 그리고 와이파이는 유료 10볼에다가 오후 7시면 끊기고 무척 느리며, 수건이나 휴지도 전혀 안 줌.
그럼 그렇지... 기대를 하지 말 걸. 그래도 잠자는 곳이라도 멀쩡하니 괜찮다, 서로 위로하며 저녁 먹기 전에 온천부터 다녀오기로 했다. 온천 앞에는 탈의실이 있기는 한데 락커도 없고, 남자용 탈의실은 짐을 둘 선반조차 없다고. 그래서 처음에는 핸드폰 두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일몰 시간의 온천 뷰가 너무 아름답더라. 피눈물 흘리면서 '이 뷰를 찍고 싶다'는 욕망과 '여기서 나가면 얼어 죽는다'는 생존본능을 저울질하다 그냥 사진을 포기했다.
온천은 무척 만족! 후기에는 물이 미지근하다는 평도 있어서 우리는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정말 따뜻해서 발을 담그자마자 녹아내렸다. 원래 온천에 큰 미련 없는 사람인데 이건 안 했으면 아쉬웠겠더라. 내내 아파서 맥아리 없이 실려 다니던 M도 온천에 들어오더니 정말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한국인들이 하는 투어는 대부분 셋째 날 새벽에 간헐천을 보고 나서 온천을 즐기는 순서인데, 우리는 좀 특이하게도 둘째 날 저녁에 온천을 즐겼다. 그런데 다들 이 순서가 최고라고 만족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간에 쫓기며 온천을 즐기는 것보단 하루 일과를 다 끝내고 저녁에 느긋하게 피로를 푸는 게 낫지.
Termas de Polques
Termas de Polques · 볼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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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정도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저녁을 먹으러 숙소로 올라왔다. 좋은 식탁을 선점하기 위해 먼저 올려 보낼 한 명을 골랐는데, 내가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온천에서 제일 먼저 나왔다. 끙끙거리며 옷 다 갈아입고 올라가는데 고원에다가 추워서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껏 음식은 전부 맛있었으니 저녁을 기대하며 식탁에 앉았는데... 스파게티라길래 더 기대를 했는데... 에피타이저로 나온 스프(퀴노아 없음)는 맛있었지만 메인으로 나온 스파게티가 정말 최악이었다. 어떻게 해야 기본은 가는 스파게티가 이렇게 맛이 없을 수 있나 의아할 정도로 맛이 없어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싶었으나 숟가락을 금방 내려놓아야 했다(B도 화가 났음). 대신 맥주와 감자칩으로 배를 채웠다. 밥이 중요한 나는 무척 속상했지만 피곤해서 오래 슬퍼할 틈도 없이 잠들었다.
Hotel Ecologico de Piedra
Hotel Ecologico de Piedra · F88X+MW8 Termas de Polques, Puripica, 볼리비아
★★★★☆ ·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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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용
- 숙소 - 우유니 2박 3일 투어에 포함
- 식사 - 우유니 2박 3일 투어에 포함
- 관광 및 투어 - 우유니 2박 3일 투어에 포함, 초콜릿 15볼, 화장실 10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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