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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11일차 푸에르토 마드린 맥주집에서 아르헨티나 월드컵 우승의 순간을 지켜보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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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11일차 푸에르토 마드린 맥주집에서 아르헨티나 월드컵 우승의 순간을 지켜보기

딩동빵 2022. 12. 25.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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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월드컵 우승 후 광란의 길거리


1. 일정

  • 오전 9시 반-10시) 아침 식사
  • 오전 11시-오후 3시 반) 맥주집에서 월드컵 결승전 관람
  • 오후 4시-6시) 거리 축제 구경
  • 오후 7시-7시 반) 저녁 식사
  • 오후 8시 반-11시) 2차&3차 술 파티


2. 사진과 감상

꽤 나쁘지 않은 호스텔 조식


  어제 영화 보고 늦게 들어와서 피곤했는지 일찍 일어나 아침 먹으려 했던 게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도 다행히 조식 마감 30분을 남기고 공용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첫날 조식에 대해 거창하게 설명하길래 바보같이 호화로운 만찬을 기대했는데(게다가 구글 리뷰에 조식에 대한 칭찬이 일색이었음), 그냥 테이블 하나에 다양한 빵과 케이크가 놓여있는 게 전부였다.

  그래도 이 가격에 이 정도 조식이면 좋은 건 맞다. 요거트 시리얼 종류가 다양한 것도 괜찮고 아르헨티나 전통 케이크도 맛볼 수 있어 재밌고. 전통 케이크는 푸석푸석한 빵 위에 잼이 발린 모양이었는데, 잼이 양갱 같은 맛이라 꽤 중독성 있다. 하지만 밖에서 사서 먹으라 하면 절대 안 먹을 듯.


해변가에 설치된 스크린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인데 벌써부터 사람이 많다


  조식을 먹고 나갈 준비를 했다. 조지가 예약해 둔 식당은 호스텔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거리라 예약 시간인 11시 반까지 가기 위해 11시에는 출발해야 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해변가를 따라 쭉 걸을 기회가 있었는데, 어제 아구스틴이 말한 해변가 스크린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아르헨티나 월드컵을 응원할 거라고. 이런 것도 재미있겠지만 화면 크기를 보는 순간 그냥 얌전히 식당에나 가자 싶었다. 뒷자리에 앉으면 응원이야 하겠지만 공이 누구 발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을 듯.

  대신 이곳에서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사람을 만나 인당 400페소씩 내고 뺨에 아르헨티나 국기를 그렸다.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거뜬히 이기고 월드컵을 이길 것 같았지만 혹시 모르니 우리는 너네 편이라는 걸 티를 내야 했음...ㅋㅋㅋ 엘칼라파테에서 다들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다니는 게 재밌어 보여 부럽기도 했고!


월드컵 결승전 시작 10분 전
축구 경기 관람엔 맥주를 빼놓을 수 없지


  생각보다 시간이 없어 중간에 택시를 잡아타고 식당으로 향했다. 막상 도착한 식당은 썰렁해서 그냥 천천히 걸어왔어도 됐을 듯했지만. 엘칼라파테에서 봤던 북적북적한 식당을 상상한 우리는 당황스러웠다. 결승전이라 다들 바깥에 모여 응원하려나?

  시간이 지나고 결승전 경기 시작 10분 전부터는 사람이 슬슬 몰려들기 시작했다. 다들 아르헨티나 국기 티셔츠를 입고 뺨에 아르헨티나 국기를 그린 상태로 한껏 흥분해서 들어온다. 우리도 경기를 보면서 마시기 위해 맥주와 안줏거리를 시켰다. 이곳 생맥주는 다 쌉싸름한 맛이 강해서 별로라, 나는 그냥 평범한 캔맥주를 시켰다.


Black Resto & Bar

Black Resto & Bar · Av. Julio Argentino Roca 2057, U9120 Puerto Madryn, Chubut, 아르헨티나

★★★★☆ · 가스트로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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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 반 햄치즈 반 피자
BBQ 소스와 치즈 스틱
오징어 튀김 라바스(Rabas)


  조지가 이곳 라바스가 맛있다길래 안주로는 라바스, 치즈 튀김, 그리고 반반 피자를 시켰다. 라바스는 깔라마리라고도 한다던데 여기 깔라마리는 그리스보다 덜 짜서 맛있었다. 같이 주는 마요네즈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맥주 안주로 제격! 치즈 튀김은 무난하게 맛있었고, 피자는 평범했다. 경기가 오래 걸려서 나중에 라바스 하나 더 시킴.


영화같았던 아르헨티나 월드컵 우승의 순간


  오후 12시에 시작한 경기는 처음에는 무척 시시했다. 아르헨티나가 첫 페널티킥을 시작으로 골 두 개를 연달아 넣은 순간 오늘 무난하게 숙소로 돌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웬걸, 브라질이 금방 따라잡더니 역전까지 한 순간 가게 내의 공기가 바뀌었다. 부에노스에서 축구를 보고 있다는 EB와 카톡을 하면서 빨리 숙소로 튀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서로 걱정했다ㅋㅋㅋ

  후반전이 끝나기까지 얼마 안 남아서 진짜 이대로 프랑스 승리인가 걱정하는 순간, 아르헨티나가 기적적으로 또 골을 넣었다! 이후 연장전을 넘어 승부차기까지 가는 걸 보고 이런 게임이 있을 수 있나 싶었다. 처음에는 아르헨티나를 응원하러 왔는데 보다 보니 양 팀 다 정말 잘해서 누굴 응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승부차기는 지켜보는 나도 가게 안 아르헨티나 사람들도 피가 말리는 순간이었다ㅠㅠ 그런데 다행히 프랑스 선수가 실수를 했고...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차곡차곡 골을 쌓아갔다. 한 골 넣을 때마다 가게 안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환호하고 노래 부르고 난리법석인지ㅋㅋㅋㅋ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전부 하던 일 멈추고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라. 결국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우승을 했고 이런 거에 이입 잘하는 나는 살짝 눈물이 날 뻔했다. 아마 그 눈물에는 숙소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도 1퍼센트 정도 섞여 있었을지도.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는 중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모두가 아르헨티나를 입고 있다


  메시가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까지 보고 가게를 나섰다. 도로는 벌써 경적을 울리며 다니는 차들로 북적였다. 엘칼라파테에서 보았던 것보다는 적었지만, 시내 중심가로 걸어갈수록 모여있는 차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다들 하나같이 메시 티셔츠를 입고 아르헨티나 국기를 들고 환호를 지르며 걷고 있더라. 인공 눈 스프레이까지 뿌려대는 사람도 여럿 있었음.

아르헨티나 축구 응원가


  다 같이 노래도 불러댔다. 어제 아구스틴이 알려준 아르헨티나 응원가가 거리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미리 한두 번쯤 듣고 가서 좀 귀에 익어 덩달아 흥이 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고, 끊임없이 몰려드는 지치지도 않는 사람들 행렬에 껴 있으려니 기가 빨렸다. 재미는 있지만 내가 우승한 것도 아니라... 얼른 인파를 빠져나와 해변가로 갔다.


푸에르토 마드린 해변가
해변가까지도 인파가 늘어났다
그나마 바닷가를 바라보면 평온해지는 마음


  멀리서 지켜보니 좀 살 것 같았다. 뒤편의 바닷가도 참 이쁘고. 하지만 이곳도 조용하지만은 않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끔 호응해주길 바라며 노래를 부르거나 함성을 지르면 열심히 호응해줘야 했다.

  중간에 저녁거리를 좀 사려고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대형 마트는 철창을 걸어두고 있고 작은 마트는 죄다 문을 닫았다. 조지도 어제 하루종일 적당한 맥주집을 찾으러 돌아다녔는데, 월드컵 날 문을 닫는 곳이 대부분이었다고.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축구에 미쳐있는 게 분명하다.


Playa de Puerto Madryn

Playa de Puerto Madryn · 499, Av. Julio Argentino Roca 599, U9120 Puerto Madryn, Chubut, 아르헨티나

★★★★★ ·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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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같이 축구를 즐기러 온 멍멍이


  그나마 오후 6시 반에 다시 연다는 슈퍼로 가니 다들 미리 줄을 서 있다. 우리는 이제 현금도 거의 다 써가서 오늘 저녁은 천 페소 정도 남은 예산으로 만들어 먹기로 했는데, 조지가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해서 쌀밥이던 메뉴가 핫도그로 바뀌었다. 중간에 아구스틴도 저녁 같이 먹지 않겠냐고 연락이 와서 조지에게 양해를 구하고 넷이 같이 먹기로 함. 그렇게 장보기를 끝내고 나가는데 바깥에 한 멍멍이도 축구 티셔츠를 입고 있는 걸 보고 이 나라 축구사랑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ㅋㅋㅋ



Supermercado CLEMENTE Jr

Supermercado CLEMENTE Jr · U9120JUB, Av. Gales 119, Puerto Madryn, Chubut, 아르헨티나

★★★★☆ · 슈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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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를 많이 넣고 싶었던 핫도그


  그렇게 만들게 된 야매 핫도그. 소시지에 베이컨을 말아 굽고 볶은 양파랑 치즈 한 장이랑 얇게 썬 토마토를 올려 야무지게 먹었다. 그 와중에 친구랑 내가 거의 다 요리하고 아구스틴이랑 조지는 식탁에 앉아 기다리기만 해서 좀 빡침. 너넨 손이 없냐 발이 없냐. 그리고 다 먹더니 설거지도 본인들 것만 쏙 빼서 하더라. 여기서 이 친구들의 호감도가 훅 떨어졌다(원래도 그닥이었지만ㅋㅋ).


꽤 맛있었던 체다치즈 감자튀김


  저녁까지 먹었겠다, 이젠 좀 방으로 들어가 쉬고 싶었는데 아구스틴과 조지가 계속 밖에 가서 파티를 즐기자고 한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우승했을 때 아르헨티나에서 그 열기를 즐길 날이 오늘밖에 더 있겠냐고 열심히 설득하던데 파티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 말에는  좀 솔깃했다. 그래, 내가 언제 남미 여행을 와서 월드컵 결승 당일 우승 국가를 돌아다녀보겠어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런데 다시 나간 길거리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한 무더기 있던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 다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건가 싶었다. 결국 해변가까지 갔다가, 아구스틴이 다들 파티 준비를 하러 집에 들어간 거고 밤 10시쯤 다시 나와 펍 두 곳 정도에서 파티를 열 거라는 정보를 얻었다.

  밤 10시까지는 한 시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오늘 생각보다 많이 걸어 다녀 친구가 갈증 나 했다. 그래서 바로 앞에 있던 맥주집으로 들어가 맥주 한 잔씩을 시켜 우리끼리의 소소한 파티를 열었다. 허니 맥주와 감자튀김은 맛있었지만 얘기가 딱히 재밌지는 않아서 나는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음... 이상하다 가브리엘과 제임스랑 하던 대화는 재미있었는데.


Croco Craft and Beer

Croco Craft and Beer · Av. Julio Argentino Roca 385, U9120 Puerto Madryn, Chubut, 아르헨티나

★★★★☆ ·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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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술 페르넷 콜라(Fernet con Coca)
이지했던 우노 게임


  그러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나 했더니만 중간에 또 한 잔 더 마시자고 숙소 근처에 있는 피자집으로 들어갔다. 여기서는 아르헨티나 버전의 피스콜라인 페르넷 콜라(Fernet con Coca)를 마셨는데, 피스콜라가 그랬듯이 너무 독해서 나는 별로였다. 그리고 안주 없이 술이라니... 아직 나는 안주가 더 소중한 어린이인데ㅠㅠ 결국 내 술은 다른 사람들이 다 나눠마셨다.

  가게 한켠에 우노 카드가 있어 카드게임도 좀 했다. 오랜만에 한 우노는 재미있었는데 술 좀 들어간 조지와 아구스틴은 점점 선을 넘는 농담을 하기 시작하고... 졸려하는 친구를 막 대하는 걸 보자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여기서부터 이 놈들이 마음에 안 들기 시작한 듯. 그래서 더더욱 빨리 숙소에 가서 침대에 눕고 싶었다.


Pizza Black

Pizza Black · Av. Gales 175, U9120 Puerto Madryn, Chubut, 아르헨티나

★★★★☆ · 피자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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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술 파티가 끝나고 숙소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좀 살 것 같았다. 평소에도 술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가끔 친한 사람들(혹은 호감 있는 사람들)과 마시는 걸 선호하는 내겐 오늘 같은 술자리는 참 힘들었지만... 여행 와서 평소에 안 해본 것들을 해본다 생각하면 좀 낫다.

3. 비용

  • 숙소 - 4,000페소
  • 식사 - 점심 7,000페소, 마트 2,900페소, 술 2,000페소
  • 관광 및 투어 - 페이스 페인팅 400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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