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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일차 더 라스트 북스토어에서 책 한 권 사기/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일몰 보기 실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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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일차 더 라스트 북스토어에서 책 한 권 사기/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일몰 보기 실패

딩동빵 2023. 1. 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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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타모니카 해변


1. 일정

  • 오전 8시 반-9시) 아침 식사
  • 오전 10시 반-오후 1시) 더 라스트 북 스토어 구경
  • 오후 1시 반-2시 반) 숙소에서 휴식 및 점심
  • 오후 2시 반-3시 반)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이동
  • 오후 3시 반-6시) 산타모니카 해변 산책
  • 오후 7시-8시 반) 저녁 식사


2. 사진과 감상

식물성 불고기 볶음밥과 종갓집 김치


  오늘은 큰 계획 없는 하루라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으며 뭘 할지 고민했다. 어제오늘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일몰 보는 동행을 구해서 아침에 뭘 할지만 생각하면 됐는데, 이참에 다운타운을 다시 가서 더 라스트 북스토어라는 유명한 중고서점을 가보면 어떨까 싶었다. 친구는 다운타운에서 조금 더 먼 아웃렛을 갈 계획이라길래 가는 김에 북스토어나 한 번 구경하고 가라고 꼬셨다.


도넛 종류도 무척 많다
내가 선택한 건 크림 브륄레 도넛


  새해 첫날 디즈니 콘서트홀을 보러 다운타운에 갔을 때 더 라스트 북스토어도 가 보고 싶었는데, 그때는 콘서트홀과 마찬가지로 열지 않아서 못내 아쉬웠다. 어쨌든 이렇게 가 보게 되어서 다행이다. 서점에 가기 전에 어제 도넛 맛집을 찾다가 알게 된 다운타운 도넛 가게에 들렀다. 가게 내부가 무척 깔끔하고 도넛 생김새가 딱 내 취향이라 들어가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블로그에 추천글을 쓴 사람은 누텔라 도넛이 최고라고 하던데 구글맵 리뷰에는 크림 브륄레 도넛이 최고라길래 난 브륄레로 하나 시켰다. 친구는 애플 프리터를 시켰음. 콜드 브루까지 시켜서 본격적인 간식 타임을 가졌는데, 커피는 쓴 맛이 너무 강했다 해야 하나, 한약 마시는 느낌이라 별로였다. 하지만 도넛은 진짜 맛있었다. 한국인에게 최고의 디저트란 칭찬은 '달지 않다'란 거였던가, 어쨌든 적당히 달달하고 도우가 쫄깃쫄깃해서 정말 맛있었다! 친구도 큰 기대를 안 했는데 너무 맛있다며 잘 먹었음.


DONUT FRIEND DTLA

DONUT FRIEND DTLA · 543 S Broadway, Los Angeles, CA 90013 미국

★★★★★ · 도넛 전문점

www.google.com


다운타운의 더 라스트 북스토어에 도착


  다행히 도넛 가게와 더 라스트 북스토어는 무척 가까웠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중에도 치안이 좀 안 좋고, 팬데믹 이후에는 더 안 좋아져서 요즘엔 다들 사리며 다닌다 하던데 다운타운은 특히 더 험악한 동네라 대낮에도 살짝 무섭다. 그 짧은 거리를 걸어 이동하는 동안에도 한인 타운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중고 서점 근처에 오니 관광객이 많아 마음이 놓였는데, 문 앞에 범죄자 수배지가 붙어 있는 걸 보니 그냥 긴장하며 다니는 게 편하겠더라.

The Last Bookstore

The Last Bookstore · 453 South Spring Street Ground Floor, 121 E 5th St SUITE 505, Los Angeles, CA 90013 미국

★★★★★ · 서점

www.google.com


더 라스트 북스토어에서 유명한 사진 스팟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내부가 무척 넓었다. 우리나라의 중고서점들처럼 신간 도서를 파는 구역도 있으나 대부분이 중고 도서였다. 나는 마음에 드는 책을 찾으면 어디든 앉아서 책을 읽다 가고 싶었는데, 중간중간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 꽤 있어 좋아 보였다. 도넛을 먹느라 시간이 좀 지나 친구는 금방 아웃렛으로 출발해야 해서 이 서점에서 유명한 사진 스팟만 빨리 소개해줬다. 다들 사진 찍느라 여기만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나는 사람 없는 것도 찍고 싶은데.


중고 도서들로 빼곡한 책장들
이런 풍경이 무척 아늑하고 편안하다


  2층에서 내려다보면 아래층의 풍경은 이렇다. 엄청난 양의 책 속에서 사람들이 표류하며 다닌다. 내게는 완전 편한 장소이자 끝없이 탐색하고 싶은 장소다. 그 사이에 책 터널 스팟에서 사진 한 장 건진 친구는 아웃렛으로 가는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갔다. 나는 여기서 시간을 더 보내다 오후 4시쯤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만나기로 했다.


자신만의 책을 고르느라 열중인 사람들이 많다
편하게 앉아 책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특별한 곳에 오면 꼭 자신만의 책을 하나 사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나도 예외는 없었다. 특히 중고 서점이라면 책을 하나하나 빼서 줄거리를 살펴보고 내 취향에 맞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텐데, 그 모든 과정을 거쳐 고른 한 권의 책은 딱 내 운명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한 권을 얼른 만나 저 소파에 앉아 읽고 싶었다.


1달러짜리 책도 있긴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책이 비싸다! 한국에서 중고서점을 가본 적이 없어서 보통 중고 도서가 얼마 정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긴 깔끔하고 마음에 드는 책이다 싶으면 기본 20달러는 넘더라. 이름도 중고 서점인데, 그냥 서점에서 사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가격을 지불하긴 싫어서 책을 들었다 놓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1달러짜리 책을 모아둔 곳도 있었지만 여기에 있는 책들은 끌리는 게 없었고.


인테리어도 무척 마음에 드는 서점
꼭 해리포터에서 나올 법한 장면이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내 운명의 책 찾기 모험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중간에 지쳐서 인테리어 구경 좀 하며 머리를 환기해야 했다. 2층 일부 구역은 소규모 아뜰리에처럼 꾸며져 있던데 귀여운 예술 작품과 작은 편집샵이 있어 구경하는 건 재미있었다. 복도에 전시된 책으로 만든 소품도 마음에 들었는데, 나중에 집에 하나쯤 만들어 달아두고 싶을 정도다.


결국 모던 픽션으로 정착했다
이 수많은 더미 속에서 내 운명의 짝 찾기


  원래는 재미있는 SF 소설을 하나 사고 싶었는데, 2층에 있는 SF 존은 일본식 라이트노벨이나 미국식 히어로물 위주인 것 같아 실망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현대 소설 구역에 정착해서 다시 힘을 내 열심히 정독하기 시작했다. 내가 중고 도서를 고른 기준은 일단 10달러 이하여야 하고, 손에 들고 다니기 편하게 크거나 무겁지 않아야 했다. 이 모든 걸 충족하고 나서 내용이 흥미롭기도 해야 했으니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지.


표지는 마음에 안 들지만 나머지가 전부 만족스러움


  그래도 결국 하나 찾아냈다. 표지 디자인은 좀 아쉽지만 들고 다니기 편하고 8달러밖에 안 하며 대충 훑어본 내용이 흥미롭다. 아포칼립스가 예고된 세상에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와중에 끝까지 본인의 일을 이어나가는 경찰관에 대한 얘기란다. 과연 내가 이 긴 소설을, 그것도 영어로 된 소설을 읽을까 싶지만 일단 도전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샀다ㅎㅎ


다운타운의 도넛 맛집 도넛 프렌즈
차고 넘치는 도넛을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책 하나 사니 앉아서 여유롭게 읽을 시간은 무슨,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어 나가야 했다. 나는 아까의 도넛 가게에서 도넛을 더 사 갈 큰 그림도 있었기에 숙소도 들렀다 움직여야 했다. 도넛 프렌즈에서 큰맘 먹고 앵그리 사모아, 패션 후르츠, 누텔라, 그리고 애플 프리터 네 개를 사서 소중히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원래는 세 개만 사려고 했는데 도넛 박스에 한 구석이 비어 있으니 불편해서 하나 더 사서 채웠다ㅎㅋ 무려 도넛 10달러어치 플렉스!

  도넛 들고 다운타운에서 혼자 버스 타려니 좀 무서웠다. 대낮에 도넛을 들고 다닌다고 시비 걸릴까 봐 무서워서 그늘진 골목은 호다닥 걸어 나왔다. 도넛 상자 안고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도 다른 곳보다 홈리스가 많아 보여서 버스를 타고 나서야 긴장을 풀었다.


구름이 자욱한 산타모니카 해변 풍경


  숙소로 돌아와서 도넛 놓고 가방 정리해서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출발했다. 차로 가면 30분 거리인데 대중교통으로 가니 1시간이 걸리는 어마무시한 거리. 다음에 LA 여행을 오면 꼭 렌트카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도 메트로 버스를 타면 공짜 와이파이로 심심하지 않게 갈 수 있어 다행이다. 길도 잃지 않고 한 번에 잘 찾아가서 약속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그런데 멀리 해변가를 내다보니 날이 흐린 게 꼭 일몰을 못 볼 것만 같다.


구름이 산과 맞닿아 있는 불길한 풍경
관광객이 무척 많은 산타모니카 해변가
66번 국도의 끝자락이 위치한 산타모니카 해변


  그 와중에 오기로 한 동행과 친구 전부 늦는다는 소식을 들은 나... 4시 반까지는 온다길래 30분 동안 산타모니카를 먼저 탐방했다. 관광객이 대부분이고 길거리는 옛날 놀이기구와 작은 길거리 기념품 가게가 대부분인데, 날이 맑았으면 아마 이뻤을 것 같다. 빈티지한 감성은 마음에 들지만 칙칙해서 아쉬웠다. 이곳이 66번 국도의 마지막이라 이 표지판 앞에서 다들 사진을 찍는다던데 어김없이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나는 표지판만 찍고 패스함.


산타모니카 부두

산타모니카 부두 · 200 Santa Monica Pier, Santa Monica, CA 90401 미국

★★★★★ · 바다낚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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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바글바글한 산타모니카 길거리
산타모니카 롤러코스터와 관람차
일몰을 보러 모인 사람들


  걸어 다니면 나름의 해변 감성에 젖을 수 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을 이어폰 없이 혼자 걷고 있으려니 혼자 하는 여행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혼자 다니는 게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을 썼다면, 이젠 혼자인 게 오히려 편하기도 하다. 남들 눈치 안 보고 나 하고 싶은 대로 다닐 수 있는 자유에서 오는 해방감이 더 큰 것 같다.


한강 자전거도로 같은 곳도 있다
관람차에 하트 모양 무늬도 나타난다


  생각보다 해변이 자그마해서 볼 건 금방 다 봤다. 동행들이 올 때까지 할 것도 없어 관람차를 좀 더 멀리서 볼까 싶어 모래사장으로 내려갔더니 한강 자전거도로 같은 곳이 나왔다. 한강도 주변 사람들이 많이들 산책하러 나오는 것처럼 이곳도 편한 복장의 현지인이 꽤 많더라. 집 앞 바닷가가 산타모니카 해변이라는 건 어떤 느낌일까?


산타모니카에서 야경이라도 보고 돌아가야지


  동행들은 4시 30분쯤 만났다. 한 명은 미국에서 유학 중인 D고 다른 한 명은 미국 여행을 온 J였다. D는 만난 지 5분도 채 안되어 길거리 깡패에게 20달러를 뜯기는 기염을 선보였다. 넷이 해변가로 걸어가는데 한순간 안 보이길래 찾았더니 뒤에서 뜯기고 있을 줄은. 미국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한 수 배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일몰은 역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5시 반이 다 되어가는데도 수평선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더니 일몰 시간이 지나자 어둑어둑해지기만 했다. 야경이 이쁘긴 한데 그리피스 천문대에 올랐다 내려온 우리에겐 그저 그랬다. 왜 우리의 LA는 늘 춥고 흐릿할까, 다들 여긴 맑고 따뜻한 도시라던데!


오랜만에 본 제대로 된 쿠키 3개를 샀다


  일몰은 못 봤지만 저녁을 맛있게 먹으면 되니 괜찮았는데, D가 북창동순두부를 먹고 싶어 해서 또 가기로 했다ㅋㅋㅋ 나쁘진 않았는데 순두부를 두 번이나 먹을 줄은 몰랐다. 오늘은 저번보다 대기가 많길래 중간에 커피 한 잔 사러 근처 카페를 찾아갔다. 거기서 딱 한국 쿠키스러운 제대로 된 쿠키를 발견해서 난 커피 대신 쿠키를 겟했다.


조개가 들어간 순두부찌개
이거 하난 진짜 맛있는 갈비


  저번에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그리고 김치가 들어간 순두부찌개였다면 이번에는 조개가 들어간 찌개를 시켜봤는데 크게 다른 느낌 없이 맛있다. 갈비는 진짜 맛있고. 친구가 비빔밥도 한입 줘서 먹어봤는데 괜찮았다. 두 번 먹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저녁 먹으면서 동행들과 많이 얘기할 수 있어 좋았다!


3. 비용

  • 숙소 - 42,250원
  • 식사 -도넛 9.95달러, 도넛 16.8달러, 쿠키 3달러, 저녁 30달러
  • 관광 및 투어 -  책 8.76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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